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으름밤나방 (Adris tyrannus )
분류 : 나비목/밤나방과
날개 편 길이 : 100~105mm
특징 : 여러 개의 다리(polypod)
[애벌레가 으름덩굴을 먹기 때문에 으름밤나방이란 이름이 붙었다. 종령 애벌레 몸길이는 70mm 내외. 애벌레는 붉은색 혹은 검은색을 띠며 두 번째, 세 번째 배마디에 눈알 모양의 큰 무늬가 각각 한 쌍씩 있다. 어른벌레 앞날개는 흑갈색으로 날개를 접고 앉으면 낙엽과 비슷해 쉽게 구별이 가지 않는다. 뒷날개는 검은색 태극무늬가 있는 진한 노란색이다.]
고치를 짓고 안에 들어가 어른벌레가 될 때까지 잠을 자는가 하면 번데기를 거치지 않고 어른이 되는 아이가 있다. 어른처럼 다리가 6개인 아이도 있지만 다리가 몇 개 더 달린 아이도 있다. 애벌레마다 생활방식과 생김새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시커먼 털로 무장하고 독을 내뿜을 것 같이 생긴 무시무시한 애벌레가 아름다운 애호랑나비가 되는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굼뜨고 밋밋한 모양의 하얀 굼벵이가 빛나는 호랑꽃무지가 되는 것도 쉽게 이해할 수 없기는 마찬가지. 껍질을 벗고 틀을 바꿔 성장하며 시간에 맞춰 수시로 모습을 달리하는 곤충의 정교한 전략을 보면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동일한 개체 내에서 일어나는 곤충의 탈피와 변태 과정인 생활사의 다양한 모습을 모두 제대로 밝히지 못했기 때문에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애벌레를 다른 존재로 여겨왔지만 이들은 한 몸이다. 애가 커서 어른이 되는 과정일 뿐.

스스로 길 만드는 캐터필라
애벌레란 어떤 존재인가. 애벌레는 어른벌레나 알, 번데기 이외의 아직 다 자라지 않아 생식 능력이 없는 곤충이다. 가장 긴 시간을 보내며 하루 종일 먹어대는 영양분으로 어른벌레의 필요한 기관(다리, 날개, 더듬이 등)을 만들고 먹이를 탐색하고 짝을 찾아 이동하는 비행 에너지로 사용한다. 가장 완벽한 영양분 덩어리로 모든 동물의 좋은 ‘먹잇감’인 애벌레들이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이고 독특한 생존 전략을 발전시킨 내용은 지난 6개월 동안 소개했다.
이번 달에는 애벌레의 어원과 생김새, 분류에 대해 알아본다. 보통 애벌레(larva)는 번데기 단계를 거치며 완전히 탈바꿈해 애벌레의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는 완전변태 곤충인 딱정벌레나 나비의 ‘기어 다니는 아이(애)’를 지칭한다.
그 중에서도 나비목에 속하는 나비나 나방의 애벌레는 따로 ‘캐터필라(caterpillar)’라고 부른다. ‘길 없는 길’을 스스로 만들어 가며 움직이는 굴삭기나 불도저처럼 많은 다리를 이용해 활동하는 행동학적 특징을 일컫는 단어다. 어른이 되면서 물려받는 가슴에 달려 있는 진짜 다리 3쌍 이외에 애벌레 시절에만 존재하는 5쌍의 다리를 더해 8쌍으로 꿈틀꿈틀 기어가는 모습이 전형적인 캐터필라의 모습이다.

그러나 어른벌레와 애벌레가 외형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고 번데기 과정 없이 단지 날개만 완전하게 발달(날개가 배 부분을 덮는)하지 못한 상태를 유지하는 불완전변태의 경우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노린재나 메뚜기가 대표적이며 이들 불완전변태의 애벌레 시기를 구분지어 약충(nymph)으로 지칭하기도 한다. 불완전변태 중 수서 곤충인 하루살이목, 잠자리목과 강도래목의 어린 시절은 따로 나이아드(naiad)로 부른다. 혹은 절지동물의 어린 시절을 유생(juvenile)이라는 이름으로 애벌레 만큼이나 일반적인 단어로 사용한 적도 있다. 그러나 어원을 살펴보면 모두 날개가 없어 짝을 찾아 비행을 못하고 생식 능력이 없는 아직 ‘애’인 어린 시절을 뜻하고, 생태적으로나 생리적으로 전혀 다르지 않기 때문에 모두를 총칭해서 우리말로는 애벌레로 부르는 것이 덜 복잡하다. 모든 종류의 애벌레를 다루기는 어렵고 특히 불완전변태는 겉모습이 어른과 거의 같기 때문에 관찰만 잘 하면 누구의 애벌레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가 주로 연구해 온
육상 곤충 중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비목의 애벌레인 캐터필라를 분석하고 완전변태 곤충 중 목별로 분류하는 기초적인 방법을 제시할 것이다.
어른처럼 애벌레도 머리-가슴-배
애벌레도 어른벌레와 마찬가지로 머리, 가슴과 배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머리는 다수의 중요한 부속지와 감각기관이 있는 딱딱한 캡슐로 둘러싸여 있다. 머리는 탈피할 때마다 확실하게 커져 육안으로 쉽게 측정할 수 있다. 그래서 애벌레의 단계별 성장 과정을 머리 크기로 측정한다.
모든 종류의 애벌레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머리의 특징은 윗부분부터 아래쪽까지 연결되는 뒤집어진 Y자 모양의 선이 있다는 것이다. 중심부에 삼각형 모양의 이마가 있고 그 아래로 이마방패가 있으며 이것은 두 개의 짧은 더듬이를 연결한다. 그 아래 윗입술과 큰 턱이 있고 그 사이에 보통 이가 있어 식물의 잎을 씹어 먹을 수 있다. 어른벌레가 됐을 때는 식물의 잎을 먹는 것이 아니라 꿀을 빨거나 핥아먹어야 하므로 입의 형태도 다를 수밖에 없다.
애벌레의 아랫입술에는 방적돌기가 있다. 방적돌기는 명주를 만들어내는 분비기관의 배출구다. 끝에 있는 구멍을 통해 명주가 액체 상태로 나오고, 공기 중에서 건조돼 가늘지만 강하고 질긴 명주실 가닥으로 형성된다. 이 명주실은 잎을 뭉쳐 집이나 휴식처를 만들거나, 탈피하기 위해 몸을 고정시키는 흡착판을 만든다. 또 천적으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급히 하강해 자신이 매달릴 수 있는 명주실을 만들고 궁극적으로는 고치를 만든다. 실을 만드는 방적돌기도 어른벌레에는 없는 애벌레만의 특징이다. 애벌레의 여섯 개의 옆 홑눈은 이마 양 옆에 반원모양으로 배열돼 있다.
가슴은 세 마디로 구성돼 있다. 각 마디는 한 쌍의 가슴다리를 지니고 있으며 애벌레의 가슴 부분에 달린 세 개의 다리는 진짜 다리로 변한다. 걷는 것보다는 잡고 있는 것에 더 많이 이용되며 다리 끝에는 간단한 발톱이 달려 있고 이 발톱을 이용해 먹이 식물을 꽉 잡고 놓치지 않는다.
어른벌레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가슴이다. 가슴 위에 날개를 달고 가슴 아래로는 6개의 다리를 붙여 번식을 위해 짝을 찾아 이동한다. 그러나 먹는 기계로 불리는 애벌레는 열 마디로 나누어진 배 부분이 몸 전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 종일 먹어대는 먹이를 소화하고 저장하며 배설하는 모든 기능을 배에서 하므로 가장 길고 크다. 복부에는 진짜 다리는 아니지만 배의 10개 마디 중 세 번째 마디부터 여섯 번째 마디, 그리고 열 번째 마디의 아래쪽에는 마디마다 한 쌍씩의 단순한 배다리를 가지고 있다. 배다리는 어른이 되면 없어진다고 헛발 혹은 ‘가짜 발’이라고도 지칭한다.
배다리 끝에는 동그랗거나 작은 갈고리가 달려 있고 발판은 흡착판처럼 끈끈하다. 이 갈고리를 이용해 먹이식물의 줄기를 갈고리로 건 것처럼 꼭 잡는다. 갈고리로 걸고 발판의 흡착판을 붙여 먹이식물에 붙어 있는 애벌레를 떼어 내는 일은 어렵다. 들러붙은 힘이 너무 강해서 배다리를 심각하게 손상을 입히지 않고서는 떼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애벌레 채집 시에는 붙어 있는 가지나 잎 자체를 잘라서 연구소로 데려와 사육한다. 같은 종의 먹이식물을 넣어 애벌레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배다리의 숫자는 해부 현미경을 사용하지 않고도 애벌레를 쉽게 분류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다리 개수는 0개부터 26개까지
‘여러 개의 다리(polypod)’를 갖고 있는, 즉 3쌍의 가슴다리 이외에 배다리를 갖고 있는 애벌레들은 나비목 곤충이라 할 수 있다. 가슴이 짧고 긴 원통형의 몸매에 머리는 함몰이 돼 있고 대부분 초식성이다. 나비의 애벌레는 예외 없이 8쌍의 다리를 갖고 있으므로 쉽게 판단할 수 있다. 나방들도 보통 다섯 쌍의 배다리를 갖고 있는데 자나방과의 자벌레와 같은 그룹에서는 수가 감소했다. 배다리의 개수가 3쌍으로 줄어든 이들은 축소된 발들이 앞부분에 달려 있어 잘 보이지 않거나 아예 없기도 한다. 식물 조직을 먹고 사는 애벌레들은 식물을 타고 다녀야 하므로 안정된 자세가 필요하고 그래서 대부분 8쌍의 다리를 가졌다.
그러나 바쁘게 돌아다니다 천적에게 발각되느니 차라리 나뭇가지처럼 위장하려는 자나방 애벌레들은 가슴다리 이외에 필요 없는 다리는 없애버리고 대신에 자기 몸을 곧추 세우고 꼼짝하지 않을 더욱 튼튼한 항문다리를 갖는다. 잎벌의 애벌레는 나비와 나방의 애벌레와 거의 비슷한데, 많은 잎벌 애벌레는 배 전체를 따라 다리가 13쌍이나 나 있다.
‘몇 개의 다리(oligopod)’는 단지 3쌍의 가슴다리만 갖고 있는 딱정벌레의 애벌레이다. 대부분 포식성이나 분식성이며 ‘여러 개의 다리’보다 상대적으로 긴 가슴다리를 갖고 있고 천천히 움직인다. ‘다리가 없는(apod)’ 애벌레 종류가 있다. 존재를 숨기고 전혀 움직이지 않으며 견과류 속에 살고 있는 바구미 애벌레나 입에 붙어 진딧물을 잡아먹는 구더기 형태의 꽃등에 애벌레는 더 이상 다리가 필요 없다.
곤충 애벌레의 다리는 그들이 선택한 생존 방법에 맞도록 다양하게 변화해왔다. 곤충마다 비교적 정형화 된 형태적 특징이 다리이므로 이들을 잘 살펴보면 어떤 곤충의 애벌레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