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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화학-지구촌 구할 녹색 해결사

2011년 세계 화학의 해 특집

1991년 미국 환경보호국(EPA)에 근무하던 화학자 폴 아나스타스 박사(당시 28세)는 화학이 환경오염의 주범에서 벗어나 더 안전하고 더 깨끗하고 더 에너지 효율적인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녹색화학(green chemistry)’이란 용어를 만들었다. 그 뒤 화학계는 녹색화학을 향한 치열한 자기변신을 시도했다. 그 결과 미국의 연간 위험물 발생량은 1991년 2억 7800만 t에서 2009년 3500만 t으로 급감했다. 1998년 출시된 발기치료제 비아그라를 만드는 제약회사 화이자는 반응공정을 개선해 비아그라 1kg을 만들 때 나오는 폐기물을 105kg에서 8kg까지 줄이는 데 성공했다. 한국화학연구원은 촉매를 이용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20%나 줄인 나프타분해공정을 개발했다.
최근 화학은 에너지 절감을 넘어 에너지를 만드는 과제를 떠안았다. 인류가 쓰는 에너지의 1만 배나 되는 태양에너지를 포획하는 태양전지의 효율을 높이는 연구에서 식물에서 영감을 얻은 인공광합성시스템 개발까지 발걸음이 분주하다. 과연 화학은 환경과 에너지 위기에 빠져 있는 지구를 구하는 ‘녹색 해결사’가 될 수 있을까.
 

 
21세기 화학, 녹색 옷으로 갈아입다

32011년은 유엔이 선포한 ‘세계 화학의 해’다. 이 결정의 배후에는 국제순수·응용화학연맹(IUPAC) 밑에 뭉친 세계 화학자들의 요망이 있기도 했지만, 유엔이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위해 그 중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20세기는 화학의 세기였다. 화학자가 합성한 아스피린은 20세기 들어 널리 시판된 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있다. 이어 개발된 페니실린을 비롯한 여러 항생제는 셀 수 없는 생명을 구해주었다. 비료와 농약의 발명은 농업혁명을 이룩해 인류의 굶주림 해결에 앞장섰으며, 20세기 후반에는 석유화학시대를 활짝 열었다. 합성수지와 합성섬유, 합성고무는 우리 생활 패턴을 완전히 바꾸며 고분자(플라스틱)시대를 열었다.

화학의 합성 능력은 새로운 기능 소재 및 재료의 개발을 가능하게 해 20세기 후반에는 전자·정보 시대의 도래에 촉매가 됐다. 화학 지식과 기술은 생명과학의 발전에도 밑거름 노릇을 하고 있다. 바야흐로 화학은 현대과학기술의 중심을 차지하면서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2011 세계 화학의 해’는 퀴리부인의 노벨화학상(1911년) 수상 100주년을 기념해 선정됐다.]
 
한국도 1999년부터 책임보호운동 참여
그러나 지난 세기 후반부터 화학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는 악화일로를 밟아왔다. 특히 미군이 베트남전쟁(1960~ 1975년)에 사용한 화학무기와 고엽제가 화학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전 세계에 급속도로 확산시키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화학제품에 의한 자연과 생태계 파괴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또한 1984년 인도 보팔에서 있었던 화학 공장 폭발에 의한 수많은 희생은 화학제품 생산공정의 안전성에 커다란 의문을 품게 했다.

여기에 일부 기업의 부도덕한 이윤추구와 안전에 대한 무지가 화학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악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물론 대중매체가 진실을 왜곡한 경우도 있었지만 이런 사건들은 일반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그러나 세계 화학계가 무책임한 무대응 전략을 유지하지는 않았다. 캐나다의 화학생산협회가 1985년에 시작해 지금은 세계의 많은 화학업체로 확산된 ‘책임보호운동(Responsible Care)’은 화학을 통한 건강과 안전,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이제 화학도 ‘녹색’이 아니면 설 자리가 없다.

현재 이 운동은 국제화학연합이사회(ICCA)가 이끌고 있으며 세계 53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회원국이다. ICCA는 2006년 두바이에서 유엔이 개최한 국제화학경영회의에서 ‘책임보호’ 글로벌 헌장을 채택하기도 했다.

현재 전 세계 화학제품의 생산량이 4000조 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2000만 명이 넘는 인력이 직간접적으로 화학산업에 종사하고 있음을 생각할 때 ICCA의 ‘책임보호’ 운동은 이 지구의 경제, 사회, 환경보호에 참으로 중요하다.

결자해지(結者解之) 나선다
우리 인류가 21세기에 해결해야 할 과제들 가운데 가장 시급한 환경, 에너지, 보건 및 농업의 문제들은 화학적 지식과 기술의 도움 없이는 해결이 불가능 하다. 전 세계 화학계는 친환경적이며 에너지 절약 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에너지 생산형으로 화학에게 ‘녹색 옷’을 입혀가고 있다.

예전에는 폐기물이었던 바이오매스로부터 화학제품, 바이오 알코올과 바이오 디젤 같은 바이오 연료를 생산하고 있다. 화학생산공정에서는 이산화탄소 같은 온실가스 생성을 최소화하는 데 진력하고 있다. 화학자들의 재료와 배터리 연구에 힘입어 태양에너지 사용 효율이 눈부시게 높아지고 있다. 또 촉매화학의 발전이 저에너지 화학기술의 등장을 촉진하고 있다.

미국의 9.11 테러사건이 그 필요성을 부각시킨, 미량 독성물질을 검출하고 확인하는 화학 분석기술의 빠른 발전은 개인 보호 및 국가 안보에 큰 공헌을 하고 있을 뿐 아니라 환경지킴이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식물의 광합성에 관한 화학적 이해가 크게 진전되고 있어 인공광합성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햇빛과 물, 이산화탄소로 탄수화물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한편 ‘화학생물학(Chemical Biology)’의 등장은 새로운 생명과학 지식과 특히 의약학 기술발전에 동력을 제공할 뿐 아니라 화학제품의 안전성을 한 단계 더 높여 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자신을 포함해 모든 생명체는 물론 우리 주위 모든 물체 중 원소와 화합물이 아닌 것이 하나도 없음을 인지한다면 인류와 이 지구, 또 우주를 건강하게 보존하기 위해서도 화학의 건전한 발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에 공감하게 된다.

금년 ‘ 세계 화학의 해’의 기치가 ‘화학-우리의 생명, 우리의 미래’로 선정된 이유다.
 
 

2011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진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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