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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 펼쳐진 오로라
겨울에는 몇 m 두께의 얼음이 덮여있는 호수이지만 여름 한철은 이렇게 맑은 물 위로 오로라의 반영을 볼 수 있다. 9월 말이 되면 벌써 얼음이 얼기 시작하고, 11월 말이 되면 차가 지나가도 될 정도로 두껍게 얼음이 언다. 이 사진을 촬영하던 날, 물 위로 수달 같은 동물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고 호기심 많은 여우가 5m 앞까지 다가왔다.]
올들어 오로라가 장관을 이루고 있다. 태양 활동이 극대기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나는 2009년 겨울, 캐나다 옐로나이프로 오로라 촬영을 다녀온 적이 있다(과학동아 2010년 2월호 화보 소개). 최근 이곳을 다시 방문해 그때보다 더욱 활발해진 오로라를 카메라에 담았다. 오로라는 자정 전후로 활발해진다. 구름바다처럼 너울거리던 오로라의 움직임이 갑자기 빨라지면서 폭풍처럼 휘몰아친다. 밤하늘을 가득 채우는 형광 빛은 보름달보다 밝아 하얀 눈으로 덮인 대지가 같이 빛난다. 그 신비로운 빛 속에 서 있으면 동화 속 이상한 나라에 온 것 같다. 태양에서 날아온 우주 입자들이 대기와 충돌해 형형색색으로 퍼져나가는 빛들의 떨림을 보고 있으면 가슴도 덩달아 떨린다. 밤하늘에 펼쳐진 여신의 드레스 자락을 훔쳐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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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는 계절에 상관없다. 낮과 밤도 가리지 않는다. 단지 낮에는 태양이 너무 밝아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매우 드물지만 낮에 희미하게 보일 정도로 매우 밝은 오로라가 생길 때도 있다. 그래도 오로라 관측에 겨울밤이 좋은 것은 오로라를 볼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극지방의 여름은 밤이 매우 짧고 더 고위도로 올라가면 해가 지지 않는 백야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도 짧은 여름 밤에 오로라를 보면 춥지 않아서 좋다. 물이 얼지 않은 호수 위로 오로라가 비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겨울과 여름에 각각 옐로나이프 지역을 방문하고는 눈이 정말 많은 것을 감춘다는 것을 알았다. 겨울에는 그저 얼음에 덮인 뽀로로 동산(?)인 줄 알았는데, 눈이 녹은 여름철에 다시 가보니 풍경이 완전히 다르다. 하얀 눈 대신 온 천지가 물과 바위다. 육지에서 흙을 보기 힘들 정도다. 바위들은 역사도 유구해서 46억 살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40억 살짜리 암석이 바로 이곳에 있다. 금빛으로 빛나는 바위들 옆에는 금광이 있고, 근처에는 다이아몬드와 구리 광산이 있다. 흰 색의 설원이 수묵으로 그린 동양화라면 붉은 단풍과 금빛으로 물든 바위가 있는 호숫가는 인상파의 서양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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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노타 롯지 위에 오로라가 뜨던 밤
오로라는 극지방에 있는 지구의 자극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둘러친 커튼과 같은 모습이다. 우주에서 보면 지구가 형광 빛 왕관을 쓴 것 같다. 왕관의 크기가 작으면 북쪽 하늘 위로 가로지르는 빛의 띠와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게 된다. 커지면 관측자가 보는 남쪽 하늘을 가로지르게 된다. 왕관이 머리 위를 가로지르며 두꺼워지면 온 하늘이 오로라로 덮이게 된다. 관광객들을 위한 숙소 앞에 특수 설상차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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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나이프는 벌써 세 번을 다녀온 동네다 보니 어느덧 익숙하다. 이제는 여행지가 아니라 생활지가 되었다고나 할까. 매년 한겨울이 물러갈 때쯤 혼자 찾아와 2주간 머물다 가는 일본인 아주머니도 있다고 한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눈 덮인 평원 밖에 없는 얼어붙은 호수 가운데의 한적한 섬에 있는 롯지에서 뜨개질하고 책을 보다 간단다. 이제까지 들었던 여행자 중 최고의 고수다.
죽기 전에 꼭 한번은 보아야 할 오로라. 2012년에도 한두 번 더 갈 듯하다. 얼마나 더 가면 만족할 수 있을까. 보고 또 찍고도 다시 가고 싶은 욕심의 근원을 생각해 보면 오로라는 그 모습을 다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오로라는 똑같은 모습으로는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람의 지문이 모두 다르듯이 오늘 나타난 오로라는 그것으로 끝이다. 그리고 내일의 오로라가 나타난다. 그 동네 사는 사람들은 “오늘도 보이네요”하고 자러 가지만, 오늘의 오로라가 더 장관을 이룰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먼 곳에서 온 사진가는 밤을 지새우게 된다. 나 역시 2월이 되면 다시 그 눈밭 위에서 몰아칠 오로라 폭풍을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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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 오로라, 은하수, 별똥별
은하수가 흐르는 밤하늘에 오로라가 펼쳐졌다. 별똥별도 같이 촬영되니 1석 3조라 할만하다. 은하수는 맑은 밤하늘에서 볼 수 있고, 오로라는 극지방에서 볼 수 있다. 별똥별은 밤새 여러 개가 떨어지니 옐로나이프의 밤하늘에서는 심심찮게 볼 수 있다.
➋ ➌ 오로라 폭풍
오로라가 밝아지면 온 천지가 형광 빛으로 물든다. 밤하늘 전체를 물들이는 오로라 폭풍을 어안렌즈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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