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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수학자 다비트 힐베르트는 1900년 국제수학자대회(ICM)에서 지금도 다 풀리지 않은, 20세기에 수학자들이 해결해야 할 23개의 문제를 제안했다.

힐베르트 이후로는 그렇게 수학의 모든 분야에서 문제를 제기할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도 없고 그렇게 인정받은 사람도 없다. 국제수학자대회는 국제수학연맹이 4년마다 개최하는 세계 최대 수학학술대회다. 2014년 대회는 서울에서 열린다.

국제수학자대회 첫날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하는데, 그때 한국인이 필즈상을 수상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요즘에는 개최국의 국가원수가 상을 주니까 차기 대통령이 상을 수여하게 된다. 수학에서는 재능이 20대, 30대의 젊은 나이에 발휘되고 다른 분야와 달리 매우 빠르게 세대교체가 이뤄진다. 이번 대회 유치를 계기로 2018년에는 한국인 수상자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본다.

넓이엔 적용돼도 부피엔 적용 안 되는 원리

힐베르트의 문제 중에는 수학기초론이라고 불러야 할 근본적인 질문들이 있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각종 물리공식에 서로 모순이 없다는 것은 어떻게 아는가 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예를 들어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넓이라는 개념도 처음부터 시작해보면 무엇인지가 애매해진다. 도형 두 개가 같은 넓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종이를 구겨서 꽉 쥐면 덩어리가 되는데, 이것도 넓이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만일 거기에도 넓이가 있다고 대답하면 거꾸로 돌맹이의 넓이는 얼마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수학자들이 성공적으로 엄밀하게 다룰 수 있게 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였다. 수학적으로 엄밀하지 않으면

에 x=1을 넣어서

이라고 계산한 뒤 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밑변과 높이가 같은 두 삼각형은 넓이가 같다’는 명제를 생각해보자. 삼각형은 항상 조각내서 밑변과 높이가 같은 직사각형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밑변과 높이가 같은 두 삼각형의 ‘넓이가 같다’고 정의할 수 있다.

평면에서 다각형 두 개가 같은 넓이를 가지고 있으면 그중 하나를 몇 조각으로 잘라서 다른 도형으로 ‘항상’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은 19세기에 증명됐다. 이 경우에 두 다각형의 ‘넓이가 같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문제들 중 어려운 패턴은 장난감으로도 많이 팔린다.

그렇다면 3차원 공간에서 부피에 대해 이런 식으로 물어본다면 어떤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사면체의 부피를 구하는 공식은

라고들 하는데, 바닥의 넓이와 높이가 같으면 정말 부피가 같을까. 만일 독자가 공부하는데 사면체의 부피공식이 잘 외워지지 않았다면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천재들도 삼각형의 넓이 공식과는 무엇인가 다른 점을 느끼고 고개를 갸우뚱했기 때문이다. 가우스는 두 번씩이나 편지에서 이 공식의 간단한 증명이 없다는 사실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고 바로 이와 관련된 문제를 힐베르트가 국제수학자대회에서 세 번째 문제로 제시했다.

세 번째 문제는 매우 단순하다. 높이와 밑면의 넓이가 같은 두 사면체 A, B가 있을 때 평면의 면적의 경우처럼 A를 여러 조각으로 나눠서 그 조각들을 B가 되도록 재조립하는 게 ‘항상’ 가능한가. 이 물음은 삼차원에서는 그렇게 할 수 없는 경우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생각보다 간단히 해결됐다. 실은 필자도 이와 상당히 비슷한 문제를 수학경시대회 문제로 출제하고 싶어서 아래 문제를 만든 적이 있다.

정사면체를 조각내서 재조립하더라도 정육면체로 바꿀 수 없음을 보이시오.

문제 자체는 무척 단순하고 상당히 멋져 보이는데, 아쉽게도 수학경시대회 수준의 풀이를 찾아내지 못해서 문제 출제를 포기한 적이 있다. 찬찬히 생각해보면 정사면체의 두 면이 이루는 각과 정육면체의 두 면이 이루는 직각은 어울리기 어렵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올해 국제수학자대회는 8월 19일 인도 하이데라바드에서 열린다. 이 대회에서는 1972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태어나 거기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프랑스 남파리대의 수학자 응오 바오차오가 필즈상을 수상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2009년의 열 가지 과학적 성과 중 하나로 그가 증명한 ‘근본 보조정리(fundamental lemma)’를 선정했을 정도다. 근본 보조정리란 정수론과 군론이란 수학의 두 영역이 구조적으로 동일한 원리에 기반함을 밝힌 이론으로 상당히 고차원적인 이론이면서 수학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필즈상은 수상자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보는 분위기다.

응오 바오차오는 고등학교 2학년 때 국제수학경시대회에 참가해 베트남 사람 최초로 금메달을 받기도 했다. 점수는 만점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경시대회를 준비하는 모습을 보면 모범답안을 외우는 데 급급한 학생들이 많다. 사실 경시대회처럼 이미 답이 알려진 것만을 잘 푸는 사람은 학자로 성공할 수 없다.

특히 대학입시에 써먹으려고 경시대회에 출전하고 수학 공부를 하는 사람은 유학 가면 박사학위를 받기조차 힘들다. 2018년에 한국인 필즈상 수상자가 나오려면 수학에 접근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

2010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한상근 KAIST 수학과학과 교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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