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우리 조선공업이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지만 1950년대만 해도 거의 황무지나 다름 없었다. 서울대 교수로 재직중이던 필자는 당시 인하공대에도 전임대우 교수로 출강했다.
당시 조선공학을 전공하던 학생들은 그들이 배운 기술을 실제 현실에 적용할 수 없는 점을 매우 안타까워 했다. 변변한 조선소 하나 없는 현실에서 자신들이 배운 학문을 마음껏 펼칠 장(場)이 마련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안타까운 심정으로 인하공대 조선공학과 학생들은 영국의 대형 호화여객선 '퀸 엘리자베스'호의 모형을 제작했다.
이 모형은 1958년 문교부 주최 과학전람회에 출품돼 영예의 대통령상을 받았다. 사진은 이를 기념해 당시 인하대 교수들과 모형제작에 참여했던 학생들이 모여 찍은 것이다.
이 모형에는 재미있는 후일담도 전해진다. 마침 전람회를 참관한 이승만 대통령이 이 모형과 같은 8만t급 여객선을 당장 우리 조선소에서 건조하라고 엄명을 내렸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터무니없는 지시는 지켜질 수 없었다. 대통령의 망령으로 그 사건은 일단락되고 말았지만 이들 청년공학도들의 꿈은 오늘날 우리나라가 일류 조선국으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