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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내에서 가장 잘 나가는 국책사업단입니다. 사업단 홈페이지에 해외탐방 지원사업, 멘토링 프로그램 등이 공지되면 조회 수가 수백 건에 이르고 모집 인원도 금세 차 버려 많은 인원이 대기하기 일쑤죠. 혜택을 누렸던 학생의 입소문을 타고 자발적으로 운영되는 모범사례랍니다.”

강원대 ‘여학생 공학교육 선도대학’(WIE, Women Into Engineering) 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이 대학 기계·메카트로닉스공학부 장인배 교수의 자랑이다. 국가 차원에서 공대 여학생을 우수한 공학인력으로 양성하기 위한 WIE 사업은 2006년부터 강원대뿐 아니라 군산대, 부경대, 성균관대, 연세대에서 시작됐는데, R&D 사업 관리 전문기관인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전담하고 있으며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고 있다. 정부는 이 사업에 2010년까지 5년간 총 44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WIE 사업단장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장 교수는 “우리나라 WIE 사업은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미국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여성공학인 양성네트워크’(WEPAN) 국제회의에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에이미 프리먼 교수가 한국의 WIE 사업을 소개했다. 내년 국내 WIE 사업단은 미국 WEPAN과 함께 연합회의도 가질 예정이다.

교수법부터 취업까지 지원

“이공계에서 공학계열은 자연계열과 상황이 다릅니다. 여대생 비율이 52%, 여교수 비율이 23%에 이르는 자연계열에 비해 공학계열은 여대생 비율이 18%, 여교수 비율이 5%에도 못 미치기 때문입니다. 공학 분야는 양성 평등의 사각지대인 셈이죠.”

현재 공대 교육이 대부분 남성 위주이며 몸으로 가르치는 도제식이란 특성은 여학생에게 현실적 장벽이다. 심지어 일부 공대 건물에는 여학생 화장실도 없다. 또 도제식 문화가 널리 퍼져 있는 상황에서 공대 여학생은 2, 3학년 때 중도 탈락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장 교수는 “전공 선택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도전정신이 강하다”며 “WIE 사업으로 토양만 잘 마련된다면 공대 여학생이 고급 엔지니어로 성장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여성 친화적인 교육환경을 만들고 멘토링으로 이끌어주며 진로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 WIE 사업의 역할이다.

그동안 WIE 사업에서는 성인지(性認知) 관점에 따라 공학교육 시스템을 개선했다. 또 여학생에게 부족한 실험기기 조작능력이나 리더십 같은 현장 적응력을 높이며 산업체와 연계해 취업을 촉진하려고 노력해왔다. 예를 들어 강원대는 ‘창의 설계’와 같은 전공필수 과목을 진행하기에 앞서 남녀 대학생에게 이성을 동료로 인식하게 하고 이성과 함께 대화하며 일하는 방식을 배우도록 했고, 교수학습법도 남성 위주가 아니라 양성 평등 입장에서 진행하도록 했다.

5개 대학마다 진행하는 WIE 사업의 특징도 다르다. 군산대는 기초실험 실습실을 만들어 여학생이 다양한 기기를 조작할 수 있도록 도왔고, 부경대는 ‘엘리트 프로그램’을 운영해 선배 여학생 20명을 후배를 이끌어주는 멘토로 삼았으며, 강원대는 ‘길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현장 실습과 인턴십으로 경력을 개발해 취업으로 연결해왔다. 연세대와 성균관대는 남녀를 함께 고려하는 새로운 교수학습법을 만들며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 결과 공대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일부 공대에서는 성인지 관점에 따라 신규 교과목을 개설할 뿐 아니라 딱딱한 공학 교재를 여성의 관점을 고려해 새로 개발했다. 교수들은 남녀 학생을 동등한 입장에 두고 강의를 진행할 뿐 아니라 여학생과의 소통이 잦아졌으며, 여학생들은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실험 조장을 맡는 사례가 늘고 있다.

5개 사업단의 성과는 전체 공학 교육에 대한 인식도 전환시키고 있다. 지난해 11월 제주에서 열린 한국공학교육학회에서는 ‘여성공학교육 일반’, ‘여학생 공학교육 선도대학 성과 발표’라는 2개 세션이 마련돼 WIE 사업의 성과를 담은 논문이 많이 발표됐다. 또 장 교수는 “전국 공대학장 회의에서도 WIE 사업을 소개했는데, ‘그런 게 있었냐’며 ‘우리 대학에서도 하고 싶다’고 몇 군데서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앞으로 WIE 사업에서 가장 역점을 둬야 할 부분은 뭘까. 장 교수는 공학 교육 환경을 계속 개선시켜야 할 뿐 아니라 여학생에게 역할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며 취업 현장에서 선배를 만나는 프로그램 ‘길을 찾다’를 처음 시작하던 때의 얘기를 들려줬다.

“2006년 견학 장소로 삼성전자 생산기술센터를 진짜 어렵게 섭외해 공대 여학생 40명을 버스에 태우고 갔어요. 여대생들은 현장을 돌아보고 나서 그곳에 취업한 지 한 달 된 여자 선배를 만나 30분간 얘기를 나눴죠. 그 친구는 준비를 안 했는지 말도 잘 못했는데, 학생들은 그 선배를 만난 것이 가장 인상 깊었다고 하더군요. 그때 여성 공학도에게 역할 모델이 필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죠.”

장 교수는 역할 모델로서 여교수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대학들도 여교수를 충원하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합니다. 현재는 여자 공학 박사가 적지만, WIE 사업이 2단계까지 가면 WIE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이 금의환향할 겁니다. 그것도 스타 엔지니어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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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이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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