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이다. 멋진 몸매를 드러내리라는 포부가 드높아지는 시기인 만큼 다이어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그동안 다이어트를 왜 실패했는지, 잘못 생각했던 부분이 없었는지, 무엇이 진짜 도움이 되는지 짚어보자. 심리학의 도움을 받아 이번에야말로 과학적인 다이어트에 도전해보자.
1. 다이어트에 당이 필수?
다이어트는 ‘의지’가 대표적으로 많이 필요한 영역이다. 몇 번이나 ‘의지가 부족해서 그만…(털썩)’을 외치고 말았는가. 그런데 많은 연구에 의하면 의지는 포도당을 연료로 하며, 게다가 의지의 전체량조차 상당히 한정돼 있다. 따라서 학자들은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가뜩이나 모자란 의지를 여기저기 쓰고 다니지 않을 것을 조언한다. 복잡한 일에 휘말리지 말고 포도당을 제공하기 위해 적절한 당분을 보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평소에 식욕을 지나치게 억누를 경우, 중요한 순간 자기통제에 쓸 에너지가 모자라서 어디서 풍겨오는 달콤한 냄새 한 방에 와르르 무너지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만성적으로 식욕을 억제하며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에너지 소모를 겪게 되면 훨씬 쉽게 음식의 유혹에 넘어간다는 연구가 있다. 잘 참다가 한 번에 폭식하고 후회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라도 적당히 당을 섭취해가며 다이어트를 하자.
2. 다이어트의 적 : 수면 부족, 위기감, 스트레스…
늘 잠이 부족하진 않은가? UC버클리 에린 그리어 연구팀에 의하면 졸리면 먹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게다가 건강한 음식보다 짜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게 된다는 연구가 있다.
불안감과 위기감도 다이어트의 적이다. 위기감을 느끼게 되면 평소보다 더 ‘고칼로리’ 음식을 선호하게 된다는 연구가 있다. 앞으로 자원이 부족해질 것에 대비해 무의식적으로 에너지원을 비축하려는 현상이다. 이 외에 일상적으로 겪는 스트레스도 악성코드 같이 정신력을 좀먹어 자기통제에 어려움을 겪게 만들기도 한다. 일례로 학생들의 경우 ‘시험기간’에 유독 식욕을 절제하지 못하고 정크푸드를 많이 먹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스트레스를 먹어서 푸는 사람(스트레스 이터)이라면 평소 인간관계를 잘 해 두는 게 좋다. 최근의 한 연구에 의하면 스트레스 이터는 인간관계가 잘 안 될 때와 같이 소외감이 느껴지면 식욕이 폭발하는 경향을 보였다.
3. 뚱뚱하다고 생각하면 뚱뚱해진다?
혹시 자신이 과체중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과체중이 될지도 모른다. 비만저널에 실린 한 연구에 의하면 ‘스스로 자신을 뚱뚱하다고 여기는 정도’가 비만도와 상관을 보였다. 십대 청소년 중 ‘정상체중임에도’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10년 후 과체중이 될 확률이 더 높았다. 몸매에 대한 과도한 걱정이 스트레스를 줄 뿐만 아니라 다이어트 한다며 식사를 거르다가 오히려 폭식하게 되는 것처럼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을 원한다면 과한 걱정과 자기비하는 내려놓도록 하자.
4. 살 빼라고 협박하면 살이 빠질까
‘몸매가 그게 뭐니?’라는 부모님의 충고가 과연 다이어트에 효과적일까. ‘다 너를 위해서 하는 소리’라는 충고를 가장한 잔소리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다이어트를 열심히 하지 않을까.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4년간의 추적연구에 의하면 원래 몸무게나 그 어떤 통계학적 특성과 상관없이 몸매에 대한 비난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살이 빠지기는커녕 비만이 될 확률이 3배 정도 더 높았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비난은 사람에게 힘을 주기보다 ‘무기력’을 가져오고 스트레스만 늘려 각종 인지능력을 손상시킨다는 점을 기억하자.
5. 감량보다 ‘유지’가 문제
혹시 ‘요요 현상’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지는 않은가? 미국 스탠퍼드대 미카엘라 키에르난 연구팀은 다이어트에 계속 실패하는 사람들이 감량보다는 ‘유지’를 못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이 더 큰 문제라는 점에 주목했다. 실험을 통해 다이어트에 돌입하기 전약 두 달간 체중을 유지하는 법을 먼저 익힌 경우, 무작정 시작한 경우에 비해 요요 현상을 겪을 확률이 반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자들이 고안한 체중 유지 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입맛에 맞으면서 칼로리가 낮은 음식 찾기. 둘째, 때로는 먹고 싶은 고칼로리 음식도 조금 먹기. 셋째, 매일매일 체중을 재면서 체중 변화에 유의하기. 넷째, 회식이나 명절 같이 칼로리 대량 섭취가 예상될 경우 사전에 체중을 좀 감량하기. 다섯째, 체중이 갑자기 줄었다면 먹는 양을 조금 늘리기다.
6. 다이어트의 기본. 먹은 양 정확히 체크하기
‘포만감’은 어떻게 결정될까? 먹은 양이 물론 중요하겠지만 ‘스스로 얼마나 많이 또는 적게 먹었다고 여기는지’에도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똑같은 양의 쿠키를 먹어도 ‘라지’라고 써있는 그릇보다 ‘미디움’이 써있는 그릇에 먹었을 때(그릇 크기가 똑같아도!) 포만감을 덜 느끼고 더 많은 양을 먹는 현상이 나타난다. 또 눈금이 그려진 그릇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먹었는지 알고 먹게 하면 그렇지 않았을 때에 비해 2주 후 자연스럽게 0.5kg 정도를 감량했다는 연구가 있다.
반대로 먹은 양을 전혀 지각하지 못하고 먹는 경우 포만감을 덜 느껴 끝없이 먹게 되는데, TV를 보면서 감자칩을 먹게 되면 어느 순간 한 봉지를 다 먹고도 별로 배부르지 않은 것이 좋은 예이다.
적절한 당분 섭취, 잠 부족과 몸매에 대한 스트레스 피하기, 감량 못지않게 체중 유지에 힘쓰기, 먹은 양 확인하기…. 그리 어렵지 않으면서도 분명 효과가 있다고 밝혀진 방법들을 통해 이번에는 꼭 다이어트에 성공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