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가 정치적 이슈를 분석하는 도구로 크게 각광 받았다. 트위터는 이집트 민주화 운동 등 현실적인 정치 사건이 벌어졌을 때 정치적인 의견을 직접 생산하고 전달하며 확산시키는 데 큰 영향을 발휘했다. 이 때문에 세계 정치인들은 트위터의 정보 확산력에 주목했다. 최근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미 지난 대선부터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분석을 활용했음은 잘 알려져 있다.
정치학자들 사이에서도 트위터는 연구 대상이었다. 특히 연구에 이용하기 쉬운 큰 장점이 있었다. 바로 단순함이다. 트위터에서 사람 사이의 관계는 오직 ‘팔로잉(상대방으로부터 수신)’과 ‘팔로워(내가 상대에게 송신)’ 두 가지뿐이다. 이 관계는 시냅스로 비유할 수 있다. 마치 수상돌기처럼 다른 사람으로부터 정보를 받는 관계가 팔로잉이고, 반대로 축색돌기처럼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해 주는 관계가 팔로워다. 한 명 한 명이 뉴런처럼 이 두 가지 역할을 하며 다른 사람과 연결돼 있다. 뉴런이 네트워크인 것처럼 트위터의 관계도 네트워크를 이룬다.
의견이 유통되는 과정도 단순하다. ‘리트위트(팔로워에게 문장을 재송신)’라는 과정이 있다. 주로 다른 사람이 말한 문장에 대해 동의를 하거나, 아예 자신이 하고픈 말을 대신 전하는 과정이다. 마치 여러 뉴런을 거치며 정보가 전달되는 것처럼, 정치적인 의견도 리트위트 과정을 통해 여러 사람을 거쳐 전달되고 확산된다.
하지만 연구에 유용한 이런 장점은 왜곡의 위험을 낳았다. 트위터에서는 정치적인 의사 표현이 현실보다 훨씬 강하고 자극적이며 과장되게 표현된다. 그래서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트위터는 정치적인 매체”라는 말이 돌았다. 정치적인 매체라서 잘못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적어도 현실 정치 구도를 반영하려면 유의해야 한다는 뜻이다.
원래 네트워크에서의 영향을 측정하기 위한 데이터는 왜곡이 있을 수밖에 없다. ‘네이처’는 9월 13일 기사에서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는 현상’을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만약 누군가 대선 후보 가운데 A 후보를 지지한다고 해보자. 이 사람과 비슷한 생활 기반을 지닌 친구들 중에는 비슷한 정치 성향을 지닌 사람이 많을 것이고, 지지 후보도 비슷할 가능성이 높다. 트위터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정치적 입장을 표출하는 과정이 현실보다 더 손쉽다. 리트위트 버튼 하나만 누르면 된다. 하지만 이 때문에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는 조심스럽게 분석해야 할 부분이 생긴다.
리트위트가 지인의 글을 보고 ‘영향을 받아서’ 이뤄진 것인지, 아니면 ‘원래 같은 성향을 지닌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저 단순한 동의를 한 것뿐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투표에 영향 끼치는 ‘페이스북 친구’ 법칙
이런 단점을 극복할 방법으로 최근 연구자들은 트위터보다는 오히려 페이스북에 주목하고 있다. 그나마 현실을 좀더 잘 반영하며, 미치는 영향(확산)도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어서다.
지난 9월 13일 ‘네이처’에는 SNS에서 한 선거 관련 행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온라인에서 어떤 사람이 한 행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정치적 행동 즉 저항이나 투표 등 정치적 의사 표현으로 연결된다는 뜻이다. 이 연구가 주목한 것도 다름 아닌 페이스북이었다.
로버트 본드 미국 UC 샌디에이고 정치학과 교수팀은 2010년 미국 총선 기간 페이스북 사용자 6100만 명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본드 교수팀은 사용자들 중 일부에게는 페이스북 화면 상단의 아이콘을 통해 투표 정보를 제공받고 지역 후보와 투표 정보를 알아볼 수 있게 했다. 여기에는 투표를 했다고 밝히는 ‘투표 완료’ 버튼도 있었다. 그리고 다른 그룹에는 ‘투표 완료’ 버튼을 누른 친구들 6명의 프로필이 뜨도록 했다. 이때 친구도 평소의 활동량을 바탕으로 친한 친구와 보통 친구로 나눠서 보여줬다.
이 실험은 일상적인 캠페인성 투표 독려와 주변 사람의 입소문을 구분해, 어느 쪽이 투표에 영향을 더 크게 미치는 지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이다. 결과는 ‘입소문이 더 파급력이 크다’였다. 친구가 투표했다는 메시지를 받은 사용자는 약 2.08% 더 투표를 했다고 보고했고(투표 완료 버튼을 누름), 투표 장소를 알아보러 들어간 사람도 0.26% 많았다. 그리고 실제로 투표를 하러 간 사람도 0.39% 많았다(‘투표 완료’ 버튼은 실제로 투표를 하지 않아도 누를 수 있다. 이에 연구팀은 실제 투표 기록을 통해 현실 투표 수를 따로 구했다).
퍼센트로는 작은 차이로 보이지만, 투표 수로 보면 작지 않다. ‘투표 완료’ 버튼을 누른 사람 수는 일상적인 캠페인보다 144만 5000명 더 많았고, 실제 투표자도 28만 2000명 많았다.
이 실험은 트위터로는 불가능한 정교한 분석이 가능했기 때문에 성공했다. 단순한 리트위트 기능과 달리, 투표 완료 버튼은 투표라는 구체적인 행동을 지정해주고, 그 결과를 알려 준다. 그리고 이 정보는 다른 친구에게 직접 영향을 미친다.
페이스북 정보를 바탕으로 본 대선 후보
세 명의 당선 가능성
정치 분석 도구로서 페이스북의 가치는 국내 연구진에 의해서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박한우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의 데이터에서 각 후보가 언급된 횟수를 측정해 여론을 추적했다. 이때 단순 언급횟수를 측정하는 게 아니라 통계 정보이론을 이용해 가공한 다른 수치(정보 엔트로피)를 비교했다. 정보 엔트로피는 1940년대 정보이론학자 섀넌이 만든 개념으로, 알아보고자 하는 대상의 불확정성 정도를 수치화한다. 예를 들어 동전을 던지면, 동전에 하자가 있는 게 아닌 이상 앞면 또는 뒷면이 나올 가능성이 반반(50%)이 될 것이다(둘 중 뭐가 나올지 모르니 불확정성이 높다). 반면 동전이 구부러지는 등 하자가 있다면 한 쪽에 치우칠 확률이 높다(한 쪽이 더 많이 나오니 맞출 확률이 높아지고, 불확정성은 준다). 정보이론에서는 반반이 나올 경우를 정보 엔트로피가 가장 높다고 보며, 이때의 정보가 왜곡이 없기 때문에(동전이 휘지 않았다) 신뢰성, 안정성 등 ‘정보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본다. 다시 말해 여론을 더 잘 반영한다.
박 교수가 지난 11월 3일 ‘문재인’, ‘박근혜’, ‘안철수’, ‘대통령’이라는 네 단어가 들어간 데이터를 구글 API 서비스를 이용해 모은 뒤(일부 항목은 수십억 개에 이를 정도로 빅데이터였다), “문재인은 등장하지만 박근혜, 안철수, 대통령은 없는 경우”, “안철수와 대통령만 등장하고 박근혜와 문재인은 등장하지 않는 경우”, “박근혜와 안철수, 문재인이 모두 등장하지만 대통령은 등장하지 않는 경우” 등 모든 경우의 수의 정보 엔트로피를 계산했다.
그 결과 지난 1년 동안의 페이스북 데이터에서는 ‘박근혜’와 ‘안철수’가 등장하는 경우가 ‘박근혜’, ‘문재인’이 등장하는 경우보다 정보 엔트로피가 높았다(여론을 주도했음). 하지만 최근으로 올수록 반대로 뒤집혀 ‘박근혜’, ‘문재인’ 등장 경우가 높아졌다. 트위터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대통령’을 추가하자 상황이 변했다. ‘박근혜’, ‘안철수’, ‘대통령’ 세 단어가 들어간 페이스북 데이터는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이 들어간 데이터보다 지난 1년, 지난 1달, 지난 1주일 동안 모두 정보 엔트로피가 높았다. 즉 박근혜, 안철수 후보를 놓고 대통령을 논하는 여론이 모든 기간에 걸쳐 박-문 여론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박 교수는 “트위터는 정치적인 메시지가 가장 많이 생성되는 매체지만, 자료의 신뢰성 등을 고려하면 페이스북의 자료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트위터도 나름의 특성이 있지만 분석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지난 4월 총선 기간에도 트위터와 블로그, 일반 언론사 기사에서 정당 사이의 대결구도를 분석한 뒤, 트위터보다는 페이스북이 기존 뉴스의 대결구도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 온라인 SNS가 대선 후보에 대한 여론을 곧이곧대로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여론 추이를 짐작하고 현실에서의 영향력을 계산하려는 데이터 과학자들의 노력도 끊이지 않는다. 이들은 정치적으로 과열된 트위터 대신 페이스북의 안정된 네트워크에 주목하고 있다. 무심코 남긴 당신의 댓글 속에 이번 대선의 향방이 새겨져 있을지도 모른다. 이달 말 결과를 한번 주목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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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나는 왜 그 사람을 찍었을까?
PART 2. 친구 따라 투표장 가는 ‘페이스북 법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