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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첫 거래소에서 탄소 사고 팝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늘 탄소를 발생시킨다. 밥을 먹고 물건을 사고, 차를 탈 때마다.


여기서 나온 탄소배출량을 계산해서 그만큼 탄소를 줄인다면? 그게 바로 탄소중립이다. 스포츠 경기, 여행, 콘서트, 심지어 수학여행을 모두 탄소중립으로 만들 수도 있다. 생소하게 들리지만 황유식 그리너리 대표는 탄소중립 이벤트가 보편적으로 열리는 미래를 꿈꾸고 있다. 환경·화학 담당 애널리스트 출신으로 국내 최초의 자발적 탄소거래 플랫폼 ‘팝플’을 만든 황유식 대표를 8월 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그리너리 본사에서 만났다.

 

과학동아 기사를 보며 꿈꾼 과학자


황 대표는 고등학생 때 과학동아를 보며 과학자를 꿈꿨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과학동아 기사로는 핼리 혜성 기사를 꼽았다. 약 70년 만에 돌아오는 핼리 혜성이 지구에 올 때쯤 나는 몇 살이 되었을까 상상했다. 이처럼 그는 “과학동아를 읽으며 창의성을 키웠다”고 말했다. 과학동아를 통해 우주를 상상하며 과학자를 꿈꾸게 된 것이다.


과학자의 꿈은 대학 때까지 이어져 그를 포스텍 대학원 화학공학과로 이끌었다. 그러나 황 대표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에 더 흥미를 느꼈다. 대학 시절에는 마라톤 동아리를 만들어 학과 친구들을 거의 다 참여시켰을 정도로 리더십이 뛰어났을 정도이니. 


2007년,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취업했다. “의사가 사람을 진단한다면, 애널리스트는 기업을 진단하는 사람”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황 대표는 철강, 화학, 자동차, 반도체, 식품 등 여러 산업분야 중 화학산업을 맡았다. 학교에서 배운 전공 지식은 화학공학 기업의 사업 내용을 파악하고 재무 분석을 할 때 큰 도움이 됐다.


그는 잘 나가는 애널리스트였다. Fn가이드 화학 부문 애널리스트 1위, 톰슨로이터 화학 부문 애널리스트 아시아지역 1위 등 여러 상을 받았다.


애널리스트로 경력을 쌓으며 환경 분야로도 영역을 넓혔다. 전문 투자자의 시선으로 환경 산업을 분석한 ‘ESG 머니전략’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이때 경험은 이후 창업의 계기가 됐다. 황 대표는 “환경 애널리스트 활동과 책 집필, 마지막으로 과학동아 읽기가 지금의 그리너리 창업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환경 애널리스트에서 탄소거래 플랫폼 대표로


2021년 황 대표는 애널리스트를 그만두고 그리너리를 창업했다. 그리너리는 탄소중립을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황 대표는 “기후변화 시대에 환경 산업은 30년 이상 유지될 수 있는 장기적인 사업”이라 창업을 했다고 말했다.


탄소중립은 세계적 추세다. 세계 각국은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을 약속했고, 그중 한국은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한국은 올해 3월 25일 세계에서 14번째로 탄소중립기본법을 법제화하기도 했다.


이런 변화를 틈타 황 대표는 한국 최초로 자발적 탄소거래 플랫폼인 ‘팝플’을 만들었다. 팝플은 기업이나 개인이 탄소감축 크레딧을 거래하는 온라인 거래소다. 


탄소크레딧은 탄소거래 시장의 화폐와 같다. 탄소 상쇄 메커니즘을 효율적으로 바꾼다. 예를 들어 탄소를 1t(톤) 감축하는 데 A기업은 1만 원이 들고, B기업은 10만 원이 든다고 하자. B기업 입장에서는 10만원을 들여 직접 탄소 1t을 줄이는 것보다 A기업에 3만원을 주고 탄소 1t에 해당하는 크레딧을 사는 게 훨씬 이익이다. 


실제 탄소크레딧 거래 사례로는 팝플 투어가 있다. 캄보디아 관광객이 전기 교통수단을 이용해 앙코르와트를 구경하고 탄소 감축량만큼 포인트를 지급받는 식이다. 전기 교통수단을 충전하는 팝플 스테이션은 100% 태양광 생산 전력으로 운영된다. 팝플 투어 관광객들은 지급받은 포인트를 모아 팝플 스테이션에서 음료나 굿즈를 구매할 수 있다.


탄소시장은 정부(환경부)가 규제하는 ‘의무시장’과 기업, 개인 등이 참여하는 ‘자발적 시장’으로 나뉜다. 황 대표는 기존의 의무거래 시장은 대기업 위주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의무시장에서 규제되는 648개 기업의 탄소감축만으로는 탄소중립 실현에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황 대표는 “결국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자발적 탄소거래 시장을 통해 모든 산업을 다 탄소중립으로 만들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탄소중립이 하나의 문화가 된다면


현재 자발적 탄소거래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1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자발적 탄소거래 플랫폼은 어떻게 변화할까.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자발적 탄소 거래 시장이 2050년까지 500억 달러(약 67조 원)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50배가 넘는 성장이다.


성장세에 올라타기 위해 황 대표는 “앞으로 복잡한 절차를 단순화하고 자동 모니터링 시스템 등을 만들어 값싸고 빠르게 감축 활동을 인정받을 수 있는 탄소거래 플랫폼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만약 실시간으로 감축에 대응할 수 있는 자동화 시스템이 갖춰지면 비용도 감소하면서 중소기업도 상대적으로 쉽게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너리는 탄소거래 플랫폼뿐 아니라 저비용으로 탄소를 많이 감축할 수 있는 컨설팅 사업도 발굴하고 있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롯데케미칼의 탄소감축 프로젝트가 대표 사례다. 그리너리는 4월 롯데케미칼과 탄소중립 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폐플라스틱은 의류, 신발 등으로 재탄생됐다. “플라스틱 1t 재활용은 탄소 감축 1t의 효과가 있어요.”


황 대표는 다양한 탄소중립 이벤트도 진행해 왔다. 그리너리는 2022년 7월 제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탄소중립 축구 경기의 탄소 배출량 산정을 맡았다. 관람객들은 경기장을 오가며 발생한 탄소발생량을 알게 됐다. 실제 관람객 4000명 중 90% 이상이 탄소감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다양한 탄소중립 이벤트를 열고 관련 컨설팅을 진행하고 싶어요. 탄소중립 문화 확산에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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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한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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