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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달려라 달려, 무적 로봇

“지뢰 제거 완료, 오버”

“신고합니다.롭해즈는 이라크 평화재건사단과 함께 아르빌 현지에서 6개월간의 임무수행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롭해즈’(ROBHAZ-DT3)는 지뢰와 불발탄, 유기탄 등 폭발물을 탐지하는 위험작업로봇이다. 2004년 8월 이라크 자이툰 부대에 파견돼 투시카메라로 차량의 폭발물을 탐지하며 정찰 활동을 벌였다. 경계전투로봇인 ‘이지스’(AEGIS)는 자이툰 부대의 경계병을 대신해 주, 야간에 보초를 섰다. 이지스는 국산 K-2 소총을 달고 있어 전투시에는 적을 사살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췄다.


하늘에는 리모아이, 땅에는 XAV

전쟁에서 로봇이 사람 대신 싸울 날이 멀지 않았다. 적군이 숨어 있거나 지뢰가 매설된 동굴에 들어가 내부 상황을 촬영하는 임무도, 위험한 모퉁이를 돌기 전에 미리 목을 쭉 빼서 적진을 살피는 일도, 험준한 지형이나 장애물을 통과하는 일도 앞으로는 군사로봇의 몫이다.

현재 군사로봇 연구에서 가장 앞서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미군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로봇은 ‘타론EOD’다. 타론EOD는 2000년 보스니아작전 때 처음 실전에 투입된 폭발물 처리용 소형로봇이다. 9·11 테러 당시 세계무역센터빌딩 수색에도 사용됐다. 로봇에 있는 카메라 4대가 현장의 영상을 컬러로 찍으면, 담당병사가 휴대형 제어장치로 영상을 받아 폭발물을 처리한다.

미군은 이라크에 정찰로봇인 ‘팩봇’(Packbot)을 200대 이상 배치하기도 했다. 미국이 25년 이상 막대한 연구비를 쏟아 부으며 군사로봇을 개발한 결과다.

미군은 2003년부터 군사로봇이 중심이 될 ‘미래전투체계’(FCS, Future Combat System)를 개발하고 있다. 미래전투체계란 세계 어느 곳이라도 96시간(4일) 안에 군사로봇을 보내고, 로봇을 배치한 뒤 2시간 이내에 100km 이상의 지역을 확보해서 전투의 지지기반을 갖춘다는 개념이다.

미래전투체계에서 대표적인 로봇은 미국의 록히드마틴이 개발할 예정인 ‘MULE’(Multifunction Utility Logistics and Equipment)이다.

MULE은 무게가 약 2.5톤으로 바퀴가 6개 달린 차량 모양이다. 지뢰를 처리하고 군수물자를 수송하며 경전투에 투입되는 3가지 임무를 수행한다. MULE 한 대로 보병 18명이 3일 동안 사용할 수 있는 탄약과 식량, 물을 실을 수 있다. 전투에 투입되면 대전차미사일이나 기관총으로 적을 공격한다.

BAE시스템스가 개발하는 ‘ARV’(Armed Robotic Vehicle)는 MULE보다 한 등급 높은 로봇이다. 무게가 8.5톤가량으로, 완성되면 가장 크고 강력한 전투로봇이 된다. ARV의 외관은 전차와 비슷한데 기관포와 대전차미사일을 갖고 있어 적의 전차나 진지를 파괴할 수 있다.

이런 군사로봇을 이용한 미래전투체계에는 각지에 배치된 군사로봇으로 적보다 먼저 보고 먼저 판단해 적을 섬멸하겠다는 미군의 의도가 들어있다. 특히 로봇 무인시스템으로 병사가 없어도 지속적으로 정찰하고 적을 사정거리에서 먼저 사격해 전쟁을 끝내겠다는 목적이 숨어있다.

한국도 군사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정찰용 로봇인 ‘리모아이’(Remoeye 006)는 이미 육군에 배치돼 있다. 리모아이는 무인비행로봇이다. 무게가 2kg밖에 되지 않아 손으로 종이비행기를 날리듯 던지면 쉽게 이륙하고 수직 착륙할 수 있다. 길이와 폭이 각각 150cm와 130cm로 작아 레이더에도 잘 노출되지 않는다. 또 적외선카메라가 달려 있어 밤에도 정찰이 가능하다.

최근에는 국방과학연구소가 전투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XAV’(eXperimental Autonomous Vehicle)를 개발했다. XAV는 2012년 개발될 견마(犬馬)형 로봇의 전신(前身)으로 바퀴가 4~6개 달려 네발짐승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험한 전쟁터에서도 쉽게 장애물을 통과할 수 있다. 현재는 최대 시속 10km 정도로 미리 정해진 경로를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수준이며, 장애물이 나타나면 센서로 인식한 뒤 피한다.
 

폭발물을 탐지하고 제거하는 로봇이 등장하면 위험을 무릅쓰고 인간이 직접 나서는 일이 사라질 것이다.


7단계 돼야 완전한 자율주행

군사로봇의 핵심 기술은 자율주행 능력이다. 인간이 원격조종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어야 실전에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통신기술이 발전한 요즘에는 적군이 아군의 통신을 감청하거나 가로챌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원격조종에만 의존하는 로봇은 활용도가 떨어진다.

자율주행 기술은 10단계로 구분한다. 1~2단계는 원격조종이 가능한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 2002년부터 이라크전에 배치한 휴대용 감시정찰 로봇이 여기에 해당한다.

3~4단계가 되면 주요 시설을 감시하고 주둔지의 외곽을 돌며 경계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 2007년부터 배치할 예정인 ‘MDARS-E’나 이스라엘이 실험배치 중인 ‘아방가르드’(Avantguard)가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로봇이다. 한국의 XAV도 자율주행 4단계에 해당하며 일정한 지역에서 감시정찰을 수행할 수 있다.

전투에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5~6단계 수준의 자율성능이 필요하다. 이 정도 수준이면 경전투에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이 2012년에 배치할 MULE이 대표적인 로봇이다.

기갑전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로봇이 적어도 7단계 수준을 만족해야 한다. 자율주행이 7단계에 이르면 로봇은 사람이 운전할 때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미국의 경우 미래전투체계에 포함된 ARV가 이 단계를 목표로 현재 개발 중이며, 기술 개발이 완전히 마무리되는 2014년 배치할 계획이다.

한국의 경우 2010년 중반까지 5~6단계의 기술을 개발하고, 2010년 중반이후 7단계 수준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속도라면 2020년경에는 다목적 군사로봇과 중전투로봇도 개발해 실전에 배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계적으로 앞다퉈 군사로봇을 개발하는 이유가 뭘까. 미군의 이라크전을 예로 들어 보자. 미군이 이라크 지역까지 진격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바그다드 시내로 진입할지는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이는 미군의 어떤 장갑차량도 공중에서 쏟아지는 지능형 대전차 미사일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병사를 대신해 최선두로 진입할 로봇이 있었다면 해결될 일이었다.

이는 경제적인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로봇을 개발하면 장기적으로는 20~30% 비용만으로 동일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예를 들어 복무중인 군인에게는 퇴역 위로금이나 지원금 등을 지불해야 하지만 로봇에게는 이런 비용이 필요 없다.

미군이 군사로봇을 개발하고 운용하는데 드는 비용은 평균 1명의 병사에게 평생 지급되는 비용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 밤낮으로 감시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데도 병사보다는 로봇을 활용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인간을 위한 로봇

한편 군사로봇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면서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로봇이 인간을 살해하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하는 윤리적 문제다. 1940년 아이작 아시모프는 로봇시대가 올 것을 예견하고 로봇이 지켜야 할 3대 수칙을 만들었다. 이 수칙에 따르면 로봇은 인간을 해치지 말아야 하고 인간에 복종해야 한다.

그러나 군사로봇은 처음부터 이 수칙을 무시하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향후 20~30년 안에 사람보다 지능이 우수해질 가능성이 희박하다.

더 경계해야 할 점은 군사로봇 덕택에 피를 흘리지 않고 전쟁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새로운 침공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다. 결국 희생자를 줄이고 아군이든 적군이든 인간의 생명을 보존하는 일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군사로봇 vs 서비스로봇

군사로봇은 서비스로봇과 어떻게 다를까.

우선 가격이다. 개인이 사용하는 서비스로봇은 사람이 수행하는 서비스 비용을 대체할 만큼 경제적이어야 한다. 반면 군사로봇은 상대적으로 가격을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한국처럼 국방의무를 수행하는 병사가 있을 때는 군사로봇보다 병사를 활용하는 편이 경제적이다. 하지만 전차 한 대 가격이 10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고가의 유인장비를 대체할 군사로봇이 훨씬 경제적이다. 기술개발만 된다면 군사로봇을 개발하는 편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이득이라는 뜻이다.

다음으로 사용하는 장소다. 군사로봇은 주로 실외 등 전천후 환경에서 활용되지만 서비스로봇은 대개 실내에서 쓰인다. 따라서 군사로봇은 어떤 환경이든 적용할 수 있는 감지센서를 개발하고 야외에서 주행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일이 먼저다. 반면 서비스로봇은 사람과 대화하는 등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우선이다.

마지막으로 로봇의 형태다. 군사로봇은 사용 목적에 따라 차량형이나 곤충, 동물 등 생체를 모방한 다양한 형태를 갖게 될 것이다. 한편 서비스로봇은 인간의 기능을 대신하는 개념에서 출발했으므로 휴머노이드 형태가 많다.
 

집에서는 아침에 일어나면 물을 갖다 주고, 식당에서는 무로가 음식을 나르는 서비스로봇.

 

한국의 군사로봇 개발 계획
최근 육군은 2025년을 목표로 군사로봇 개발 로드맵을 발표했다. 앞으로 10년 안에 보병부대와 대테러부대에 정찰용 군사로봇이 배치되고, 2020년에는‘견마형 로봇’이 등장하며, 2025년에는 미사일도 발사하는 화력지원 로봇이 전장을 누빌 것이다.

지휘 통제 차량
병사가 타고 있음. 안전한 장소에서 무인 로봇 시스템 통제 역할.

휴대용 정찰 로봇 - 2015년 이전
무게 20kg 이하로 휴대 가능. 적이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지역을 돌아다니며 촬영한 영상을 기지로 전송. 모퉁이를 돌기 전목을 길게 빼 정탐. 폭발물 감지센서와 다목적 팔 갖춤.

다목적 로봇 - 2015~2020년
개처럼 땅을 기어다닌다고 해서 일명 ‘견마형 로봇’. 지뢰탐색, 제거를 비롯해 정찰, 경계, 순찰 등 다목적 임무 수행. 원격제어 가능. 동영상 촬영해 기지로 전송. 중대급 이하 부대에서 활용.

무인 정찰·전투용 로봇 - 2025년
바퀴 6개로 움직임. 원격조종되는 중기관총으로 적과 전투 가능. 적이 숨은 곳이나 군사시설 촬영해 무선 전송. 여단급 보병부대 배치.

화력지원 로봇 - 2025년
무인전차와 유사한 형태. 대구경 직사포와 대전차 미사일, 기관총 등 중화기 탑재. 주,야간 영상센서가 부착돼 악천후나 야간에도 운용 가능. 여단급 기계화부대에 배치.

지뢰탐지·제거 로봇 - 2015년 이전
무게 4.8톤. 땅속에 박힌 불발탄이나 대인지뢰, 대전차지뢰 탐지, 제거. 무선 영상 데이터 송신. 미국의‘미어캣’(Meercat)과 유사. 여단급 공병부대에 배치.


국방 '기술 독립' 선언

백곰(NHK-1)
개발 1978년
용도 지대지(地對地)미사일. 1단형 관측 로켓.
성능 탄두 중량(500kg), 사거리(180km).

현무(NHK-2)
개발 1984년
용도 지대지 미사일. ‘백곰’의 개량형.
성능 사거리(180km), 정확도 50m 이내.
특징 1979년 한미 미사일 양해각서로 사거리가 180km로 제한됨.

K-9
개발 1998년
용도 자주포(自走砲). 먼 거리에 있거나 산과 같은 지형에 가려 보이지 않는 표적(40km까지)을 지구의 자전과 표고차 등을 계산해서 정확히 사격.
성능 포 구경(155mm),사정거리(40km), 최고 속력(시속60km), 주행거리(360km).
특징 미국의 M-109A6, 영국의 AS-90 자주포보다 성능 우수, 독일의 PzH-2000 정도만이 라이벌로 평가됨.

KT-1(웅비)
개발 1998년
용도 기본훈련기.
성능 길이(10.3m), 폭(10.6m), 높이(3.7m), 최대 속도(시속694km), 최대 비행시간(5시간).
특징 경무장을 할 수 있어 전시에는 공격기로도 사용 가능.

KO-1
개발 2003년
용도 공군 전술통제기.
공중에서 전투기의 사격과 작전 통제. 지상근접 작전임무 수행.
성능 길이(10.3m), 폭(10.6m), 높이(3.7m), 최대속도(시속648km), 최대 이륙 중량(3311kg).
특징 국내 최초 항법, 무장제어 컴퓨터 개발.

해성(海星)
개발 2003년
용도 한국형 순항 미사일.원거리의 적 함정 공격.
성능 사거리(150km), 비행속도(마하 0.85), 탐색기(능동 레이더 탐색).
특징 미국의 하푼 미사일을 능가하는 세계 정상급 무기.

신궁(CHIRON)
개발 2004년
용도 휴대용 대공유도무기. 군사 주요 시설에 저고도로 침투해서 공격하는 비행기 격추.
성능 사거리(5km), 고도(3km), 비행속도(마하 2).
특징 프랑스에서 도입해 운용하고 있는 미스트랄과 자블린 등 대공무기 대체 가능.

청상어
개발 2004년
용도 수중유도무기(어뢰). 수상함이나 항공기에 탑재해 적의 잠수함을 공격.
성능 추진 속도(시속 84km 이상), 탄두위력(1.5m 두께 철판 관통, 이중선체 잠수함 파괴 가능).
특징 세계에서 7번째로 개발. 2006년 해군 배치 운용 중.

K-10
개발 2005년
용도 로봇형 탄약운반장갑차. 자주포 탄약 운반용.
특징 세계 최초 개발(미국은 크루세이드 자주포용 개발 중단). 50kg짜리 자주포 포탄 104개를 한꺼번에 탑재하고 사격진지로 이동해 1분에 12발 이상의 탄약을 K-9 자주포에 보급. K-9과 패키지로 수출 경쟁력 기대.

T-50
개발 2005년
용도 고등훈련기.
성능 길이(13.13m), 폭(9.16m), 높이(4.9m), 중량(6441kg), 최대 속도(마하 1.4).
특징 초음속 비행기. 미국 록히드마틴사와 공동 개발. 미국 상원 군사위원회가 미국 차세대 훈련기로 구매 검토 중.

무궁화 5호
개발 2006년
용도 길이(38.1m, 태양전지판을 펼칠 경우), 발사질량(4470kg), 수명(15년).
특징 국내 최초 군용 위성. 36개의 중계기 중 12개는 군사전용. 미래 정보전 대응 능력 갖춤. 반경 6000km 영역까지 지휘통제 확장.

한국형 로켓(KSLV-1)
개발 2007년 예정
성능 길이(33m), 무게(150톤), 고도(300km).
특징 2단 로켓(1단은 액체로켓, 2단은 고체로켓). 한국 최초의 위성 발사체. 과학기술위성 2호(100kg급 소형위성)를 탑재하고 전남 고흥 외나로도 우주센터에서 발사 예정.

2007년 이후 개발 계획

장거리 대잠 어뢰
개발 2007년 예정
용도 20km 이상 떨어진 적의 잠수함 공격.
특징 한국형구축함(KDX-2)에 장착. 추진체 앞에는 경어뢰인 ‘청상어’부착.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일명 철매 II)
개발 2010년 예정
용도 지상 10~40km의 중거리 대공방어를 담당할 유도무기.
특징 호크 미사일 대체.

전자기탄(EMP)
개발 2015년 예정
특징 전자기파를 이용해 적의 레이더나 미사일, 전투기, 방공망을 직접 파괴하지 않고 순식간에 무력화시킴.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2020년 예정
특징 초음속 운항과 정밀타격 미사일, 레이더에 잡히지 않도록 하는 최첨단 스텔스 기술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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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박용운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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