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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반려동물이 가져다 준 행복


“내가 널 기르며 밥 먹여주지, 똥 치워 주지. 넌 도대체 하는 게 뭐니?”

사람이 동물을 기른다고 생각하지만 동물도 사람을 보살핀다. 동물은 따뜻하고 작은 손을 뻗어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늘 건강하도록, 혹시 건강을 잃었다면 다시 회복할 수 있게 돕는다. 치료와 변화가 일어나는 현장을 다녀왔다.



3지난 1월 7일, 인천에 있는 정신병원인 은혜병원을 방문했다. 반려동물과 환자들의 동물매개활동을 취재하기 위해서다. 이날은 서울 호서전문학교 동물매개사회복지과 학생들이 봉사활동을 하러 왔다.

생각했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정신병원은 확실히 일반 병원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기자는 긴 복도를 따라 활동실 앞까지 올라왔다. 화장을 좀 고쳐야겠다 싶어 화장실에 들어갔다. 거울이 있어야 할 세면대 위는 텅 비어 있었다. 이날 만난 오유선 복지사에게 물어봤다.

“아, 거울이요? 위험해서요. 거울을 깨뜨려서 자살시도를 하곤 하거든요.”

충동적으로 자살을 생각할 만큼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 모인 이곳. 이들의 마음을 작은 동물이 어떻게 보듬어 준다는 걸까. 봉사활동 준비에 한창인 학생들의 모습을 반신반의하는 눈으로 바라봤다.


1. 만남

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 2명이 들어왔다. 기자가 인사를 건넸지만 받지 않았다. 두 환자 모두 병이 깊지 않고 사람을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의외였다. 하지만 통통이(믹스견, 8살, 암컷)를 보자 금방 화색이 돌았다. 한 명은 통통이에게 “너 앉아, 일어나 잘 하니”라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이번 활동이 두 번째인 다른 환자는 통통이의 이름을 기억했다. 정신분열증 환자 3명이 더 왔다. 모두 딱딱하게 굳은 표정이었다. 몸이 굳어 불편해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윷놀이를 하기 위해 5명의 환자가 둘러앉았다. 학생 한 명이 들어가 총 6명. 2명씩 한 팀을 이루고, 좋아하는 동물을 팀의 마스코트로 삼았다. 한근이(기니피그, 1살, 수컷), 마루(푸들, 1살, 수컷), 통통이(믹스견, 8살, 암컷)가 뽑혔다. 메르(스피츠, 1살, 수컷)는 아쉽게도 선택받지 못했다. 아직 환자들 사이에서 서먹함이 묻어났다.


2. 게임 시작

한근이 팀이 윷을 던졌다.

“걸이다!”

도, 개, 걸. 한근이를 안은 학생이 말판 위로 걸어갔다. 한근이가 그려진 발판을 뒤집자 미션이 나타났다.

‘먹이주기’.

“우리 한근이가 워낙 먹성이 좋아요. 주로 풀을 먹습니다.”

학생이 한근이를 안고 황소연(가명) 씨에게 다가갔다. 황 씨가 미나리 줄기 하나를 건네자 한근이는 기다렸다는 듯 우걱우걱 씹어 먹었다. 정신분열증 때문에 얼굴 근육까지 굳어버렸다는 황 씨의 표정이 밝아졌다.

다음은 마루 팀 차례. ‘개’가 나왔다. 미션은 혼자 심심해 하던 메르에게 공 물어 오기를 시키는 것. 게임이 계속되며 ‘돌아, 일어서’ 등 개의 장기는 물론 동물과 함께 사진 찍기 같은 활동이 이어졌다. 아까의 서먹함은 없어지고 성취욕과 묘한 경쟁감이 돌았다. 연속으로 ‘모’가 나온 한근이 팀이 1등을 차지했다.





3. 변화

신지혜(가명) 씨는 기자 또래의 젊은 여자다. 약물중독으로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지만, 20대 아가씨답게 여전히 외모 꾸미는 것을 좋아한다. 이날도 빨간 머리띠를 하고 왔다. 게임을 하는 내내 긴 머리가 헝클어질까봐 계속 머리를 정리했다.

요즘 신 씨의 고민은 살이다. 약물중독의 부작용으로 계속 체중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신 씨는 카메라를 가져온 기자를 처음엔 달가워하지 않았다. 손을 들고 자신은 찍지 말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윷놀이를 하는 동안 신 씨는 동물과 함께 사진을 찍는 미션을 흔쾌히 수락했다. 특히예쁜 메르와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다.

정영호(가명) 씨는 최근 병실에서 계속 자살을 시도했었다. 담당 간호사에게 “정신과 약을 한 달 동안 모았다 한 번에 먹으면 죽을 수 있어요?”라고 스스럼없이 묻기도 했다. 조울증 환자는 한 번 죽고 싶다고 생각하면 이 생각에 사로잡혀 헤어 나오기가 힘들다. 하지만 오늘 가장 즐거워 한 사람은 정 씨였다.


4. 평가

“오늘 프로그램 어땠어요?”

활동을 마친 학생 5명이 오유선 복지사 앞에 모여 앉았다. 학생들은 “환자들이 잘 참여해 재밌었다”면서도 “실수가 많아 아쉬움이 컸다”고 이날 활동을 평가했다. 오 복지사는 “우리 환자는 대부분 병실 생활을 오래 하고 가끔 근육 경직으로 운동이 꼭 필요한 경우도 있어 신체활동이 필요하다”며 “이번 프로그램은 주로 학생들이 움직였는데 다음엔 환자가 많이 움직이는 프로그램을 기획했으면 좋겠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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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반려동물과 행복하게 사는 법
PART 1. 낭낙이와 순대 이야기
PART 2. 우리가 닮은 이유
PART 3. 반려동물이 가져다 준 행복

2012년 2월 과학동아 정보

  • 신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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