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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우주를 지배하는 어둠의 입자 - 암흑물질


[미국 항공우주국에서 7년에 걸친 관측 끝에 완성한 우주배경복사지도. 온도에 따라 색을 달리했다. 배경복사가 이렇게 균등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암흑물질의 존재가 꼽히고 있다.]

1960년대 후반, 미국 카네기연구소의 천문학자 베라 루빈은 먼 거리에 있는 나선 은하를 관찰했다. 그녀는 나선은하의 팔에 있는 수소 가스 구름의 회전 속도를 도플러 효과를 이용해 측정했다. 가스 구름은 은하의 가운데를 중심으로 공전한다. 은하의 질량을 바탕으로 계산해 보면 별은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중력이 줄어들어 느리게 이동해야 한다. 그런데 관측 결과는 전혀 달랐다. 가스 구름은 중심에서 멀어져도 속도가 줄어들지 않았다(아래 그래프). 이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질량이 큰 미지의 물질이 있어서 은하의 실제 질량이 눈으로 관측한 것보다 크다는 뜻이다.

물리학자들이 계산한 결과,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이 은하 전체 질량의 90% 가까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즉 별의 모든 질량을 다
합친 것보다 거의 10배나 많은 미지의 물질이 은하에 퍼져 있다는 뜻이다.



우주의 96%는 ‘암흑’
우주는 우리가 보는 것과 많이 다르다. 행성이나 별, 은하와 같이 우리가 관측장비를 통해 볼 수 있는 물질을 ‘바리온 물질(Baryonic matter)’이라고 부른다. 지구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물질 역시 바리온이다. 그런데 이들은 우주를 이루고 있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의 4.4%에 불과하다. 그나마 4.4% 중 대부분은 가벼운 수소와 헬륨이 차지하고 있고, 무거운 원소들은 0.03%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머지 약 96%는 무엇일까. 눈에 보이지도 않고 관측되지도 않는 물질과 에너지다. 이들을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라고 부른다. 암흑물질은 우주의 23%, 암흑에너지는 73%를 차지하고 있다(중성미자라고도 불리는 뉴트리노도 적은 양이지만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암흑에너지는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특이한 성질이 있다. 압력을 갖지만 그 크기가 음수(-)다. 이를 ‘음의 압력을 갖는다’고 표현하는데, 우주가 점점 빨리 팽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흑물질은 보통 물질과 구분되는 독특하고 기묘한 성질
을 지니고 있다. 먼저 이름 그대로 ‘암흑’ 상태다. 빛을 내놓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암흑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들이 전자기적으로 아주 미약한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전자기적 상호작용이 약하다는 것은 광자와 상호작용을 하지 않는다는 뜻이고 빛을 만들지 못한다.

또 빛을 내는 다른 물질(바리온)과 상호 작용을 하지 않고 충돌도 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가 아는 ‘물질’과 아무런 교류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암흑물질은 우리가 아는 물질계와는 독립해 단독으로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암흑물질은 ‘차가운’ 성질을 갖는 입자로 이뤄져 있다(이 때 차갑다는 말은 운동에너지가 작다는 뜻으로 우리가 경험하는 온도와는 다르다). 만약 물질이 ‘뜨거우면(운동에너지가 크다는 뜻)’ 상대적으로 평균 운동거리가 멀어지게 되고, 서로 뭉치지 않는다. 따라서 뜨거운 암흑물질만으로는 현재 우리가 관찰하는 우주의 모습을 유지할 수 없다.

차가운 암흑물질은 물질과 빛이 평형이 되는 우주의 온도인 약 1eV(전자볼트. 1eV는 1볼트의 전압에 의해 전자 1개가 얻는 에너지. 104K의 온도에 해당)에서 입자의 질량이 주변부의 온도보다 큰 물질이다(그래야 운동에너지보다 질량이 더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 상태가 ‘차가운’ 상태다). 하지만 암흑물질 후보 중 ‘액시온’처럼 1meV(밀리 전자볼트. 1000분의 1eV) 급으로 질량이 작은 경우도 있다. 만들어진 원리가 다른 예외적인 경우다.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최초의 직접 증거인 ‘총알로 모양의 클러스터’. 두 은하단이 충돌하며 암흑물질끼리의 충돌 흔적을 보인다.]

 
“내가 암흑물질이다”
세계의 수 많은 물리학자들이 독자적으로 암흑물질의 후보 입자를 찾기 위해 노력 중이다. 쿼크나 광자, 전자, 뮤온 등 현재까지 인류가 알고 있는 기본입자 대부분은 일단 후보 물질에서 제외됐다. 앞서 소개한 특징과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뉴트리노만이 일부 조건을 만족해 ‘뜨거운 암흑물질’ 후보로 꼽히고 있지만, 암흑물질의 0.05% 미만으로 극히 일부만을 이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신 이론물리학자들은 몇 개의 가상 입자를 암흑물질의 후보로 제시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약한 상호작용을 하는 무거운 입자’라는 뜻의 윔프(WIMP)다. 윔프는 위에서 설명한 ‘차가운’ 성질을 만족하는 가상의 물질이면서 입자물리학 가설인 ‘초대칭이론’에도 들어맞는다. 초대칭이론은 인류가 발견하지 못한 완전히 다른 입자들이 존재한다고 가정하는 가설이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기본 입자는 보손과 페르미온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보손은 스핀 양자수가 0, 1처럼 정수인 입자이고 페르미온은 1/2, 3/2과 같이 분수로 된 입자다. 보손에는 광자, 힉스 등이 포함되고, 페르미온에는 전자와 쿼크, 뉴트리노 등이 포함된다. 초대칭이론은 보손과 페르미온이 반드시 각각 페르미온과 보손 짝을 갖고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페르미온인 전자는 ‘셀렉톤’이라고 이름 붙은 보손이 있다는 식이다.
 

이 이론에서 게이지 보손(광자와 Z보손)과 힉스 보손의 페르미온 짝을 ‘뉴트랄리노’라고 부르는데, 유력한 윔프 후보다. 이 외에도 ‘그래비티노’ 등 가벼운 초대칭 입자(LSP)가 포함된다. 현재 이탈리아의 ‘다마(DAMA)’, 제논(XEMON)100’, 미국의 ‘코겐트(CoGeNT)’, 일본의 ‘엑스매스(XMASS)’ 등 20개 정도의 연구팀이 먼저 검출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다마 팀은 2003년부터 지속적으로 암흑물질의 증거를 발견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논란이 많은 상태다. 최근 코겐트 팀에서 다마 팀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를 내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과학뉴스와 아론 초우 박사 인터뷰 참조).

하지만 초대칭 입자들은 현재 발견된 기본입자들보다 월등히 질량이 크리라 예측되고 있다. 이는 검출기를 이용해 만들기 힘들고, 검출하기도 어렵다는 뜻이다. 현재 출력이 가장 큰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의 거대강입자가속기(LHC)도 초대칭 입자를 만들고 검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초대칭입자는 단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으며 초대칭이론도 아직은 가설로만 남아 있다.

또다른 가상 입자로는 액시온(Axion)이 있다. 김진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가 제창한 액시온은 윔프와 함께 차가운 암흑물질로 분류되며 질량이 작다(0.01~100meV 정도. 윔프의 약 10-15배 수준).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의 콘스탄틴 지오타스 교수가 검출장비인 ‘액시온 태양망원경(CAST)’을 이용해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액시온 입자를 검출하려 시도하고 있다.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의 아론 초우 박사는 레이저를 가속해 광자에서 액시온을 분리해 검출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 밖에도 킬로전자볼트(KeV, 1000eV) 단위를 갖는 스트라엘 중성미자, 메가전자볼트(MeV,1백만eV) 단위를 갖는 암흑물질 등 ‘따뜻한 암흑물질’ 후보가 더 있다. 하지만 아직 누가 진짜 암흑물질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늘도 세계 곳곳의 물리학자들은 보이지 않는 입자를 찾아 우주 저편 ‘암흑의 핵심’을 응시하고 있다.


[➊ 암흑물질을 찾기 위해 다양한 연구 그룹이 활동 중이다. 아래는 유럽입자물리학연구소(CERN)의 ‘엑시온 태양망원경(CAST).’]


[➋ 최근 윔프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주장한 코겐트(CoGeNT) 텀의 검출 시료인 결정 게르마늄.]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Intro. 신의 입자 vs. 어둠의 입자
Part 1. 우주에 질량을 선물한 신의 입자 - 힉스
Part 2. 우주를 지배하는 어둠의 입자 - 암흑물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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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금용연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BK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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