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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트랜스포머2’에서 디셉티콘의 거대 로봇 데바스테이터는 전함에서 발사한 레일건 단 한발에 완파된다. 레일건은 화약이나 추진제 대신 전자기력으로 소형발사체를 가속시켜 발사하고 이 발사체의 운동에너지만으로 목표물을 타격하는 신개념 무기다. 즉 발사체는 미사일이나 포탄처럼 폭발력은 없지만 거대한 운동에너지만으로도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다.

레일건이 발사한 탄환은 음속의 약 7배로 날아가기 때문에 당하는 쪽에서는 탐지조차 불가능하다. 이 가공할 레일건의 성능은 아주 기초적인 과학 원리에서 탄생했다. 고등학교 물리 교과서에 나오는 ‘플레밍의 왼손 법칙’이다. 즉 2개의 레일 형태로 된 코일에 순간적으로 전류를 흘려주면 전류에 의해 생성된 유도자기장의 수직 방향으로 발사체가 힘을 받아 가속되는 것이다. 이런 원리가 처음부터 무기 개발에 이용된 것은 아니었다. 1969년 미국 네바다 주 한 지하연구소에서 자기부상열차의 리니어 모터를 연구하던 중 일어난 일이다. 레일에 플라스틱으로 덮인 철조각을 올려놓고 실험을 했는데 갑자기 플라스틱-금속 조각이 고속으로 움직여 두꺼운 철제 방호벽과 담장을 뚫고 40m를 돌진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사건이 레일건 무기의 시작이었다.

레일건 파괴력 얼마나 되나

2011년 미 해군은 약 33MJ(메가줄, 100만J) 위력의 레일건 실험에 성공했다. 레일건이 쏜 발사체는 항공기용 복합장갑으로 만든 실험용 판재를 수m 관통하고, 충격만으로 표적을 사라지게 했다. 미 해군은 이번 실험결과를 “약 200km 떨어진 목표를 향해 탄환을 날릴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1MJ의 에너지면 무게 1톤의 물체를 시속 160km 속도로 날려 보낼 수 있다. 현대 전차가 주력으로 쓰는 120mm 재래식 포의 위력은 이 레일건의 절반을 조금 넘는 18MJ 정도다.

미 해군은 2016년까지 64MJ로 위력을 2배 높인 레일건을 제작해 사격 시험을 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레일건의 사거리가 약 370km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미 해군 수상함의 주력 함포인 MK-45 127mm 함포의 사거리 24km의 15배에 달한다.

만약 이런 가공할 성능의 레일건 기술이 실용화된다면 세세한 전투방식은 물론 기본 전략까지 바뀔 것이다. 예를 들어 전차의 천적은 전투기나 헬리콥터다. 하지만 레일건이 나오면 전차도 고속으로 비행 중인 전투기를 공격할 수 있다. 또 해상 전투함은 레일건으로 수백km 떨어진 해안의 목표물을 정밀타격 할 수 있다.

레일건 기술이 처음 등장한 뒤로 43년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할 산이 많다. 먼저 레일건을 쏠 때 발생하는 4만 5000G(1G는 9.8m/s2의 중력가속도)의 압력을 포신과 포대가 버텨야한다. 음속의 7배로 발사체를 발사하는 만큼 ‘작용-반작용의 힘’이 크기 때문이다. 또 강한 발사압력 때문에 레일이 손상되는 문제도 개선해야 한다. 발사에 필요한 에너지도 문제다.

미군은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중심으로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한 새로운 레일건을 개발하고 있다. 또 2020~2025년에 배치할 차기 구축함(DD-X)에 레일건을 탑재할 계획이다. 레일건은 더 강한 파괴력, 더 먼 사정거리, 더 빠른 탄속으로 미래 전장을 지배할 것이다.



현대의 음향탐지기술은 수십km 떨어진 잠수함의 프로펠러 소리도 잡아낼 수 있다. 파트1에서 주인공이 소노부이 틈새를 유유히 탈출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초전도전자기추진 잠수함 덕분이다. 초전도전자기추진선은 프로펠러 대신 자기장과 전류에 의해 발생된 ‘전자유체력’을 추진력으로 이용한다. 선체에 고정시킨 전자석으로 해수에 자기장을 만들고 전류를 흘려보내면 자기장과 전기장의 상호작용에 의해 해수에 전자력이 발생하고 그 반작용으로 선체가 움직이는 원리다. 선체 자체가 레일건의 포탄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초전도전자기추진을 사용하면 프로펠러에 의한 공동현상이 생기지 않아 진동이나 소음이 없다. 또 함정의 외형을 최대한 유체저항이 적은 유선형으로 설계할 수 있다. 따라서 음향 스텔스 성능과 유체성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획기적인 잠수함을 개발할 수 있다. 미국은 1960년대 이후 해군과 민간 기업이 합작해 연구했으며 잠수함에 대해서는 실험실에서 필요한 모든 기술연구가 끝난 상태다.

또 일본은 조선해양진흥재단에서 개발비용 30억 엔을 투자해 1992년 ‘야마토-1’ 실험선을 건조하고 바다에서 실험 운항을 하는 데 성공했다. 중량 180톤, 전장 30m의 야마토-1은 4T(테슬라)의 자기장으로 약 8노트의 속력을 내 가능성을 입증했다.





레일건의 탄환은 시속 8000km 이상으로 날아가 300km 떨어진 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 그런데 레일건의 5배인 시속 3만 9600km로 발사체를 쏠 수 있는 무기가 있다. 레일건처럼 ‘플레밍의 왼손법칙’으로 작동하는 전자기포, 바로 코일건이다. 코일건의 또 다른 이름은 ‘가우스건’. 게임 ‘스타크래프트’에서 테란의 해병(마린)이 사용하는 그 무기다. 가우스건이란 이름은 전자기학 발전에 공을 세운 독일의 수학자이자 과학자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의 이름에서 비롯됐다(오늘날 자력의 단위인 ‘가우스(G)’도 같은 과학자의 이름에서 따왔다).

코일건 탄환은 레일을 스치지 않는다

코일건은 1900년 노르웨이 물리학자 크리스티안 비르셜란의 아이디어로 처음 탄생했다. 당시 기술로는 실용화하지 못했고 수십 년 동안 개념 또한 잊혀졌다. 코일건이 부활한 것은 1980년대 미국 레이건 정부 당시 물체를 위성궤도에 올려놓을 새로운 방식을 물색하면서부터다. 당시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10kg의 물체를 시속 3만 9600km로 쏠 수 있는 코일건을 개발하고자 했다. 최근 미 해군이 실험발사에 성공한 레일건보다 5배나 빠른 속도다. 그런데 코일건이 이렇게 빠른 이유는 무엇일까.

코일건을 원리가 비슷한 레일건과 비교해 보자. 두 무기 모두 탄을 가속하기 위해 자기장을 이용한다. 레일건은 탄으로 전류를 흘려보내고 이때 발생하는 유도자기장의 반발력을 추진력으로 이용한다. 코일건은 강자성체 로된 탄을 전자석 역할을 하는 여러 개의 코일을 순차적으로 통과시키며 가속한다. 레일건은 발사시 탄이 양쪽 레일에 접촉하기 때문에 마찰력이 속도를 떨어뜨린다. 그러나 코일건은 탄이 레일에 직접 접촉할 필요가 없어 마찰력에 의해 속도가 줄어들지 않는다. 탄이 레일과 닿지 않고 날아가는 것이 코일건의 비밀이다. 속도는 곧 에너지이기 때문에 코일건은 레일건보다 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실용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 먼저 탄을 최대로 가속하기 위해선 시간 정밀도가 높은 ‘자기장 스위칭 기술’이 필요하다. 전기저항을 줄이는 기술도 더 발전해야 한다. 더 강한 자기장을 만들기 위해 코일의 감김수를 늘릴수록 저항 때문에 에너지 손실도 늘어난다. 과학자들은 초전도체를 이용해 전기저항을 줄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

코일건은 레일건과 마찬가지로 발사에 필요한 에너지 조달 문제, 반동 제어 문제 등을 함께 안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할 때 비로소 실용화될 것이다.





벙커버스터(GBU-28)는 땅속 20~30m까지 뚫고 들어가 지하군사시설을 파괴할 수 있다. 벙커 버스터의 원리는 높은 하늘에서 떨어뜨리는 무거운 송곳에 비유할 수 있다. 무게 2268kg, 길이 6~7m에 이르지만 지름은 35~36cm 정도로 작다. 이 폭탄을 투하하는 높이는 약 12km 상공. 공기 저항을 덜 받는 날렵한 형태 덕에 중력가속도 영향을 최대로 받은 벙커버스터는 송곳처럼 땅을 파고들 수 있다. 목표지점에 도착해 본 폭발을 일으키기 전, 땅을 파고들면서 터지는 1차폭발도 벙커버스터가 지하 벙커까지 닿도록 돕는다.

미군은 최근 지하 60m까지 파고들 수 있는 신형 벙커버스터 GBU-57을 개발 중이다. 벙커버스터가 강력해지는 만큼 지하벙커도 점점 더 깊이 짓고 있기 때문이다. 신형 벙커버스터의 무게는 1만 3600kg. 그런데 100kg의 무게만으로도 히로시마에서 폭발한 원자폭탄의 15분의 1의 위력을 낼 수 있는 벙커버스터가 있다. 바로 ‘신의 지팡이’다.

최강의 비핵 무기 ‘신의 지팡이’

벙커버스터(GBU-28)의 위력은 TNT(재래식 폭탄) 0.364t의 위력 정도다. 그런데 ‘신의 지팡이’의 ‘지팡이’ 단 한 개의 위력은 TNT 1000t. 그럼에도 폭약이나 어떤 핵물질도 쓰지 않는다. 최강의 비핵 무기인 신의 지팡이의 위력은 중력에서 나온다.

신의 지팡이는 평소에는 지구 위를 돌고 있는 평범한 위성처럼 생겼다. 그러나 유사시에는 위성에서 100kg의 텅스텐 기둥을 지상으로 떨어뜨린다. 신의 지팡이 1개에 12개의 텅스텐 기둥이 실려있다. 텅스텐 기둥의 길이는 6.1m, 지름은 30cm로 벙커버스터와 거의 같다. 지상으로 투하한 텅스텐 기둥은 대기권에 진입할 때 속도가 초속 11km(마하 32)에 이르고, 15분이면 지상 목표물에 도달할 수 있다. 당하는 쪽에서는 발사체가 워낙 작고 빠르기 때문에 요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신의 지팡이가 실용화된다면 최신형 벙커버스터가 닿지 못하는 깊은 지하의 벙커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또 지하 수십m 아래 위치한 핵시설도 파괴할 수 있다. 하지만 신의 지팡이를 지금 당장 실용화할 순 없다. 먼저 이 우주무기를 쏘아올리고 유지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든다. 보통 1kg을 위성궤도로 쏘아 올리는 데 드는 비용은 2000만 원 정도다. 100kg의 텅스텐 기둥 12개와 기둥을 발사하는 플랫폼의 무게까지 계산하면 수백억 원이 들 것이다. 또 텅스텐 기둥이 대기권을 통과하는 도중 발생하는 마찰열 때문에 기화해버리는 점도 개선해야 한다.



플라스마 와 레이저. SF영화의 단골인 두 소재를 결합하면 신의 무기를 훔칠 수도 있다. 태양 표면 온도의 5배에 이르는 약 3만℃의 열을 순식간에 내며 속도가 빛과 비슷한 시속 30만km에 이르러 피할 수도 없는 무기. 바로 번개다. 미래 무기로 번개를 활용할 수 있을까.

테슬라 코일로 번개 만들고 플라스마와 레이저로 제어번개를 무기로 이용하려면 먼저 필요한 순간에 번개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번개를 만드는 기술은 이미 19세기 말에 등장했다. 교류시스템을 발명한 물리학자 니콜라 테슬라의 ‘테슬라 코일’이다. 테슬라 코일은 공진현상을 이용해 저전압을 고전압으로 바꾸는 장치다. 테슬라 코일을 작동시키면 토로이드에서 고압방전이 일어나며 원리와 형태가 자연에서 생기는 번개와 같다. 그러나 아무리 테슬라 코일로 만든 인공 번개라도 표적을 맞추거나 아군과 적을 선별해서 공격할 수는 없다. 조종이 안 되는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최근 레이저와 플라스마를 이용해 번개를 제어할 수 있는 해법이 등장했다. 먼저 레이저로 공기를 가열해 플라스마 상태로 만든다. 이렇게 생긴 ‘플라스마 길’을 따라 번개를 흘려보낸다는 전략이다. 이 기술을 ‘레이저 유도 플라스마 채널(LIPC)’이라 부른다.

이 기술을 짧은 거리에서 운용하면 철조망이 없어도 번개(전기)가 흐르는 전기철조망이나 전기 장벽을 만들 수 있다. 이런 번개에 맞은 사람은 레이저 광선으로 인한 열 충격과 감전으로 인한 전기 충격으로 힘을 쓰지 못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이 기술을 응용해 중요 시설물의 보안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SF영화나 게임에서만 볼 수 있던 레이저나 플라스마, 번개 같은 소재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2010년 미 공군은 공중에서 레이저를 쏴 날아가는 미사일을 격추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이 실험의 주인공은 보잉747기를 개조한 YAL-1로, 메가와트(MW)급 레이저를 이용했다. 레이저 무기 체계의 발달 추세로 볼 때, 파트1에서 스텔스 탱크를 무력화시켰던 인공번개 무기의 개발도 충분히 가능하리라 본다.





번개(라이트닝)에 이어 회오리바람을 무기로 쓸 순 없을까. 보통 회오리바람이 아니라 고에너지 이온가스가 요동치는 플라스마 회오리바람이라면? 이 아이디어가 바로 플라스마 캐논이다.

1990년 러시아 무선발사체연구소는 50km 고도에 있는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는 플라스마 무기를 개발했다. 이후 러시아는 미국과 공동으로 플라스마를 이용해 태평양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격추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당시 시험 비용은 300만 달러로, 미국의 전략방위계획 프로젝트 비용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플라스마 캐논이 가격 대비 성능에서 효과적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레이저로 만드는 플라스마 태풍

플라스마 캐논의 목적은 미사일이나 전투기를 요격하는 것이다. 플라스마 캐논은 날아오는 미사일이나 전투기를 향해 커다란 플라스마 회오리를 만들어 날려 보낸다. 얼핏 허무맹랑한 것 같지만 라이트닝 볼트를 발사할 때 썼던 고에너지 레이저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먼저 1차 레이저로 목표 영역에 플라스마 기체를 만든다. 그리고 2차 레이저로 플라스마를 폭발(팽창)시키면 초음속 충격파와 함께 소용돌이가 생긴다. 열대지방에서 공기의 온도 차 때문에 태풍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수만℃의 플라스마와 강력한 충격파는 미사일이나 전투기를 산산조각내기에 충분하다. 또 레이저의 속도(빛의 속도)로 쏘기 때문에 현재 요격용으로 사용중인 패트리어트 미사일보다 훨씬 정확도가 높다.

지금 당장 플라스마 캐논을 상용화하기는 힘들다. 먼저 레이저 기술이 부족하다. 오늘날 기술로는 고에너지 레이저를 얻기 위해서는 대규모 레이저 시설이 필요하다. 불안정한 플라스마를 제어하는 것 또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필자는 플라스마 캐논이 상용화되는 날은 아무래도 30년 이후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2012년 7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힉스 입자를 발견한 것 같다”는 소식을 전했다. 독자들은 이 뉴스와 함께 입자가속기 안에서 ‘양성자를 빛의 속도로 충돌시켰다’는 이야기도 함께 접했을 것이다. 양성자를 가속시킨 까닭은 빅뱅과 같은 고에너지 상태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그런데 고속으로 가속시킨 입자를 무기로 사용할 순 없을까. 이 개념이 바로 1960년대 미국이 탄도미사일 방어용으로 주목했던 ‘입자빔 무기’다.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한 고에너지 입자빔은 목표물의 재질과 무관하게 관통할 수 있다. 따라서 목표의 원자 구조를 순식간에 파괴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입자빔 언제 상용화할 수 있을까

현대 입자가속 기술로 무기를 만들기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우선 입자가속기를 아주 작게 만들어야 한다. 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의 둘레는 27km에 달하며, 우리나라 포항방사광가속기의 선형가속기 길이도 165m에 이른다.

가속한 입자빔을 목표물까지 발사하는 과정도 문제다. 전하를 띤 입자빔은 대기를 지나는 과정에서 지구 자기장에 의해 궤도가 바뀔 수 있고, 전기적 특성 때문에 번개처럼 예측불가능한 방향으로 흩어질 수 있다. 중성자 빔은 전기적으로 중성이어서 전하를 띤 입자빔 같은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전기장을 이용해 가속할 수 없어 가속과정이 더 복잡하고 어렵다. 결국 입자빔 무기 개발이 단기간에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입자빔 무기는 이론적으로 방어가 매우 어려운만큼 미래 전쟁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꿀 정도여서 우리도 장기적으로 관련 기술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물체를 볼 수 있는 이유는 물체에 부딪친 빛(가시광선)이 반사돼 눈의 망막까지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빛이 대상 물체에 반사되지 않고 흐르는 물이 바위를 만나 돌아 흐르는 것처럼 우회한다면 그 물체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투명 전차’의 원리다.
지금까지 스텔스 기술은 레이더 전파의 반사를 최소화해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수준을 의미했다. 그런데 레이더 전파뿐만 아니라 모든 빛과 전파의 대역에서도 반사율을 줄이고, 반대쪽으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기술이 있다면 레이더는 물론 눈에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전까지 비슷한 기술이 많이 나왔지만, 특정 대역에 대해서만 가능했다. 광선이 우회할 때 빛의 손실이 커, 숨기고자 하는 대상은 보이지 않더라도 주위가 크게 왜곡돼 보이는 단점도 있었다. 그런데 2009년 미국 듀크대 연구팀과 2010년 독일 카를스루에연구소 연구팀은 가시광선의 모든 파장과 적외선까지도 포함하는 넓은 대역(broad band)의 주파수를 피해가는 ‘메타물질’을 개발했다고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과학자들은 메타물질을 만들기 위해 빛의 파장보다 더 작은 나노구조물을 이용했다.

2039년 완벽한 스텔스 등장 예상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 메타물질에서는 천연물질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음의 굴절효과’가 일어난다. 파장이 400~650nm(나노미터, 10억 분의 1m)인 가시광선이 400nm 이하 구조와 부딪치면 빛의 성질이 음의 굴절로 바뀐다는 것이다. 즉, 빛이 물체를 우회하도록 해, 결국 대상 물체를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국방 선진국들은 최근 메타물질을 이용한 스텔스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 메타물질을 전차나 잠수함 외벽에 부착해 가시광선이나 음향신호, 레이더 신호를 반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2009년 영국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는 메타물질을 이용한 완벽한 스텔스 기술이 2039년쯤 실용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했다.










메타물질을 사용해 ‘진짜’ 투명전차가 나오는 2030년은 너무 멀다. 투명전차를 좀 더 빠르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고안되고 있다. 어두운 밤이 되면 ‘가시광선’으로 볼 수 있는 거리가 크게 제한된다. 하지만 전쟁터에서는 밤이라 해서 경계를 늦출 수 없다. 밤에 야습을 하려고 해도 까막눈이어선 곤란하다. 그래서 오늘날 군에서는 열 영상 장비를 사용한다. 물체에서 나오는 적외선으로 사물을 분간해 보여주는 장치다. 열 영상 장비를 통해 보면 뜨거운 것은 밝게, 차가운 것은 어둡게 표시된다. 체온이 있는 사람이나 뜨거운 엔진이 있는 전차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만약 칠흑 같은 밤에 열 적외선으로도 볼 수 없는 병기가 있다면 그건 곧 투명 병기다.

열영상으로부터 숨는 검은 여우

이스라엘 엘틱스 사의 블랙폭스 기술은 열 영상으로부터 전차는 물론 항공기, 배를 숨기는 투명 기술이다. 어떤 원리일까. 블랙폭스 기술이 적용된 전차를 보자.

먼저 적외선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파노라마 카메라로 360°를 촬영해 정보를 얻는다. 이 카메라는 전차의 상단에 달려있다. 그리고 적외선 영상을 조작해 전차 장갑 위에 설치한 디스플레이 막 위로 표시한다. 블랙폭스 기술을 이용하면 적의 열 영상 장비로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민간인 차량이나 다른 차종으로 위장할 수도 있다. 현재 엘틱스 사는 블랙폭스 기술을 응용해 열추적 미사일로 격추할 수 없는 스텔스 장치를 제작하고 있다.

메타물질을 사용하지 않고도, 밝은 낮에도 보이지 않는 탱크 또한 이미 존재한다. 영국 국방부는 2007년 광학 스텔스 기술을 적용한 주간용 투명 탱크를 개발했다. 원리는 블랙폭스와 거의 비슷하다. 파노라마 카메라가 주변 풍경을 가시광선으로 촬영해 탱크 장갑의 디스플레이 막에 표시한다. 이 투명 탱크는 빠르면 올해 실전에 투입될 예정이다.







게임 스타크래프트에 등장하는 프로토스 종족의 보호막(실드)은 완전히 소진돼 사라지기 직전까지 외부의 어떠한 공격도 막아낸다. 이런 보호막을 프로토스가 아닌 인간의 기술로 구현할 방법은 없을까.

3겹으로 된 투명 보호막

이론물리학자인 미치오 카쿠 미국 뉴욕시립대 교수는 그의 저서 ‘불가능은 없다’에서 ‘플라스마 창-레이저-탄소나노튜브’를 3겹으로 쌓은 투명 보호막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생소한 개념인 플라스마 창(plasma window)은 기체를 7000~8000℃까지 가열해 만든 플라스마를 전기장과 자기장으로 가둔 것이다. 플라스마 창은 1995년 미국 브룩헤이븐 연구소의 물리학자 애디허쉬코비치가 최초로 발명했다. 허쉬코비치 박사는 플라스마 창을 실험에 쓰는 진공 챔버 안으로 외부 공기가 유입되는 것을 막는 용도로 사용했다. 만약 훨씬 더 높은 온도의 강력한 플라스마 창을 만들 수 있다면 탄환이 닿는 순간 증발해버릴 것이다. 하지만 점점 더 강력해지는 미래 무기를 막기엔 플라스마 창만으론 역부족이다.

그래서 카쿠 교수는 플라스마 창으로 만든 첫 번째 보호막 뒤에 수천 개의 고에너지 레이저 빔으로 만든 커튼을 배치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레이저빔은 이곳을 통과하는 모든 물질을 기화시킬 정도로 높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레이저 커튼 뒤에 ‘탄소나노튜브’ 재질의 그물을 설치해 둔다. 튜브 하나의 굵기는 탄소원자의 크기와 비슷할 정도로 가늘어 눈에 보이지 않으면서도 강도가 철선보다 강력하다. 지금 기술로는 탄소나노튜브를 15mm까지밖에 만들 수 없지만 기술이 발달한 미래에는 탄소나노튜브 그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고온의 플라스마와 고에너지 레이저로 적의 화기를 막고 최종적으로 탄소나노튜브로 걸러낸다면 거의 모든 공격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보호막으로 막을 수 없는 것이 남아있다. 바로 레이저 공격이다. 미래에는 레이저 공격이 빈번할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카쿠 교수는 ‘포토크로마틱스’ 기술을 레이저 공격을 막기 위한 해법으로 내놓았다. 포토크로마틱스란, 투명하던 안경이 자외선을 흡수하면 검은색 선글라스로 변하는 기술이다. 앞으로 나노기술이 더 발달하면 레이저에 노출됐을 때 광학적 성질이 변하는 물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재료들로 몇 겹의 보호막을 만들면 입자빔이나 대포는 물론 레이저 광선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하지만 100년 내에는 실현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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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2030 미래무기열전
Part 1. 미래 전장에 뛰어들다
Part 2. 창 대 방패, 미래무기 물리학
Bridge. 비살상무기
Part 3. 미래전은 5차원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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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김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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