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 생물의 80%에 해당하는 1백50만종의 곤충이 극지에서 사막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번영하고 있다. 그들이 이처럼 다양하게 번성할 수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의 곤층을 중심으로 그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살펴보자.
곤충이 곤충다운 것은
날개가 있기 때문이다. 곤충의 날개 형태는 다양하면서 다채로운 삶의 방법에 따라 기본구조가 다르다.
예를 들면 4장의 긴날개를 따로따로 움직여서 자유자재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잠자리, 뒷날개를 버리고 앞날개 두장만을 이용하는 파리 무리들(쌍시류). 그 반대의 부채벌레, 날개를 완전히 떼어버린 일개미와 번식기가 지나면 여왕개미와 수컷개미조차 아까워 하는 기색도 없이 날개를 떼어 버리는 개미 무리들……
머리 가슴 배의 하모니
3차원의 세계를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며 생활하는 그들을 보다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몸의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 필요가 있다. 곤충의 몸은 머리 가슴 배의 3부분으로 명료하게 나누어져 있다.
머리에는 한 쌍의 촉각과 눈, 그리고 입이 있다. 이의 역할은 정보수집과 섭식을 위한 것. 또 가슴에는 세쌍의 다리와 두쌍의 날개가 있는데 이는 운동과 이동을 담당한다. 그리고 영양, 즉 먹이의 소화 흡수와 생식 기능을 담당하는 배로 나뉜다.
이처럼 곤충은 머리 가슴 배의 3부분으로 전문분화한 몸의 구조로 인해(절지동물문, 곤충강)이 지구상에서 최첨단 생활을 영위하며 번영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4억5천만년의 진화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다양한 곤충들의 형태가 가능하게 되기까지는 약 4억5천만년의 긴 시간이 필요했다.
고생대 데본기(4억1천만년전-3억6천만년전)에 전혀 날개가 없는 곤충(예:톡토기목 낫발이목 좀목 돌좀목 좀붙이목 등 무시곤충)이 지구상에 처음 등장했다. 다음의 석탄기(3억5천만년전-2억8천만년전)에는 날개를 가진 유시곤충(有翅昆蟲)이 나타났다. 따라서 곤충은 날개가 없는 무시아강(無翅亞綱)과 날개가 있는 유시아강으로 크게 구별한다.
유시곤충의 화석은 고생대 상부 석탄기 지층에서 대량으로 출현하기 시작하여 페름기까지는 현재의 주요한 목(目)이 대부분 출현한다. 그러나 처음에 지구상에 나타난 유시곤충은 정지할 때는 날개를 위에서 합치거나, 옆으로 펼치거나 하는 오늘날의 하루살이목이나 잠자리목 날개와 기본적으로 구조가 같다. 이같은 날개를 갖고있는 곤충을 고시군(古翅群)으로 분류한다. 이의 애벌레는 수생으로 물속에 사는 공통점이 있다.
현재 하루살이 무리의 비상(飛翔)은 주로 앞날개의 상하운동에 의존하고 잠자리 무리는 뒷날개를 발달시켜 적극적으로 공중을 날게 되었지만, 고시군이 분화를 시작한 석탄기의 끝무렵, 그 다음 단계의 곤충은 날개를 눕히든가 접어서 겹치든가, 날개를 후방에 꼬부려 배의 위에서 겹쳐 놓을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날개를 가진 신시군(新翅群)이 출현하였다.
이 새로운 날개를 가진 최초의 곤충이 옛메뚜기목과 바퀴목으로, 뛰거나 단거리를 날아서 원시식생의 터전 속에서 다양한 생활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처럼 신시군의 곤충들은 새로운 날개의 획득으로 한정된 생식환경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한 환경으로 진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날개를 몸 위에 겹쳐 놓을 수 있다는 것은 생활장소나 생활방식이 다양해져 형태 또한 각양각색의 변화가 나타났다.
바퀴목의 조상에서 상부 석탄기에 흰개미목이 분화했듯이 모든 곤충이 빠르게 분화과정을 거쳐 진화의 길로 나아갔다. 이러한 분화의 과정은 일부 바퀴목, 예를 들면 귀신바퀴과(Panesthiidae, 신칭)의 생활사가 흰개미 무리들처럼 소화기관에 원생동물을 생식시켜 이들로 하여금 나무의 목질부를 분해 소화하게 하는 동질성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곤충중에서 99.6%의 종은 유시곤충아강에 속한다는 것만 보아도 날개의 획득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먹이를 구하거나 번식장소, 교미상대를 탐색하는 범위 등이 현저하게 넓어져, 종(種)의 유지가 보다 더 용이하고, 생활권이 현저하게 넓어져 번영을 누릴 수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곤충의 가장 극적인 진화는 날개의 획득이라 할 수 있다. 곤충강(Insecta)은 입틀과 날개의 구조, 변태의 유형, 진화의 정도에 따라서 여러 목(目)으로 분류한다.
화려한 탈바꿈 변태
그리고 곤충이라면 누구나 알 유충 번데기 성충으로 변화하는 변태의 현상을 떠올릴 것이다.
번데기에서 또는 다 자란 애벌레에서 날개를 달고 나오는 우화과정을 관찰하다 보면, 볼수록 신비로운 감동을 불러 일으켜 준다. 종마다 우화과정의 변화도 다채롭고 생물 고유의 특성인 다양성이 드러나 사람의 눈을 끌고도 남는다. 그러나 모든 곤충이 전부 이런 극적인 탈바꿈을 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좀목과 같은 무시아강에 속한 원시적인 체제를 갖춘 곤충에서는 몇회인가 허물을 벗고 탈피과정을 거쳐 성충이 되나, 외부형태의 특별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다(단 생식기는 변형돼 성숙함).
신시류는 크게 불완전탈바꿈(外翅類, 메뚜기목 대벌레목 사마귀목 바퀴목 갈르와벌레목 흰개미목 흰개미붙이목 강도래목 민벌레목 다듬이 벌레목 털이목 이목 총채벌레목 노린재목 매미목 등)을 하는 변태과정과 완전탈바꿈(內翅類, 풀잠자리목 뱀잠자리목 약대벌레목 부채벌레목 날도래목 딱정벌레목 밑들이목 나비목 파리목 벼룩목 벌목 등)을 하는 두 개의 큰 그룹으로 나누어진다.
불완전탈바꿈하는 매미 잠자리 메뚜기 등과 같은 곤충은 나비 딱정벌레 풀잠자리 등과 같은 번데기의 단계를 거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성충과 별로 형태적으로 차이점이 없다. 날개의 싹도 애벌레의 몸에 노출되어 최종 탈피시에 급격히 커져 훌륭한 날개로 변형될 뿐이다. 이런 변태의 곤충군을 외시류라고 한다.
그에 비해 완전탈바꿈하는 곤충은 애벌레 시절 외부에 전혀 날개의 흔적이 보이지 않고(내시류)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우화(羽化)하는 과정에서 극적인 모습으로 변한다. 특히 완전탈바꿈하는 곤충들의 변신은 언제 보아도 생명의 다양성을 느끼게한다.
이 변태의 메커니즘을 살펴보면 뇌에서 번데기화를 유도하는 뇌호르몬이 전흉선(前胸腺)을 자극하여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엑디션을 방출시킨다. 이 호르몬은 곤충 몸의 여러조직을 움직여 발생의 진행을 지령한다. 이때 제3의 호르몬이 분비돼 변태가 진행되어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된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 엑디션을 생산하는 것은 전흉선이 아니라 표피조직인 것으로 밝혀졌듯이 아직도 많은 변태 현상이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외시류나 내시류 모두 탈바꿈의 최종단계인 성충으로 변화하는 것을 주의깊게 관찰해 보면 종마다 일생 중 최후의 단계는 번식기라는 점이다. 그래서 종마다 성충이 나타나는 출현시기는 거의 일정하기 마련이다. 그것도 근연종과는 시간적 지역적 차이를 두고 나타난다. 또 소형일수록 1세대의 소요기간이 짧은 경향이 있다. 수백개의 알을 낳아서 짧은 세대를 반복하는 곤충은 각양각색의 환경에 적응해 형태뿐만 아니라 생리나 생태까지도 다양해지고 생활방식도 서로 조금씩 다르다.
종족번식이 지상 과제
곤충은 체온이 외부기온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환경의 변동에 어떻게 생리적으로 대처하느냐가 생존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알·유충·번데기·성충 중 어느 시기를 택해서 추운 겨울을 나느냐는 것은 종 특유의 방법, 즉 진화상의 문제이지만, 온ㆍ한대 지역에 살고 있는 곤충은 그 일생을 발육단계와 휴먼단계로 나누어 여름에는 섭식과 성장, 번식을하고, 에너지를 비축하여 겨울을 극복하는 방법을 택해 살고 있다. 유충기의 성장과 성충기의 번식으로 양분하는 생활사는 번영을 누릴 수 있는 기초가 되었다. 곤충의 서식지역은 극히 넓어서 열대에서 거의 극지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리, 기후대에 적응하여 살고 있다.
이 모든 것이 결국 종족번식이라는 최대의 목적을 수행하는 과정의 일부로, 가혹한 경쟁세계에서 효과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그들만의 독특한 몸부림이다. 이들이 지구상에서 번영한 또다른 이유로는 고생대에 육생번식을 시작한 식물, 특히 중생대 백악기(1억4천만년전)에 현화식물(꽃과식물)이 출현해 곤충에 의존하여 분화를 진행하고 곤충은 식물에 의존해 먹이를 확보한 결과이다.
그외에 기생성 선충(線虫)과의 관계 또한 밀접하다. 현재도 곤충은 다른 생물과도 복잡한 상호관계를 통해서 공존하며 진화하여 번영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곤충의 다양성의 연구는 단지 다양을 추구하는 것만이 아니라 다양성을 낳는 본질을 이해하는데 중요성이 있고 그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지구상에는 현재 전 생물의 4/5를 차지하는 약 1백50만종의 곤충이 보고돼 있다. 해마다 새로운 신종이 1천5백-1천8백여종씩 추가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고 있는 곤충은 현재 약 1만5천 종 쯤 학계에 보고돼 있으나 실제로는 10만 종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