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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 심층분석

지진파로 감지, 방사능 물질로 확인, 기술은 미지수

"온 나라 전체 인민이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에서 일대 비약을 창조해나가는 벅찬 시기에 우리 과학연구부문에서는 주체 95년(2006년) 10월 9일 지하핵실험을 안전하게 성공적으로 진행하였다. 과학적 타산과 면밀한 계산에 의하여 진행된 이번 핵실험은 방사능 유출과 같은 위험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 北 조선중앙통신



“지진파다…!”

2006년 10월 9일 오전 10시 35분 28초.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에 있는 지진연구센터에서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북한이 핵실험을 계획한다고 발표한지 6일만에 인공폭발로 추정되는 지진파가 감지됐다.

‘함북에서 리히터 규모 3.58의 지진파 탐지!’

지헌철 지진연구센터장은 청와대에 즉각 보고했고, 곧바로 전군 경계태세강화 명령이 떨어졌다. 지진파를 감지한 뒤 1시간이 조금 넘은 오전 11시 48분. 마침내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날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을 차기 유엔(UN) 사무총장으로 정식 지명한 날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외교통상부장관이 UN 사무총장에 선정된 의미는 북한 핵실험에 가려지게 됐다.

지진파로 핵실험을 했다는 증거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1996년 5월 UN총회를 거쳐 선정된 국가자료센터(NDC)로 주변 국가의 핵실험 여부를 감시하는 기관이다.

인공폭발 감지^자연지진이 아닌 인공폭발은 지진파뿐만 아니라 공중음파도 만든다. 관측소에서 감지된 지진파와 공중음파로 인공폭발 실험을 확인한다.


지진인가, 인공폭발인가

지헌철 지진연구센터장은 “공중음파(seismo acoustic)를 탐지하고 지진파를 분석하면 지진인지 인공폭발인지 구분할 수 있고, 폭발력이 얼마나 센지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10월 9일 북한이 인공폭발 실험을 했다는 증거는 먼저 공중음파로 확인했다. 철원에 있는 관측소에서 20Hz 이하의 저주파가 감지됐다. 인공폭발은 자연지진과 달리 지표면의 공기에 압력을 가하면서 사람이 듣기 힘든 저주파를 발생시킨다. 지진파와 동시에 공중음파가 탐지됐다면 인공폭발이라는 증거가 된다.

두 번째 증거는 지진파의 형태다. 간성관측소와 원주관측소의 지진계에는 P파가 강하게 나타났다. 곧이어 상대적으로 진폭이 작은 S파가 등장했고 표면파가 마지막으로 거칠게 지진계를 움직였다.

모든 매질을 통과할 수 있는 P파(초속 7~8km)는 고체 매질만 통과하는 S파(초속 3~4km)에 비해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자연지진에서는 P파가 지진파 진행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진동하고 S파는 지진파의 진행방향과 수직으로 진동하기 때문에 S파 진폭이 크게 나타난다. 그런데 이번에 관측한 지진파는 자연지진파와 달리 P파의 진폭이 S파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인공폭발은 폭파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에너지가 퍼진다. 즉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밀어내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에 P파의 진폭이 S파보다 더 크게 나타난다.


폭발실험 장소는 어디인가?

핵실험인지 확인하기 전에 먼저 진앙을 찾는데 이목이 집중됐다. 만약 핵실험이 확실하다면 지진파의 진앙이 핵실험 장소이기 때문이다. 지진파가 도착한 시간을 알면 진앙까지 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 관측소가 3개 이상만 되면 거리를 반지름으로 해 원을 그려 겹치는 부분에 있는 진앙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지진연구센터에서는 핵실험 위치를 최초로 발표한 뒤 2번이나 수정했다.

지헌철 센터장은 “지진파는 진앙과 각 관측소 사이의 지질구조가 다르면 도달하는 속도가 다르고 측정하는 관측소 위치도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P파의 속도는 초속 7~8km다. 0.5초 오차만 생겨도 3~4km 오차가 생긴다. 관측소 위치도 문제였다. 미국은 중국 하얼빈 부근 무장단에 관측소를 갖고 있어 여러 각도에서 자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진연구센터는 처음에 남쪽에 치우친 관측소의 데이터만으로 계산했고 뒤늦게 중국으로부터 추가 자료를 받아 분석하면서 오류를 수정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10월 15일에 주변국가의 자료를 종합해 진앙을 북위 41.275°, 동경 129.095°로 밝혔다. 최종 폭발실험 장소는 함경북도 길주군 만탑산 부근으로 추정됐다.

지진파로 인공폭발을 확인했다 해도 핵실험을 했는지 아니면 다른 폭탄을 터뜨렸는지 여부를 가리기는 어렵다.

핵실험 감지 관측소^전국에 30여개가 넘는 지진관측소와 38개의 방사선 관측소가 있다. 지진파 관측소는 진앙을 계산해내고 방사선 관측소는 방사능 물질을 검출해 핵실험의 증거를 찾는다.


정말 핵실험을 했을까?

핵실험의 결정적인 증거는 핵폭발이 일어나면서 나오는 방사능 물질이다. 하지만 북한으로 건너가 방사능 물질이 나왔는지 확인해볼 수는 없기 때문에 바람에 실려 오는 방사능 물질을 낚아채야 한다. 방사능 물질은 방사선을 내기 때문에 방사선의 양이 평소보다 많이 나타나면 핵실험을 했다는 증거가 된다. 전국에는 방사선량을 측정하기 위한 관측소가 38개 있다. 그중 12개 지방방사능측정소에서는 방사능 물질의 종류도 알아낼 수 있다.

강릉지방방사능측정소 소장인 강릉대 원자력공학과 안동완 교수는 “오전 10시에서 다음날 10시까지 매일 측정하고 있지만 핵실험이 발표된지 2주일이 지난 시점까지도 별다른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세슘(Cs), 지르코늄(Zr), 란타늄(La), 루비듐(Rb) 등 자연 상태에 존재하지 않고 핵분열할 때만 나오는 방사능 물질이 미량이라도 검출될 경우 핵실험을 했다고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12개의 지방방사능관측소를 비롯한 모든 관측소에서는 어떤 증거도 찾지 못했다.

지방방사능관측소에서 아무런 증거가 나오지 않는 동안, 미국방부는 10월 14일 CNN 방송을 통해 핵실험의 증거로 방사능을 검출했다고 밝혔다. 미 공군은 ‘불멸의 불사조’(Constant phoenix)라는 이름을 가진 대기관측기인 WC-135를 동해상공으로 보내 방사능 물질을 탐지했다. 우리나라 전국에 있는 방사선 관측소에서도 찾아내지 못한 증거를 미국 정찰기는 어떻게 탐지할 수 있었을까.

인공폭발과 자연지진의 지진파 비교^인공폭발 지진파는 대부분 P파의 진폭이 크게 나타나고 S파가 작게 나타난다. 반면에 자연 지진파는 P파보다 S파의 진폭이 크다. 관측소 위치나 지질구조에 따라 지진파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불사조가 찾아낸 핵실험 증거

미국방부는 정찰기가 찾아낸 물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크세논(Xe)과 크립톤(Kr)으로 추측된다.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이재기 교수는 “크세논과 크립톤은 핵분열할 때 많이 나오는 불활성기체로 특수 제작된 탄소필터로 걸러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세논과 크립톤은 인공적으로 원자가 깨지면서 생기기 때문에 핵실험의 진위를 가리는 중요한 단서다. 게다가 우라늄235(${U}^{235}$)와 플루토늄239(${Pu}^{239}$)이 분열하면서 내놓는 크세논과 크립톤의 양이 다르기 때문에 검출된 비율에 따라 핵실험에 무엇을 사용했는지까지 밝힐 수 있다.

우리나라 12개 방사능 관측소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방사능 물질은 일종의 고체다. 기체인 크세논이나 크립톤은 검출할 수 없었던 셈이다. 10월 11일 급하게 스웨덴에서 크세논 검출기를 들여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증거를 못찾았다. 증거를 찾아낸 미국은 10월 17일 뉴욕타임스를 통해 “북한은 플루토늄(핵연료이자 핵무기에 쓰이는 방사성 원소.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한 폐핵연료봉을 잘라 질산에 녹인 다음, 플루토늄 흡착 기능을 가진 특수 유기용매인 인산트리프틸(TBP)에 넣어 플루토늄을 분리시킨다. 이를 다시 정제해 순수한 플루토늄을 얻는다.) 핵실험을 했다”고 결론지었다.

핵실험을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미국 몬트레이 비확산연구소 신성택 박사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핵실험은 완성된 핵무기를 직접 터뜨려 위력을 확인하거나, 핵물질을 일부만 넣고 핵반응을 알아보는 실험이 있고, 또 핵물질 없이 원자폭탄의 작동여부만 확인하기 위해 고폭화약을 터뜨리거나 고폭장치가 얼마나 큰 폭발력을 갖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한다”고 밝혔다.


무엇을 위한 핵 실험인가

미국은 북한이 플루토늄을 이용해 핵실험을 했다고 결론지었지만, 지진파 진도로 보면 제대로 폭발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정밀한 기술로 폭발을 차단했는지는 알 수 없다. 게다가 핵실험의 목적이 원자폭탄을 만들기 위한 실험이라기보다 정치적인 이유가 많아 실험의 진위를 판가름하기는 더 어렵다.

북한 핵실험으로 인해 수많은 가설과 이론이 난무했다. 진앙 위치가 수정되고,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방사능 검출장비를 급하게 들여오기도 했다. 아리랑2호도 제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과학기술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역할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오갔다. 하지만 뭔가 잊고 있는 건 아닐까.

1945년 8월 6일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은 20만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다. 그 후유증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61년이 지난 평화기념공원에는 종이학을 이고 서 있는 원폭어린이상이 있다. 원자폭탄의 영향으로 백혈병에 걸린 사사키 사다코가 원자폭탄이 떨어진 뒤 10년만에, 삶의 소망을 담은 천마리 종이학을 모두 접지 못한채 세상을 떠났다.

핵폭탄, 핵실험을 운운할 때 평화라는 이름을 내세운다. 이제 정치 사회적인 문제를 떠나 소중한 생명 앞에서 진정한 평화의 의미와 함께 생명체로서 인간의 모습을 다시 한 번쯤 되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에 플루토늄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플루토늄은 원자력발전에 사용한 핵연료봉에서 추출한다. 사진은 북한 영변 핵 시설물 위성사진.


TNT 800톤급 폭발?

인공폭발 지진파에서 진도는 폭발력을 의미한다. 지진연구센터에서는 처음에“진도 3.58~3.7, TNT 800톤급”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시 진도
3.9로 수정했고, 미국은 진도 4.2라고 발표했다. 진도가 각각 다르게 나타난 이유는 뭘까. 진도 계산방법은 매우 다양한데, 주로 P파, S파, 표면파 중에서 가장 큰 파를 선택해 계산하는 ML(Magnitude Local)법이나 P파만으로 계산하는 MB(Magnitude Body-wave)법을 쓴다. 지진연구센터에서 처음 발표한 진도는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ML법으로 계산한 값이다. 이후에 진도를 수정한 이유는 인공폭발에서는 주로 P파가
나타나 P파만으로 계산하는 MB법으로 다시 계산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원자폭탄

원자폭탄은 플루토늄탄과 우라늄탄으로 구분한다. 플루토늄탄을 만들 때는 플루토늄239(${Pu}^{239}$) 주변에 고성능 폭탄을 일정한 간격으로 놓고 일시에 폭파시켜 플루토늄이 연쇄반응을 일으키도록 한다. 이런 형태의 원자폭탄을 내폭형(Implosion type)이라고 하는데, 고폭장치가 얼마나 정확히 작동하는가에 따라 폭발 위력이 달라진다.

우라늄탄은 플루토늄탄에 비해 비교적 제작이 쉽다. 농축한 우라늄235(${U}^{235}$)에 뇌관을 설치하면 바로 우라늄탄이 된다. 하지만 그대로 사용할 경우 뇌관이 오작동하면 폭발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우라늄235(${U}^{235}$)를 임계질량(핵분열이 일어날 수 있는 핵물질의 최소량) 이하로 둘로 나눠 담고 있다가 나중에 기폭장치로 이를 합하는 방식인 포신형(Gun type)으로 폭탄을 만든다.

내폭형과 포신형 내부 구조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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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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