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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지금 베이징은 과학전쟁 중

인공강우로 구름 없애고, 고강도강철로 ‘새둥지’ 건설

8월 8일부터 24일까지 제29회 하계올림픽이 열리는 베이징(北京)은 전 세계 205개국 1만 500명의 선수와 150여만 명의 관광객으로 술렁인다.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에서 최근 30년간 눈부시게 발전한 자국의 모습을 세계만방에 과시하고 싶어 한다. 그 자부심 한가운데 바로 중국의 과학기술이 자리하고 있다. 1978년 개혁개방 이후 단지 몸집만 커진 게 아니라 과학기술도 세계 정상의 위치에 올라섰음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베이징올림픽의 3대 이념을 ‘녹색올림픽, 과학올림픽, 인문올림픽’으로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2001년 7월 13일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올림픽 개최권을 따낸 중국은 7년에 걸친 준비 끝에 최근 올림픽 경기를 치르기 위한 준비를 모두 끝냈다. 주경기장인 ‘냐오차오’(鳥巢, 새둥지)를 비롯해 37개의 경기장과 45개의 독립 훈련장 공사가 모두 마무리됐다. 교통과 안전에 대한 대비도 완료했다. 베이징 시내 도로는 모두 새롭게 단장됐다. 꽃길을 새로 조성했고 상점의 보기 싫은 간판들은 모두 새로 교체했다. 이제 올림픽 개막의 팡파르만 남은 셈이다.
 

조명을 받아 아름답게 빛나고 있는 베이징올림픽 주경기장. 새둥지를 닮아‘냐오차오’라 불린다.


“개막식 하늘 걱정 말라”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가 가장 염려하는 것은 바로 개막식이 열리는 8월 8일 오후 8시 전후의 날씨다. 현대와 전통이 어우러지는 멋진 개막식 무대를 전 세계 67억 명에게 보여주고픈 중국으로서는 이날 비가 내려 개막 축하 프로그램이 일부라도 취소된다면 낭패다. 그래서 준비한 비장의 무기가 바로 인공강우다. 중국의 인공강우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베이징시는 올 들어 수십 차례 인공강우 실험을 했다. 특히 6월 23일부터는 9일간 연속 인공강우를 실험했다. 구름이 베이징에 도착하기 전 허베이(河北) 성에서 인공강우를 이용해 구름을 제거하기 위한 사전 훈련이다. 그러면 특정 시간대에 베이징의 날씨를 맑게 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베이징 주변에 12개의 기상 레이더를 설치했다. 이 레이더는 허베이 성과 네이멍구(內蒙古) 자치구에서 몰려오는 구름을 감시한다. 베이징을 중심으로 반경 200km까지 관측할 수 있는 이 기상 레이더는 구름의 높이와 두께, 비가 올 것으로 예상되는 지점과 강도, 풍향과 풍속 등을 측정해 실시간으로 베이징 기상국 7층에 있는 ‘인공영향천기(天氣, 날씨) 판공실’로 보내준다.

중국 기상국은 이 레이더와 기상위성, 자동 기후관측소, 번개 위치 관측 시스템으로 수집된 정보를 분석해 올림픽 기간에 베이징은 물론 톈진(天津), 칭다오(靑島) 등 경기가 열리는 모든 도시와 관광지의 상세한 기상정보를 선수나 임원 같은 경기 관계자와 관광객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또 10분, 20분, 30분, 1시간, 1시간 반, 2시간 뒤의 단기예보는 물론 36시간, 1주일, 1개월의 장기예보까지 다양한 형식의 예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인공강우 기술은 단순히 개·폐막식의 날씨만 위한 것은 아니다. 올림픽 기간에 대기오염이 심하다 싶으면 인공강우로 대기 중의 먼지와 오염물질을 제거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베이징 외곽의 한 군사시설엔 인공강우의 빙정핵으로 쓰이는 요오드화은을 하늘로 쏘아 올리기 위한 대공포 6781문과 로켓 발사대 4110대를 설치했다.
 

인공강우 원리


초속 18m 강풍에도 안 꺼지는 성화봉

100% 중국 자체 기술로 설계해 제작한 성화봉은 중국인들이 자랑하는 과학기술의 개가다. 길이 72cm, 무게 985g인 성화봉은 시간당 50mm의 폭우와 초속 18m(시속 65km)의 강풍에서도 15분간 꺼지지 않고 탈 수 있을 정도로 고성능을 자랑한다. 연료는 환경오염이 적은 순도 99% 이상의 프로판 가스를 사용한다. 성화봉을 잡는 아래 부분엔 손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특수 재료를 덧붙였다.

특히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은 지난 5월 8일 올림픽 사상 최초로 해발 8850m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산에 오르기도 했다. 이 성화봉은 프로판 가스 대신 고체 연료를 사용했고, 희박한 산소와 영하 40℃의 혹한, 초속 30m의 강풍에서도 7~8분간 타면서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무게는 1.1kg으로 일반 성화봉보다 약간 무겁다.

중국 정부는 고체 연료의 구체적인 배합비율처럼 성화 제작에 사용된 기술을 비밀에 부치고 있다. 또 개막식 날 올림픽 성화를 옮기는 점화식도 ‘깜짝 쇼’로 진행하기 위해 아직까지 성화대의 구체적인 위치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성화대에는 불꽃이 공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첨단기술도 활용되지만 구체적인 기술은 역시 비밀이다.
 

베이징올림픽 성화봉.^시간당 50mm의 폭우가 쏟아지거나 초속 18m의 강풍이 불어도 15분간 불이 꺼지지않고탈수있다.


올림픽 최초로 3G 이동통신 서비스

‘없는 곳이 없고 없는 때가 없다(無處不在 無時不有, 무처부재 무시불유).’

베이징올림픽의 통신 분야 목표다. 유무선 통신을 가리지 않고 통신이 안 되는 곳도, 안 되는 때도 없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올림픽 기간에 약 300만 명의 관련자에게는 전화와 인터넷, 이동설비, 정보문자로 올림픽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 5월부터 베이징, 톈진, 상하이(上海), 칭다오(靑島), 친황다오(秦皇島), 선양(瀋陽), 선전(深전), 광저우(廣州)에서 ‘꿈의 통신’으로 불리는 3세대(3G) 이동통신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영상통화가 가능해 이동하면서도 초고속으로 영상화면의 송수신이 가능한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언제 어디서나 휴대전화로 이동하며 올림픽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된 셈이다. 중국이 3G에 사용하는 기술은 미국의 CDMA2000이나 유럽의 WCDMA가 아니라 자체 개발한 TD-SCDMA(시분할연동코드분할다중접속) 방식이다.

경기장 건설에도 최첨단 기술이 활용됐다. 주경기장에 들어간 강재는 일반 강철보다 훨씬 강해 압축강도가 460MPa(메가파스칼, 1MPa=106Pa)에 이르러야 비로소 변형되는 고강도강철(Q460)이다. 중국은 그동안 이를 한국과 일본, 룩셈부르크에서 수입해오다 올림픽을 앞두고 수년에 걸친 연구와 실험을 거쳐 2004년 9월 제작에 성공했다. 9만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경기장을 건설하면서 4만 2000t이나 나가는 외부 강재를 연결해 단 하나의 기둥도 받치지 않은 채 견고하면서도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도록 지었다는 사실도 중국이 자랑하는 과학기술의 성과다.

주경기장 옆에 들어선 ‘수이리팡(水立方, 물 입방체)’이라는 국가수영센터는 세계에서 가장 큰 수영장이다. 이렇게 큰 건물을 기둥 없이 자연 채광이 되도록 건설하기 위해 최첨단 기술을 적용했다는 게 수영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물리학자들은 수많은 비누거품이 맞닿을 때 12면체와 14면체로 이뤄져 가장 안정된 구조(위에어-펠란 구조)를 이룬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국가수영센터 표면은 이런 거품 구조의 원리를 이용해 별도의 기둥이 필요 없게 설계됐다. 또 표면은 투명한 플라스틱(ETFE)막을 재료로 사용해 자연광을 통과시킨다.
 

베이징올림픽 경기장과 올림픽공원의 가로등 중에서 90% 이상은 태양에너지로 켜진다. 사진은 올림픽공원 내 오륜타워 근처.


경기장 가로등 90%, 태양에너지로 켠다

8월 1일부터 개통되는 베이징~톈진 간 고속열차는 우리나라 경부고속철도의 최고속력(시속 300km)보다 더 빠른 시속 350km를 자랑한다. 베이징과 톈진 사이의 120km를 32분에 주파해 ‘탄환열차’로 불린다. 이 열차 덕분에 보통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걸리던 베이징과 톈진 사이의 거리가 엄청 가까워진 셈이다.

베이징시는 올림픽에 앞서 시내 교통을 원활하게 소통시키기 위해 지능형교통시스템(ITS)을 도입했다. ITS란 교통량을 실시간으로 측정해 신호등을 조절하고 자동차 운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특히 베이징 시내 중심부에서 반경 10km 이내, 즉 4환 순환도로 이내의 교통상황은 모두 실시간으로 정보가 제공된다.

하지만 베이징올림픽조직위원회가 이보다 중시하는 사안은 공해 없는 ‘녹색 교통’이다. 37개 경기장과 베이징의 올림픽 중심구에는 500대의 전기자동차가 투입된다. 이 중 400대는 경기장 안팎에서 쓰이고 50대는 경기장과 경기장을 잇는 여객 운송용이다.

또 베이징 시내엔 공해가 거의 없는 압축천연가스 차 1300대가 새로 투입된다. 베이징시는 올림픽 개최 직전까지 버스의 80%, 택시의 70% 이상을 청정에너지 사용차량으로 교체할 방침이다.

무공해 에너지를 개발하고 화석연료를 절약하기 위한 노력도 주목할 만하다.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대신 태양광, 풍력, 지열을 집중 개발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우선 올림픽 경기장엔 태양광, 풍력, 지열로 만든 에너지(전력량)가 연간 6450만kWh씩 공급된다. 올림픽 경기장의 녹색에너지 사용 비율은 무려 27%에 이른다.

전체 37개 경기장 가운데 7개엔 태양에너지가 공급된다. 총 발전용량은 600kW로 연간 70만kWh가 제공된다. 연간 170t의 석탄을 절약함과 동시에 570t의 이산화탄소 방출이 줄어든다. 올림픽경기장과 올림픽공원의 가로등 가운데 90% 이상은 태양에너지로 켜진다.

올림픽 개최에 앞서 베이징 시내엔 56개의 풍력발전소가 건설됐다. 연간 32억kWh의 전기를 생산해 제공한다. 또 올림픽 관련 시설은 모두 기존보다 65% 이상 에너지를 절약하는 건축물로 설계됐다. 이로 인해 연간 절약할 수 있는 화석연료는 석탄을 기준으로 7.5만t에 이른다.

7년간 치밀하게 준비한 과학올림픽

중국 정부가 이처럼 성공적으로 과학올림픽을 준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오랜 기간의 치밀한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1년 7월 올림픽 개최권을 따내자마자 같은 달 27일 ‘올림픽과학기술 2008 행동계획’ 영도소조(지도위원회)를 만들었다. 여기서 2008년 올림픽을 과학기술이 집약된 국제대회로 만든다는 기본 방향을 세웠다. 나아가 안전하고 청결하며 편리하고 효율 높은 올림픽 환경을 만들고 선수들의 성적을 크게 올리며 올림픽을 통해 중국의 최첨단 기술을 보여주자는 목표를 세웠다.

이듬해 6월엔 과학기술부, 중국과학원, 중국과학기술협회가 중심이 돼 ‘제29회 올림픽운동회 과학기술위원회’라는 전문 조직을 꾸렸다. 위원회는 경기장 건설과 교통, 정보통신, 보안, 환경보호 등 10개 항목, 1200개 세부항목을 만들어 과학올림픽을 추진키로 하고 3만 5000명의 과학기술자와 32억 위안(약 4800억 원)의 예산을 대거 투입했다. 7년간 집중 노력을 기울인 결과 인공강우, 성화봉, 교통인프라와 시내교통시스템 개선, 통신, 에너지 절약, 환경보호 분야에서 괄목한 성과를 이뤄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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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하종대 베이징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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