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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 Tech] 대선보다 치열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열전


 

사회자(사) | 플렉시블 디스플레이(F) | 3D 디스플레이(3D)

사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2002년 즈음, 흑백이던 휴대전화 화면이 총천연색으로 바뀌던 그날을 기억하십니까. 그 이후 우리의 디스플레이는 꾸준히 발전해왔지만, 혁명이라 불릴만한 발전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드디어 디스플레이의 혁명을 이끌 강력한 두 후보가 나왔습니다. 과연 대세가 될 디스플레이는 누구일까요. 차세대 디스플레이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두 후보 모시고 TV 토론 진행하겠습니다.



F 안녕하십니까. 1번 후보, 플렉시블 디스플레입니다. 그동안 딱딱한 디스플레이에 답답하셨지요? 저는 다릅니다. 둘둘 말릴 정도로 유연성 넘치는 디스플레이거든요. 이제 딱딱한 디스플레이의 시대는 갔습니다. 소재부터 갈아 엎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의 편안한 삶,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D (입을 삐죽거리며) 2번 후보, 3D 디스플레이입니다. 소재부터 갈아 엎자는 건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국민들이 익숙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겠습니까. 더군다나 우리는 디스플레이입니다. 디스플레이의 궁극적 목표는 단 하나, 바로 리얼리티(Reality)입니다. 저는 리얼리티의 끝판왕입니다. 3차원으로 현실을 보여주니까요. 진정한 디스플레이를 원하신다면, 저 3D 디스플레이를 뽑아주십시오!




사 두 분 말씀 잘 들었습니다. 그럼 먼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후보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 말로는 수 년째 듣고 있는데요. 그게 정말 가능합니까. 기다리던 국민들로부터 ‘못 믿겠다’는 볼멘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F 가능합니다. 간단한 이유부터 설명하자면 저는 아주 얇습니다. 디스플레이 패널 중 하나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는 스스로 빛을 내는 형광성유기화합물이기 때문에 LCD에 비해 훨씬 구조가 간단하며, 얇고 가벼운 게 특징입니다. 자체발광하는 소재니 훨씬 선명하기도 하고요. 잘 구부러져야 하는 플렉시블엔 OLED가 가장 적합한 소재지요. LG디스플레이가 선보인 18인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두께가 0.177mm 밖에 되지 않아요. 무게도 A4용지 2~3장 정도고요.

3D 잠시만, 잠시만요. 제가 들은 건 다릅니다. OLED, OLED 하시는데, OLED는 수분에 매우 취약하지 않습니까? 아니 구부러지면 뭐합니까. 화
면이 깨지면 말짱 도루묵인 것을요. 우리가 지금까지 딱딱한 디스플레이를 유지한 건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섭니다. 수분이나 다른 외부 물질에 대처할 방안은 있으신 겁니까?

F 흠흠. 안 그래도 지금 말씀 드리려고 했습니다. (3D를 째려보며) 그 점이 OLED의 유일한 단점입니다. 물을 막기 위해서 우리는 패널의 위, 아래로 인캡슐레이션(이하 인캡) 작업을 합니다. 인캡은 OLED 소자의 유기층과 전극을 보호하기 위한 공정이지요. 물을 막는 데 가장 확실한 방법은 금속이나 유리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시중에 나와있는 OLED TV는 이런 공정을 거쳤기 때문에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보란 듯이 몸을 구부린다), 유연한 소재의 인캡이 필요합니다. 현재 그 연구를 진행 중이지요. 아마 3~5년 이내로 완성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 이야~ 자신의 단점을 극복하려고 애쓰는 모습, 정말 대단합니다. 그럼 3D 디스플레이 후보의 이야기도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알기론 입체안경이 필요한 3D 디스플레이는 1990년대부터 연구가 돼 왔고, 안경이 필요 없는 무안경 3D 디스플레이도 2000년대 초반부터 거론됐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태껏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하셨는데 어떤 이유 때문입니까.

3D 그만큼 기술적인 어려움이 많습니다. 아이디어는 간단해요. 입체안경을 디스플레이에 장착시킨다고 보시면 됩니다. 디스플레이 자체에서 왼쪽 눈과 오른쪽에 다른 영상이 보이도록 만든 겁니다. 이를 다시점 3D 디스플레이라고 합니다. 여기에도 두 가지 방식이 있는데…(왼쪽 그림 내용을 장황하게 설명한다).

F 너무 깁니다. 사회자님, 뭐하십니까. 왜 상용화가 안 되고 있는지만 대답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사 (졸다가 깜짝 놀라며) 네, 네! 무안경 3D 디스플레이의 가장 큰 문제점은 특정 지점에서만 입체적으로 보인다는 점인데요. 이 점 때문에 상용화가 어려워 보입니다. 여기에 대한 대책이 있으십니까.

3D 아아, 물론 있습니다. 아이 트래킹(eye tracking) 기술인데요. 단어 뜻 그대로 사용자의 눈을 따라가는 기술입니다. 먼저 디스플레이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가 사용자의 눈을 인식합니다. 그리고 사용자의 위치에서 보게 될 이미지 데이터를 바꿔주는 겁니다. 여러분이 3D로 슈퍼마리오를 보고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정면에서 보는 마리오, 옆에서 보는 마리오는 전혀 다른 이미지입니다. 여러분이 옆으로 이동하면 정면의 마리오에서 측면의 마리오로, 디스플레이에서 보여주는 이미지 자체가 달라집니다. 좌우상하,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더라도 3D로 영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사 과거보다 굉장히 많이 발전했네요. 이 기술이 적용된 디스플레이는 언제쯤 만나볼 수 있나요?

3D 아마 3~5년 이내로 출시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보다 더 발전한 형태는 초다시점 3D 디스플레이인데요. 다시점이 좌우 눈의 시각차이를 이용했다면, 초다시점은 하나의 눈에서도 시점을 여러 개로 나눈 방식입니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눈의 피로도를 줄일 수 있죠. 이 기술은 아직 연구 단계라 상용화를 언급하기가 조금 이릅니다.



사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후보들의 기술적 한계점과 극복 방안에 대해 들어봤는데요. 그럼 모든 문제점이 해결됐을 때,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F 저는 국민 여러분의 주거문화를 바꿔놓을 겁니다. 하우스푸어다, 전세대란이다. 집 때문에 힘든 분들 많으실 겁니다. 제가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된다면 지금 20평대 사시는 분들, 집이 30평으로 넓어진 느낌이 드실겁니다. 저는 아주 얇고 가볍습니다. TV가 차지하는 공간은 더 이상 필요 없죠. 벽은 물론 창문, 커튼, 심지어 냉장고에 붙여도 됩니다.

 

주거문화뿐만이 아닙니다. 여러분 영화 자주 보시죠? 지금의 영화관은 영상을 스크린에 쏘아서 보는 프로젝션 형태입니다. 현재로서는 영화관 스크린 크기의 OLED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는 장비나 공정이 없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가능합니다. 그럼 우리는 지금보다 더 선명하고 뚜렷하게 영화를 감상하게 되겠지요? 영화관은 물론이고 지나다니는 온갖 벽과 기둥, 모든 설치물에도 플렉시블을 붙일 수 있습니다. 제가 언제나 여러분 곁에 있다는 의미입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의 곁에서 여러분의 편안함을 생각하는 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한번 믿어 주십시오.

3D 저보고 말이 많다더니. 저는 짧고 굵게 말하겠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3차원입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LG디스플레이이미지 역시 3차원이죠. 우리가 보게 될 든 사진이나 영상은 결국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은 방향으로 발전할 겁니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도 기술이 발전한다면, 언젠가 3D를 구현할지도 모르죠. 디스플레이의 진정한 의미는 세상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에 있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디스플레이를 원하신다면, 저를 선택해 주십시오.

사 네, 두 분 말씀 잘 들었습니다. 두 디스플레이의 목적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둘 중 하나의 디스플레이가 우리 삶을 지배하게 될지, 혹은 두 디스플레이 모두 살아남게 될지는 알 수 없겠네요. 그럼 여러분의 현명한 선택을 기다립니다. 이상 토론회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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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최지원 기자
  • 도움

    박원서 LG디스플레이 OLED팀 수석연구원
  • 도움

    김성규 KIST 영상미디어연구센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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