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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CERN에 가다 “21세기 물리학 최대 발견”



지난 7월 4일 오후 5시 40분경(한국시간) 스위스 제네바 소재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한 세미나장.

“I think we have it. You agree?”

롤프 호이어 유럽입자물리연구소장이 묻자 청중들은 환호하며 동의를 표시했다. ‘힉스’라는 이름의 유래인 피터 힉스 영국 에딘버러대 교수와 독립적으로 힉스 메커니즘을 제안한 프랑수아 앙글레르 벨기에 브뤼셀자유대 교수와 같은 노학자가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었다. 힉스 교수는 “생전에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예상보다 빨랐다!

지난 4월 기자는 한국CMS그룹 책임자인 서울시립대 박인규 교수와 함께 CERN을 방문했다. 물론 최대의 관심사는 힉스 발견 여부였다. 기자는 만나는 사람마다 같은 질문을 던졌고 그들은 모두 “올해 안에 어떻게든 결론은 난다는 분위기”라고 대답했다. 예상 시기는 대략 늦가을쯤이었다. 올해 4월부터 에너지를 8TeV로 올려서 실험한 결과를 받기 시작했고, 연말부터는 LHC(강입자 가속기)의 가동을 중단하고 업그레이드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 두 달 뒤 CERN은 호주 멜버른에서 국제고에너지물리학술대회(ICHEP)가 열리는 7월 4일에 세미나를 열고 힉스와 관련된 중요한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생각보다 빨리 힉스 입자를 발견했을 거라는 예상에 물리학자들은 기대감에 부풀었고, CERN의 세미나장에는 전날부터 사람들이 밤을 지새우며 줄을 섰다.

기자는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로 발표 장면을 지켜봤다. 결론을 제외한 세부적인 발표 내용은 학자가 아니라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LHC의 두 검출기인 CMS와 ATLAS의 책임자인 조 인칸델라 박사와 파비올라 지아노티 박사가 각각 핵심적인 결론을 이야기할 때마다 박수와 환호성이 터졌다. 입자물리학계의 역사적인 현장을 지켜보고 있다고 확신하게 만드는 분위기였다. 두 검출기는 따로 데이터를 분석해 결과를 내놓았는데, 두 데이터가 모두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비록 입자물리학자들은 “힉스를 발견했다”라고 표현하는 데 신중했지만, 힉스 교수를 계속 비추는 화면만 봐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는 알 수 있었다.

아내에게도 말하지 마라

CERN은 관련자에게 발표 전까지 함구령을 내렸다. 한국CMS그룹의 이종석 연구원은 “발표 일주일 전에 CMS 내부 발표가 있었는데, 그때부터 확신하는 분위기였다”며 “당시 아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고 밝혔다.

4월에 만났던 루치오 로시 이탈리아 밀라노대 교수에게도 e메일로 문의한 결과 비슷한 답변을 보내왔다. 로시 교수는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해 두 개의 검출기인 CMS와 ATLAS에서 나온 자료를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세 개의 팀으로 나눠서 따로 분석했다”며 “발표 하루 전날에야 두 검출기의 결과가 모두 5시그마를 나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5시그마는 99.999943% 정확함을 뜻한다.

그러나 지아노티 박사는 발표를 마치면서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힉스를 발견해도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는 뜻이다. 로시 교수는 “한편으로는 행복하지만, 나와 같은 책임자급 연구원들은 성공에 안주하기보다 이 기세를 이어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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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고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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