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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필요한 것은 이들의 질적인 성장을 도울 ‘역할 모델’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최대 통신회사의 고위직, 후배 여성 엔지니어를 길러내는 교수, 건물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유망회사의 CEO, 한국형 로켓 개발의 핵심 브레인, 거친 건설 현장을 누비는 엔지니어 등 여성 차별을 뚫고 다양한 의미의 성공을 맛본 선배들이 사회 곳곳에서 빛나고 있다.
사회적 영향력의 정점에 서 있는 여성 공학인 1세대(50세 전후), 각 분야에서 인정받으며 한참 성장 중인 2세대(40세 전후),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3세대(30세 전후)로 이들을 구분해 성공기와 후배들에 대한 조언을 들어본다.
1세대 ‘최초’ 기록을 깨며 산 그들
“네트워크가 조직생활 성패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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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51) KT 서울남부법인사업단장은 1세대에서도 돋보이는 입지전적 여성 공학인이다. 기업 최고위직에 올라간 데다 직책도 기술직이 아닌 관리직이다.
“제가 입사할 당시 분위기에서는 전기전자 업종인 통신회사에 다니는 여자는 희귀종이었어요. 처신에 많은 고민이 생기더군요. 처음엔 자신감 없어하고 엉거주춤한 모습을 보이는 일이 많았어요.”
남성이라면 겪지 않아도 됐을 법한 어려움을 거치며 이 단장이 회사 조직의 정점에 우뚝 선 것은 여성으로서 자신을 진지하게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주로 술자리에서 소통하는 남성들과 당장 긴밀한 네트워크를 만들기 어려운 게 현실이었던 만큼 우선 책, 자료를 가까이 하며 전문지식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사람 간의 관계를 확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다.
“여성은 사회성이 낮다고 보는 시각이 아직도 많지요. 남성을 포함한 뭇 사람과 만나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사회생활을 오래할수록 본인의 능력뿐만 아니라 인간관계가 중요해진다는 사실을 후배들에게 꼭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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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들 사이에선 학년이 올라갈수록 또래끼리의 네트워크가 잘 작동하지를 않아요. 주고받는 정보의 양이 매우 적다는 거죠. 여학생이 갖춘 공학 지식이 남학생에 비해 뒤지지 않으면서도 학과에서 소수가 겪는 애로사항을 느끼는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는 공대에 입학하거나 재학 중인 여학생들의 멘토가 될 수 있는 공학계 여성들의 모임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본 적도, 간 적도 없는 광야를 홀로 걷게 하는 게 아니라 선배가 길을 안내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밖에도 눈에 띄는 1세대 여성 공학인들은 많다. 김진애(56) 서울포럼 대표는 종로 인사동, 산본 신도시 등을 설계한 건축계의 거목이다. 2008년까지 대통령자문 건설기술건축문화 선진화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았다. 타임지가 선정한 ‘21세기를 이끌 차세대 리더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삼성SDI에서 2차전지 개발 업무를 총괄하는 김유미(50) 상무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삼성SDI가 창립된 지 35년 만에 첫 여성 임원이 됐다.
2세대 남녀 차별에 균열 만든 그들
“좋아하는 일 해야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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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석희(36)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국내 로켓 연구분야에서 능력을 크게 인정받는 재원이다. 러시아(구소련)의 모스크바 공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뒤 귀국해 줄곧 로켓 엔진에 관한 연구에 종사했다. 올해 발사할 예정인 한국형 우주발사체(KSLV-1) 준비에도 뛰어들고 있다.
임 연구원은 오늘의 자신을 만든 건 분명한 목표 의식이라고 강조했다. ‘우주’라는 꿈을 향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움직였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내 20대는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 3학년에 이르면서 성적을 고려해 우선 화학공학과에 진학한 뒤 항공우주공학과로 전과하자는 전략을 짰습니다. 그런데 화학공학과에서 배우는 과목이 결국 로켓과도 관련이 있더군요. 전과는 접어두고 1학년 때부터 활동하던 로켓 동아리 활동에 매진하자는 생각을 했죠. 지금 제 연구 분야인 로켓 엔진이 화학공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니 결국 잘한 선택이 됐어요.”
그가 갔던 러시아는 당시 외국에 막 문호를 개방하던 때여서 불확실성이 높았다. 하지만 과감히 비행기 트랩에 발을 디딘 결심 때문에 3년 남짓한 학위 과정은 그의 인생을 결정짓는 중요한 바탕이 됐다. “20대에 최선을 다했던 노력이 하나둘 성과를 만들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해야만 하는 일’이고 ‘할 수 있는 일’인 현재가 행복합니다.”
허성운(38) 리더스 PMC 대표는 건물과 관련한 자산관리사업으로 사회적 주목을 받는 CEO다. 국내 몇 안 되는 건축기계설비 여성 기술사인데다 대한기술사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어릴 적부터 그는 관심 분야는 접어둔 채 이른바 성공할 확률이 높은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는 생각에 반감이 많았다. 자신의 앞날은 자기가 직접 결정해야 한다고 믿었다. 허 대표의 이런 생각은 인생 경영 과정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대학 졸업 뒤 취직한 대형 건설회사가 경영난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미국으로 연수를 떠났다. 보통 사람이라면 절망에 빠져 당황했을 법한 시기에 차분히 앞날을 개척한 것. 당시 미국에서 건물자산관리라는 분야를 경험한 그는 한국에 돌아와 대학원 공부를 하고 건축기계설비분야와 소방분야의 기술사 자격까지 얻었다. 시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설립된 지 오래되지 않은 기업인 리더스 PMC가 기술사가 직접 건물의 시설관리를 맡는 업체로 이름이 나 탄탄히 성장하고 있는 데엔 이런 배경이 있었다.
‘모범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신미남(47) 퓨얼셀 파워 대표는 국내에서 주목 받는 연료전지 개발기업의 수장이다.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경영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에서 일했고,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도 지냈다. 기술중심 중소기업의 모임인 이노비즈 협회를 이끈 통신벤처기업 헤리트의 한미숙 대표(45), 2006년 대한민국 창업대전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상을 수상하며 한국 BI 중소기업 사업협동조합 감사로 활동하는 엠포월드 이소영(39) 대표도 주목받는 2세대 여성 공학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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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발랄함으로 똘똘 뭉친 그들,
“무엇이든 무한도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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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준현(33) 극동건설 엔지니어는 생각하면 이룰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 자세가 자신이 공학계에서 당당히 일하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한다. “토목공학과처럼 남성적인 분위기가 강한 학과에 진학하면서도 거리낌이 없었어요. ‘왜 여성 진출이 적은 거야? 남성이 막는 거야? 난 그런 거 다 물리칠 거야!’라는 생각까지 했죠.”
지금은 나름대로 유연한 대처법도 만들었지만 처음엔 현장에서 여자라곤 경리직만 봐 오던 건설업계 선배들의 편견에 대드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배 씨는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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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회사의 이혜미(26) 연구원은 고등학교 시절 과학동아 같은 잡지를 읽으며 품었던 꿈을 엔지니어라는 직업으로 풀어낸 경우다. “대학 4학년 때 우연히 교수님의 연구 보조 아르바이트를 했지요. 반도체의 제조공정인 ‘팹’을 이때 경험했어요. 제 길이다 싶더군요. 그 오묘한 모습에 반했거든요.”
반도체 공정은 연구원들의 체력을 빨리 고갈시킨다. 때로는 하루 16시간 근무도 견뎌야 한다. 그런데도 이 연구원은 생활이 즐겁다.
“엔지니어는 사무직과는 달리 관습에 얽매이는 근무 분위기가 아니에요. 자유로움이 마음에 듭니다. 더 열심히 실력을 갈고 닦아 제 분야에서 인정받는 엔지니어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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