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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당 알리는 문신에서 거미줄로 만든 피부까지

미래인공피부


초등학생도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를 냈다(초등학생을 무시하는 건 아니다.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라는 의미니 오해 마시길). 답은 피부. 우리 몸 대부분을 감싸는 피부는 물리, 화학적인 외부자극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동시에 신진대사에 필요한 생화학적 기능을 돕는다. 요즘은 ‘동안피부’라고 해서 아름다워 보이는 피부를 가꾸는 데 관심이 높지만, 사실 피부는 아름다워 보이는 부가기능 외에도 수많은 주 기능들을 갖고 있다. 게다가 이런 기능들은 다른 기관들이 따라할 수도 없는 독특한 것들이다.

그런데 미래에는 몇 가지 기능들이 더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혈당 농도를 알리는 문신에서부터 지금보다 1000배나 더 민감한 피부, 그리고 키보드 대신 입력장치로 활용하는 피부까지. 지금 피부는 신인류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진화하고 있다. 나노과학과 재료공학을 만난 피부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살펴보자.



의사가 환자의 혈관에 주사바늘을 꽂고 문신 염료를 집어넣는다. 특이하게도 이 염료는 아무런 색을 띠지 않는다. 염료를 다 집어넣은 의사가 피부 위에 조명을 비췄다. 그러자 피부 속에서 형광색 빛이 새어 나온다. 형광 빛의 세기를 검사한 의사는 “혈당 수치가 많이 내려갔으니 당장 포도당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진단을 내렸다.

환자의 혈관으로 들어간 것은 혈당치가 위험한 수준까지 내려가면 알려주는 스마트 문신이다. 염료 안에는 포도당에 반응하는 물질과 빛을 받으면 형광색을 띠는 물질이 들어 있다. 포도당과 반대 전하를 띠는 센서 입자는 포도당을 만나 빠르게 결합하고 이온을 배출한다. 그러면 형광 입자가 이온과 반응해 색이 변한다. 목표로 하는 물질의 농도가 높을수록 형광색이 진해진다. 포도당 입자 외에도 센서 입자가 나트륨과 만나면 탈수를, 혈중 산소와 만나면 빈혈을 체크한다. 입자들은 지름이 120nm(나노미터, 1nm는 10억 분의 1m)에 불과해 미세한 모세혈관 속도 거뜬하게 드나든다. 조명도 아이폰에 있는 LED면 충분하다.

이 기술의 최대 장점은 당뇨병 환자들이 매번 혈당을 체크하려고 피를 뽑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이 기술을 개발한 미국 노스이스턴대의 헤더 클라크 교수팀은 현재 사진을 찍으면 바로 혈당 수치를 알려주는 앱을 개발하고 있다.

[과거 패션의 하나일 뿐이었던 문신은 최근 건강을 체크하는 ‘인공피부’로 거듭 나고 있다.]



몸속에 이물질을 넣는 것이 불안하다면 판박이처럼 붙였다 떼는 전자피부를 이용하는 건 어떨까. 김대형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인체 전기신호를 기존 센서보다 더 정확하게 측정하는 ‘전자피부’를 개발했다. 실리콘(무기물질)으로 만들어 물을 묻히고 피부에 문지르면 비틀거나 늘여도 떨어지지 않는다.

본래 실리콘은 유기물이나 금속보다 휘어지는 성질이 떨어지지만 김 교수는 실리콘을 얇게 깎아내 휘는 성질을 높였다. 또 실리콘 표면에 주름을 넣어 굴곡 많은 피부에도 빈틈없이 달라붙게 했다. 덕분에 피부뿐 아니라 심장과 주름 많은 뇌에도 붙일 수 있다. 심장에 붙이면 심장박동을 체크해 부정맥의 위치를 찾을 수 있고, 뇌에 붙이면 간질을 일으키는 이상신호가 나오는 부분을 찾는 데 활용이 가능하다.

회로에는 심장박동, 체온, 피부에 발생하는 압력, 근육의 움직임, 뇌파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와 발광다이오드(LED)가 금실모양으로 들어 있다. 특정 신호가 감지되면 이를 빛으로 알린다. 생체 데이터 저장기술과 원거리 전송기술 등과 결합하면 원격측정 의료기기로 활용할 수 있다. 단 지금은 생체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거리가 수 cm에 불과해 상용화시키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이 연구는 과학학술지 ‘사이언스’ 8월 12일자에 실렸다.
 

 
[“피부 껍질 아니에요” 전자피부는 판박이 문신처럼 피부에 붙였다가 쉽게 떼어낼 수 있다.]

 

 

 
[‘손 안에 든 키패드’. 우리 몸은 부위마다 두드릴 때 나타나는 소리의 파장이 다른데, 이를 이용하면 우리 몸을 키패드로 활용할 수 있다.]
 

 
[밴드(점선 안)에는 이미지를 투영하는 초소형 프로젝터와 소리를 감지하는 음향 센서가 달려 있다.]

음악을 바꾸려고 MP3 플레이어를 꺼내 키패드를 누를 필요가 없다. 자판을 누르듯 손바닥이나 팔뚝을 눌러서 모바일 기기를 작동시키면 된다. 내 몸이 곧 터치스크린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공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크리스 해리슨은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진과 함께 지난해 3월 ‘스킨풋(skinput)’이라는 새로운 입력장치를 개발했다. 스포츠용 팔 밴드처럼 생긴 이 장치에는 팔뚝에 이미지를 투영하는 초소형 프로젝터와 소리를 감지하는 음향 센서가 달려 있다.

이두박근 부분에 밴드를 차고 소형 프로젝트를 켜면 팔뚝에 키보드, 메뉴 등의 그래픽이 뜬다. 사용자가 이미지들을 손가락으로 ‘톡톡’칠 때 발생하는 미세한 소리를 음향센서가 잡아낸다. 이 작은 파열음은 몸 안으로 퍼지는 동안 골밀도와 근육량, 관절 등에 따라 파장이 다르기 때문에 음향 센서가 이를 구분해 사용자가 어느 메뉴를 눌렀는지(팔의 어느 부위를 눌렀는지) 알 수 있다. 초기 시험에서 스킨풋은 20분간 훈련하면 사용할 수 있었으며, 팔의 5곳에 각기 다른 입력 기능을 부여하자 95%의 정확성을 보였다. 연구진은 “손가락 크기와 복잡한 기능 때문에 모바일 기기가 더 이상 소형화되기 힘든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다는 판단에서 스킨풋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로봇을 위한 피부도 있다. 독일 뮌헨공대 연구진은 물체에 직접 닿지 않아도 물체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들이 만든 약
크기 5cm2의 육각형 회로기판에는 네 개의 적외선 센서가 있어 닿지 않고도 1cm 안에 있는 물체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다. 또 6개의 온도 센서와 한 개의 가속도계는 빛이나 사람들의 입김에도 반응했으며 온도와 전단력(반대로 미끄러지는 힘), 진동도 감지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미국 스탠포드대 제난 바오 교수팀은 인간 피부보다 약 1000배나 더 예민한 인공피부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피부는 압력에 의해 쉽게 휘어지지만 곧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폴리머 소재다. 나비 한 마리의 무게도 느낄 만큼 압력에 민감하다. 올해 초에는 화학물질을 감지하는 기능도 추가했다. 연구팀은 이 슈퍼 피부를 로봇에 적용하면 사람의 땀만 만지고도 병의 감염이나 음주 여부를 알아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결과는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 3월 11일자에 발표됐다.
 

[미국 스탠포드대 제난 바오 교수는 인간 피부보다 1000배 민감한 피부를 개발하고 올해 초 화학물질을 감지하는 기능을 더해 병을 진단하는 센서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독일 연구진이 만든 로봇용 인공피부는 적외선 센서로 닿지 않고도 물체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다.]



 

[➊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에서 만든 인간의 생체 조직.
 ➋ 거미줄 격자 위에서 인체 피부 세포가 배양된 모습. 최근 실험을 통해 거미줄이 사람의 피부와 잘 결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많은 사람들, 특히 화상환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피부는 아마 인공피부일 테다. 현재는 건강한 자가 피부를 떼어다 환부에 이식을 하는 것이 화상 치료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몸 전체에 화상을 입었다면 이마저도 불가능하다. 독일 프라운호퍼 계면공학 및 생물공학 연구소는 2009년부터 인간에게 이식할 수 있는 생체 조직을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고 있다. 50원짜리 동전만 한 피부 조직을 한 달에 약 5000개씩 생산한다. 주로 하얀 반투명으로 만들지만 색을 섞으면 좀 더 피부에 가깝게 된다. 현재는 의료나 화장품 분야에서 동물 실험 대체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단 가격이 비싸 사람의 몸에 이식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인간 조직이 아닌 동물에서 가져와 만든 피부도 있다. 지난 8월 독일 과학자들은 거미줄을 이용해 사람의 피부를 배양해 내는 연구에 성공했다. 금속 틀에 짠 거미줄 격자 위에 사람의 피부 세포를 배양했더니 4일 뒤 피부세포가 거미줄로 만든 격자와 잘 결합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같은 결과는 거미줄로 인공피부를 만들면 이식하려고 하는 피부에 잘 스며들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거미줄은 부드럽고 잘 늘어나 간단한 처리를 통해 각종 다양한 물질을 얻을 수 있다. 연구진은 이 같은 방법을 활용해 표피와 진피, 모세혈관, 신경세포 말단, 땀샘 등의 구조물도 재생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온라인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7월 26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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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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