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Part 1. 방사능 논란, ‘저선량 방사선’이 문제다

3“일본 도쿄의 수돗물에서 1kg에 200베크렐 (Bq/kg)의 방사능이 나왔습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방사능 허용 기준은 방사성 요오드 기준으로 300Bq/kg입니다. 어린이는 이보다 민감해서 100Bq/kg입니다. 과연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수돗물을 먹게 했을까요?”.

지난 3월 31일, 환경재단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가 청중에게 물었다. 어른, 아이 둘 다 마시지 말아야 할까. 아니면 어른은 마시고 아이에게는 목 말라도 참으라고 해야 할까.

우리는 이렇게 ‘나’ 또는 ‘내 가족’이 겪을 고통을 상상한 뒤에야 겨우 일본 현지인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 이번 사고가 1000km나 떨어진 일본 후쿠시마 현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용융이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노심 근처에서는 사고 3일 뒤인 3월 15일에 1시간에 400mSv(밀리시버트)나 되는 방사선 피폭량이 측정됐을 정도로 방사능이 강했다. 40km 떨어진 지역의 토양에서도 117만Bq나 되는 방사능(요오드)이 검출됐다. 거리가 206km 떨어진 도쿄에는 6일 뒤인 3월 21일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고, 이틀 뒤에는 수돗물에서도 200Bq의 방사능이 측정됐다. 우리나라에는 3월 23일부터 차례로 강원도에 크세논이, 28일 서울 등에서 요오드가, 29일 대전에서 세슘이 검출됐다. 하지만 방사능은 모두 1Bq(크세논) 또는 1mBq(요오드, 세슘) 미만으로 일본에 비해 크게 낮았다. 현재도(4월 21일 기준) 마찬가지다.

이런 사실은 원자력 전문가들의 계산에서도 확인된다.





[일본 도쿄에서 수돗물의 방사능 수치가 높아지자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줄 생수를 사고 있다. 아무리 방사능이 약해도 일반인들에게는 먹을거리 문제가 심각하게 느껴진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연료봉이 모두 녹고, 이 때 나온 방사성 물질이 전부 우리나라를 향해 몰려온다 해도 개인의 1년 피폭 허용량(1mSv)보다 적은 방사선밖에 도달하지 못한다(과학동아 4월호 시사기획 참조). 이는 태풍처럼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발생해도 마찬가지다(파트2 참조). 방사성 물질의 발생량 자체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중간에 어떤 경로를 거친다 해도 방사능 피해가 더 커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방사능 걱정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선량’이라고 하는 아주 적은 양의 방사능(보통 인위적으로 방사능을 접하는 제한치인 1mSv보다 작은 양을 의미)의 안전성이 논란 중이기 때문이다.

현재 저선량 방사선에 대해서는 두 가지 견해가 있다. 먼저 방사능 수치가 적기 때문에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으로 원자력 전문가 다수의 입장이다. 방사선량은 누적된 양이 중요하다. 따라서 선량이 적을 때(저선량)보다는 많을 때(고선량), 띄엄띄엄 받을 때보다는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받을 때 영향이 더 크다(적은 양을 띄엄띄엄 쐬면 몸이 회복할 시간이 있다). 김미숙 한국원자력병원 방사선종약학과장은 “신체 일부에 방사선을 쐬어 DNA 손상을 일으키려면 하루 2000mSv 정도의 방사선량은 돼야 가능하다”며 “태아도 전신에 최소 100mSv 정도를 받아야 기형 같은 의학적인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있다. 방사선량이 낮다고 해서 마냥 안전하다고 말하기에는 불확실한 점이 많다는 의견이다. 먼저 인체에 대한 연구이기 때문에 실험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실제 환자들을 대상으로 장기적인 연구를 해야 하는데 기회가 대단히 부족했고 자료가 불충분하다. 그나마 1986년 체르노빌 사고가 가장 좋은 기회인데, 여기에서도 명쾌한 결론을 내릴 수가 없었다. 미국 콜롬비아대 방사선연구센터의 데이비드 브레너 교수는 4월 5일 ‘네이처’에 보낸 기고문에서 “저선량 방사선의 영향을 조사하기 위해 환자들을 관찰하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환자 집단에서는 40% 정도가 암에 걸린다”며 “이게 저선량 방사선 때문인지 다른 요인 때문인지 확인하기는 대단히 힘들다”고 말했다.

드물기는 하지만 저선량 방사선이 건강에 오히려 좋다는 의견도 있다. 약한 방사선이 면역력을 높인다는 주장이다. 김종순 인제대 의대 교수는 “자연방사선의 양이 평균보다 높은 일본 미사사 온천 지역의 암 발생률이 다른 일본 지역보다 훨씬 낮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저선량 방사선을 무조건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지방방사능 측정소에서 대기 중
방사능 농도를 측정하고 있다. 자연 방사선 선량 범위에서 인공 방사능의 영향은 아직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그렇다면 저선량 방사선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결국 위험성 또는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을 경우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의 문제로 옮겨간다. 암을 일으키거나 사망률을 높인다는 증거가 없으니 안전하다고 말할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으니 안전하다고 판명될 때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지(이를 ‘사전 예방의 원칙’이라고 한다)는 전적으로 선택의 문제다.

현재까지의 과학, 의학 연구 결과로 보면 적어도 1000km 떨어진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방사선량에 대해서는 장기적이고 만성적인 위험성이 뚜렷하지 않다. 과도한 불안감이나 불신감을 갖는 것은 옳지 않다. 전자파처럼 장기적인 영향력이 입증되지 않았지만 생활 속에 노출된 위험은 원전 방사선 말고도 많다. 다만 생물농축이 문제가 될 수 있으니(파트2 참조)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말이 ‘원자력은 안전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비약이다. 우연히 사고가 1000km 떨어진 곳에서 일어났기 때문이지, 만약 국내에서 같은 규모의 사고가 났다면 당장 고선량 방사선이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는 근본적인 원전의 사고 확률로 옮겨간다. 이번 후쿠시마 사고는 ‘이웃의 일’이 아니다. 같은 일이 전세계 원전 443기 중 한 곳에서 일어날 때 바로 그 지역에서 겪을 고통이다. 그 확률은 ‘우리’에게도 동일하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Intro. 방사능 공포는 과장인가
Part 1. 방사능 논란, ‘저선량 방사선’이 문제다
Part 2. 과학으로 다시 보는 후쿠시마 원전 사태
Part 3. 원전과 오토바이, 뭐가 더 위험할까

2011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 진로 추천

  • 환경학·환경공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화학·화학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