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성적이 나빠도 붙을 수 있다? X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가장 큰 오해가 성적에 관한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입학사정관제를 성적이 나빠도 특별활동 내역이 훌륭하거나 봉사활동이나 캠프에 참여한 경험이 있으면 ‘운 좋게’ 대학에 갈 수 있는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대학과 교육관련 기관들이 입학사정관제를 처음 제도화할 때 이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비(非)교과나 특별활동을 강조해온 탓이다.
하지만 1차 서류심사에서 입학사정관들은 비교과와 특기·재능 자료만큼이나 성적을 비중 있게 검토한다. 성적은 ‘이 학생이 대학에서 수학할 만한 능력을 갖췄는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학교나 전형에 따라 반영비율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교과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 학교는 거의 없다(KAIST 학교장 추천 전형 제외). 현재는 학생부 성적만 100%를 반영하거나 성적을 일부만 반영하는 학교,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지원 자격으로 명시한 학교로 구분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시나 수시로 들어가기에는 성적이 약간 부족한 수준의 대학과 전공을 목표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건국대에서는 학생부 성적이 4.5등급인 학생이 국사에서의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아 수능 평균 합격선이 1.5~2등급인 학과에 입학한 바 있다. 이 사례에 대해 건국대 전경원 입학사정관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평하며 “내신이나 수능 성적이 일반 전형의 합격선보다 2등급 정도 낮아도 특수 분야에 대한 열정과 재능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지만 그 차이가 3등급 이상 나면 합격을 장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연세대 박정선 입학사정관도 “성적으로 지원 자격을 제한한 전형이라면 서류평가에서 학업성적을 반영하지 않겠지만 지원 자격에 성적의 제한이 없는 경우에는 성적이 중요한 평가기준의 하나”라며 성적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수능 최저학력 기준 없이 학생부 성적만 평가하는 대학들은 경쟁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있는 대학들보다 합격선이 더 높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명시한 학교(경희대,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는 대부분 수능영역 2개 이상이 2등급 이상임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에서는 0.1점 차이로 떨어질 수 없다? O
입학사정관제에서는 지원자가 제출한 자료를 점수로 환산하거나 서열화하지 않는다. 국내 대부분의 대학들은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다음 단계로 통과시킬지를 결정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다만 여러 명의 입학사정관들이 동시에 한 지원자를 심사할 때는 편의상 A, B, C 같은 등급을 매기기도 한다. 이 등급은 입학사정관들이 의견을 조율할 때 하나의 기준으로 사용된다. 만약 어떤 학생이 모든 입학사정관들로부터 A를 받았다면 다음 단계로 통과하지만, A에서 C, D까지 다양한 평가를 받으면 판단을 보류한 뒤 다시 심사해 재심에서도 여러 평가자들로부터 낮은 등급을 받으면 불합격되는 식이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제에서는 평가과정에 점수 자체가 없으므로 0.1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일은 없다.
아프리카 정도는 갔다 와야봉사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X
비교과가 강조되면서 봉사활동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흔히 눈에 띄는 봉사활동은 외진 곳에서 오랫동안, 힘들게 겪은 체험이라고 생각한다. 아프리카에서 난민을 돕거나, 몇 년간 꾸준히 봉사한 기록처럼 말이다. 하지만 평범한 고교생활을 보내는 학생들에게 아프리카 봉사활동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입학사정관들 또한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입학사정관들은 “힘들고 어려운 봉사활동이라고 해서 높은 점수를 주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건국대 전경원 입학사정관은 봉사활동 기록에 대해 “단순히 어디에서 무엇을 했다고 나열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되고 봉사를 통해 자신이 느낀 점은 무엇인지, 그로 인해 자신의 생활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설명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양대 이인균 입학사정팀장도 “한양대는 학교생활을 충실하게 보낸 학생을 뽑는다”며 “봉사 활동도 평범한 학교생활 과정에서 이룰 수 있는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좋은 봉사활동의 예로 건국대 수시 1학기 KU입학사정관제에 합격한 K양이 있다. 생명과학·환경 분야의 과학자가 돼서 국제 환경연구단체인 UNEP에서 연구하는 것이 꿈인 K양은 고교시절 동안 학생회활동, 코스모스 모종심기 등 환경에 관련한 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여해 왔다. 자기소개서에는 비영리단체인 환경장애연구협회가 주최한 환경사진공모전에 출전했을 때의 과정을 담았다.
무단 쓰레기로 오염되고 있는 환경을 보면서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버리고 ‘나부터’라는 생각을 갖게 된 과정을 자세히 기술했다. K양은 주변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지만 느끼고 배운 점 위주로 설명해 좋은 점수를 받았다.
전 과목을 두루 잘하기보다는 특정과목만 잘하는 학생이 유리하다?X
입학사정관제에서 성적은 두 가지 측면에서 평가된다. 하나는 학생이 얼마나 학교생활을 충실하게 보냈는가에 대한 성실도의 평가이고, 다른 하나는 전공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정도를 나타내는 전공 적합성의 평가다.
전 과목을 편차가 크지 않게 두루 잘하는 학생이라면 전공 적합성이 크게 눈에 띄지 않겠지만 전체적으로 학교수업에 충실히 따랐다는 인상을 준다. 고교 과정을 잘 이수했고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기본기를 갖췄다고 판단되는 셈이다.
이와 달리 특정 과목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학생은 전공 적합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잘하는 과목과 지원하려는 전공이 동일할 때의 얘기다. 하지만 잘하는 과목과 나머지 과목의 점수 차가 너무 크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다. 잘하는 과목에 비해 나머지 성적이 너무 좋지 않으면 학생이 학교생활에 성실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잘하는 과목의 점수가 1등급으로 동일한데 나머지 과목이 3등급인 학생보다, 나머지 과목이 6등급인 학생은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다는 의미다.
수상실적이 많아야 한다? X
입학사정관제에서 수상실적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학교는 그리 많지 않다. 수학·과학 대회의 수상실적에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지원 자격을 제한한다고 명시한 학교는 성균관대의 ‘과학인재 전형’(의예과는 생물·수학·물리·화학올림피아드 은상 이상 입상자), 한양대의 ‘재능우수자 과학재능 전형’(한양대가 인정하는 권위 있는 국제대회 입상자 및 참가자 또는 전국 규모 대회 입상자)을 비롯해 몇 개 대학에 불과하다.
KAIST, 서울대, 포스텍,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건국대 등 많은 대학에서는 “수상실적에 가산점을 부여하지 않고 참고사항으로만 여긴다”고 밝혔다.물론 수학·과학 올림피아드를 비롯해 각종 경시대회, 과학탐구대회, 과학 캠프는 특정 과목에 대한 자신의 애정과 관심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작용한다. 관심 있는 대회에 꾸준히 참가한 기록은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은 순수한 동기에서 나온 결과로 비친다.
주의할 사항은 이러한 활동 내역을 기록으로만 남기지 말고 대회에 참여했을 때의 마음가짐, 열정, 비전을 함께 설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공과 관계없는 대회에서 수상하거나, 무리하게 많은 대회에 참여했던 기록은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준다.
양 많은 포트폴리오, 무조건 합격이다? X
일명 ‘사과상자’라 불리는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는 학생들이 있다. 사과상자에 담아야 할 만큼 많은 양의 자료를 제출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과상자를 가득 채울 만큼 실적물이 많고 자료 모두가 자신을 표현하는 데 꼭 필요하다면 굳이 양을 줄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사과상자에 있는 자료들의 상당수는 전공과 관련이 없거나 실제로 학생이 이룬 실적이 아니라는 게 입학사정관들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캠프에 참가했을 때 받은 팸플릿이라든지, 연수를 받았을 때 사용한 교재는 학생이 거둔 성과물이라고 보기 어렵다. 만약에 이러한 자료를 꼭 제출하고 싶다면 이 자료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 자료를 통해 뭘 배웠는지를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또 관련된 자료라고 해도 그대로 제출하기보다는 스크랩북이나 관찰일기에 담아 간결하고 보기 좋게 정리하도록 한다. 자신이 한 일을 남에게 쉽고 분명히 전달하는 것 또한 중요한 평가 요소다.
특목고 학생에 유리하다? △
과학고와 외국어고, 예술고와 같은 특목고(특수목적고)에 다니는 학생들은 이미 특수한 영역에 재능이 있다고 인정받은 인재들이다. 이들은 학교에서 특정 영역에 집중된 수업을 받고 재능을 키울 수 있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특수 재능을 인정하는 입학사정관제에 성격이 잘 맞는다. 따라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길 원하는 대학으로서는 특목고 학생들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많은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에서 내신을 중요하게 평가하고, 수상실적에 가산점을 주지 않기 때문에 특목고 학생들이 특별히 유리하지는 않다.
특목고와 일반고를 구분하기도 한다. KAIST는 특목고의 학생들은 지원할 수 없는 전형을 따로 신설해 모집하고, 성균관대는 특목고 졸업생의 경시대회 수상실적에 가산점을 주고 있다.
입학사정관제에서 거짓말은 안 통한다? O
입학사정관제에서는 기존의 수시 전형과 달리 제출 서류의 진위를 가린다. 인사 관리의 전문가인 입학사정관들은 학교생활기록부에서부터 추천서까지 모든 제출 서류를 꼼꼼히 읽고 거짓이 없는지 조사한다. 이해가 안 되거나 의문점이 들 때는 즉시 당사자나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한다. 이는 교수나 교직원이 서류를 검토하던 기존에는 불가능하던 일이다.
입학사정관은 사실 확인이 쉽지 않은 자기소개서나 추천서에서도 ‘거짓’을 찾아낸다. 가장 흔한 예가 한 가지 형식으로 작성된 추천서에 학생의 이름만 바꾸는 경우다. 검색만 하면 쉽게 찾아낼 수 있는 데도 고등학교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불거지면 해당 고등학교는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되므로 자료는 거짓으로 작성하지 않도록 한다.
선생님에게 눈도장 잘 찍는 학생이 유리하다? O
입학사정관들은 “포트폴리오를 잘 구성하려면 꼼꼼하게,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자세히 기술하라”고 조언했다. 입학사정관들은 1차 서류심사에서 서류만으로 학생의 잠재력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부의 작은 항목까지도 꼼꼼하게 읽는다. 성적인 ‘교과학습발달 상황’은 물론이고 과목교사들이 작성하는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도 마찬가지다.
특히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은 학생의 평소 학교생활을 짐작할 수 있어 입학사정관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항목이다. 하지만 이 항목을 제대로 작성하는 경우는 전체 학교의 30%에 지나지 않는다. 담임교사가 아닌 과목교사가 수많은 학생들의 특기사항을 제대로 기록하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의 학생부 평가란을 의무적으로 채워 넣기보다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마다 바로 기록해 두고 사례를 들며 내용을 풍부하게 작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생 또한 자신의 관심분야와 재능을 교사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도록 한다. 교사가 추천서를 쓰려면 학생이 원하는 방향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평소 이에 대해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지 않았다면 불가능하다. 나의 학생부에 빈칸이 많다면 교사가 성의 없게 작성했다고 원망하기보다는 평소 교사에게 ‘눈도장’을 잘 찍지 않은 자신의 소극적인 태도를 먼저 점검하도록 하자.
입학사정관제로 입학한 학생들은공부를 못할 것이다? X
입학사정관제로 입학한 학생은 공부를 못할 거라는 인식이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한두 차례 입학사정관제로 신입생을 선발한 학교의 관계자들은 “입학사정관제 합격자들이 다른 입학생들에 비해 전공에 대한 적응력이 좋고 성취욕구도 뛰어나다”고 입을 모았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분명하고 목표의식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2월 내신과 비교과영역으로 합격한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학생들의 졸업성적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이 입학할 때의 수능성적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다소 낮았지만 졸업할 때의 평균성적은 다른 학생들을 뛰어넘었다. 비전을 가지고 노력하면 대학 4년 동안 충분히 성장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가장 큰 오해가 성적에 관한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이 입학사정관제를 성적이 나빠도 특별활동 내역이 훌륭하거나 봉사활동이나 캠프에 참여한 경험이 있으면 ‘운 좋게’ 대학에 갈 수 있는 방편이라고 생각한다. 대학과 교육관련 기관들이 입학사정관제를 처음 제도화할 때 이를 홍보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비(非)교과나 특별활동을 강조해온 탓이다.
하지만 1차 서류심사에서 입학사정관들은 비교과와 특기·재능 자료만큼이나 성적을 비중 있게 검토한다. 성적은 ‘이 학생이 대학에서 수학할 만한 능력을 갖췄는가’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학교나 전형에 따라 반영비율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교과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 학교는 거의 없다(KAIST 학교장 추천 전형 제외). 현재는 학생부 성적만 100%를 반영하거나 성적을 일부만 반영하는 학교,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지원 자격으로 명시한 학교로 구분된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정시나 수시로 들어가기에는 성적이 약간 부족한 수준의 대학과 전공을 목표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지난해 건국대에서는 학생부 성적이 4.5등급인 학생이 국사에서의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아 수능 평균 합격선이 1.5~2등급인 학과에 입학한 바 있다. 이 사례에 대해 건국대 전경원 입학사정관은 “매우 드문 일”이라고 평하며 “내신이나 수능 성적이 일반 전형의 합격선보다 2등급 정도 낮아도 특수 분야에 대한 열정과 재능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지만 그 차이가 3등급 이상 나면 합격을 장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연세대 박정선 입학사정관도 “성적으로 지원 자격을 제한한 전형이라면 서류평가에서 학업성적을 반영하지 않겠지만 지원 자격에 성적의 제한이 없는 경우에는 성적이 중요한 평가기준의 하나”라며 성적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수능 최저학력 기준 없이 학생부 성적만 평가하는 대학들은 경쟁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있는 대학들보다 합격선이 더 높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명시한 학교(경희대, 고려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는 대부분 수능영역 2개 이상이 2등급 이상임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에서는 0.1점 차이로 떨어질 수 없다? O
입학사정관제에서는 지원자가 제출한 자료를 점수로 환산하거나 서열화하지 않는다. 국내 대부분의 대학들은 지원자가 제출한 서류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다음 단계로 통과시킬지를 결정하는 방식을 따르고 있다.
다만 여러 명의 입학사정관들이 동시에 한 지원자를 심사할 때는 편의상 A, B, C 같은 등급을 매기기도 한다. 이 등급은 입학사정관들이 의견을 조율할 때 하나의 기준으로 사용된다. 만약 어떤 학생이 모든 입학사정관들로부터 A를 받았다면 다음 단계로 통과하지만, A에서 C, D까지 다양한 평가를 받으면 판단을 보류한 뒤 다시 심사해 재심에서도 여러 평가자들로부터 낮은 등급을 받으면 불합격되는 식이다. 따라서 입학사정관제에서는 평가과정에 점수 자체가 없으므로 0.1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일은 없다.
아프리카 정도는 갔다 와야봉사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X
비교과가 강조되면서 봉사활동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흔히 눈에 띄는 봉사활동은 외진 곳에서 오랫동안, 힘들게 겪은 체험이라고 생각한다. 아프리카에서 난민을 돕거나, 몇 년간 꾸준히 봉사한 기록처럼 말이다. 하지만 평범한 고교생활을 보내는 학생들에게 아프리카 봉사활동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입학사정관들 또한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입학사정관들은 “힘들고 어려운 봉사활동이라고 해서 높은 점수를 주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건국대 전경원 입학사정관은 봉사활동 기록에 대해 “단순히 어디에서 무엇을 했다고 나열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되고 봉사를 통해 자신이 느낀 점은 무엇인지, 그로 인해 자신의 생활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설명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양대 이인균 입학사정팀장도 “한양대는 학교생활을 충실하게 보낸 학생을 뽑는다”며 “봉사 활동도 평범한 학교생활 과정에서 이룰 수 있는 수준이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좋은 봉사활동의 예로 건국대 수시 1학기 KU입학사정관제에 합격한 K양이 있다. 생명과학·환경 분야의 과학자가 돼서 국제 환경연구단체인 UNEP에서 연구하는 것이 꿈인 K양은 고교시절 동안 학생회활동, 코스모스 모종심기 등 환경에 관련한 봉사활동에 꾸준히 참여해 왔다. 자기소개서에는 비영리단체인 환경장애연구협회가 주최한 환경사진공모전에 출전했을 때의 과정을 담았다.
무단 쓰레기로 오염되고 있는 환경을 보면서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버리고 ‘나부터’라는 생각을 갖게 된 과정을 자세히 기술했다. K양은 주변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지만 느끼고 배운 점 위주로 설명해 좋은 점수를 받았다.
전 과목을 두루 잘하기보다는 특정과목만 잘하는 학생이 유리하다?X
입학사정관제에서 성적은 두 가지 측면에서 평가된다. 하나는 학생이 얼마나 학교생활을 충실하게 보냈는가에 대한 성실도의 평가이고, 다른 하나는 전공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정도를 나타내는 전공 적합성의 평가다.
전 과목을 편차가 크지 않게 두루 잘하는 학생이라면 전공 적합성이 크게 눈에 띄지 않겠지만 전체적으로 학교수업에 충실히 따랐다는 인상을 준다. 고교 과정을 잘 이수했고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기본기를 갖췄다고 판단되는 셈이다.
이와 달리 특정 과목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학생은 전공 적합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잘하는 과목과 지원하려는 전공이 동일할 때의 얘기다. 하지만 잘하는 과목과 나머지 과목의 점수 차가 너무 크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다. 잘하는 과목에 비해 나머지 성적이 너무 좋지 않으면 학생이 학교생활에 성실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잘하는 과목의 점수가 1등급으로 동일한데 나머지 과목이 3등급인 학생보다, 나머지 과목이 6등급인 학생은 좋지 않은 평가를 받는다는 의미다.
수상실적이 많아야 한다? X
입학사정관제에서 수상실적에 가산점을 부여하는 학교는 그리 많지 않다. 수학·과학 대회의 수상실적에 가산점을 부여하거나 지원 자격을 제한한다고 명시한 학교는 성균관대의 ‘과학인재 전형’(의예과는 생물·수학·물리·화학올림피아드 은상 이상 입상자), 한양대의 ‘재능우수자 과학재능 전형’(한양대가 인정하는 권위 있는 국제대회 입상자 및 참가자 또는 전국 규모 대회 입상자)을 비롯해 몇 개 대학에 불과하다.
KAIST, 서울대, 포스텍,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건국대 등 많은 대학에서는 “수상실적에 가산점을 부여하지 않고 참고사항으로만 여긴다”고 밝혔다.물론 수학·과학 올림피아드를 비롯해 각종 경시대회, 과학탐구대회, 과학 캠프는 특정 과목에 대한 자신의 애정과 관심을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작용한다. 관심 있는 대회에 꾸준히 참가한 기록은 자신의 실력을 확인하고 싶은 순수한 동기에서 나온 결과로 비친다.
주의할 사항은 이러한 활동 내역을 기록으로만 남기지 말고 대회에 참여했을 때의 마음가짐, 열정, 비전을 함께 설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공과 관계없는 대회에서 수상하거나, 무리하게 많은 대회에 참여했던 기록은 학교생활에 충실하지 못했다는 인상을 준다.
양 많은 포트폴리오, 무조건 합격이다? X
일명 ‘사과상자’라 불리는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는 학생들이 있다. 사과상자에 담아야 할 만큼 많은 양의 자료를 제출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과상자를 가득 채울 만큼 실적물이 많고 자료 모두가 자신을 표현하는 데 꼭 필요하다면 굳이 양을 줄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사과상자에 있는 자료들의 상당수는 전공과 관련이 없거나 실제로 학생이 이룬 실적이 아니라는 게 입학사정관들의 지적이다. 예를 들어 캠프에 참가했을 때 받은 팸플릿이라든지, 연수를 받았을 때 사용한 교재는 학생이 거둔 성과물이라고 보기 어렵다. 만약에 이러한 자료를 꼭 제출하고 싶다면 이 자료가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 자료를 통해 뭘 배웠는지를 분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또 관련된 자료라고 해도 그대로 제출하기보다는 스크랩북이나 관찰일기에 담아 간결하고 보기 좋게 정리하도록 한다. 자신이 한 일을 남에게 쉽고 분명히 전달하는 것 또한 중요한 평가 요소다.
특목고 학생에 유리하다? △
과학고와 외국어고, 예술고와 같은 특목고(특수목적고)에 다니는 학생들은 이미 특수한 영역에 재능이 있다고 인정받은 인재들이다. 이들은 학교에서 특정 영역에 집중된 수업을 받고 재능을 키울 수 있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특수 재능을 인정하는 입학사정관제에 성격이 잘 맞는다. 따라서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길 원하는 대학으로서는 특목고 학생들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많은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에서 내신을 중요하게 평가하고, 수상실적에 가산점을 주지 않기 때문에 특목고 학생들이 특별히 유리하지는 않다.
특목고와 일반고를 구분하기도 한다. KAIST는 특목고의 학생들은 지원할 수 없는 전형을 따로 신설해 모집하고, 성균관대는 특목고 졸업생의 경시대회 수상실적에 가산점을 주고 있다.
입학사정관제에서 거짓말은 안 통한다? O
입학사정관제에서는 기존의 수시 전형과 달리 제출 서류의 진위를 가린다. 인사 관리의 전문가인 입학사정관들은 학교생활기록부에서부터 추천서까지 모든 제출 서류를 꼼꼼히 읽고 거짓이 없는지 조사한다. 이해가 안 되거나 의문점이 들 때는 즉시 당사자나 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확인한다. 이는 교수나 교직원이 서류를 검토하던 기존에는 불가능하던 일이다.
입학사정관은 사실 확인이 쉽지 않은 자기소개서나 추천서에서도 ‘거짓’을 찾아낸다. 가장 흔한 예가 한 가지 형식으로 작성된 추천서에 학생의 이름만 바꾸는 경우다. 검색만 하면 쉽게 찾아낼 수 있는 데도 고등학교에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문제가 불거지면 해당 고등학교는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게 되므로 자료는 거짓으로 작성하지 않도록 한다.
선생님에게 눈도장 잘 찍는 학생이 유리하다? O
입학사정관들은 “포트폴리오를 잘 구성하려면 꼼꼼하게,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자세히 기술하라”고 조언했다. 입학사정관들은 1차 서류심사에서 서류만으로 학생의 잠재력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부의 작은 항목까지도 꼼꼼하게 읽는다. 성적인 ‘교과학습발달 상황’은 물론이고 과목교사들이 작성하는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도 마찬가지다.
특히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은 학생의 평소 학교생활을 짐작할 수 있어 입학사정관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항목이다. 하지만 이 항목을 제대로 작성하는 경우는 전체 학교의 30%에 지나지 않는다. 담임교사가 아닌 과목교사가 수많은 학생들의 특기사항을 제대로 기록하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의 학생부 평가란을 의무적으로 채워 넣기보다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마다 바로 기록해 두고 사례를 들며 내용을 풍부하게 작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생 또한 자신의 관심분야와 재능을 교사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도록 한다. 교사가 추천서를 쓰려면 학생이 원하는 방향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평소 이에 대해 이야기를 충분히 나누지 않았다면 불가능하다. 나의 학생부에 빈칸이 많다면 교사가 성의 없게 작성했다고 원망하기보다는 평소 교사에게 ‘눈도장’을 잘 찍지 않은 자신의 소극적인 태도를 먼저 점검하도록 하자.
입학사정관제로 입학한 학생들은공부를 못할 것이다? X
입학사정관제로 입학한 학생은 공부를 못할 거라는 인식이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한두 차례 입학사정관제로 신입생을 선발한 학교의 관계자들은 “입학사정관제 합격자들이 다른 입학생들에 비해 전공에 대한 적응력이 좋고 성취욕구도 뛰어나다”고 입을 모았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이 분명하고 목표의식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2월 내신과 비교과영역으로 합격한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학생들의 졸업성적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이 입학할 때의 수능성적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 다소 낮았지만 졸업할 때의 평균성적은 다른 학생들을 뛰어넘었다. 비전을 가지고 노력하면 대학 4년 동안 충분히 성장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