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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가솔린 무너뜨리는 바이오에탄올

척박한 땅에서 자라는 연료용 식물

브라질의 수도 상파울루의 한 주유소. 가솔린과 바이오에탄올의 가격을 적은 안내판이 나란히 붙어있다. 2001년부터 바이오에탄올의 가격은 가솔린 가격의 60%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가솔린과 바이오에탄올의 연비가 각각 11~12km와 8~9km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주유소를 찾는 고객의 반 이상이 바이오에탄올을 찾는 사실이 이상할 게 없다.

세계 제 1의 바이오에탄올 수출국 브라질에서는 이미 바이오에탄올이 가솔린을 무너뜨렸다. 가솔린을 대체하려는 바이오에탄올의 ‘도전’은 이제 세계로 번지고 있다.

미국은 2017년까지 석유소비를 20% 줄이는 대신 바이오에탄올 같은 대체에너지 이용을 확대하기로 했다. 유럽연합의 여러 나라와 일본, 중국도 바이오에탄올 생산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벨기에 브뤼셀의 한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농도 85% 바이오에탄올. 유럽연합(EU)은 2010년까지 수송연료의 5.75%를 바이오연료로 대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먹는 옥수수에서 ‘타는’ 옥수수로

바이오에탄올은 옥수수 알곡이나 사탕수수에서 얻은 포도당을 발효시켜 얻는다. 그래서 값비싼 석유에 대한 대체제로 기대가 높다. 뿐만 아니라 에탄올이 연소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교토의정서에서 규정한 온실가스 계산에서 예외 적용을 받는다. 에탄올의 원료가 되는 식물이 광합성을 할 때 흡수했던 이산화탄소를 다시 내놓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동안 바이오에탄올의 생산원가는 가솔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원유의 가격이 계속 오르고 지구온난화의 공포 속에서 세계 여러 나라들은 석유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체에너지 개발에 열을 올린 결과 바이오에탄올은 이제 가솔린과 ‘진검승부’를 벌일 수 있을 정도로 가격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바이오에탄올 생산비용이 2002년 1갤런(약 3.8L) 당 0.5달러(약 450원)에서 2005년 0.45달러(약 400원)로 약 10% 떨어졌으며 2030년에는 현재의 50~70%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바이오에탄올의 주원료인 옥수수가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옥수수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 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바이오에탄올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미국의 경우 옥수수 값이 2006년에 비해 86%나 올랐다. 이 영향은 육류, 우유, 식용유를 비롯한 관련 산업으로 번져 식료품 전체 가격도 평균 6.7% 뛰었다. 1980년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바이오에탄올이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된 근본적인 이유는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는데 사람과 가축의 식량으로 사용하는 옥수수나 사탕수수가 엄청나게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4륜구동 차량 한 대의 연료통을 가득 채울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려면 옥수수 약 200㎏이 필요하다. 한 사람이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바이오에탄올은 식량을 연료로 사용한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에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2세대 바이오 연료인 ‘셀룰로오스 에탄올’이다.

셀룰로오스는 식물 세포벽을 이루는 주요 구성 물질로 이를 분해하면 포도당을 얻을 수 있다. 중요한 점은 그동안 방치하거나 태워버렸던 식물의 잎, 줄기, 뿌리 같은 식물 조직 모두에 셀룰로오스가 넘쳐난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대표적 바이오 에너지 기업인 듀폰의 분석에 따르면 옥수수 알갱이에서만 에탄올을 뽑으면 옥수수 밭 약 4000m2에서 에탄올 약 1450L을 생산할 수 있지만, 옥수수 줄기와 속, 껍질의 셀룰로오스를 모두 활용하면 약 3000L의 에탄올을 얻을 수 있다.
 

스스로 셀룰레이스 만드는 연료용 식물^식물의 잎, 줄기, 뿌리 같은 모든 부분에서 바이오에탄올을 얻기 위해서는 세포벽을 이루는 단단한 조직인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셀룰레이스를 대량으로 생산해야 한다. 토양미생물인 아그로박테리아의 유전자를 이용하면 형질이 전환된 연료용 식물을 만들 수 있다.


버려진 땅 일궈 에탄올 ‘유전’ 만든다

셀룰로오스 에탄올이 차세대 바이오연료의 ‘떠오르는 별’이라는 사실은 틀림없다. 하지만 셀룰로오스 에탄올이 가솔린의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넘어야할 산이 있다.

단단한 섬유소로 이뤄진 셀룰로오스를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데는 셀룰레이스라는 효소가 필요하다. 그런데 셀룰레이스는 식물 스스로 만들어 내지만 그 양이 너무 적은 데다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데 오래 시간이 걸린다는 약점이 있다. 따라서 경제성이 떨어진다.

지천에 널린 셀룰로오스라도 이를 분해하는데 돈이 많이 들면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다.

과학자들은 셀룰레이스를 싸게 얻는 방법을 곰팡이나 박테리아 같은 다양한 토양 미생물에서 찾았다. 나뭇잎이나 줄기는 땅에 떨어지면 미생물에 의해 쉽게 분해된다. 미생물이 셀룰레이스를 대량으로 생산하기 때문이다. 이런 미생물을 대량으로 배양한다면 셀룰레이스를 싸게 얻을 수 있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 미생물에서 셀룰레이스를 만드는 유전자를 분리한 뒤 식물에 발현시키면 어떨까. 즉 식물 스스로가 활성이 좋은 셀룰레이스 효소를 대량으로 만들게 하자는 뜻이다. 그러면 미생물을 배양하는 셀룰레이스 공장도 지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식물세포에 만들어진 셀룰레이스가 식물이 한참 성장할 때 세포벽을 분해하면 오히려 식물이 자라는데 해를 끼칠 수 있다. 따라서 세포벽과 분리된 공간에서 셀룰레이스를 만들어야 한다.

필자의 연구팀은 식물의 엽록체에서 셀룰레이스 저장소를 찾았다. 엽록체는 광합성을 담당하는 식물 세포의 소기관으로 두 겹의 막으로 싸여 있어 셀룰레이스를 따로 담아두기 좋은 장소다.

연구팀은 유전자 변형 기술로 셀룰레이스를 엽록체 안에서 만든 뒤 식물을 수확할 때 엽록체를 파괴해 그 안에 있던 셀룰레이스가 셀룰로오스를 분해하게 하는 기술을 개발해 최근 특허를 출원했다.

셀룰로오스를 쉽게 분해해 에탄올을 대량으로 뽑아낼 수 있는 ‘연료용 식물’을 개발했다고 해서 산을 다 넘은 건 아니다. 경작지를 두고 식량용 식물과 ‘영토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료용 식물을 비옥한 땅에서 물과 양분을 많이 줘 길러야 한다면 식량용 식물이 자랄 땅을 빼앗는 셈이 된다. 따라서 척박한 땅에서 물을 많이 주지 않아도 자라는 연료용 식물이 필요하다.

필자의 연구팀은 겨자과 식물인 애기장대에서 가뭄이나 염분, 추위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ABA 호르몬을 만드는데 관여하는 ‘AtBG1’ 유전자를 발견해 2006년 9월 생명공학 학술지 ‘셀’(Cell)에 발표했다. 이 유전자를 과다발현시킨 연료용 식물을 척박한 땅에 심으면 이곳을 바이오에탄올 ‘유전’으로 탈바꿈 시킬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바이오에탄올을 생산하거나 활용한 사례가 거의 없다. 지난해 1월, 가솔린에 에탄올을 6.7%까지 함유할 수 있도록 법규를 개정해 앞으로 바이오에탄올 사용을 늘릴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정도다.

하지만 바이오에탄올용 식물을 척박한 땅에서 재배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도 바이오에탄올 ‘산유국’이 될 수 있으리란 전망이다.

동네 주유소에서 가솔린을 넣을까, 바이오에탄올을 넣을까 고민하게 될 날을 기대해본다.
 

2006년 파리 오토 쇼에 등장한 바이오에탄올 차량. 2009년 세계에서 생산되는 옥수수의 35% 정도가 바이오에탄올의 원료로 쓰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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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배현종 교수
  • 황인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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