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Part 3. 인터뷰 - 대한화학회 김낙중 회장 & 한국화학연구원 오헌승 원장

“화학자 인기, 요즘 최고랍니다!”



개나리와 벚꽃이 만개한 4월 14일 서울 충정로 동아사이언스에서 대한화학회 김낙중 회장(한양대 화학과 교수, 세계 화학의 해 조직위원장)과 한국화학연구원 오헌승 원장이 만났다. 회원수 6000여 명의 국내 최대 화학자단체를 대표하는 김 회장과 연구원 1000여 명의 일터인 국내 최대 화학연구기관의 수장인 오 원장. 2011 세계 화학의 해를 맞아 만난 두 사람은 화학이 인류의 삶에 미친 영향과 화학의 미래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낙중 회장과 오헌승 원장은 일반인이 읽어볼 만한 교양화학 책으로 ‘퀴리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와 ‘화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추천했다.]

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화학의 해’입니다. 화학은 어떤 학문이고 인류에 발전에 어떻게 기여해왔나요?
김낙중 회장
화학은 물질을 연구 대상으로 하는 과학으로 주로 분자를 다루고 있습니다. 요즘 많은 관심을 받는 나노과학에서 나노미터(nm, 1nm는 10억분의 1m)가 바로 분자 크기죠. 따라서 나노과학의 핵심은 화학입니다. 또 ‘화학적 변화’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화학은 새로운 물질을 창조해 내는 학문입니다.

오헌승 원장 사람들은 화학을 위험한 학문으로 오해하기도 하지만, 현재 인류가 매일 쓰는 비누와 치약, 휴대전화, 자동차에서 아플 때 먹는 약까지 우리 주변 물건의 70%가 화학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졌습니다. 특히 우리나라 화학산업은 세계 7위 규모로 국내 제조업 생산규모에서 2위를 차지합니다.

21세기 화학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일까요?
18세기 산업혁명을 시작으로 비약적으로 발전한 인류는 반대급부로 환경오염, 에너지위기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이제 화학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주안점을 두고 환경과 에너지 분야에서 많은 연구를 해야 합니다. 대한화학회는 ‘화학이 지구를 더 푸르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녹색화학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과학에도 유행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화학에서는 어떤 분야가 주목받습니까?
역시 녹색화학이지요. 최근 고유가와 온실가스 규제 강화로 새로운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유용한 에너지와 물질을 얻는 바이오화학 분야입니다. 저희 연구원도 지식경제부와 울산시에서 300억 원을 지원받아 울산시에 바이오화학실용화센터를 건립할 계획입니다.

화학은 이처럼 우리 생활과 밀접한데도 물리학이나 천문학, 생명과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중의 관심이 적습니다.
화학은 물질의 성질과 조성, 구조, 변화를 다루는 학문입니다. 따라서 맨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이나 현상을 다루는 경우가 많죠. 반면 밤하늘에 보이는 별이나 우리 몸을 다루는 학문은 아무래도 접근하기 쉽죠. 그동안 화학은 과학이라는 무대에서 조연 역할을 해왔다고 할까요.

화학을 알고 싶지만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위해 입문서를 한 권 추천해주시기 바랍니다.
동국대 화학과 여인형 교수가 쓴 ‘퀴리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라는 책이 떠오르네요. 화학과 관련된 건강, 생활, 환경 등 일상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책으로 일반인이 화학에 대해 갖고 있는 선입견이나 오해를 푸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마침 올해 세계 화학의 해가 1911년 퀴리부인의 노벨화학상 수상 100주년을 기념해 정해졌으니 책 제목도 의미심장하네요.

저는 독일의 화학자와 과학저널리스트가 함께 쓴 ‘화학으로 이루어진 세상’을 추천합니다. 저자들은 화학이 우리 삶의 일부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하루 24시간 동안 일어나는 ‘화학적 사건’을 추적하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삶 또는 전문 분야에서 화학이 이용되는 수많은 사례를 소개해 독자들이 화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주죠.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는 화학과의 인기가 다시 높아지면서 지원하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있는 한양대도 수년 전에 비해 화학을 전공으로 선택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이는 화학이 다른 산업분야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예전에는 대부분 전자공학 전공자들을 뽑았지만 최근에는 화학 전공자를 뽑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기LED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혁신은 새로운 소재에서 나오는데, 그런 소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결국 화학자이기 때문이지요.

그렇습니다. 미국도 한때는 서비스업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최근에는 다시 제조업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고임금에도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려면 역시 기존에 없는 소재를 확보하고 있어야 하므로 화학자에 대한 수요가 느는 것이죠.

다행히 1998년 IMF 사태(외환위기)로 추락했던 이공계 분야의 위상이 서서히 회복되고 있습니다. 사실 IMF사태는 ‘돈이 전부’라는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주기도 했습니다. 연구가 좋아 일에 몰두하고 그 결과가 세계 학계에서 인정 받아 학회에 초청돼 발표할 때 느끼는 성취감은 돈으로 살 수 없지요. 물론 과학자들이 안정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대우는 필요합니다.

최근 일본 원전사태로 소재와 부품이 모자라 고생하는 업체들이 많다고 합니다.
일본은 우수한 소재와 부품을 만드는 기업체가 많기 때문에 이들 회사에 의존하고 있던 국내 많은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가 열심히 제품을 만들어 수출을 해도 결국 돈은 핵심 소재를 공급하는 일본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지요.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정체돼 있는 것도 이런 구조적 문제 때문입니다. 이번 사태는 불행한 일이지만 소재의 기초가 되는 화학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인식되기를 바랍니다.



세계 화학의 해를 맞아 어떤 행사나 계획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국내외에서 연중으로 많은 행사가 열리지만 9월 28일부터 3일 동안 대전에서 열리는 ‘화학엑스포’와 ‘그린화학 페스티벌’이 가장 흥미로운 화학의 장이 될 것입니다. 화학 엑스포에 참여할 국내외 많은 화학회사들의 전시회를 비롯해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화학의 위상을 실감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린화학페스티벌은 일반인들이 화학을 좀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행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물론 저희 화학연구원도 이 행사에 적극 참여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세계 화학의 해를 계기로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발전시켜 나가는 ‘오아시스 프로젝트’를 출범합니다. 전문가들이 보기에도 ‘이건 정말 창의적인 발상인데’라고 생각하게 하는 과제를 10개 선정해 매년 1억 원씩 지원하는 프로젝트죠. 과제에 선정된 국내외 화학자들은 실적보고에 대한 부담 없이 마음껏 아이디어를 실험할 수 있습니다. 두 분은 화학자로 평생을 보내셨습니다. 가장 존경하는 화학자는 누구입니까.

초대 KAIST 원장을 지내신 이태규 박사와 ‘비날론’을 개발한 이승기 박사입니다. 국내 1호 화학박사인 이태규 박사는 화학반응에 대한 이론연구로 노벨상 후보까지 오를 정도로 한국 화학계 발전에 크게 공헌했습니다. 이승기 박사는 비날론이라는 뛰어난 화학섬유를 개발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죠. 북한이 비날론에만 고집하다가 섬유고분자 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측면이 있을 정도입니다.

저는 기업체에서 오랫동안 일했고 지금도 산업현장을 자주 찾습니다. 이곳에서 우리나라가 세계 7위의 화학산업 국가가 되도록 땀 흘려 일하는 ‘화학인’들을 만납니다. 현장에서 묵묵히 본연의 업무를 하는 이분들이야말로 존경받아 마땅한 분들입니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Intro. 화학-지구촌 구할 녹색 해결사
Part 1. 녹색화학, 에너지와 환경 다 잡는다
Part 2. 모든 길은 화학으로 통한다
Part 3. 인터뷰 - 대한화학회 김낙중 회장 & 한국화학연구원 오헌승 원장

2011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석기 기자

🎓️ 진로 추천

  • 화학·화학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 생명과학·생명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