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FAJ-1은 발표 이후 논란에 휩싸였다. ‘생명의 정의를 바꿀 수 있는 대단한 발견’이라는 NASA의 주장에 여러 과학자들이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먼저 이 박테리아가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는 아니라는 관점이 제기됐다. 이 박테리아는 인이 있는 환경에서 더 잘 산다. 인이 없을 때에만 차선책으로 비소를 사용한다. 게다가 이 연구는 실험실에서 이뤄진 것으로 자연 상태에서도 비소를 이용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따라서 외계생명체와 관련이 있다는 NASA의 발표는 과장이라는 반응이다. 실제 논문에도 외계생명체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다.
국내 전문가 사이에서도 이 박테리아를 환경에 적응한 미생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2010년 12월 14일 한국 미생물학회는 공식 논평을 통해 “계통을 분류하면 할로모나스 속에 속하는 박테리아와 상당히 유사하다”며 “극한 환경에 적응한 미생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논평을 작성한 천종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미생물학적으로 보면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영숙 교수도 “비소가 많은 환경에 적응한 극한 미생물의 일종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생화학자들은 비소를 포함한 DNA나 RNA, 단백질이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을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논문에서는 이런 생체 분자 안에 비소가 들어 있다는 증거를 제시했을 뿐 비소가 생체 분자의 인을 정말로 대체했는지, 그런 생체 분자가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는지, 대사 과정에서 비소를 이용할 수 있는 효소가 있는지를 밝히지 못했다.
발표 당시 기자회견에 참가한 미국 플로리다 주 응용분자진화연구소의 스티븐 베너 박사는 “비소가 인 대신 DNA를 잇는 사슬 역할을 한다면 고리가 물에 의해 쉽게 분해되므로 DNA가 파괴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논문의 저자들은 이 박테리아가 다른 분자를 이용해 약한 사슬을 강화하거나 진화 과정에서 약한 고리에 적응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효소가 비소를 이용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인 또는 비소가 있으면 살 수 있다는 사실은 인과 비소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효소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GFAJ-1이 비소를 생체 분자에 사용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독성물질로 취급해 격리시켜 두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도 있다. 베너 박사는 “비소를 지질 같은 곳에 모아 두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이 박테리아에서 발견된 액포 같은 구조도 이런 주장을 뒷받침한다.
비소를 흡수하는 유전자변형 식물을 개발한 이영숙 교수도 이 박테리아의 액포가 비소를 격리하는 역할을 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최근 이 교수팀은 식물이 비소를 세포 안에 있는 액포로 옮겨 세포질과 격리함으로써 식물이 중독되지 않고 자랄 수 있게 해 주는 유전자를 발견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그는 “GFAJ-1도 액포를 크게 발달시켜 그 안에 비소를 격리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논문의 문제점 지적 잇달아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는 지난해 12월 9일자에서 논문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여러 과학자들의 주장을 보도했다. 생물지구화학을 연구하는 로저 서몬스 매사추세스공대(MIT) 교수는 “논문의 저자들은 이 박테리아가 비소를 흡수한다는 사실을 보여줬을 뿐 비소가 들어 있는 물질의 분자 구조를 확실히 보여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논문에서는 박테리아에서 분리한 생체 분자에 비소가 인보다 많이 들어 있음을 보였지만, 이것만으로는 비소가 인을 대신해 분자 구조의 같은 위치에 들어가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로즈매리 레드필드 캐나다 브리티시콜롬비아대 교수도 발표 직후인 12월 4일 블로그에 게재한 글을 통해 울프-사이먼 박사의 논문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레드필드 교수는 “저자들은 일반적인 박테리아가 생명을 유지하려면 1~3%의 인이 있어야 하므로 약 0.02%에 불과한 이 박테리아는 인으로 살 수 없다고 밝혔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3%라는 숫자는 인이 풍부한 환경에서 자란 박테리아의 경우일 뿐 인이 부족한 환경에서 천천히 자라면 그보다 적은 인으로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레드필드 교수는 연구팀이 표준적인 실험 절차를 지키지 않아 박테리아에서 뽑아낼 때 DNA가 오염됐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레드필드 교수는 “박사 과정 학생이 이 데이터를 가지고 왔다면 다시 실험실로 돌려보냈을 것”이라며 연구팀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그는 “심사위원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며 “왜냐하면 충격적인 논문을 싣겠다는 ‘사이언스’ 지 편집자의 욕망을 이기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논문 한 편만으로는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연구를 이끈 울프-사이먼 박사는 “이런 논쟁에 뛰어들고 싶지는 않다”며 “모든 의견은 논문을 심사할 때와 똑같은 심사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문제점을 보완해 주장을 검증하는 데 성공할지, 아니면 비소 박테리아가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 위한 NASA의 무리수였음이 드러날지는 계속 지켜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