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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아몬드 자태 빛나게 한 백금 세팅 기술의 원조

보석으로 빚어낸 까르띠에 걸작품

뉴욕에 ‘티파니’가 있다면 파리에는 ‘까르띠에’가 있다.

1847년 루이 프랑수아 까르띠에라는 29세 청년이 파리에서 문을 연 보석 공방에서 출발한 까르띠에(Cartier)는 오늘날 전 세계 여성들의 동경을 한 몸에 받는 ‘명품’ 액세서리 브랜드의 대명사가 됐다. 무엇이 까르띠에에게 오늘날의 명성을 안겨줬을까.

지난 4월 22일부터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7월 13일까지) ‘까르띠에 소장품전’에는 까르띠에 컬렉션 가운데 1860년대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당시 최고 장인들의 뛰어난 공예기술로 제작된 대표작품 총 267점이 전시돼 있다. 까르띠에 문화재관리 총괄이사인 피에르 레네로는 “여러 측면에서 보석 역사에 획을 그은 까르띠에는 새로운 기법과 트렌드를 최초로 시도하면서 유행에 앞장섰고, 때로는 미래의 생활방식을 예측하기도 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인 까르띠에의 ‘작품’을 지상(紙上)에서 만나보자.
 

인도풍 목걸이 1932 그라나드 백작부인이 원석을 제공해 제작했다. 가운데 에메랄드는 143.23캐럿에 이른다. 1캐럿은 0.2g이다. 플라티늄(백금), 다이아몬드, 에메랄드.


귀금속의 시중을 받으며

금, 은, 백금. 장신구에 쓰이는 귀금속으로 금과 백금은 꽤나 고가다. 귀금속만으로 만든 반지나 목걸이, 귀고리는 단순하지만 우아한 아름다움으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그러나 귀금속이 보석을 만나면 주연의 자리를 넘겨주고 한발 물러선다. 귀금속의 시중을 받으며 보석이 비로소 그 화려한 자태를 한껏 뽐내기 때문일까.

보석을 귀금속 장신구에 고정하는 작업을 세팅이라고 한다. 까르띠에가 막 이름을 알리던 무렵인 1860년대는 세팅에 주로 금과 은이 쓰였다. 그런데 은은 시간이 지날수록 검게 퇴색하는 게 문제. 금빛보다 은빛이 어울리는 디자인의 액세서리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인 셈이다.

1898년 까르띠에는 백금(플라티늄)을 세팅에 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강도가 높고 밝은 금속인 백금은 녹는점이 1772℃로 금(1064℃)이나 은(962℃)보다 훨씬 높아 가공하기가 어려워 산소용접이 발명되기 전까지는 제대로 쓰이지 못했다. 무색투명한 보석의 여왕 다이아몬드는 백금 세팅으로 한층 더 빛을 발했다. 다이아몬드는 탄소(C)만으로 이뤄진 ‘순수한’ 보석!
 

투티 프루티 목걸이 1939, 1963(수정) 1930년대‘세계에서 가장 우아한 여성’으로 지목됐던 데이지 펠로우즈 부인이 특별주문한 작품으로 대단히 화려하다. 플라티늄, 화이트골드,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에메랄드, 루비.


유색 보석 3총사의 화려한 군무

사파이어, 에메랄드, 루비. 각각 파란색, 녹색, 붉은색을 대표하는 보석이다. 다이아몬드가 보석의 여왕이라지만 커다란 유색 보석을 중심에 놓고 자잘한 다이아몬드로 화려함을 더해주는 디자인의 액세서리도 많다. 셋 가운데 사파이어와 루비는 가까운 친척 사이. 보석을 이루는 성분이 산화알루미늄(Al₂O₃)으로 같기 때문인데 이들은 강옥의 일종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전혀 다른 빛깔을 띠는 까닭은 불순물로 미량 존재하는 전이원소가 달라서다. 루비의 붉은색은 크롬(Cr)에서 왔고 사파이어의 청색은 철(Fe)과 티타늄(Ti)에서 비롯된다. 순수한 강옥은 무색이다. 이처럼 보석의 불순물로 인한 색을 타색(他色)이라고 부른다. 에메랄드는 녹주석(Be₃Al₂(SiO₃)${}_{6}$)의 하나로 녹색은 크롬(Cr) 때문이다. 같은 녹주석인 아쿠아마린(aquamarine)의 시원한 엷은 청색은 철(Fe)에서 온다.
 

‘자유로운 새’브로치 1944 프랑스를 상징하는 색을 입힌 새. 날개는 청금석으로 여러 가지 광물이 혼합된 준보석이다. 금, 플라티늄,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청금석, 산호.


산호 가슴으로 노래하는 ‘자유로운 새’

1942년 독일 나치군의 프랑스 점령을 상징하는 ‘새장 속의 새’를 제작한 까르띠에는 2년 뒤 프랑스가 해방되자 이를 기념하기 위해 ‘자유로운 새’ 브로치를 선보였다. 황금 새장을 뒤로 하고 파란 청금석 날개를 펼친 ‘자유로운 새’는 주황빛 가슴을 활짝 드러낸 모습이다. 이 가슴의 소재는 산호. 산호는 카로틴을 소량 함유한 탄산칼슘(CaCO₃)으로 이뤄져 있다. 보석 액세서리에 산호도 쓰는가 의아하지만 출품된 작품 가운데 산호가 들어있는 종류가 꽤 된다.

보석이라면 보통 아름다우면서도 희귀한 광물이라고 정의한다. 실제로 4000여 종의 광물 가운데 보석광물은 130여 종. 그러나 광물이 아닌 보석도 있다. 산호처럼 생명체가 만들어낸 보석으로 이를 유기질 보석이라고 부르는데 진주, 호박(琥珀), 상아도 여기에 속한다.

시대를 풍미한 여성들의 아이콘

영국 왕위까지 포기하게 만든 유부녀 월리스 워필드(훗날 윈저공작부인이 됨), 당대 최고 상속녀인 바바라 허튼, 멕시코 출신의 디바 마리아 펠릭스.

1900년대 중반 사교계와 언론에 연일 화제를 뿌리며 일세를 풍미한 여성들이다. 이들은 까르띠에의 일급 고객이기도 했다. 자신의 카리스마를 강조하려는 듯, 이들은 강인한 동물을 자신의 아이콘으로 삼아 장신구를 주문했다.

윈저공작부인은 표범을 택했다. 까르띠에는 백금과 다이아몬드, 사파이어를 써서 표범의 얼룩무늬를 멋지게 재현했다. 바바라 허튼의 호랑이는 황금가죽에 오닉스의 검은 줄무늬가 일품이다. 마리아 펠릭스를 위해 만든 악어 목걸이는 각각 에메랄드와 루비 눈이 박힌 악어 두 마리가 목을 감싸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이 텅 비었고 몸과 꼬리를 좌우로 움직일 수 있게 세공돼 있다.

허공에서 돌아가는 시침 분침

까르띠에하면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 바로 시계. 손목시계를 대중화시킨 것도 까르띠에다. 그래서인지 이번 전시에는 시계가 유난히 많이 눈에 띤다. 1904년 처음 선보인 산토스 손목시계는 창업자의 손자로 이름이 같은 루이 까르띠에가 비행사였던 친구 알베르토 산토스-뒤몽을 위해 생각해낸 디자인. 비행하면서 회중시계를 꺼내보기 곤란했기 때문이다. 그 뒤 산토스 시계는 큰 인기를 얻었고 워낙 세련된 디자인이었기 때문에 오늘날에도 가죽 띠를 두른 손목시계의 전형으로 남아있다.

미스터리 클락(mystery clock). 뭔가 이상한데 잘 모르겠다. 자세히 보니 시계바늘이 투명한 수정 속에서 공간에 떠 있다. 그런데 장식용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시계라고 한다. 어떻게 홀로 떨어져 있는 시침과 분침이 돌아갈 수 있을까. 정답은 이들이 각각 얇은 수정판에 고정돼 있다는 것. 결국 수정판 두개가 서로 다른 속도로 돌아가면서 시간을 가리키게 된다. 물론 눈에는 정교한 세공을 한 투명한 수정판이 보이지 않는다.
 

달 착륙선 모형^1969 18k금으로 만든 3개의 모형 가운데 하나로 높이가 25cm다. 금, 화이트골드, 에나멜.


달 착륙을 기념하며

까르띠에는 가끔씩 특별한 작품을 제작했다. 1969년 파리에 온 아폴로 11호 우주비행사들을 위해 르피가로는 18k금으로 만든 달착륙선 모형 3개를 주문했다. 전시회에 나온 모형은 비행사 중 한명인 마이클 콜린스에게 선사한 것으로 오른쪽에 ‘르피가로 저널의 독자들이 마이클 콜린스에게’라는 글귀가 있다. 1997년 까르띠에가 제 50회 칸영화제를 기념해 만든 황금종려가지는 50년 동안 가장 영향력 있는 영화제작자로 뽑힌 잉그마르 베르히만에게 특별상으로 헌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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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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