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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과학으로 다시 보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한반도에서 수백~1000km 떨어진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고선량 방사선 위험은 없다. 하지만 저선량(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1mSv보다 적은 방사선량) 위험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는 것이 파트 1의 결론이다. 하지만 어떤 경로로 저선량 방사선이 도달하는지, 그 잠재적 피해는 무엇이고 과학적으로는 어떤 근거가 있는지를 알면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해양학이나 기상학 등 지구과학 지식과 핵물리학, 그리고 과거 체르노빌 사고 연구를 통해 얻은 보건학 지식을 통해 논란점을 정리해 봤다.

핵물리학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방사성 핵종과 방사능

현재까지 과학자들이 발견한 원소는 모두 118가지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들보다 훨씬 많은 3300종 이상의 물질이 존재한다. 바로 ‘동위원소’ 때문. 동위원소는 원자핵을 이루는 입자(양성자, 중성자) 가운데 중성자의 수가 다른 원소들이다. 예를 들어 언론에 많이 등장한 세슘(Cs)-134와 세슘-137은 동위원소 관계다(위 표에서 같은 줄에 있는 원소들).

원소에 상관없이 서로 다른 동위원소들을 부를 때는 ‘핵종’이라는 말을 쓴다. 3300여 개의 핵종 가운데 우리가 실제로 만날 수 있는 것은 몇 가지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밝혀진 핵종의 90% 이상은 사람이 다른 핵종을 강제로 ‘쪼개야(핵분열)’ 겨우 얻을 수 있다. 그나마 아주 짧은 시간만 존재하다 사라진다(붕괴).

전체 핵종 가운데 붕괴 현상을 보이지 않는 것은 255종뿐이다(위 그림 중 검은 색). 이를 ‘안정 핵종’이라고 부른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원소 가운데 상당수는 여기에 속한다.

붕괴 속도가 아주 느린(반감기가 8000만 년 이상인) 핵종도 자연계에 물질로 존재할 수 있다. 여기에는 우라늄 등 33개 핵종이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방사성 핵종이 우주 방사선의 영향으로 저절로 쪼개지면서 새로운 핵종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다. 프랑슘 등 51종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을 모두 더한 339종이 이 세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핵종의 전부다. 나머지 약 3000종은 모두 인공 핵종이다.

이번에 유명해진 요오드-131, 세슘-134, 세슘-137, 크세논-133 등도 모두 인공 핵종이다. 이들 원소의 특징을 알아보고(A) 어떻게 발생했는지를 요오드-131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본다(B).

한편 붕괴 과정에서는 강한 에너지를 지닌 입자 또는 전자파가 방출되는데 이것이 ‘방사선’이다. 방사선을 방출하는 능력이 ‘방사능’이다. 핵종에 따라 방사능은 모두 다르며, 방사선 역시 붕괴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각각의 방사선이 미치는 영향과 성질도 한눈에 정리했다(C).

지구과학 해류, 방사능에 관한 4가지 궁금증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방사성 물질이 우리나라로 올 수 있는 가능성은 세 가지 매체를 통해서다. 바닷물, 대기, 그리고 생물이다. 이들 가능성을 해양학과 대기과학 지식을 덧붙여 정리해 봤다.

1 [해양] 바다에서 방사능이 몰려오나

일본은 지난 4월 4일부터 10일까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나온 방사성 오염수 1만 400t을 바다에 버렸다. 요오드-131로 환산했을 때 방사능은 6~20Bq/cm2 정도로 환경배출 기준의 100배 수준이었다. 당연히 주변국인 한국은 반발했다. 바닷물이 오염돼 우리나라 해안에 방사성 물질이 올 가능성과 바다 생물에 방사성 물질이 쌓여 해산물이 오염될 가능성 때문이다.

하지만 한반도 해안에 고선량 방사선 오염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우선 연안에는 육지를 향해 부는 파도가 강하다. 장병욱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책임연구원은 “방사성 물질이 일본에서 먼바다로 나가려면 우선 이 파도를 극복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단 근해로 나간 물질은 ‘바다의 강’이라고 부를 수 있는 해류의 움직임에 따라 이동 경로가 결정된다. 그런데 미국 해양대기청의 측정 자료로 만든 지도를 보면 후쿠시마 근처의 바닷물은 대부분 동쪽으로 향한다. 바로 쿠로시오 해류 때문. 만약 한반도 연근해로 방사성 물질이
들어오려면 일단 쿠로시오 해류를 거슬러 와야하는데, 거의 불가능하다.

해류를 따라 이동해 태평양을 한바퀴 돈 뒤에 쿠로시오 해류(A)와 다시 만나 북쪽으로 흘러와 쓰시마 해류(B)로 들어오는 방법이 있지만 수개월이 걸린다. 해류의 이동 속도 때문이다.

더구나 방사성 물질은 이동하면서 물속에서 희석된다. 심해로 확산될 가능성도 적다. 바다는 수직으로 섞이는 일이 별로 없는 안정한 구조다.

다만 일본 동쪽 바다에도 시계방향으로 작은 고리를 형성하는 바닷물 흐름이 관찰되므로(C), 이 흐름에 방사성 물질이 들어가면 예상보다
빠르게 섞일 가능성이 있다. 물보다 20배 무거운 플루토늄은 가라앉아 심해로 섞일 가능성이 있다. 초여름의 태풍이 바닷물을 잘 혼합해 희석시킬 수도 있지만, 심해로 방사성 물질이 가라앉는 것은 문제다. 일단 가라앉은 물질은 다시 떠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바닷물이
증발할 때 함께 대기 중으로 섞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양은 물에 섞인 양보다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다 생물은 대부분 해류를 타고 이동한다. 후쿠시마 근처를 흐르는 한류성 해류(D)가 특히 가능성이 있다. 냉수성 어류인 명태나 연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2[대기]방사능 피해는 거리와 관계 있나

원전과 가까운 지역이 위험하고 먼 곳은 안전하다는 것이 상식일 것 같지만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방사성 물질은 지름이 0.4~6μm(마이크로미터, 100만분의 1m)인 물방울 모양의 알갱이다. 담배연기 속 알갱이보다는 크고 자동차 배기가스 속에 들어 있는 미세먼지보다 작아, 황사가 이동하듯 바람을 타고 멀리 이동할 수 있다. 유엔방사능영향과학위원회(UNSCEAR)가 2008년 펴낸 체르노빌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 뒤 열흘 동안 기상 조건에 따라 북서, 동, 서남 방향으로 방사능 연기(플룸)가 퍼졌다. 13년 뒤인 1989년 세슘-137 오염도를 조사해
본 결과 플룸이 흐른 곳에 세슘 농도가 높았으며, 일부 지역은 체르노빌 주위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방사능은 플룸을 따라 흐른다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와 세계의 기상청은 후쿠시마 원전 주위의 대기 흐름에 주목했다. 사고 초기에는 고층 편서풍의 영향으로 한반도에는 피해가 없을 거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우리나라에서도 세슘-137과 요오드-131, 그리고 크세논-133 농도가 약간 상승했다. 저선량 방사성 위협이 발생한 셈이다. 이후 기상청에서는 북반구 편서풍의 순환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장은 “한반도 고층의 바람은 6월 이전까지 70% 이상이 서에서 동으로 불지만, 동에서 서로 부는 바람도 10% 이내로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확률은 여름인 6월 이후로는 늘어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지상관측위성이 촬영한 일본과 태평양 상공의 강우도. 주로 동쪽 태평양으로 향하고 있다. 작은 화살표는 1.5km
상공의 풍향을 나타낸다. 대부분 서풍과 북서풍이 분다. 맨 위부터 3월 13일, 18일, 23일 자료다.]

3 [반감기] 반감기의 진실

환경 방사능의 경우 핵분열에서 나온 물질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체르노빌 사고를 보면(아래 왼쪽 그래프) 초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핵종은 세슘-137이지만 약 320년 뒤에는 아메리슘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프에는 없지만 사고 몇 주안에는 반감기가 짧은 요오드-131도 큰 영향을 미친다.

또 대기에 떠다니는 세슘 농도는 일반적인 반감기와 상관없이 초기에 급격히 낮아진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체르노빌 사고 뒤 8년 동안의 결과(아래 오른쪽)를 보면 초반 수 개월 안에 체르노빌과 카자흐스탄 도시 바리셰프카의 대기 중 세슘 방사능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밖에 생물학적 반감기와 물리적 반감기, 유효반감기를 구분할 필요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앞면 ‘핵물리학으로 본 후쿠시마 원전사태’편 참조.



4 [식품과 토양] 먹을거리는 안전한가

체르노빌 사고 이후 유럽 지역에서는 토양과 생물, 먹을거리에 대해 오랜 연구가 이뤄졌다. 장기 연구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반감기가 긴 세슘-137이다. 사고 직후 평소의 수백~1000배 가까이 치솟았던 방사능 수치는 2000년대 들어서도 아직 수 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유나 고기(아래) 역시 초기보다는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허용량 이상의 제품이 나오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는 체르노빌과 다르다. 우선 방출된 방사선의 양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적다. 더구나 국내 검출량은 모두 기준치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다만 한 번 배출돼 침착되기 시작한 방사성 물질이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려야 정상화되는지에 대한 힌트는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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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방사능 공포는 과장인가
Part 1. 방사능 논란, ‘저선량 방사선’이 문제다
Part 2. 과학으로 다시 보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Part 3. 원전과 오토바이, 뭐가 더 위험할까

2011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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