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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17년 11월 당시 세계 최대 망원경인 구경 2.5m 후커 망원경이 윌슨산 천문대에 설치됐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1919년 고국으로 돌아온 미국의 천문학자 에드윈 허블이 후커 망원경을 이용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허블은 후커 망원경으로 은하를 관측해 당시 우주에 대한 통념을 통째로 바꿨다. 안드로메다은하까지 거리를 측정해 이 은하가 우리은하 밖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을 뿐 아니라 외부은하 46개의 스펙트럼을 관측해 은하의 거리가 멀수록 우리로부터 더 빨리 멀어진다는 법칙(허블 법칙)도 발견했다.
특히 허블은 1929년 1월 ‘허블 법칙’을 담은 논문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하면서 당시 할리우드 스타들보다 더 유명해졌다. 허블 법칙은 다름 아니라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뜻하기 때문이다. 허블이 발견한 우주 팽창은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제작해 천체를 관측한 이래 인류가 이룬 가장 큰 업적이다.
우주는 은하가 수백~수천 개씩 모여 은하단을 이루고 은하단이 다시 초은하단을 구성하는 계층 구조를 갖고 있다. 2000년대에 구경 2.5m의 광시야망원경으로 진행한 ‘슬론 디지털 스카이 서베이’(SDSS) 결과를 보면 은하가 없는 빈터라는 우주 거대구조가 많고, 초은하단은 빈터의 거죽을 둘러싸며 필라멘트 구조로 서로 연결돼 있다. 이는 팽창 우주의 특성이다. 초기에 밀도가 작은 곳에 있던 물질은 우주가 팽창하면서 계속 멀어져 결국 빈터가 됐고 밀도가 큰 곳의 물질만 우주 팽창에 대항하며 뭉칠 수 있어 초은하단을 만들었을 것이다.
팽창하는 우주는 코페르니쿠스의 태양중심설(지동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사고의 변혁을 일으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무한히 먼 과거부터 존재한 것이 아니라 유한한 과거에 빅뱅이 일어나 시간과 공간이 함께 탄생한 뒤 진화해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팽창 우주에서는 어디에도 중심은 없다. 팽창 우주야말로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사상이 설 곳이 없는 우주인 셈이다. 이제 우주망원경이 드러내는 비밀을 만나보자.
우주, 단순 팽창 아니라 가속 팽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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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기 그지없는 천체의 모습을 선사한 허블우주망원경 덕에 전 세계인은 우주의 신비에 빠져 들었다. 천문학자들은 허블우주망원경으로 태양계 천체는 물론 성운이나 성단 같은 우리은하 구성원 퀘이사처럼 우주 가장자리에 있는 천체를 관측했고, 신기루와 같은 아인슈타인 고리나 중력렌즈 현상도 포착했다. 특히 달 크기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좁은 하늘을 관측해 빅뱅 후 막 태어난 원시 은하부터 성년 은하에 이르기까지 수만 개의 은하로 꽉 차 있는 우주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가장 중요한 관측임무는 V(은하 후퇴속도)=H·d(거리)라는 허블 법칙에 포함된 허블 상수(H)를 구하는 작업이었다. 허블 상수는 우주 팽창률을 나타내며 그 역수는 우주 나이라고 간주할 수 있어 중요하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올라가기 전 우주 나이는 100억~200억 년으로 그 값이 2배나 차이가 났다.
천문학자들은 허블우주망원경으로 먼 은하의 거리를 정확히 잴 수 있어 허블 상수와 우주 나이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처녀자리은하단에 속한 은하를 관측해 허블 상수를 구하고 우주 나이를 추정한 결과 100억 년보다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값은 우리은하에서 가장 오래된 구상성단의 나이(130억 년)보다 작아 큰 문제였다. 엄마인 우주보다 그 자식인 구상성단의 나이가 더 많으니까.
놀랍게도 천문학자들은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우주 나이 문제를 푸는 동시에 팽창 우주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1997년 우주가 허블 법칙에서 보듯이 단순히 팽창하는 게 아니라 가속적으로 팽창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던 것. 이는 허블우주망원경이 거둔 가장 큰 쾌거다.
1990년대 중반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초신성을 관측해 우주 나이 같은 우주론 문제에 도전하는 두 연구팀이 있었다. 이 중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솔 펄뮤터 박사팀이 1997년 수십억 광년 떨어져 있는 초신성 밝기를 관측했는데, 그 밝기가 기존 표준우주모형의 예상보다 어두운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우주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빠르게 팽창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우주가 가속 팽창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 수개월 뒤 경쟁 관계에 있던 미국 노트르담대 피터 가나비치 박사팀도 이를 뒷받침하는 관측 결과를 내놓았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주를 가속 팽창시키는 걸까. 천문학자들은 아직 그 정체를 모르기 때문에 이를 ‘암흑에너지’라 부른다. 암흑에너지란 우주를 가득 채우고 있지만 정체를 모르는 물질인 ‘암흑물질’에 빗대어 붙인 이름이지만 그다지 어색하지 않다. 암흑물질이 빛을 내지 않는 물질이란 의미로부터 그 특성을 유추할 수 있듯이 암흑에너지는 숨어 있는 에너지란 뜻을 은연중에 풍기기 때문이다.
허블우주망원경을 이용해 우주가 가속 팽창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자 많은 과학자들은 암흑에너지의 후보로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를 떠올렸다. 아인슈타인은 서로 끌어당기는 중력 때문에 우주가 붕괴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우주상수를 도입했다. 현재 우주상수가 우주를 지배하는 모형이 표준우주모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이로부터 계산한 우주 나이는 137억 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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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우주망원경, 외계생명체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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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에너지나 암흑물질의 정체 규명이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우주의 신비는 이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천문학자의 관심을 끄는 문제는 20세기 초 허블이 발견한 은하의 생성과 진화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허블우주망원경과 달리 은하 생성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파장인 근적외선으로 관측할 수 있다.
근적외선은 21세기에 꽃필 우주생물학 분야에도 가장 중요한 파장이다. 우주생물학은 외계행성의 관측에서 출발한다. 물론 외계행성 탐색전용 우주망원경인 구경 1m짜리 케플러우주망원경도 제 역할을 다하겠지만,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6m란 큰 구경에서 얻을 수 있는 높은 분해능과 근적외선 파장대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외계행성과 외계생명체 탐사에 적극 나설 것이다. 외계생명체 탐사의 단초는 2008년 허블우주망원경으로 HD189733b란 외계행성에서 메탄과 물을 발견해 이미 마련됐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은 높은 분해능과 분광능력으로 외계행성이나 외계행성계의 원반을 직접 관측할 뿐 아니라, 여기에 어떤 분자가 있는지를 관측할 것이다. 특히 유기 분자를 관측하는 일이 중요한데, 생명 현상에는 탄소와 같은 유기 분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망원경으로 외계생명체를 발견할 날도 머지않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이웃이 될 만한 외계고등생명체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아인슈타인 고리, 중력렌즈
중력렌즈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론에 따라, 빛이 렌즈를 통과하면 휘듯 퀘이사처럼 멀리 있는 천체에서 나온 빛이 중간에 은하나 은하단을 지나면서 휘어 다양한 상이 나타나는 현상. 드물게 고리 모양으로 생기는 상이 아인슈타인 고리.
우주상수, 표준우주모형
현재 우주를 가장 잘 설명하는 표준우주모형에 따르면 우주는 빅뱅으로 탄생한 직후 인플레이션(급팽창)이 일어났고, 물질 밀도가 높은 곳이 뭉쳐 천체가 생겼으며 암흑물질(22%)과 함께 암흑에너지(74%)가 우세해 가속 팽창하고 있다. 암흑에너지의 유력한 후보는 중력에 대항해 물질을 밀어내는 진공에너지인 우주상수.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촬영한 은하 NGC1569. 기린자리 방향으로 1100만 광년 떨어져 있는
이 은하에서 수백만 개의 별이 새로 태어나고 있다.
안홍배 교수는 서울대 대학원에서 천문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한국천문학회 회장을 지냈다. 현재 부산대 과학교육학부 교수로 있으며, 막대나선은하의 핵나선팔 구조, 거대타원은하 주변에 작은 타원은하가 모여 있다는 식의 은하 세계 유유상종 특성을 밝혔다. 저서로 ‘태양계와 우주’ ‘MT천문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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