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은 미련하다고 하지만 보기에만 그런 것. 행동거지, 성격 등에서 재미있는 요소가 많다.
사람들은 흔히 미련한 것이 곰이라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미련하게 보이는 사람을 두고는 곰을 닮았다고 한다. 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놈이 가져간다는 말도 자주 인용해 쓰고 있다.
곰이 미련하다는 것은 아마도 우직한 성격을 두고 하는 말일 터이고, 재주를 부린다는 말은 과거 곡마단 등에서 보아온 곰의 재주를 연상해서 지어낸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곰이 인간과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것만은 사실이다. 곰에 관한 많은 신화나 전설이 이를 입증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단군신화를 보면 하늘에서 환인(桓因)의 아들 환웅(桓雄)이 이 세상에 내려와 태백산의 신단수(神檀樹)아래에서 세상을 다르릴 때 사람이 되려는 곰과 호랑이에게 영애(靈艾)와 마늘을 먹였다고 한다. 이 때 호랑이는 이 시련을 참지 못했고 곰은 이겨내어 웅녀(熊女)가 되었다. 곰이 변신한 웅녀와 환웅이 결혼해 낳은 아들이 바로 단군인 것이다.
실제로 신석기시대의 유물 가운데 옛사람들이 사용했던 돌그릇에는 곰의 형상이 새겨져 있다. 또 그들이 생활하던 동굴속에선 곰의 머리뼈들이 잘 정돈된 채로 발견되곤 한다.
곰은 자기를 해치려들거나 괴롭히지 않는 한 절대로 먼저 공격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번 화가 나면 격렬하고 끈질기게 공격한다. 따라서 곰이 산악인들 사이에 '공포의 대상'으로 불리고 있는 것은 다소 과장된 것이 아닌가 싶다.
코알라와 팬더는 곰이 아니다
동물학자 그르지맥(Grzimek)의 분류에 의하면 곰은 식육목(目) 곰과(科)로 6속7종이 있다. 또 곰은 주로 지구의 북반구에 분포되어 있고 아프리카와 오스트레일리아에는 없다.
남반구엔 단 한종의 곰이 있는데 안경곰(Spectacle bear)이라는 것이다. 이 곰은 남미의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파나마 등지의 표고 2천m의 산악지대에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오스트레일리아에 서식하는 코알라(Koala)와 한때 곰인형으로 어린이들의 인기를 모았던 히말라야와 중국 북부산 팬더(Panda)를 곰과(科)에 속하는 동물들로 알고 있으나 이는 잘못된 지적이다. 코알라는 배에 주머니(유아낭)를 갖고 있어 유대목(有袋目)에 속하고, 판다는 식육목 판다과(科)에 속하는 동물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중국북부 일부와 일본지역에는 이른바 반달가슴곰이라고 널리 알려진 아시아검정곰이 분포되어 있다.
이밖에 북반구에 살고있는 곰들을 알아보자. 유럽이나 북아메리카에는 불곰, 북극에는 흰곰, 동남아시아 말레이시아에는 말레이곰, 인도와 스리랑카에는 늘보곰, 북아메리카에는 아메리카 검정곰이 살고 있다.
최근에는 웅담과 모피를 구하려는 '몬도가네'들 때문에 곰의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1940년대까지만해도 우리나라의 설악산 태백산 지리산 등에는 반달가슴곰이 많이 서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반달가슴곰이 설악산에서 서식하고 있음이 마지막으로 확인된 것은 83년 5월 22일이었다.
당시 필자는 창경원 동물원에 근무하였는데, 밤벚꽃놀이에 지쳐있는 동물들을 치료, 간호하느라고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 때 설악산 국립공원 관리사무소로부터 총에 맞아 부상당한 반달가슴곰을 보호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반달가슴곰은 82년 11월 4일 천연기념물 제329호로 지정, 보호하고 있었으나 국내에서는 거의 멸종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뜻밖에 반달가슴곰이 나타났다는 소식을 접했으니 흥분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필자는 부리나케 진료가방을 챙겨 떠날 준비를 했다. 그런데 막 차를 타려고 할 때 한통의 비보가 전해졌다. 부상이 심해 반달가슴곰이 방금 세상을 떠났다는 내용이었다.
필자는 사체라도 확인하려고 가슴 아픈 소식을 안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숨진 곰은 윤기가 번드르르한 검은 털에 앞가슴엔 반달모양이 선명한 어미 반달가슴곰이었다.
사체를 검시해보니 체중은 1백9kg, 키 61cm, 몸길이 1백12cm, 꼬리는 9cm였다. 사인(死因)은 20여일 전에 상처를 입어 계속된 심한 출혈이었다. 만일 사람이 그 정도로 상처를 입었다면 단 하루도 넘기지 못했을 정도로 상처가 깊었다. 워낙 힘이 세고 인내심이 강한 곰이었기에 20여일이나 버텼던 것.
주위사람들 얘기로는 웅담을 노린 밀렵꾼들의 짓이라고 했다.
바짝 긴장한 훈련병처럼
곰은 사육할 때는 번식시키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곰의 교미시기는 7~9월 사이이다. 이 시기에는 소리를 내는데 황소 우는 소리와 비슷하나 더 크고 길게 근다. 하지만 사육할 때는 암수가 같이 있어 소리를 듣지 못한다.
임신기간은 2백10일. 암컷은 2~3월에 1~3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바위틈이나 굴이나 굵은 통나무의 빈 구멍속에서 동면(冬眠)을 하기 때문에 동면도중에 새끼를 낳는 경우도 있다.
새끼는 눈을 감은 채 태어나서 약해 보인다. 그 크기는 20cm밖에 안되며 2주일 동안은 잘 움직이지도 않아서 죽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미의 젖을 먹을 때에는 턱과 혀를 움직인다. 이 때 어미 곰은 새끼의 곁을 절대로 떠나지 않으며 새끼의 배설물을 먹고 새끼를 핥아준다.
새끼는 2주정도 경과하면 급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하며 3개월이 되면 어미곰의 뒤를 쫓아다닌다. 6개월동안 젖을 먹으며 1년동안 동거생활을 한다. 3살이 되면 어미와 작별하고 독립생활을 하지만 6살이 되어야 성숙, 번식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모든 곰은 하나같이 재주꾼들이다. 저희들끼리 레슬링을 하기도 하고 발바닥을 혀로 핥으며 즐거운 모습을 짓기도 한다. 곰이 걷는 것을 보면 배꼽을 쥐고 웃지 않을 수 없다. 보통 때는 여느 4발 달린 짐승과 같아 보이지만 급히 뛸 때에는 참으로 기상천외의 걸음걸이를 보여줘 보는 이들을 웃기곤 한다. 곰이 달리는 걸음걸이는 마치 신병훈련소에서 잔뜩 긴장한 훈련병이 같은 쪽 팔다리를 동시에 앞뒤로 움직이는 모습과 같다.
곰은 잡식성 동물이다. 하지만 주로 과일류와 나뭇잎의 새 싹을 즐겨 먹는 채식주의자이다. 산속 개울에서 가재나 작은 물고기를 잡아 먹기도 하며 새들의 알 또는 어린 새끼 동물들을 잡아 먹는다.
이때는 예민하게 발달된 후각으로 탐색을 한다. 곰은 원래 식탐이 많아 음식을 먹을때마다 제몫을 놓아두고도 남의 몫을 넘보는 일이 많다. 특히 벌통의 꿀을 좋아하는데 벌들이 아무리 집중공격을 해도 아랑곳하지 않고 먹기에 열중할 정도다. 또 곰은 겨울이 되기전에 월동준비를 철저히 한다. 영양분있는 먹이를 많이 구해 영양을 피하에 축적한 후 겨울철 동면에 들어가는 것.
곰의 동면은 체온과 호흡횟수 심장박동 횟수가 떨어지는 수면상태로 지속된다. 그러다가 굴밖의 소리가 크거나 따뜻하면 깨어나 먹이를 구하기 위하여 동굴밖으로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