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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우리가 닮은 이유

개를 보면 주인을 안다



"아유, 토실토실한 게 아주 널 빼닮았다, 얘.” 주인님도 방금 들었죠? 우리가 닮았대요. 저 요즘 주인님 닮았단 소리 진짜 많이 듣는데, 그게 몸매 때문이었나 봐요. 살이 찌면 인상이 비슷해지잖아요. 저도 왕년에 한 몸매 했는데, 어쩌다가ㅠㅠ. 이게 다 과자 때문이에요. 저녁 먹고 주인님과 나란히 누워 TV를 보며 무심코 집어먹는 그 과자 말이에요. 주인님 한입 먹고, 저도 한입 주고 하잖아요. 주인이 자주 먹으면 반려동물도 살이 찐대요. 먹을 때마다 그 음식을 던져 주니까요. 지난해 영국 글래스고대 연구팀이 한 살 이상인 개 700마리를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랍니다.

 


같이 먹고, 같이 쉬고, 같이 뛰고

더 놀라운 건 연구팀에서 조사한 개 700마리 중 35%만이 정상체중이라는 사실이에요. 39%는 과체중이고 20%는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비만이래요. 체중 미달인 개는 6% 밖에 되지 않아요. 연구팀은 지난 25년 간 영국에서 비만인 사람의 수가 4배로 늘어난 것처럼, 반려견도 점점 뚱뚱해지고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다른 곳에서도 반려견의 비만이 문제가 되고 있어요. 지난해 조사 결과 프랑스에서도 반려견의 39%가 과체중이나 비만으로 나왔고, 호주에서는 뚱뚱한 개가 전체 개의 41%나 된다고 해요. 사람과 같이 먹고, 자고…. 생활습관이 같으니까 살도 같이 찌는 거죠, 뭐.

통통하면 보기 좋지 뭘 그러냐고요? 아니에요. 우리도 뚱뚱해지면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져요. 관절염 같은 질환에 시달리게 되고 고혈압에 걸려요. 더구나 우리는 아프다고 말을 할 수 없잖아요? 주인이 알아챌 때는 더 이상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병이 심각할 때가 많죠. 우리는 우선 가슴과 배 부위 피부 밑에 지방이 차기 시작해요. 그 후 꼬리 쪽으로 지방이 쌓이죠. 몸이 무거워지면 움직이기 싫잖아요.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하고 숨쉬기도 어려우니까요. 이건 몸속에 쌓인 지방이 횡격막을 압박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한 번 살이 찌면 계속 앉아 있게 되고, 운동을 하지 않으니 몸의 근육은 점점 없어져 몸의 대사도 같이 줄어들죠. 살이 살을 불러오는 셈이에요. 다른 개와 비교하자니 기분이 살짝 상하지만, 옆집 삼식이는 정말 날씬해요. 그러고 보니 삼식이 주인도 날씬하네요. 삼식이 주인은 운동을 아주 좋아한대요. 그래서 삼식이도 주인 따라 산책을 매일 가요. 매일 뛰는데 살찔 틈이 어디 있겠어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우리랑 같이 가는 산책이 혼자 걷는 것보다 운동량이 많대요. 미국 노스웨스턴대 의대의 로버트 쿠시너 교수가 이 사실을 2006년 ‘비만’지에 발표한 적이 있어요. 쿠시너 교수 팀은 과체중인 92명을 대상으로 1년 동안 다이어트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참가자들은 식사 조절 상담을 받고 일주일에 적어도 3회 30분씩 걸었어요. 이들 중 36명은 비만인 개와 함께 걸었대요. 1년 뒤 몸무게를 측정했어요. 개와 함께 운동한 사람은 평균 5kg이 빠진 반면 혼자 운동한 사람은 2.1kg만 빠졌어요. 운동 효과가 2배 이상인 거죠. 뚱뚱했던 개 역시 15% 정도 감량에 성공했죠. 우리도 날씨 좀 풀리면 같이 산책 나가요, 주인님. 방 안에서 TV만 보지 말고요. 주인님이 많이 움직여야 저도 같이 날씬해지죠.




당신이 좋아하는 건 나도 좋아



우리가 비슷해 보이는 데는 옷도 한 몫 하는 것 같아요. 주인님이 분홍색 좋아한다고 저도 매일 이 분홍색 옷만 입히잖아요. 둘 다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있으니 더 닮아 보이는 수밖에요. 그런데 실은요, 저도 이 옷이 좋아요. 이 옷을 입으면 주인님이 좋아하니까요.

주인님이 좋아하는지 어떻게 아냐고요? 같이 산 세월이 얼만데, ‘척’ 보면 ‘딱’이죠. 주인님 오른쪽 얼굴을 보면 주인님의 감정을 알 수 있어요. 사람의 감정은 오른쪽 얼굴에 더 정확하고 강하게 나타나거든요. 그래서 사람도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볼 때 오른쪽을 먼저 유심히 본대요.

주인님 얼굴을 볼 때 오른쪽부터 보는 저의 이 습관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중요한 의미가 있답니다. 과학자들은 사람에게만 이 습관이 있는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우리 개도 오른쪽 얼굴을 먼저 봐요. 신기하게도 우리가 개나 원숭이를 볼 때는 안 그래요. 사람 얼굴을 볼 때만 그렇답니다. 연구를 진행한 미국 링컨대 쿤 구오 박사는 우리가 수천 년간 희로애락을 함께 하면서 인간의 얼굴 표정을 읽을 수 있게 진화한 것 같다고 추측하고 있어요. 우리는 사람의 감정을 아는 유일한 동물인 거죠. 또 주인님이 좋아하는 것이 뭐가 있더라? 아, 신발! 처음엔 불편해서 한 발 떼기도 어려웠어요. 제가 신발을 신자 앞다리를 뻣뻣하게 디디고 있는 모습을 보고 ‘로봇’이라며 웃으셨죠? 하지만 주인님이 제가 신발 신은 모습을 보고 자꾸 예쁘다, 예쁘다 칭찬해 주니까 자꾸만 신게 되는 거 있죠. 요즘은 주인님이 밖에 나가자고 하면 신발부터 물어오잖아요.

저는 주인님이 좋아하는 일이면 자꾸 하게 돼요. 주인님이 좋아하면 저도 좋아요. 왜냐고요? 아이 참, 뭘 그런 걸 물어보고 그래요, 부끄럽게…. 그건 말이죠, 제가 주인님을 사랑하기 때문이죠.



 

조금씩 당신을 닮아가고 있어요

저는 주인님의 모든 게 좋아요. 그래서 몰래몰래 주인님을 따라하고 있답니다. 하품까지도 말이죠. 제가 주인님 따라 하품하는 걸 어떤 눈썰미 좋은 과학자에게 딱 걸린 거 있죠. 바로 영국 런던대 알렉스 세퍼드 교수에요.

세퍼드 교수는 제 행동을 보고 실험을 설계했어요. 29마리의 개를 모아서 사람이 하품을 할 때 따라하는지 관찰한 거예요. 연구 결과 개들은 사람의 하품을 최대 72%나 따라 했대요. 사람이 다른 사람의 하품을 따라하는 빈도(44%)나 침팬지가 하품을 따라하는 빈도(33%)보다 높답니다. 아까 말한 것처럼 저는 사람의 표정이나 행동을 분석하는 능력이 남다르거든요. 다른 표정도 가능하냐고요? 안타깝게도 제가 따라할 수 있는 표정은 하품밖에 없어요. 행동은 좀 따라할 수 있죠. 예를 들자면 문 여는 방법이요. 오스트리아 비엔나대의 인지생물학자인 프레데릭 레인지 박사는 개 10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어요. 이 개들은 모두 훈련을 받아서 머리나 앞발로 문을 열 수 있어요. 이 개들에게 주인이 문을 여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주인이 머리로 문을 열면 개도 머리로, 주인이 손으로 문을 열면 개도 앞발을 이용해 문을 열었대요.

왜 우리가 주인의 행동을 따라할까요? 레인지 박사는 우리가 주인과 가까워지기 위해서 그러는 것 같다고 분석했어요. 빙고! 맞아요. 우린 따라쟁이예요. 레인지 박사는 “우리가 주인의 행동을 잘 따라할 수 있는 이유를 ‘거울신경’ 때문”이라고 설명했어요. 실제로 여러 동물 중에서 우리 개는 뇌 속에 거울신경이 가장 많대요. 연구 결과는 2010년 7월 28일 ‘영국왕립학회보B’ 에 실렸습니다. 또 머리가 좋을수록 주인의 행동을 잘 따라한답니다. 우리 지능은 두 살 아기 정도래요. 사람의 말, 손짓, 휘파람을 포함해 165가지 정도의 명령을 알아들을 수 있어요. 하지만 어떤 종의 개는 더 똑똑해서 알아듣는 명령의 수가 250개나 된대요.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대의 스탠리 코렌 교수는 가장 똑똑한 종은 보더 콜리고, 가장 머리가 나쁜 종은 아프간하운드라고 발표했어요.

응? 주인님, 그건 또 뭐예요? 저도 같이 해요. 주인님이 하는 건 다 따라하고 싶어요. 오랫동안 함께 살며 주인님을 따라하다 보니 결국 주인님을 닮게 됐나 봐요. 앞으로 더 열심히 따라할래요. 더 닮고 싶거든요. 그래서 제가 주인님을 계속 이렇게 바라보는 거예요. 주인님도 저를 보고 있나요? 그럼 제 마음이 들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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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반려동물과 행복하게 사는 법
PART 1. 낭낙이와 순대 이야기
PART 2. 우리가 닮은 이유
PART 3. 반려동물이 가져다 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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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과학동아 정보

  • 신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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