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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 밴 앨런과의 대화

오로라 일으키고 지구생명도 보호하는 방사선띠


지구 주위를 두르고 있는 방사선 띠를 발견한 밴 앨런.


1958년 지구 밖에서 도넛 모양의 방사선대가 발견됐다. 이 방사선대는 생명을 보호해주고, 화려한 오로라를 일으킨다. 이를 발견한 사람은 밴 앨런. 밴 앨런은 누구이며, 그가 발견한 밴 앨런대는 어떤 것인지 알아보자.

지난해 말 미국 아이오와대학으로 과학교사 해외연수를 갔을 때였다. 그곳에서 지구과학 교과서에서 이름만 보던 천문학자 밴 앨런(James A. Van Allen)을 만나게 된 것은 참으로 뜻밖이었고 한편으로는 영광이었다.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인 1958년 1월, 미국은 자국 최초의 인공위성인 익스플로러 1호를 쏘아올렸다. 비록 옛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보다 3개월이나 늦었지만, 익스플로러 1호는 매우 중요한 발견을 해냈다. 지구 위 1천km로부터 지구 반지름의 10배에 이르는 지역까지 고에너지 하전입자들이 도넛모양으로 모여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바로 밴 앨런대라고 불리는 방사선 띠(帶)다.

밴 앨런은 1914년 9월 7일 아이오와주 마운트 플레전트에서 태어났다. 1939년 아이오와대학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해군에 입대했다. 이때 근접폭발신관을 개발해 이름을 날렸다. 전파를 이용하면 적의 비행기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고, 폭탄이 날아가는 속도를 알기 때문에 시간을 적절히 조절하면 적 비행기 근처에서 터지는 폭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 원리였다. 근접폭발신관의 개발로 직접 맞추지 않아도 적의 비행기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전쟁이 끝나자 밴 앨런은 존스홉킨스대학 응용물리연구소 고층대기 연구책임자를 거쳐, 아이오와대학 물리학교수가 됐다. 그 무렵 인공위성을 쏘아올릴 로켓을 만들던 독일 출신의 폰 브라운(1912-1977)과 가까워졌다. 지구 밖으로 로켓을 발사하려는 공학자와 지구 밖 대기를 연구하려는 과학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마침내 1958년 1월 31일 미국 최초의 인공위성이 발사됐다. 그 안에는 밴 앨런이 만든 가이거계수기라는 측정장비도 들어있었다. 가이거계수기는 하전입자가 들어오면 고전압이 걸린 전극 사이에서 방전이 일어나는 원리를 이용해 우주선(cosmic ray)의 수를 셀 수 있었다. 그런데 익스플로러 1호에 실린 가이거계수기는 지금까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하전입자들이 지구 주위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나중에 밝혀졌지만, 지구 밖의 우주 방사선들은 지구 자기장에 의해 포획돼 2개의 둥근 띠 모양을 이루고 있다. 후일 과학자들은 이를 밴 앨런대라고 불렀다. 만약 지구가 자석이 아니라면 이런 방사선들은 지구를 향해 돌진했을 것이다.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11월 25일 필자는 속초고 유희균 교사, 통역해줄 아이오와대학 유학생 신명경씨와 더불어 밴 앨런 박사를 만나러 그의 연구실을 찾아갔다. 밴 앨런대를 발견한 박사에 대한 호기심이 발동했던 것이다. 밴 앨런 박사는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다. 다음은 그와의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어린 시절은?
내가 태어난 마운트 플레전트는 인구가 3천명 정도 되는 작은 마을이다. 아버지는 아이오와대학 출신의 변호사였고 어머니는 평범한 농부의 딸이었다. 할아버지도 아이오와대학을 나왔다. 어려서 수학과 물리를 잘했고, 자동차 엔진, 라디오 등의 조립에도 관심이 많았다. 그 시절 나는 간단한 라디오 방송국을 개설해 펜실베이니아대학에서 상을 받기도 했다.

학문의 길을 걷는데 가장 영향을 준 사람은?
부모님 영향이 컸다. 그 다음을 꼽는다면 아이오와 웨슬리언대학의 토머스 폴터 교수다. 대학 1학년 때 그는 나를 공동연구자로 내세울 만큼 아꼈다. 당시 50m 높이의 관측소를 설치해 대기 성층권의 유성우와 자기장을 연구했는데, 그때의 연구가 오늘날의 나를 있게 한 계기다. 대학 1학년생이 연구를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나는 우수한 학생이었던 것 같았다(웃음).

우주에 밴 앨런대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나?
방사선대(밴 앨런대)를 발견할 당시 나는 우주선(cosmic ray)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밴 앨런대를 발견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매우 운이 좋았다. 밴 앨런대의 발견은 연구팀과 함께 한 것이며, 밴 앨런대라는 명칭은 제자들이 붙여 주었다.

태양활동이 극심해지면 밴 앨런대는 어떻게 되는가?
이때에는 방사선의 밀도가 대단히 커지고, 일부 고속입자들은 밴 앨런대를 빠져나와 지구 대기의 전리층을 교란시킨다. 단파통신을 두절시키는 델린저 현상이 일어난다.

밴 앨런대에 포획되지 않는 방사선도 있는가?
주로 하전된 고에너지의 전자나 양성자가 지구 대기층까지 들어온다

오로라도 밴 앨런대와 관계가 있나?
밴 앨런대에 포획된 태양풍은 극지방에서 찬란한 오로라를 일으킨다. 지구가 자기장을 띠고 있음으로 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오로라는 고에너지의 입자가 지구자기력선을 따라 극지방의 상공으로 끌려 들어가 고층 대기 중의 산소원자나 질소원자와 충돌해 발광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오로라의 색깔을 보면 어떤 입자들이 오로라를 일으키는지 알 수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푸른색의 오로라는 전자에 의한 현상이다. 이러한 점은 전자가 유리벽에 부딪히면 녹색을 내는 현상과 같다.

유인탐사선이 밴 앨런대를 지나는 것이 위험하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소립자들은 크기가 작을수록 파동성을 보인다. 고에너지를 가진 하전된 입자들, 다시 말해 방사선들은 우주탐사선의 외벽을 뚫고 들어와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입힐 수 있다. 따라서 우주정거장 미르나 우주왕복선들은 밴 앨런대 영역을 피해서 운항한다. 달착륙 우주선은 이 영역을 빨리 지나가므로 방사선 조사량이 적어서 X선 촬영 때처럼 큰 피해를 입지 않는다. 한편 우주탐사선이 밴 앨런대를 통과하면 기기가 오작동될 가능성도 있다. 또 우주도시나 우주정거장을 지구궤도 위에 건설한다면 당연히 방사선 밀도가 높은 밴 앨런대를 피해서 건설해야 할 것이다.

밴 앨런대가 없는 달에 사람이 거주할 때 태양풍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아폴로 우주인들은 방사선을 차단할 수 있는 특수 우주복을 입고 있었다. 만일 우주복을 입지 않으려면 이론적으로 거주지역 바깥에 자기장을 걸어놓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신성 폭발 같은 현상이 태양에서 일어난다면?
마치 강한 바람이 촛불을 꺼버리듯이 지구 대기층과 밴 앨런대가 모두 날아가 버릴 것이다. 그 후에 지구자기장에 의해 새로운 밴 앨런대가 형성될 것이다.

지구자기장이 사라져 밴 앨런대가 없는 지구를 상상해 본다면?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만일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선 오로라와 같은 현상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하전된 입자들이 지구 대기와 직접 반응해 전자를 뺏거나 하나 더 붙이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이들의 밀도가 크다면 반짝 반짝 빛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지구자기장이 원소들을 잘 붙들어 주지 못하므로 불안정한 원소들이 발생할 것이다.

스스로 꼽는 자신의 최고 업적은?
물론 밴 앨런대를 발견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의 내 프로젝트에 수천명이 참여하게 된 것도 그로부터 시작됐다. 그 결과 명왕성을 제외한 태양계의 모든 행성에 대한 밴 앨런대의 존재 여부가 밝혀졌다(표1).

밴 앨런대가 존재하려면 행성이 자성을 띠고 있고 태양풍의 영향을 받아야 한다. 목성형 행성들에 자기장이 형성돼 있는 이유는 행성 내부의 수소기체가 매우 높은 압력에 의해 여기되면서 전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목성에서는 태양풍의 밀도가 지구의 25분의 1 밖에 안되지만 자기장이 워낙 강하여 태양풍 입자는 다 붙잡힌다. 지구의 자기장 세기는 목성의 1백분의 1이어서 태양풍 입자들을 대부분 놓친다. 그런데 밴 앨런대가 내대와 외대로 구별되는 천체는 지구뿐이다.

현재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1972년에 쏘아올린 파이어니어 10호가 26년째 운항되고 있다. 이 탐사선 프로젝트는 내가 직접 개입한 프로젝트다. 현 위치는 지구로부터 1.04×1010km 가량으로 아직도 자료를 보내고 있다. 그 자료를 분석하는 것이 내가 하고 있는 일이다. 이외에도 목성탐사선 갈릴레오와 토성탐사선 카시니 등 태양계 탐사와 관련된 프로젝트가 아이오와대학에서 진행되고 있다.

혹시 노벨상 수상자로 지명되지는 않았나?
노벨상은 기초과학에만 주어지기 때문에 천문학자는 꿈도 꾸지 못한다. 한번도 노벨상 후보로 추천된 바는 없다. 그러나 천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는 스웨덴 왕립과학학회에서 주는 크래포드(Crafoord)상을 1989년에 수상했다. 물론 이외에도 연구업적과 관련하여 수없이 많은 상을 받았다.


1998년 아이오와 대학을 찾아가 밴 앨런을 만났던 우리나라 과학교사들. 이들은 전국 시·도에서 선발돼 이곳에서 3개월 동안 교사연수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갖추어야할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기본적으로 자연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이는 타고나는 것이기도 하다. 어떻게 자연현상이 일어나는가, 왜 그런가 등의 질문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이러한 점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실험실에서 많은 활동을 해야 한다. 실험에 임할 때는 비판정신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그리고 상상력도 필요하다. 결국 과학자는 근본적으로 타고난 어떤 특성과 교사에 의한 실험 활동에 의해 길러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나는 한국 등의 아시아 학생들이 단순 암기에 의존한 수업을 한다고 들었는데, 이는 어느 단계에 이르면 결국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본다. 물론 아시아의 교육을 비판하자는 뜻은 아니다. 암기도 중요하지만 이는 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보다 중요한 것은 어린시절부터 자연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다.

지구 생명권의 보호막, 밴 앨런대

나침반을 들여다보면 자침이 일정한 방향을 가리킨다. 지구 주위에 자기장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실 자침의 N극은 정확히 지구의 북쪽을 가리키지 않는다. 지구 자기장의 축이 지구 자전축에 비해 약 11.5도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지구 자기력선은 (그림2)과 같이 마치 막대자석이 만드는 자기력선과 비슷한 모양을 보인다. 이와 같이 지구 자기력이 미치는 지구 둘레의 공간을 지구 자기장이라고 한다.


(그림2) 지구 자기장


지구자기장은 고정돼 있지 않고 하루를 주기로 규칙적으로 변한다. 때로 수시간에서 2-3일 간에 걸쳐 급격하게 불규칙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이런 급격한 불규칙적인 변화를 자기 폭풍이라고 하고, 이때 단파통신이 두절되는 델린저 현상이 일어난다.

지구자기장은 태양풍이라고 불리는 태양으로부터 날아오는 고속(3백-2천km/초)의 대전된 입자, 즉 양성자나 전자들의 영향을 받는다. 이런 입자들은 양과 음으로 하전돼 있기 때문에 지구자기장에 의해 포획된다. 결국 지구 자기장은 태양풍으로부터 생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보호막이 돼 주는 셈이다.

태양 쪽의 지구자기권은 고속의 태양풍에 의해 압축돼 지구 반지름의 10배 정도가 된다. 태양의 반대쪽은 지구 반지름의 1백배 정도에 이르며 그 모양은 길게 꼬리를 끌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지구자기권 가운데 지표에서 수천 km이상의 높이에서 강한 방사능을 띠는 두 가닥의 띠가 도너츠 모양으로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데, 이것이 밴 앨런대(Van Allen Belt)다(그림1).


(그림1) 밴 앨런대


밴 앨런대는 태양풍 가운데 고에너지의 전자와 양성자의 일부가 지구자기장에 의해 포획돼 방사능이 아주 강한 곳이다. 밴 앨런대는 내대와 외대로 나뉜다. 내대에는 주로 양성자가, 외대에는 전자가 모여 있다. 특히 내대는 위험한 영역이어서 유인우주선들은 가능한 한 이곳을 피해서 지나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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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신영준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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