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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복제는 시간문제 복제양 돌리

1996년 7월 5일 영국 에든버러 근처 로슬린연구소에서는 양(羊) 한마리가 태어났다. 이 양은 보통의 양과 달랐다. 어머니와 DNA가 똑같은 클론(복제된 생물), 다시 말해 일란성 쌍둥이었던 것이다.


영국 로슬린연구소의 이언 윌머트 박사와 최초로 체세포 복제에 의해 태어난 돌리.


로슬린연구소의 이언 윌머트 박사는 6년생 암양의 유방세포에서 핵을 꺼내 다른 양의 난자(미수정란) 안에 있는 핵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대신 넣었다. 그런 다음 전기충격을 통해 세포분열을 일으켰다. 그러자 마치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한 것처럼 세포분열을 일어났다. 얼마 후 이 수정란은 대리모의 자궁 속에서 자라 세상의 빛을 보았다. 윌머트 박사는 이 양의 이름을 ‘돌리’(젖가슴이 큰 미국의 여가수 돌리 파튼에게서 따옴)라고 지었다.

탄생과정을 살펴보면 돌리는 암컷임을 알 수 있다. DNA를 어머니에게서만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보통의 출생과정을 통해 태어난 양이라면 아버지(정자)로부터 DNA의 절반, 어머니(난자)로부터 DNA의 절반을 물려받는다. 그러나 돌리는 어머니의 체세포인 유방세포로부터 DNA의 모든 것을 물려받았기 때문에 어머니와 똑같은 DNA를 갖게 된다.

1997년 2월 27일 돌리가 태어난 사실이 영국의 주간과학지 ‘네이처’를 통해 알려지자 세상은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동물복제는 곧 인간복제로 이어질 공산이 컸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쩌면 1932년 영국의 소설가 올더스 헉슬리(1894-1963)가 쓴 SF소설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를 연상했는지도 모른다.

포드기원 632년(서기 2545년) 지구는 세계국가에 의해 통치되고 있었다(포드기원은 미국의 자동차왕 헨리 포드(1863-1947)가 T형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벨트라인 조립대를 도입한 1913년을 말하며, 대량생산시대가 열린 해다). 수천년 동안 민족과 인종의 갈등을 겪어온 인류가 하나의 세계국가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생명복제에 의한 인간의 동일성 때문이었다.

세계국가에서는 모든 인간이 인간부화공장에서 태어났다. 정자와 난자를 인공수정시킨 수정란은 배양과정을 거쳐 최고 96명의 일란성 쌍둥이(클론)를 만들어냈다. 이 인간부화공장이야말로 세계인구를 조절하고 인간의 동일성을 이뤄내는 세계국가의 핵심시설이었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은 부모가 없고, 자식 또한 애써 낳을 필요가 없었다. 성생활이란 오직 쾌감을 얻기 위해 이뤄졌고, 사랑이란 이기적인 감정을 억제하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누구와도 프리섹스(free sex)를 즐길 수 있도록 교육받았다.

올더스 헉슬리가 자신이 알고 있는 생물학 지식을 모두 동원해 그려낸 유토피아가 바로 멋진 신세계였다. 올더스는 의사가 될 생각으로 생물학을 전공한 바 있으며, 그의 집안은 생물학 연구로 유명하다. 할아버지는 진화론 보급에 크게 기여했던 동물학자 토머스 헉슬리(1825-1895), 형은 유네스코 초대 사무총장을 지냈던 생물학자 줄리언 헉슬리(1887-1975), 동생은 196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앤드류 헉슬리(1917-)였다. 그런데 올더스 헉슬리가 ‘멋진 신세계’에서 그려낸 인간부화공장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현실의 문제로 나타난 것이다.

인간의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킨 다음 이를 배양해 수십명의 클론이 가능하도록 한 사람은 미국 워싱턴대학병원의 로버트 스틸만과 제리 할이었다. 그들은 1993년 수정란 속에서 분화되고 있는 분할소구라는 세포를 꺼내 이를 나눈 다음 각각의 독립된 수정란으로 키우는데 성공했다. 이를 수많은 대리모의 자궁을 빌려 착상만 시키면 수십명의 일란성 쌍둥이가 태어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왜냐하면 이미 생쥐(1981년), 면양(1986년), 토끼(1988년), 소와 돼지(1989년) 등에서 수정란을 분할해 복제생물을 만드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다만 올더스 헉슬리가 멋진 신세계에서 창조해낸 인공자궁만 만들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수정란을 나눠 클론을 만드는 기술보다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 바로 돌리다. 돌리는 생식세포가 아닌 체세포를 복제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었다. 정자와 난자를 이용하지 않고 몸의 어느 부분이든 떼어내 이를 복제하면 원래의 생물과 똑같은 DNA를 가진 생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점은 올더스 헉슬리도 상상해내지 못했다.

한편 복제에 의해 태어난 돌리가 생식능력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은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돌리는 데이비드라는 웨일스산 숫양과 짝을 지어 1998년 4월 ‘보니’라는 암컷을 순산했으며, 1999년 3월에는 세 쌍둥이를 낳았다. 비록 어머니를 복제해 태어났지만 돌리는 아직까지 보통의 양과 전혀 다를 바 없이 활동하고 있다.

돌리가 태어난 이후 체세포를 복제한 동물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미국에서는 생쥐를, 일본과 뉴질랜드에서는 소를 복제해냈다. 인간 주위의 동물들을 하나둘씩 복제함으로써 그 중심에 있는 인간을 공략할 태세다. 물론 지금까지의 실험결과로 볼 때 인간 신체의 일부를 떼어내 복제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1999년 2월 12일 우리나라에서도 세계 5번째로 체세포로부터 동물을 복제하는데 성공했다. 서울대 수의학과 황우석교수팀이 젖소의 자궁세포에 들어있던 DNA를 복제해 어린 젖소를 출산시킨 것이다. 이 복제젖소의 이름은 ‘영롱이’라고 붙여졌다. 영롱이가 태어난지 두달 뒤에는 복제한우인 ‘진이’가 태어났다. 물론 둘다 암컷이다.

이제 인간복제는 시간문제가 됐다. “누가 고양이의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하고 연구자들은 서로의 눈치만 볼 뿐이다. 인간복제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장기를 제공할 수 있고, 당뇨병이나 암과 같은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돌파구라고 그들은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9년 9월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생명복제에 대한 시민합의회의(과학동아 1999년 10월호 참조)에서 인간 배아(정자와 난자가 수정한 후의 생명체)의 복제마저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연구자들은 곤경에 처했다. 현재 세계적으로는 수정 후 14일까지 인간배아의 복제를 허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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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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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조사연구팀
  • 홍대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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