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에 별빛을 모두 합치면 태양빛 만큼 밝아서 밤하늘이 밝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실제의 밤하늘은 어둡다는 사실이 올버스의 역설이라는 설명을 했다. 이 글이 나가고 독자로부터 많은 전화를 받았지만 대부분은 논리가 부족한 주장이었다. 그러나 우주의 크기가 무한하지 않고 유한하기 때문에 밤하늘이 어둡다는 주장을 한 독자가 있었다. 물론 이 의견도 틀렸지만 그 추리과정이 상당히 논리적이었기 때문에 여기서 소개하고 넘어가도록 하겠다. 먼저 도플러 효과를 공부하고 넘어가자.
도플러 효과란 파동의 발생원, 또는 그 파동을 듣는 사람의 상대적 위치가 변하기 때문에 생기는 진동수의 변화다. 상대적 거리가 멀어질 때 파동의 진동수는 본래의 것보다 작아지고, 상대적 거리가 가까워질 때의 진동수는 본래의 진동수보다 커진다. 사람으로부터 똑같은 위치에 세대의 기차가 있는데 하나는 정지해 있고, 하나는 접근하고 하나는 멀어진다. 진동수가 커지고 작아짐에 따라 원래 기차는 같은 소리를 냈지만 다르게 들린다(그림 1).
빛도 일종의 파동과 같은 것이므로 별이 멀어지고 가까워질 때 도플러 효과가 나타난다. 빛은 진동수로 구별하는 것보다는 파장으로 구별하는 것이 편리하므로, 도플러 효과를 파장으로 표현하면, 파장은 진동수와 반비례의 관계가 있으므로 별이 멀어지면 본래의 파장보다 길어지고 가까워지면 본래의 파장보다 짧아진다. 가시광선에서 파장이 가장 짧은 것은 보라색이고 가장 긴 것은 빨간색이다. 그러나 별이 멀어진다고 해서 파란별이 빨간색으로 보인다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비록 본래의 별빛 중 파란색이 빨간색쪽으로 이동했다 해도 보라색이나 자외선에서 이동하는 것이 본래의 파란색의 자리를 메워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 별이 색 변화를 관측하는 것은 어렵다. 그럼 도대체 도플러 효과에 의한 별의 적색이동은 무엇이고, 그것으로부터 어떻게 별 또는 은하의 후퇴 속도를 계산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별빛을 분광기로 분해한 스펙트럼을 보면 스펙트럼에 수소원자로부터 나온 띠가 있음을 볼 수 있다. 별이 정지하고 있을 때의 이 띠의 파장값은 이미 알고 있다. 별이 멀어지면 이 띠의 위치가 붉은색 쪽으로 치우치는데, 이것이 바로 적색편이다. 이 이동 정도를 가지고 우리는 별이 멀어지는 속도를 계산할 수 있다.
이 방법을 이용하여 은하들이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있으며, 또 먼 은하일수록 멀어지는 속도가 커진다(거리에 비례)는 이론(허블의 법칙)을 밝힌 사람이 바로 유명한 천문학자인 허블이다. 허블의 법칙은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허블의 법칙에 따르면, 어느 정도 떨어진 은하는 빛과 같은 속도로 우리로부터 멀어진다.
그러므로 그보다 먼 거리는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그보다 먼 거리에 은하가 있다면 빛보다 더 빠른 속도로 후퇴해야 하는데 이것은 특수상대성 이론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만약 있다 하더라도 그것으로부터 나온 빛은 지구에 도달할 수 없으므로 우리는 볼 수 없다. 이 사실로 부터 나오는 결론은 우주는 유한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주는 무한하다고 가정한 올버스의 역설은 틀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비록 우주가 유한하다 할지라도,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라, 빛의 속도에 접근하면 물체의 크기가 0에 가까워지므로 우주의 경계 부근에서는 은하들의 크기도 무한히 작게 되어 공간에도 무한히 많은 은하들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도대체 밤하늘은 왜 어두운가? 우주의 팽창에 따른 별의 적색이동으로 인해 별의 평균밝기가 거리의 제곱에 비례한 것보다 훨씬 더 어두워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별의 밝기는 별로부터 오는 빛에너지인데, 빛에너지는 파장이 짧을수록 크다. 그런데 후퇴하는 별들은 도플러 효과에 의해 스펙트럼 파장이 전체적으로 길어지고 있으므로 빛에너지가 작아지고 밝기도 어두어진다. 즉 후퇴하는 별은 자신의 본래 밝기보다 더 어둡다. 이런 이유 때문에 별의 평균밝기는 같다고 한 가정은 옳지 않다. 그러므로 별의 평균밝기가 같을 때, 거리에 상관없이 같았던 일정거리에서 오는 빛의 총합이 같지 않고 거리가 멀면 빛의 양은 작아진다. 그래서 밤하늘은 밝지 않고 어둡다.
우주 팽창에 의해 밤하늘이 어두워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다른 방법으로 설명하여 보자. 우주 팽창으로 인해 우주 크기는 정지하고 있을 때 보다 커지는 반면, 별이나 은하가 내는 빛의 양은 일정하다. 그러므로 우주의 전체로는 빛의 밀도가 감소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로 별이나 은하의 후퇴 하나 때문에 무한대의 밝기가 될 밤하늘이 현실처럼 어두운 것일까? 현대의 천문학자들은 지금까지 관측된 자료와 알려진 이론을 바탕으로, 우주가 정지하고 있을 때와 팽창할 때의 밝기차를 계산해 냈다. 그런데 의외로 이 값은 우주의 팽창이 밤하늘의 밝기를 두배 가량 더 어둡게 할 뿐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비록 우주가 팽창하지 않더라도(지금보다 두배 밝아지더라도) 밤하늘은 밝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밤하늘이 어두운 주원인은 우주 팽창이 아니다. 바로 은하의 나이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주의 나이가 2백억년이고 은하의 나이가 1백50억년이라고 가정해 보자. 여기서 2백억이나 1백50억이라는 숫자는 정확하지 못하더라도, 우주의 나이와 은하의 나이 사이에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왜냐하면 빅뱅에 의한 우주 탄생 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야 별들과 은하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그러면 나이가 1백50억년 된 한 은하가 우리로부터 1백70억 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은하에서 나온 빛은 아직 우리에게 도달하지 못했다. 즉 우리는 이 은하가 우주에 존재함에도 이 은하를 볼 수 없는 것이다.
앞에서 우주 경계 부근에는 많은 은하들이 존재한다고 했으므로 우리는 많은 은하들을 아직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우주에 무한히 많은 은하들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볼 수 있는 은하들은 유한하다. 그러므로 모든 은하들로부터 나온 빛이 합쳐져서 밤하늘이 밝으리라고 한 추론은 틀리다. 밤하늘은 은하들이 우주의 밤을 밝힐 만큼 충분한 양의 빛을 아직 내놓지 못했기 때문에(젊기 때문에) 어두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