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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고를 통해 사람들의 뇌리에 가장 깊이 각인된 단어는 ‘노심용융(core meltdown 또는 nuclear meltdown)’이라는 말이다. ‘냉각수에 잠겨 있어야 할 연료봉이 대기 중에 노출돼 액체 상태로 녹으면서 방사성 물질을 방출한다’는 정도가 알려져 있다. 그런데 장면이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기에 이토록 위험한 걸까.

원자력발전소는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의 원자에 중성자를 부딪혀 쪼갠 뒤, 이때 나오는 방사성 에너지로 물을 끓여 증기를 만든다. 이 증기로 터빈을 돌리면 전기가 만들어진다. 후쿠시마 원전처럼 붕괴열로 냉각수를 직접 증기로 만들면 ‘비등식’이고, 가열한 물을 이용해 다시 외부에서 끌어온 물을 증기로 바꾸면 ‘가압식’이라고 한다. 한국형 원자로는 모두 가압식이다.

원전은 지진처럼 급박한 상황이 되면 운전을 멈춘다. 핵분열이 일어나려면 핵 연료에 중성자를 쏴 충돌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중성자를 흡수하는 ‘제어봉’을 연료봉 사이에 집어넣으면 중성자가 사라져 핵분열이 중단된다. 이렇게 핵분열이 멈추면 그 동안 핵분열을 하는 과정에서 생긴 방사성 물질이 안정되는 과정에서 약간의 방사선 에너지, 즉 붕괴열(잔열, decay heat)이 발생한다. 따라서 운전을 멈춰도 평상시의 8% 정도의 열이 남는다. 예를 들어 100M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원자로였다면(전력 생산 효율을 약 33%로 가정하면 실제로 방사성 에너지는 300MW를 생산한다), 사고가 나자마자 약 8MW 정도로 출력이 줄어든 채 계속해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셈이다(방사성 에너지는 24MW). 이후 약 1시간이 지나면 다시 1%인 1MW로 줄어든다.
 



문제는 이 다음부터 방사성 에너지가 줄어드는 속도가 급격히 느려진다는 점이다. 1%였던 에너지가 10분의 1인 0.1%로 줄어드는 데는 약 1달이 걸린다. 그런데 이 정도로 작은 붕괴열도 원자로의 내부 온도를 높이는 데 충분하다. 제무성 한양대 원자시스템공학과 교수는 “1달 뒤의 출력인 0.1MW도 작은 실험용 원자로를 최고 사양으로 가동했을 때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이 안에서는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붕괴열도 연료봉을 포함한 원자로의 노심(core) 온도를 높인다. 이 열은 연료봉을 둘러싸고 있는 코팅 물질, 즉 피복재(지르코늄(Zr) 합금을 쓴다)를 녹이고 마지막으로 연료봉 안에 들어 있는 방사성 연료 조각(펠릿)을 녹여 액체로 만든다. 방사성 연료는 고체일 때는 방사성 기체를 많이 내뿜지 않지만 액체로 변하면 에어로졸 형태로 많은 양을 내뿜는다(아래 그림 ➎,➏). 특히 이때에는 평소에 발생하는 요오드나 세슘 외에 스트론튬 등 다른 방사성 물질이 흘러나올 수 있어 더욱 위험하다. 이들 방사성 물질은 평소대로라면 격납용기 안에 갇혀 있지만, 이번처럼 안에서 발생한 수소를 빼거나 냉각수를 강제로 넣을 때 외부로 빠져나올수 있다.

이번 원전 사고에서 첫날 재앙의 시작을 알린 ‘수소가스폭발’은 원자력발전의 핵분열 현상과는 거리가 먼 ‘외적인’ 문제다. 방사성 연료를 둘러싸고 있는 피복재에 강한 수증기(H2O)가 반복해서 닿으면 안에 포함된 지르코늄이 산소와 결합한다(산화). 이 과정에서 물에 있던 수소 원자가 기체 형태로 나오는데, 농도가 높아지면 900℃의 높은 열과 산소를 만나 강한 폭발을 일으킨다. 따라서 수소 기체를 연료봉을 밀봉하고 있는 압력용기에서 빼내야 한다. 후쿠시마 원전은 사고 초기에 수소 기체를 빼냈는데, 이때 나온 수소가 원자로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벽 중 가장 바깥벽 안쪽에 고여 있었다. 그러다 건물의 내부 온도가 올라가면서 폭발을 일으킨 것이 사고 초기의 수소폭발이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폭발 전에 수소 기체를 미리 빼내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연료봉에서 나온 기체에는 요오드,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누출을 막기 위해 끝까지 방출을 망설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5등급 이상의 ‘중대사고’로 분류한다. 중대사고는 원자로가 포함된 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하고 위험한 사고를 일컫는 용어다. 방사성 물질이 연료봉과 압력용기를 벗어나 격납용기 안으로 퍼지거나, 또는 심지어 격납용기 밖으로 빠져나가는 사고를 의미한다. 격납용기 밖에도 건물 외벽이 있지만 폭격이나 붕괴 등 물리적인 손상을 막기 위한 구조물이지 밀폐를 위한 설비가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중대사고의 대표적인 원인은 이번 사고와 같이 냉각재가 일부 또는 전부 작동하지 않는 경우다. 원전은 핵분열을 시작한 연료를 잘 통제하며 에너지를 뽑아내는 기술이 핵심이다. 장작불에 비유하자면 불을 지피는 것보다 바람을 잘 통제해 불이 지나치게 활활 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1996년 당시 과학기술처(현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원자력연구소가 펴낸 ‘중대사고시 용융물의 노내외 냉각 실증실험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중대사고를 해결하는 가장 핵심적인 방법은 ‘냉각수 공급’이다. 이를 위해 원전은 ‘비상노심냉각시스템(ECCS)’이나 비상발전기 등 만약을 대비한 수단을 갖추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기를 통해 비상냉각시스템을 작동하도록 돼있어 전력 설비가 파괴된 뒤에는 냉각을 할 수 없었다. 비상발전시스템이 있었지만 디젤발전기가 쓰나미에 휩쓸려가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이를 두고 전문가 사이에서는 초기에 우왕좌왕하며 이번 사고를 중대사고로 키웠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석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기획부장은 “일본도 ‘중대사고절차’를 잘 갖추고 있었지만 초기대응에는 아쉬움이 많다”며 “먼저 전원 복구를 시도하고 실패로 드러나면 바로 비상용 디젤발전기 작동을 시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은철 서울대 교수도 “도로가 무사했으니 디젤발전기를 차로 날라서라도 바로 전원을 복구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이후 3월 18일, 미국 제너럴일렉트릭사는 원전 냉각시스템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이동형 발전기를 일본으로 보내기로 결정했다).
 
연료봉만 식힌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이은철 교수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대응은 핵연료 냉각, 외벽 냉각, 사용후 폐연료봉 냉각 이렇게 세 가지 방향에서 이뤄졌다”고 말했다. 헬기를 이용해 물을 뿌리거나 소방호스로 물을 뿜은 것은 건물 외벽과 격납용기를 식히기 위한 대책이다. 특히 외벽은 이번 수소가스폭발에서 볼 수 있듯 뜨거워지면 폭발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사용 후 폐연료봉은 상대적으로 냉각시키기가 쉬운 편이다. 폐연료봉은 원자로가 있는 격납건물의 외벽 안쪽 수조에 임시로 보관한다. 연료봉의 2~2.5배인 8~10m 높이로 물을 채워 둔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이 수조의 수위가 낮아졌다. 냉각이 멈추면 남아 있는 핵연료가 다시 핵분열을 시작하는 ‘재임계’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공기 중의 중성자가 핵연료에 남아 있는 우라늄과 부딪쳐 핵반응을 유발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제무성 한양대 교수는 “공기중에서 사용 후 핵연료로 들어가는 중성자 수가 그 반대보다 더 많아야 재임계가 일어난다”며 “실제로는 들어가는 중성자 수가 나가는 수의 70%에 불과해 재임계 현상이 일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교수도 “사용 후 핵연료도 7~10개월이 지나면 충분히 식고 방사능도 100분의 1로 줄어든다”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고 말했다. 특히 폭발과 관련해 제 교수는 “폐연료봉 저장기에서 수소가스폭발이 일어나려면 온도가 1000℃는 돼야 한다”며 “그럴 가능성이 별로 없기 때문에 폐연료봉을 둘러싸고 지나치게 공포심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다. 크게 두가지다. 직접적으로 방사성 물질을 맞아 입는 피해와 환경을 통해 간접적으로 입는 피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로 우리나라가 입을 방사능 피해는 거의 없다고 단언한다. 우선 거리가 멀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가능성은 없다. 문제는 방사성 물질이다. 원자로 밖으로 누출된 에어로졸 형태의 방사성 물질은 바람을 타고 멀리까지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7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86년 구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사고지역으로부터 1500km 이상 떨어진 노르웨이나 영국에서까지 방사성 수치가 올라갔다(건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수치가 올라간 것은 주변 수 백km). 방사성 물질이 상층의 바람을 타고 이동한 것이 원인이었다. 체르노빌 사고는 흑연감속로에 큰 불이 나면서 상승기류가 만들어졌고, 연료봉이 녹아 생긴 방사성 물질이 상승기류를 타고 10km 상공까지 날아갔다.

하지만 이번 사고는 누출된 방사성 물질의 양이 많지 않은데다 우리나라와 거리가 멀고(1100km) 편서풍의 영향을 받는 상승기류의 방향이 동쪽이라 큰 위험이 없다. 이석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기획부장은 “①바람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전부 우리나라 쪽으로 불어오고, ②1~3호기의 연료봉이 모두 녹아서 방사성 물질이 노심 외부로 방출되며 ③격납건물 밖으로 설계기준(0.5%)의 10~15배가 빠져나간다고 계산해도, 한국에 도달하는 방사선량은 0.3mSV(밀리시버트)에 불과하다”며 “이는 일반인 한 사람이 1년 동안 자연적으로 쐬는 방사선량인 1mSV보다 낮아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은철 교수도 “방사성 물질이 바람을 타고 온다고 해도 에어로졸 형태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사방으로 퍼져가면서(확산) 날아와 희석된다”며 “방사선량 수치는 더 낮아질 것”고 말했다.


방사선량 수치, 제대로 이해해야

언론에서 자주 혼동해서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 중 하나는 방사선량이다. 방사선의 강도는 물론, 시간과 관련이 깊기 때문에 단순 수치로 비교하면 안 된다. 또 방사성 물질이 일으키는 위험 중 일부(방사능의 강도에 의한 영향)만을 표현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먼저 방사선량 수치를 보자. 이 수치는 시간을 고려해야만 의미를 갖는 값으로 그 자체의 높고 낮음만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방사선의 절대적인 ‘강도’와는 다른 수치기 때문이다(용어설명 참조). 예를 들어 지난 3월 18일 밤 후쿠시마 제1원전 사무실의 방사선량은 1시간에 3.244mSV였다. 3월 20일 국내 언론에서는 이 수치가 “울릉도 기준치의 2만 3000배를 넘었다”며 흥분한 어조로 보도했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유럽의 방사능 수치를 표시한 지도. 붉은색이 진할수록 방사능 농도가 높다.

하지만 이 말은 이 방사선을 1시간 동안 가만히 서서 온몸에 쐬었을 경우 인체가 이 만큼을 받는다는 뜻이다. 평소보다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 방사선을 말 그대로 1시간 동안 쐬지 않으면 전혀 의미가 없는 수치다. 만약 실수로 이 공간에 잠시 발을 들였다가 10초 만에 나왔다고 가정하면 이 사람이 받은 방사선량은 0.009mSV다(3.244/360초). 만약 100초(1분 40초) 동안 우왕좌왕하다 나왔다고 해도 0.09mSV가 된다. 이 정도는 1년 동안 일반인 1명이 쐬는 방사선량인 1mSV의 10분의 1 수준이다.

게다가 이미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종종 이보다 높은 방사선에 노출되곤 한다. 예를 들어 한번 CT 촬영을 하면 (촬영을 시작해서 마칠 때까지 모두 더해서) 6.9mSV의 방사선을 쐰다. 분명 안 쐬는 것보다 건강에 나쁘고, 여러 차례 경험한다면 위험하겠지만 갑자기 건강에 문제가 생길 정도로 치명적인 것은 아니다. 사람에게 어지러움증이나 구토 등 건강 문제를 일으키기 시작하는 방사선량은 약 1000mSV부터다(아래 표 참조).

방사선량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방사성 물질이 인체에 흘러 들어왔을 때 입는 피해다. 이는 방사성 물질의 종류와 성질에 따라 다르다. 이번에 가장 문제가 된 요오드 131, 세슘 137, 스트론튬 90은 각기 영향을 미치는 양도 다르고 해결방법도 다르다(그림 참조). 방사선량 수치만 가지고 막연한 공포심을 갖기보다는 보다 정교하고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원자력발전이 실험로 수준에서 만들어졌던 1950년대부터 크고 작은 사고가 이어졌다. 그 중에는 초창기 실험실에서 벌어진 사고도 있었고 실제 원전이나 연료 재처리시설에서 일어난 사고도 있었다. 원전 사고를 포함해 주요한 방사성 물질 사고 21건을 선정해 발생 연도와 국제원자력사고척도(INES) 등급 간단한 해설을 붙였다(위).

원전 사고는 폭발, 노심 용융, 연료 누출 등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재처리시설은 직접적인 원전 사고는 아니지만 원전을 운영하기 위해 연료가 되는 우라늄 용액을 다른 용액에 섞는 과정에서 핵분열 현상이 일어난 경우(이를 ‘임계사고’라고 한다)다. 그 외에 병원용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거나 실험로에서 누출 또는 폭발이 일어난 경우도 있다.
 
체르노빌 원전에 쓰인 RBMK 원전의 원자로 모습. 규모가 거대한 원전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안전성 에 문제가 있어서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사상 두 번째 방사능 사고로 꼽히는 러시아 키시팀 재처리시설 폭발사고(1957년)의 오염구역. 맨 왼쪽 아래 마야크 저장고에서 난 폭발로 남서쪽(그림에서는 오른쪽 위) 방향으로 방사성 물질이 퍼졌다. 오염 지역이 800km2에 이른다.

원전 사고는 관리 절차나 제도, 그리고 사회적 인식 등을 크게 바꾸는 계기가 됐을 뿐 아니라 원전 기술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상 최악의 사고로 꼽히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러시아 고유의 원자로(RBMK)에 여러 가지 안전 장치를 추가하게 했다. RBMK는 냉각재로는 물을, 중성자를 흡수해 핵분열을 늦추는 ‘감속재’로는 흑연을 쓰는 ‘흑연감속 비등형 경수로’다(이번에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과 우리나라의 원전은 냉각재와 감속재로 모두 물을 쓴다). 흑연 감속재는 노심을 둘러싼 형태로 되어 있다. 노심 속 출력이 너무 커지면 제어봉(33쪽 참고)을 넣어서 핵분열 속도를 늦춘다. 그런데 RBMK에서는 흑연 때문에 제어봉이 잘 작동하지 못했고, 이 때문에 체르노빌 원전의 첫 폭발이 일어났다. 사고 뒤 중성자 흡수를 높이기 위해 제어봉 수를 늘리는 등의 안전 조치가 추가됐지만, 이후 이 원자로 건설은 줄어들었고, 2004년 이후 새로 짓지 않고 있다. 현재도 11기가 운영되고 있지만 폐쇄 압력이 높다.
 
 
 

원전이 자연재해 앞에서 통제불능상태에 빠지는 모습을 보면서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걱정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없을까.

우리나라 원전은 이번 후쿠시마에서 문제가 된 수소가스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적다. 지르코늄 피복이 증기와 만나 산화하면서 발생하는 수소를 그때그때 태워서 제거하는 장치(수소연소기)가 있기 때문이다. 수소는 900℃ 이상의 고온 환경에서 산소를 만나면 폭발하지만, 농도가 낮은 상태에서는 그냥 연소 반응을 일으켜 물이 된다. 따라서 자연발화 농도에 이르기 전에 태워주면 폭발 없이 수소를 제거할 수 있다. 현재는 건물 내 수소 농도가 5%를 넘으면 제거기가 작동한다.


 
앞으로 원전은 안전장치를 더 보강하는 쪽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내진설계를 강화하고, 전기 없이도 냉각수 순환이 가능한 패시브 방식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사진은 건설 중인 신고리 3, 4호기의 모습.

건물 구조는 어느 쪽이 더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제무성 한양대 교수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은 격납공간이 2중으로 튼튼하게 돼 있다”며 “우리나라는 두께 1.5m 정도의 용기 하나만 있어서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대신 내부 공간이 훨씬 넓어 사고 시 조치를 할 시간적 공간적 여유가 충분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연료봉이 핵융합 반응을 할 때 내는 푸른 빛.
인류에게 너지를 선물하는 복의 빛일까, 위험을 경고하는 창백한 빛일까.

 
가압식이냐 비등식이냐의 차이는 평상시 방사성 물질의 유출 가능성에서 차이가 있다. 비등식은 노심에서 직접 냉각수를 증기로 바꿔 이 증기로 터빈을 돌린다. 반명 가압식은 냉각수와 터빈을 돌리기 위한 물이 아예 별도의 파이프로 분리돼 있다. 따라서 노심을 거쳐 방사성 물질을 함유한 물이 터빈에 직접 들어가지 않아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적다.

우리 원전은 전기가 없어도 냉각수 공급이 가능하다. 증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물이 열 에너지를 잃으며 자연냉각하는데, 이 물은 밀도가 높아져서 중력의 힘으로 저절로 아래로 내려와 냉각수를 순환하게 만들어 준다.후쿠시마 원전처럼 전기가 끊긴다고 바로 노심 온도가 올라가 노심용융 현상이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물론 이런 기술적인 대책에도 불구하고 원전 자체의 안전에 여전히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도 많다. 이번 사고가 인류가 예측하기 어려운 대형 재해에 인간의 기술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여실히 보여 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전 기술 덕분에 인류가 누리고 있는 혜택 또한 많은 것 또한 사실이다. 신중한 논의와 접근이 필요하다. 일본을 강타한 규모 9.0의 대지진은 원전을 둘러싼 논쟁에도 쓰나미 급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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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윤신영 기자
  • 일러스트

    박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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