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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수호자에서 이웃집 청년까지, 슈퍼영웅

시대따라 바뀌는 할리우드와 재패니메이션의 주인공

지난 세기는 갱들과 싸우는 경찰과 적진에 침투한 특수 요원 등 권총과 기관총으로 무장한 액션 히어로의 시대였다. 총탄과 폭발이 난무하고 몇십t의 화약을 소비했다는 소문이 돌아야 블록 버스터라는 간판을 내걸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매트릭스’의 등장은 액션 히어로의 세계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비현실적이며 만화적인 액션이 상업적으로 성공하면서 만화 속에 머물러 있던 수많은 슈퍼 히어로들이 블록 버스터의 주인공으로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작년에 개봉된 ‘스파이더 맨’은 거미줄을 타고 빌딩 숲을 누비는 역동적인 장면을 보여줬고, 최근 개봉된 ‘데어 데블’은 음파에 투영된 사물의 움직임을 간파하는 감각적이고 현란한 액션을 선보였다. 5월에는 ‘엑스맨2’가, 7월에는 ‘헐크’가 개봉된다고 한다. 당분간은 만화 속의 슈퍼 히어로가 할리우드 액션에서 초강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 만화들이 수많은 슈퍼 히어로를 탄생시킨데 반해 일본 만화는 수많은 슈퍼 로봇을 생산해냈다. ‘아톰’과 ‘마징가제트’, 수백편에 이르는 ‘건담’ 시리즈와 몇해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에반겔리온’까지. 일본 만화의 슈퍼 히어로인 로봇은 영화보다 표현이 자유로운 애니메이션에서 꾸준히 발전해, 현재는 재패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 가고 있다. 재패니메이션은 할리우드 영화만큼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지는 못하지만 수많은 마니아 층을 생산해내고 있다.

슈퍼맨과 마징가제트-권선징악에 불타는 사명감


몇해 전 개봉돼 수많은 마니아를 탄생시킨‘에반게리온’. 이 애니 메이션의 주인공은 이전의 슈 퍼 영웅과는 달리 개인적인 갈등 과 고뇌를 간직한 지극히 인간적 인 모습을 하고 있다.


초창기의 슈퍼 히어로는 인간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악당들로부터 인류를 지켜주는 강력한 존재였다. 이런 이분법적 세계에서 싸움의 주체는 인간을 해치려는 악당과 슈퍼 히어로의 대결로 압축된다. 인간은 슈퍼 히어로의 싸움에서 성가신 인질이며 구해야 할 대상에 불과했다. 숭고한 싸움에 나약한 인간이 개입할 틈은 없다. 이런 설정으로 인해 영화의 초점은 복잡한 인간 관계를 다루는 드라마보다는 악당과 슈퍼 히어로가 갖는 기상천외한 초능력에 맞춰진다. 대표적인 예가 ‘슈퍼맨’과 마징가제트다.

슈퍼맨은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초능력을 갖고 있다. 눈에서는 레이저 광선이 나가며 숨을 깊게 들여 마신 후 내뿜으면 모든 것이 얼어붙는다. 애인이 죽었을 때는 빛보다 빠른 속도로 지구 주위를 회전해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 놓는다. 진정한 슈퍼 히어로의 로망이다. 슈퍼맨의 상대로 등장한 악당들 역시 인간이 가진 무기로는 상대할 수 없는 존재다. 물론 슈퍼맨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평범한 인간이 돼 애인과 달콤한 삶을 살고 싶었던 소박한 꿈이 지구 정복 사업에 나선 외계의 악당들로 인해 무참히 깨져버린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슈퍼맨은 진정한 슈퍼 히어로. 지구 평화를 지키는 것이 자신의 숙명이라는 것을 깨닫고 인류의 행복을 위해 슈퍼맨으로 돌아온다.

이런 법칙은 초창기 재패니메이션인 마징가제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매편마다 도시를 침공하는 악당 로봇은 탱크와 전투기를 가볍게 물리친 후 괴성을 지르며 도시를 파괴한다. 절체 절명의 순간! 이때 우렁찬 음악 소리와 함께 등장하는 슈퍼 히어로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쇠돌이와 마징가제트다. 악당 로봇의 비밀 병기에 당황해하는 것도 잠시, 마징가제트는 로케트 주먹과 가슴에서 발사되는 V광선을 이용해 악당 로봇을 물리친다. 가끔씩은 악당 로봇보다 더욱 황당한 무기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로케트 주먹과 손목 사이의 공간에서 도저히 발사될 수 없을 것 같은 회전 톱날과 배꼽에서 발사되는 로켓이 이런 예다. 매번 당하기만하는 아수라 백작은 “다음에 두고보자! 깔깔깔깔!!” 이라는 명대사를 남기며 유유히 도망친다. 그리고 일주일 후, 또다른 로봇을 만들어 다시 도전해 온다.

육백만불 사나이와 건담 - 리얼리티와의 만남

인류의 달 착륙이 성공하면서 과학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수 있다는 과학 만능주의 시대가 열렸다. 시대가 바뀐 만큼 훌쩍 나이를 먹어버린 관객은 슈퍼맨의 눈에서 레이저가 발사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거나 마징가제트의 로켓 주먹이 다른 무기에 비해 효율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슈퍼 히어로 역시 과학적 검증이라는 검열의 잣대를 피해갈 수 없었던 것이다.

바로 이때, 첨단과학이라는 배경을 등에 업고 등장한 차세대 슈퍼 히어로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육백만불의 사나이’였다. 우주 비행사였던 스티븐 오스틴은 비행실험 중 사고로 불구의 몸이 된다. 미국 정보부는 6백만불(지금은 전투기 한대 값도 안되는 돈이지만 당시에는 천문학적인 액수였다)이라는 거금과 나사(NASA)의 기술을 이용해 스티븐을 첨단기계로 무장한 사이보그로 부활시켰다. 3층 정도의 건물은 우습게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점프력과 지평선 끝의 물체도 정확히 식별하는 시력 등은 오버 액션처럼 보였지만 달에 우주선을 착륙시킨 나사의 비밀 기술이라는 이유로 인해 과학적인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소머즈’는 스카이 다이빙을 하다 불구가 된 특수요원으로 육백만불의 사나이와는 전혀 다른 시리즈물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서로 닮은 꼴을 많이 갖고 있는 두 사람은 어느 순간 약혼한 사이가 돼버렸고 시청자의 열화와 같은 요구에 부응해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게 된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하이테크놀러지 슈퍼 히어로의 대권은 아예 기계로 넘어간다. 바로 ‘나이트 라이더’(Knight Rider, 우리에게는 전격 Z 작전으로 익숙하다)의 키트(KITT, Knight Industries Two Thousand)와 ‘에어 울프’였다. 키트는 각종 첨단장치로 무장한 미끈하게 빠진 스포츠카로, 방탄은 기본이요 007시리즈에 등장하는 슈퍼카를 능가하는 다양한 장치를 갖고 있었다. 점프는 물론 건물을 투시할 수 있는 레이다와 화염 방사기 등을 장착한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강력한 매력은 운전자와 유머를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의 인공지능이었다.

키트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에어 울프는 기관포와 미사일로 무장한 첨단 전투 헬리콥터다. 위급할 때는 제트 엔진을 사용해 음속의 두배에 가까운 속력을 낼 수 있다. 당시 시청자들은 태권브이와 마징가제트의 대결 이상으로 키트와 에어울프의 대결에 관심을 보이며 물러설 수 없는 설전을 벌이곤 했다. 대부분 기관포와 미사일을 장착한 에어 울프가 우세할 것이라는 주장에 손을 들어줬지만 매편마다 새로운 비밀 병기를 선보이는 키트에게 에어 울프 정도는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는 지대공 미사일이나 에어 울프의 전자 장비를 망가뜨릴 수 있는 전자파 무기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곤 했다.

재패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로봇들도 1980년대를 거치면서 과학적 검증을 받았다. 마징가제트의 시대만 해도 수십m의 로봇이 어떻게 움직이고 날아가는지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조종석에 부착된 간단한 레버를 당기면서 ‘로케트 주먹 발사’라고 외치면 모든 것이 해결됐다. 그러나 ‘기동전사 건담’이 등장하면서 슈퍼 로봇 매니아들은 거대한 덩치를 가진 로봇이 날기 위해서는 별도의 추진장치가 필요하다는 사실과 로케트 주먹보다는 기관포나 바추카포 등의 무기로 무장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슈퍼 로봇의 조종사 역시 세대 교체의 시기를 거치게 된다. 마징가제트의 쇠돌이가 아버지를 잘 만난 덕에 로봇을 조종했다면 건담의 조종사들은 보통 사람보다 뛰어난 감각을 가진 신인류들이다.

재패니메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슈퍼 로봇들의 대결 구도였다. 마징가제트 시대만 해도 악당 로봇이 지구를 정복하려는 이유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매회에 한번씩 벌어지는 한판의 싸움이며 정의의 승리였다. 그러나 건담이라는 로봇에 현실성이 부여되면서 슈퍼 로봇의 갈등 구조는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닌 적과 나의 갈등으로 발전했다. 주인공은 전쟁을 통해 심리적 갈등을 느꼈고 자신을 파괴하며 괴로워했다. 드라마가 탄생한 것이다.

로보캅, 패트레이버, 다크맨 - 소영웅의 시대


유년기의 아픈 상처와 반사회적 성향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슈퍼 히어로‘배트맨’


육백만불의 사나이와 건담을 지켜보던 1980년대의 관객들은 지구의 평화와 국가의 운명을 걸고 싸우는 슈퍼 히어로들이 자신의 일상과는 너무도 먼 거리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는 일상 생활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작은 영웅들을 찾게 됐다. 거창한 명분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복수라는 이유로 악당들과 맞서는 동네 아저씨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소영웅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로보캅’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거대한 힘이 아닌 거리의 갱에게 무참이 유린된 한 경찰관의 몸을 이용해 만들어진 로봇이다. 로보캅은 자신이 가진 힘을 무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슈퍼 히어로가 아닌, 조그만 거리에서 법에 따라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사설 경찰관이다. 로보캅의 두뇌에는 로봇의 제1원칙처럼 정의와 법에 우선해 자신의 고용주를 공격할 수 없다는 명령어가 프로그래밍돼 있다. 슈퍼 히어로보다는 족쇄가 채워진 노예에 가깝다. 로보캅은 슈퍼마켓의 금고를 터는 강도를 물리치는 동안 내내 자신의 과거와 정체성에 질문을 던진다.

‘다크맨’은 갱들의 폭력에 무력했던 과학자였다. 이런 나약한 인간이 갱들을 처단할 수 있을 만큼의 힘을 갖게 된데는 소시민들의 분노가 크게 작용했다. 다크맨이 자신의 감각 신경을 없애가면서까지 악당에 맞서 싸울 수 있게 해준 힘은 세계 평화나 국가 안전과 같은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자신의 인생을 망친 부조리에 대한 복수심이었다. 이런 인간적인 소영웅들의 매력은 기존의 슈퍼 히어로에 식상해진 관객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 무렵 재패니메이션에도 ‘패트레이버’라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기존의 슈퍼 로봇은 고질라 만큼이나 거대하고 강력했다. 그러나 패트레이버는 악당의 공격에 쉽게 망가지는 경찰 로봇이다. 패트레이버에 탑승한 경찰은 갱단과 싸우거나 과격 환경주의자들을 쫓는 등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보통 경찰의 업무를 처리한다. 때로는 교통 정리를 하거나 무거운 짐을 나르기도 한다. 패트레이버는 로보캅과 같은 경찰이 사용하는 장비에 불과한 것이다(패트레이버는 로보캅을 모티브로 창작됐다고 전해진다). 그 안에서 소소한 에피소드가 탄생하고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거창하게 세계 평화를 지켜야만 영웅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음침하고 폭력적인, 그러나 인간적인

슈퍼맨으로 대변되는 초창기의 슈퍼 히어로는 태어나면서부터 지구 평화의 사명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요즘 영화에 등장하는 슈퍼 히어로는 보통 사람보다 나약하고 아픈 기억과 상처를 마음 속에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배트맨’의 부르스 웨인은 유년기의 악몽과 반사회적인 성향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인간이다. 성 같은 집에 집사와 함께 사는 백만장자로 그의 음침한 지하실에는 첨단 자동차와 전투기가 진열돼 있다. 돌연변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 한을 품고 있는 펭귄맨을 처단하는 그의 모습에서 자신만의 정의를 주장하는 독선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 육중한 갑옷을 입기 때문에 화려한 액션보다는 허리까지 올라가는 발차기 등의 절제된 동작만을 보여준다. 수많은 여성들이 그의 재력에 반해 육탄 공세를 펼치지만 한 여자와 오래 사귀는 경우는 없다. 가끔씩 캣 우먼을 그리워하며 밤거리를 헤맨다.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는 돌연변이 거미에 손등을 물린 후 초인적인 힘을 얻었다. 그는 초인적인 힘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강력한 힘은 그만큼의 책임이 따른다는 삼촌의 유언에 따라 슈퍼 히어로의 길을 걷게 된다. 사실 거미에 물린 것은 피터 파커의 인생을 바꿔놓은 최대의 행운이었다. 그가 스파이더맨의 가면을 사용하는 것은 나약한 피터 파커의 모습을 감추기 위함일 것이다. 피터 파커의 진가를 알아준 유일한 사람은 그의 숙적 고블린이었다.

‘데어 데블’의 매트 머독은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와 거의 흡사한 과거를 갖고 있는 캐릭터다. 우연한 사고로 방사능 폐기물을 뒤집어 쓰면서 시력을 잃은 대신 초감각을 얻게 됐고, 갱들에게 살해된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슈퍼 히어로의 길을 걷게 된다. 본업은 변호사지만 법의 신성함을 무시한 채 자신의 힘으로 악당들을 제거한다.

데어 데블은 우울증과 폭력성 등이 잠재된 불안정한 캐릭터다. 가끔씩 한사람의 힘으로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라는 엉뚱한 질문을 던진다. 또한 잡범들은 용서치않고 처단했던 그가 마지막 순간 최대의 악당인 킹핀을 살려둔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 이해하기 힘든 불안정한 캐릭터다.

‘엑스맨’은 X염색체에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 인간들로 각자 다양한 초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절대적 소수를 차지하고 있는 사회적 약자다. 엑스맨은 자신들을 탄압하는 인간들과 화합해서 잘살아보자는 온건파와 나약한 인간들을 정복해 버리자는 강경파로 나뉘어 피터지는 싸움을 벌인다. 엑스맨2에서는 모든 엑스맨들이 단결해 인간과 싸운다는 소문이 있다.

재패니메이션의 슈퍼 로봇 역시 할리우드의 슈퍼 히어로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몇해 전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수많은 매니아를 탄생시켰던 ‘에반게리온’은 그로테스크하고 음침한 로봇이다.

폭주하기 시작하면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공격한다. 마징가제트의 쇠돌이가 아수라 백작의 로봇 군단으로부터 지구의 평화를 지킨다는 사명감으로 뭉쳐있는데 반해, 에반게리온의 신지는 아버지의 강요에 떠밀려 사도와 싸운다. 신지는 비겁하고 나약하며 약간의 자폐증 증상을 겪는 소년이다. 그런 신지에게 어느날 갑자기 쇠돌이와 같은 막중한 임무가 부여된다면? 신지가 싸우는 과정에서 느끼는 소년의 고독과 소외, 타인에 대한 몰이해 등의 심리적 갈등이 로봇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심도 있게 다뤄지고 있다.


X염색체에 돌연변이가 생겨 각자 독특한 초능력을 갖게 된‘엑스맨’. 이들은 평화적인 온건파와 폭력적인 강경파로 나뉘어 인간정복 을 놓고 의견 대립을 보인다.


만화와 함께 성장한 세대

한때 만화가 어린이의 전유물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의 어른 세대는 아이들이 나이를 먹으면 자연스럽게 만화를 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 예측은 빗나갔다. 아이들은 나이를 먹어 코 밑에 수염이 자라도 손에서 만화책을 놓지 않았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창작가들이 생겨났고, 그들은 훌쩍 커버린 독자의 눈 높이에 어울리는 만화를 그리게 됐다. 우리 세대와 함께 만화 역시 성장한 것이다.

전쟁과 인간의 무력감을 겪은 전후 세대가 꿈꾼 슈퍼 히어로는 인간의 힘으로 맞설 수 없는 절대악으로부터의 구원자였다. 이런 상상력이 어린이의 전유물이었던 만화와 결부돼 슈퍼맨과 마징가제트를 탄생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과학만능시대가 도래하면서 수많은 하이테크놀러지 슈퍼 히어로가 탄생했다. 당시 학생들은 냉전 시대에 개발된 수소폭탄과 중성자탄등의 가공할 무기에 관심이 많았으며, 동네 문방구에서 파는 5백원짜리 핸드북에 수록된 미국과 소련 전투기의 제원을 암기하고 있었다. 미국의 F-15와 소련의 미그 25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궁금해 했고, B-52 폭격기가 한 도시를 파괴할 수 있을 만큼의 폭탄을 운반한다는 사실에 탄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 세대는 성장했다. 우리는 이제서야 잊고 있던 사실을 깨우치고 있다. 슈퍼 히어로는 무슨 생각을 하며 싸우는 것일까? 그들은 자신이 얻은 강한 힘을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까? 그리고 그들은 누구를 위해 싸우는 것일까? 아니, 과연 그들은 싸우고 싶어할까?

2003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노성래 온라인게임 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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