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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수집열풍 지구비밀이 사라진다

오랜 세월 지구의 비밀을 간직한 채 흙 속에 묻혀 있던 화석들이 정체가 드러나기도 전에 골방과 창고로 들어간다. 학자들은 학문을 가로 막는 상행위에 분통을 터뜨리고, 상인들은 상인들대로 학자들의 아집을 탓하고 있다. 과연 화석이 사고 팔리는 행위는 과학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새의 조상이냐, 파충류냐를 놓고 학자들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시조새(Archaeopteryx)는 1억2천-1억4천만년 전 지구상에 살았던 생물이다. 이 미스터리 생물체는 1861년 독일의 졸른호펜 채석장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형태가 같거나 유사한 화석이 세계 곳곳에서 발견돼 학자들을 흥분케 했다.

시조새가 발견된 지역 가운데 거대한 땅덩어리를 가진 중국이 빠질 리 없다. ‘과학동아’ 96년 10월호의 ‘과학소식’에는 ‘중국에서 발견된 세계 8번째 시조새 화석’이란 기사가 실려 있다. 이에 따르면 1994년 요녕성 농민들에 의해 새의 직계 조상일 가능성이 높은 공자새(시조새의 중국이름) 화석이 발견됐다. 공자새는 이전에 발견된 시조새와 비교해 꼬리뼈가 짧고 앞다리 두번째 발가락이 작았다.

이보다 1년 앞선 1993년, 뉴욕의 필립스 파인아트 경매회사에는 보따리를 든 한 중국 실업가가 찾아왔다. 그의 보따리에서 나온 것은 부리달린 새 모양의 화석. 그는 이를 한 농부로부터 사들였다고 밝혔다. 화석을 심사한 경매회사의 과학컨설턴트는 “이전까지 한 번도 발견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존상태는 완벽하다”고 감정했다. 공자새의 존재를 학자들보다 앞서 경매회사가 확인한 것이다.

고생물학 연구를 위한 귀한 자료인 화석이 박물관이나 대학 등 ‘아카데미 영역’에 알려지기 이전에 이미 상인들에게 유출됐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중국학자들과 함께 7개의 공자새 표본을 연구해 네이처지에 보고한 미국 캔사스대학의 고고학자 래리 마틴 박사는 “중국에는 (공룡화석이 거래되는) 수백개의 공개 시장이 있다”며 “아마도 내가 검토한 것보다 더 많은 숫자가 밀수로 유출됐을 것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학계에 알려지기 전까지는 판매하지 않는 것을 규칙으로 삼아온 필립스사는 조만간 입수된 공자새의 화석을 경매에 부칠 예정이다.

희귀 표본은 골동품 가격 육박

화석을 뜻하는 영어 단어 ‘fossil’은 ‘땅에서 파낸 기묘한 물건’이란 라틴어 ‘fossilis’에서 연유한다. 실제로 진짜 화석 뿐 아니라 골동품도 모두 화석이라 불렸던 시절이 있었다. 세월이 흐른 요즘 고고학, 고생물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화석은 전세계적으로 연간 수백만달러가 넘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보존 상태가 양호하거나 희귀한 표본들은 골동품이나 유명작가의 그림값에 육박한다. 미국의 한 화석 중개회사가 내놓은 가격표를 보자.

‘우랄산맥에서 발견된 1만년 전 빙하시대의 맘모스 전체 골격 1만7천달러, 출처불명의 쥐라기시대 아파토사우루스 골반 부분 7천달러, 중국산 거북이 화석 5백50달러, 모로코 사하라에서 발견된 백악기 시대 스피노사우루스 척추뼈조각 8백50달러….’

관계자들은 화석 거래가 크게 붐을 이루게 된 데는, 부분적으로는 공룡에 대한 관심을 한껏 고조시킨 영화 ‘쥐라기 공원’의 성공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본질적인 원인은 화석 거래가 ‘돈이 되는 장사’라는 점이다.

요즘 국제 화석 시장에 나오는 상품들은 중국, 러시아, 브라질, 모로코 등지에서 유출된 것들이 대부분. 양으로는 모로코가, 종류로는 브라질이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원도 탄광지대에서 채탄과정 중 삼엽충이나 조개, 양치식물, 활엽수 등의 고생대 화석이 집중적으로 출토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워낙 널리 알려진 것이라 희귀성을 인정받기 힘들고, 양으로도 국제 거래에 참여할 만큼은 못된다.

화석 상인들은 전세계를 훑으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화석을 긁어모으고 있다. 심지어 미국의 일부 거래자들은 땅을 소유한 농부에게 상당한 돈을 주고 화석 채취권을 ‘입도선매’하기도 한다.

현재 세계의 많은 나라는 화석과 같은 자연사 유물이 자기 나라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법률로 막고 있다. 이같은 규제는 유출이 심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일수록 더 엄하다. 몽골에서는 불법 화석 채취로 잡히면 33년간 징역을 살아야 한다. 요즘 국제 시장에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밀반출된 화석들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는데,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도 이미 1986년 ‘문화 유산 이동 금지법’을 제정해 허가없이 화석이 수출되는 것과 운석, 고유 예술품 등이 국외로 반출되는 것을 금해왔다.

미국이나 영국, 독일, 일본 등의 나라에서는 오히려 화석 거래에 별다른 제한이 없다. 이미 대부분의 화석에 대한 연구가 마무리돼 학명을 붙여놓은 수준에 다달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법의 허용 여부와 상관 없이 자국에서 나오는 것은 대개 자국 내에서 소화할 뿐 아니라, 외국의 것을 많이 사들이고 있다.
 

완벽에 가깝게 보존되니 화석표본. 화석은 지구 곳곳에서 발견되지만, 모두 동일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공룡알은 황금알

근래들어 수집가들이 가장 즐겨 찾는 화석으로는 단연 공룡알이 꼽힌다. 주로 미국, 캐나다, 중국, 몽골 등지에서 발견된다. 상태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미국의 것이 개당 5백달러 정도라면 중국이나 몽골의 것은 그 10분의 1 정도에서 국제 가격이 형성돼 있다. 그만큼 중국이나 몽골의 것이 흔하다는 말이다.

중국에서는 50년대 중반부터 가끔씩 공룡알이 발견되면서 부분적인 연구가 진행돼 왔다. 그러나 당시 이 둥근 모양의 돌덩이가 가진 과학적 중요도나 상업적 가치를 인식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농부들은 수십년 동안 공룡알을 주워 집을 짓거나 정원을 치장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1990년 초 북경에서 서남쪽으로 1천km 정도 떨어진 하남성 지역의 백악기 암석층 40km²에서 수천개 이상의 화석알 더미가 발견되자 사정은 사뭇 달라졌다. 개방화의 물결로 ‘돈맛’을 들인 중국 농부들이 화석도 돈이 될 수 있음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소식이 알려지면서 화석사냥꾼들의 메카로 부상한 이 지역은 한바탕 광풍에 휩싸였다. 공룡알이 만병통치 약효를 가지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가세한 가운데, 농부들은 농사보다 더 돈벌이가 되는 공룡알 채집에 매달렸고, 지역의 학회지도 연일 새로운 발견을 보고하면서 이를 부추겼다. 여기에 광주, 남경, 무한, 계림 등지에서도 ‘황금알’을 찾아 하남성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이 채취한 공룡알은 거래의 중심지인 남양시로 나왔고, 여기서 홍콩, 대만, 일본, 유럽, 미국 등지에서 온 서방 중개자들에게 헐값에 팔려나갔다. 그리고 이들의 손을 거친 공룡알은 다시 개당 7천달러에서 많게는 16만달러의 가격이 매겨져 전세계로 유출됐다.

아무런 과학적 감독 없이 무차별적인 발굴이 반년 가까이나 계속된 뒤, 중국 정부는 뒤늦게 단 두 회사에만 정식 거래 허가를 내주고 이외의 모든 발굴과 거래를 통제했다. 이어 93년 6월에는 ‘화석은 국가 진귀 문물(보물)’이라고 선언하면서 이 지역의 발굴을 폐쇄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같은 중국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불법 거래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미 집집마다 많은 공룡알을 창고에 쌓아놓은 상태인데다가 광활한 네트워크를 가동하고 있는 중국인 화석 거래상들의 활약 때문이다. 공룡알 발굴과 판매는 여전히 ‘남는 장사’였던 것이다. 이들은 외국 박물관 등으로부터 구매 요청을 받으면 예외없이 당국의 정식 판매허가서를 제시하고 있지만, 대부분은 가짜로 봐도 무방하다.

공룡알의 합법적인 유출이 어렵게 되면서 밀수도 성행한다. 현재 북경, 상해, 장사 등지의 세관에는 수백개의 공룡알이 압류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95년 8월 하남성의 대외경제무역부 공무원 등 3명은 공룡알 화석 16개를 밀반출하려다 잡혀 상해법원으로부터 5년-5년6개월의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지난 91년에서 94년 사이 하남성의 수도인 정주에서 불법 매입한 공룡알 화석을 상해로 가져가 홍콩 기업인에게 팔려다 당국에 체포됐다.

또한 작년 4월에는 한 우리나라 여성이 북경국제공항에서 공룡알 화석 9개를 서울로 밀수하려다 공항 세관 검사대에서 체포됐다. 그는 북경의 한 시장에서 인민폐 2천4백원(한화 약 24만원)을 주고 공룡알 화석들을 샀다고 말했는데, 이는 중국인의 약 1년치 월급에 해당되는 액수다.
전문가들은 세관에서 압류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이 지역 중개업자들의 창고에 저장돼 있거나, 홍콩 등지로 유출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농부가 자신의 집에 보관하고 있는 공룡알을 꺼내 보여주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들 공룡알의 유출을 법으로 막고 있지만, 밀수 등을 통해 아직도 상당수가 서방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원칙 무시한 마구잡이 발굴

사회 전 분야 중에서 화석을 필요로 하는 곳은 그리 많지 않다. 1차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수요처는 박물관이나 과학관, 대학 등의 공공 기관. 그러나 이들 시설에서 요구하는 것은 ‘양보다 질’이다. 학술적 목적에서라면 굳이 똑같은 종류의 것을 필요 이상으로 거둬들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기관에서는 학자들이 직접 탐사에 나서 채취한 것을 연구나 전시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학계는 비난의 화살을 아마추어 수집가들에게 맞춘다. 화석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희귀성, 크기, 그리고 보존상태의 3가지에 의해 결정되는데, 광적인 수집가들은 아무리 가격이 높아도 꼭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경우가 대부분. 이로 인해 화석 가격이 과대평가되고, 정작 연구를 위해 필요한 화석은 학자들이 만져볼 새도 없이 호사가들의 손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화석을 통해 사라진 고생물의 생물학적 정보는 물론, 당시 환경과 관련된 지질학적 정보를 얻는다. 이것이 화석을 발굴하는 목적이다. 고생물의 유체·유해 및 흔적인 화석은 지상에서 발견되거나 퇴적물 중에 매몰된 채로 보존된다. 이들을 발굴할 때 전문가들은 화석 상태에 따라 망치나 전기 드릴, 심지어 치과에서 사용하는 의료용 기구와 화공 약품까지 동원해 신중하게 작업을 진행한다. 경북대 양승영 교수의 설명이다.

“화석을 발견하면 반드시 화석을 함유하고 있는 지층을 관찰하고, 채집 장소, 연월일, 채집자, 산출 상태 등을 정확하게 기록해둔다. 그러나 상인들의 손을 거친 화석들은 대부분 양에 치중한 나머지 발굴의 ABC가 지켜지지 않아 이같은 정보를 얻기 힘들다. 업자들이 파는 화석을 못믿는 건 이 때문이다. 출처가 불분명한 화석 표본을 전시하는 것은 사진을 걸어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작년 10월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킴벌리 지역에서 일어난 백악기의 공룡 스테고사우루스 발자국 화석 도난 사건의 경우를 보면 발굴 당시의 조건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지난 89년 발견된 이 한쌍의 발자국은 현존하는 세계 유일의 것으로, 학자들 사이에는 아프리카, 남미, 남극, 인도, 오스트레일리아가 하나로 붙어 곤드와나 대륙을 이루었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증거로 알려져 있었다(과학동아 93년 12월호 특집기사 중 ‘공룡의 진화도 플룸이 지배했다’ 참조).

그러나 아마추어로 추정되는 도굴꾼들은 스테고사우루스 발자국 화석이 찍혀있는 바위를 전기공구로 무참하게 난도질해 훔쳐갔다. 이에 따라 이와 관련한 더 이상의 연구가 진행될 수 있을지 조차 불투명해진 상태다.
 

외국 화석상들의 '활약'에 의해 저개발국 원주민들은 영문도 모른 채 나라 유산 발굴에 뛰어들고, 그 대가로 몇푼의 달러를 받는다.
 

“화석 수집은 과학 발전에 도움”

마구잡이 발굴로 ‘제값’을 못받는 일이 빈번하자 최근에는 업자들이 발굴 단계부터 학자들을 동원하기도 한다. 이들 ‘발굴단’의 주무대는 권위주의적 정부가 들어서 있는 아시아나 아프리카. 국가나 지역의 관리를 매수하는 등의 방법으로 문제의 소지를 없앤 다음 여유있게 발굴을 진행한다.

학계의 견해는 기본적으로 “상인이나 수집가 등 아마추어들은 화석의 진정한 가치와 중요성을 파악해내기 힘들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아마추어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화석 중개상은 “수집가들은 자신이 가진 화석만 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학자들은 땅에 대한 모든 권리를 주장한다”고 비꼬면서 “모든 화석은 학자들의 것이므로 업자들은 장사를 하지 말하는 식의 주장에는 결코 수긍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학자들이 발굴한 화석만으로는 지금 수준의 연구를 이루어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발굴된 화석의 상당량은 만약 상업적인 급부가 없었다면 있는지 없는지 조차 모르고 지냈을 것이며, 오히려 거래 활성화로 인해 화석을 발굴하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이 줄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일부 학자들은 “고고학은 많은 부분을 아마추어들에게 빚지고 있다. 그들 역시 화석을 사랑하고 있다”는 말로 수긍하고 있다. 실제로 규모가 큰 미국 화석 판매회사들은 전세계의 박물관을 주요 고객으로 삼고 있으며, 자신들의 상품 중 70-80%가 연구기관에 들어간다고 밝히고 있다.

세계적인 명성을 갖고 있는 수집가 김동섭 박사(한국운석광물연구소장)는 “공룡뼈나 화석 등 고생물 흔적이 사고 팔리는 행위는 분명히 과학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한 수집가가 매우 진귀한 화석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그는 자신의 소장품이 왜 귀한 것인지 알기 위해 공부를 할 것이다. 이는 취미를 한차원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 사실 실력이 없으면 지속적인 수집활동은 불가능하다. 업자들에게 속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진정한 수집가는 자신의 수집품을 돈의 가치로 따지지 않으며, 다시 되팔지도 않는다. 자연사란 일종의 기초과학인데, 이것이 학자들의 전유물이 될 수는 없지 않은가. 화석수집 열풍이 고생물학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돕는 측면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학자들과 아마추어간의 입장 차이는 과연 좁힐 수 없는 것일까. 도저히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문제의 해결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양자 모두 화석이 미적 감상의 대상 이전에 지구의 비밀을 푸는 열쇠란 것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고고학회가 각국 정부에 화석 거래를 중지시키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에 대해 미국의 화석 중개인 모임인 고고학 공급자협회(AAPS)가 자구책으로 제정한 윤리강령은 이 점에서 한 번쯤 눈여겨볼만 하다.

“우리는 연구와 보존을 위해 희귀 표본이 과학적 이해를 가진 책임있는 손에 넘어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

엉성한 국내화석보존실태

우리나라에서는 화석을 어떻게 대접하고 있을까. 의성의 공룡 발자국 화석이나 함안의 새 발자국 화석, 왜관 금무봉의 고사리 화석 등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는 등 표면상으로는 제법 대접을 받는 듯하다. 하지만 이들의 전반적인 보존상태는 열악한 편. 한 예로 강원도기념물 57호로 지정된 태백시 일대 삼엽충 화석 산출지에는 최근 전문 채취꾼들이 드나들며 화석을 캐내느라 깨진 바위조각이 늘어나고 있다.

또 우리나라에서는 천연기념물처럼 법으로 유출이 금지된 품목이 아니라면 화석이 국외로 나가는 것을 막을 근거가 없다. 조수보호법이나 자연환경보존법 등 관련 법규에서는 살아있는 생물이나 그 박제품 등의 유입·유출을 제한하고 있지만, 화석은 살아 있는 생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룡의 뼈나 화석 등은 세관의 품목 구분상 수집품이나 표본에 해당하는데, 1백년 이상된 뼈나 실존하지 않은 생물은 반입과 반출이 모두 가능하다. 단 외국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경우는 해당 국가에서 발행한 정부 인증서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지질학이나 고생물학 연구와 관련해 "한반도가 썩 비중있는 곳은 못된다"고 말한다. 화석이나 공룡 흔적이 발견되긴 하지만, 일단 장소가 협소한데다가 산출 화석의 종류에 있어서도 뚜렷한 특이점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견해가 그나마 많지 않은, 그래서 더욱 소중한 표본들이 함부로 다루어지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문화재관리국 천연기념물계 이위수 사무관은 최근 "국내자연사 자료의 반출이 가능한 현행법을 개정하기 위해 준비 중" 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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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강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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