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이 ET와 손잡고 걸어 들어오기를 기대하던 사람들이 매우 실망하고 있다.”
NASA가 예고했던 발표가 비소 박테리아의 발견으로 드러나자 한 기자는 연구팀을 향해 이런 말을 던졌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NASA의 발표가 외계생명체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해 했다는 뜻이다. 이 발표가 사실이라는 가정 하에 외계생명체 탐사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아보자.
천종식 교수는 “독성물질인 비소가 풍부한 외계행성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예전 같으면 외계생명체를 탐사할 때 비소가 풍부한 행성을 후보에서 지워버렸겠지만, 이제는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한 탄소나 질소, 산소와 같은 기본 원소를 다른 원소로 대체하는 생명체도 가능하다. 외계생명체를 찾는 과학자들이 탐색해야 할 범위가 훨씬 넓어진 셈이다. 이미 SF 작품 속에는 지구의 생명체와 다른 원소를 사용하는 외계생명체가 종종 등장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탄소를 규소로 대체한 생명체는 미국의 SF시리즈 ‘스타트렉’ 이나 ‘X파일’ 등에서 여러 차례 등장해 잘 알려져 있다. 황을 같은 족에 있는 셀레늄이나 텔루르로 대체한 외계생명체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비소를 이용한 생명체가 외계행성에서 태어난다면 인보다 불안정한 비소의 성질이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베너 박사는 “비소가 들어 있는 물질이 지구와 같은 기온에서는 불안정하지만 온도가 매우 낮은 외계행성에서는 안정성이 높아져 유용하게 쓰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비소를 이용하는 미생물이 안정적으로 진화해 덩치가 큰 생명체가 될 가능성도 있을까.
이영숙 교수는 “비소박테리아도 인을 쓸 때만큼 잘 자라지는 않은 것으로 보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성근 교수는 “인을 이용하는 생명체와 경쟁한다면 진화 과정에서 도태되겠지만, 비소만 있는 곳이라면 효율이 낮은 생명체가 진화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좀 더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 발견이 NASA의 외계생명체 탐사 계획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NASA가 당장 비소를 이용하는 외계생명체를 찾아 나서지는 않을 전망이다. NASA의 우주생물학 프로그램을 이끄는 메리 보이텍 박사는 “지금 당장 비소를 사용하는 DNA를 찾을 생각은 없다”며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탐사 전략을 열어둘 것”이라고 밝혔다.
외계생명체 연구의 시작은 지구에서
비소 박테리아의 발표가 충격을 가져온 건 6대 기본 원소를 다른 원소로 대체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 원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신진 대사에 쓰는 원소를 다른 원소로 대체한 사례는 이미 알려져 있다. 혈액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매개체로 철이 아니라 구리를 사용하는 동물이 좋은 예다. 동물은 대부분 적혈구에 있는 헤모글로빈을 이용해 산소를 몸 구석구석으로 운반한다. 헤모글로빈은 산소가 많은 곳에서는 산소와 결합하고, 산소가 적은 곳에서는 산소를 떼어 낸다. 피가 붉은 이유도 헤모글로빈이 붉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징어와 같은 일부 연체동물은 헤모글로빈이 아닌 헤모시아닌으로 산소를 운반한다. 헤모시아닌은 철 대신 구리를 이용해 산소와 결합하는데, 산소와 결합하면 청록색을 띠기 때문에 피가 청록색이 된다. SF 영화에서 피가 초록색인 외계인이 나오는 것은 이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효소에 쓰이는 아연 대신 카드뮴을 이용하는 생명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아연은 우리 몸에서 200개 이상의 효소에 들어 있는 성분이며 DNA와 RNA를 만드는 데도 관여한다. 반면 카드뮴은 생명체에 해로운 원소다. 2000년 미국 프린스턴대 지구과학과의 토드 레인 박사는 탄산탈수소효소에 들어 있는 아연을 카드뮴으로 대체해 살아가는 해양 조류를 발견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했다.
극한 환경에서 사는 미생물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생존 전략을 구사한다. 강한 산성 환경, 염분이 많은 환경, 아주 뜨겁거나 차가운 환경에서도 생명을 유지하는 미생물은 지구와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를 찾는 우주생물학자의 주요 연구대상이다. 이런 극한 미생물이 살고 있는 환경은 외계행성의 환경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심해의 열수구에서 광물질에 의존해 에너지를 얻으며 살아가는 미생물의 존재는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의 바다 속에 생명체가 살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물론 이번 연구는 생명을 이루는 6대 원소를 대체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보다 훨씬 획기적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현재 알려진 것과 전혀 다른 생화학 반응으로 살아가는 생명체가 지구 어딘가에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원시 지구에서 태어난 이들 생명체가 멸종하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명체가 전혀 없을 것 같은 환경에 있거나 혹은 지금의 생명체와 너무 달라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이 가상의 생물권을 ‘그림자 생물권’이라고 부른다. 그림자 생물권이 발견된다면 지구에서 생명 탄생이 두 번 이상 일어났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그건 우리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생명체가 우주 어딘가에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1012/비소6.jpg)
[과학자들의 추측에 따르면 유로파(목성의 위성)의 얼음 아래에는 액체 상태의 바다가 존재한다. 그곳의 해저에는 지구의 열수구(배경사진)에 사는 생물처럼 지각에서 뿜어 나오는 열과 광물질을 양분으로 삼아 살아가는 생명체가 있을지도 모른다.]
NASA가 예고했던 발표가 비소 박테리아의 발견으로 드러나자 한 기자는 연구팀을 향해 이런 말을 던졌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NASA의 발표가 외계생명체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해 했다는 뜻이다. 이 발표가 사실이라는 가정 하에 외계생명체 탐사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아보자.
천종식 교수는 “독성물질인 비소가 풍부한 외계행성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예전 같으면 외계생명체를 탐사할 때 비소가 풍부한 행성을 후보에서 지워버렸겠지만, 이제는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한 탄소나 질소, 산소와 같은 기본 원소를 다른 원소로 대체하는 생명체도 가능하다. 외계생명체를 찾는 과학자들이 탐색해야 할 범위가 훨씬 넓어진 셈이다. 이미 SF 작품 속에는 지구의 생명체와 다른 원소를 사용하는 외계생명체가 종종 등장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탄소를 규소로 대체한 생명체는 미국의 SF시리즈 ‘스타트렉’ 이나 ‘X파일’ 등에서 여러 차례 등장해 잘 알려져 있다. 황을 같은 족에 있는 셀레늄이나 텔루르로 대체한 외계생명체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만약 비소를 이용한 생명체가 외계행성에서 태어난다면 인보다 불안정한 비소의 성질이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베너 박사는 “비소가 들어 있는 물질이 지구와 같은 기온에서는 불안정하지만 온도가 매우 낮은 외계행성에서는 안정성이 높아져 유용하게 쓰일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비소를 이용하는 미생물이 안정적으로 진화해 덩치가 큰 생명체가 될 가능성도 있을까.
이영숙 교수는 “비소박테리아도 인을 쓸 때만큼 잘 자라지는 않은 것으로 보아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성근 교수는 “인을 이용하는 생명체와 경쟁한다면 진화 과정에서 도태되겠지만, 비소만 있는 곳이라면 효율이 낮은 생명체가 진화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좀 더 긍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 발견이 NASA의 외계생명체 탐사 계획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하지만 NASA가 당장 비소를 이용하는 외계생명체를 찾아 나서지는 않을 전망이다. NASA의 우주생물학 프로그램을 이끄는 메리 보이텍 박사는 “지금 당장 비소를 사용하는 DNA를 찾을 생각은 없다”며 “다양한 가능성에 대해 탐사 전략을 열어둘 것”이라고 밝혔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1012/비소7.jpg)
[연체동물인 문어도 헤모시아닌으로 산소를 운반한다.]
외계생명체 연구의 시작은 지구에서
비소 박테리아의 발표가 충격을 가져온 건 6대 기본 원소를 다른 원소로 대체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하지만 기본 원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신진 대사에 쓰는 원소를 다른 원소로 대체한 사례는 이미 알려져 있다. 혈액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매개체로 철이 아니라 구리를 사용하는 동물이 좋은 예다. 동물은 대부분 적혈구에 있는 헤모글로빈을 이용해 산소를 몸 구석구석으로 운반한다. 헤모글로빈은 산소가 많은 곳에서는 산소와 결합하고, 산소가 적은 곳에서는 산소를 떼어 낸다. 피가 붉은 이유도 헤모글로빈이 붉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징어와 같은 일부 연체동물은 헤모글로빈이 아닌 헤모시아닌으로 산소를 운반한다. 헤모시아닌은 철 대신 구리를 이용해 산소와 결합하는데, 산소와 결합하면 청록색을 띠기 때문에 피가 청록색이 된다. SF 영화에서 피가 초록색인 외계인이 나오는 것은 이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효소에 쓰이는 아연 대신 카드뮴을 이용하는 생명체가 발견되기도 했다. 아연은 우리 몸에서 200개 이상의 효소에 들어 있는 성분이며 DNA와 RNA를 만드는 데도 관여한다. 반면 카드뮴은 생명체에 해로운 원소다. 2000년 미국 프린스턴대 지구과학과의 토드 레인 박사는 탄산탈수소효소에 들어 있는 아연을 카드뮴으로 대체해 살아가는 해양 조류를 발견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했다.
극한 환경에서 사는 미생물은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다양한 생존 전략을 구사한다. 강한 산성 환경, 염분이 많은 환경, 아주 뜨겁거나 차가운 환경에서도 생명을 유지하는 미생물은 지구와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를 찾는 우주생물학자의 주요 연구대상이다. 이런 극한 미생물이 살고 있는 환경은 외계행성의 환경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심해의 열수구에서 광물질에 의존해 에너지를 얻으며 살아가는 미생물의 존재는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의 바다 속에 생명체가 살 수도 있음을 암시한다. 물론 이번 연구는 생명을 이루는 6대 원소를 대체했다는 점에서 기존 연구보다 훨씬 획기적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현재 알려진 것과 전혀 다른 생화학 반응으로 살아가는 생명체가 지구 어딘가에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원시 지구에서 태어난 이들 생명체가 멸종하지 않고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명체가 전혀 없을 것 같은 환경에 있거나 혹은 지금의 생명체와 너무 달라 우리가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이 가상의 생물권을 ‘그림자 생물권’이라고 부른다. 그림자 생물권이 발견된다면 지구에서 생명 탄생이 두 번 이상 일어났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그건 우리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생명체가 우주 어딘가에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https://images.dongascience.com/uploads/old/Contents/201012/비소8.jpg)
[미국의 SF시리즈 ‘스타트렉’의 1967년 3월 9일 방영분 ‘어둠 속의 악마’에는 규소를 기반으로 진화한 생명체가 등장했다.]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비소 박테리아 발견 외계생명체의 증거인가, 쇼인가] Part 1. 무엇이 비소 박테리아를 유명하게 만들었나
Part 2. 비소 박테리아는 진실인가 실수인가
Part 3. 외계생명체 탐사는 어떻게 바뀔까
Part 4. 외계생명체 탐사는 어떻게 바뀔까
Part 5. 외계생명체 탐사 연대기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비소 박테리아 발견 외계생명체의 증거인가, 쇼인가] Part 1. 무엇이 비소 박테리아를 유명하게 만들었나
Part 2. 비소 박테리아는 진실인가 실수인가
Part 3. 외계생명체 탐사는 어떻게 바뀔까
Part 4. 외계생명체 탐사는 어떻게 바뀔까
Part 5. 외계생명체 탐사 연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