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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TV는 미래를 싣고

인류사 미증유의 리바이어던

TV는 현대인에게 무엇인가? 이 질문은 이제 불필요한 우문(愚問)인 것 같다. TV가 등장한 것은 세계적으로 70년 남짓, 우리나라도 1956년 첫 TV 방송이 전파를 탄지 50년이 됐다. TV 수상기가 광범위하게 보급된 1980년대에는 컬러 TV 방송(1980년 12월 시작)과 함께 ‘1가구 1TV 시대’가 찾아왔고, 온 국민에게 정보와 오락을 제공하는 가장 친근한 수단이 됐다. 그리고 ‘손 안의 TV’가 된 휴대전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이제 ‘1인 1TV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1970년대까지 한 동네에 한두 대 꼴로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TV가 온 국민의 마음을 한데 모을 만큼 절대적 영향을 갖는 매체라는 점을 확인한 기념비적 사건이 있다. 1983년 6월 30일부터 무려 138일 동안 진행된 KBS의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생방송이다.

5만여 명의 이산가족을 소개하고 1만여 명이 상봉하는 장면은 온 국민의 눈과 귀를 TV 앞으로 모았고, 감동은 온 국민을 하나로 만들었다. ‘이산가족을 찾습니다’는 세계 방송은 물론 언론사에 전무후무한 기록들을 양산하며 TV의 위력을 보여준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최근까지 조사된 각종 통계 자료는 국민 여가활용 시간의 절대적 비중을 TV 시청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우리 국민들은 평일엔 2시간 이상, 주말엔 3시간 이상 TV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현상은 일본, 미국 등 선진국도 마찬가지다.

‘제3세계 일부 극빈국을 제외한 인류의 대부분이 하루 2시간 이상을 TV 앞에 앉아 있다’

인류사에 일찍이 존재한 적 없는 이 기현상은 20세기 후반 이후의 전 지구적 특성을 함축하고 있다. ‘현대는 TV의 시대’라고 할 때 이는 대중 민주주의 시대, 이성보다는 감성이 지배하는 시대며, 매스컴을 통하지 않고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상의 어떤 공동 의제도 설정할 수 없다. 나아가 ‘매스컴 없이는 국가도, 사회도 없다’는 극단적 명제가 통용되는 시대와 동의어가 된다.

TV의 시대는 계속 이어진다

‘TV라는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매체가 절대 우위를 보이는 시대’

이것이 현대사회의 특성이다. 물론 이에 대한 반발도 있다. ‘TV는 바보상자다’에서 ‘TV 안보기 운동’에 이르기까지 TV의 영향력을 견제하려는 세력이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논리적 비판을 앞세워 TV의 영향력이 축소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근거는 사실 매우 지당하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TV의 시대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계속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이 지구 주변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실을 보고 느끼고 싶어 하는 한(뉴스, 정보 프로그램), 있을 수 있고 있을 법한, 그리고 나에게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기를 기대하는 수많은 인간관계의 가능성을 눈으로 보고 느끼고 싶어 하는 한(드라마, 오락 프로그램), 대중들이 과거 특권층의 전유물이었던 예술(음악, 무용, 미술 등)을 똑같이 누리고 싶어 하는 한 TV의 시대는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TV의 눈부신 변화에는 지구적 부(富)의 증가와 이에 따라 늘어난 대중의 소비욕구, 그리고 기술의 발전이 있다. 이들이 서로 앞뒤에서 ‘동기와 결과’ 역할을 교대로 수행하며 TV 미래를 이끌고 있다.
 

다시보는 TV 50년의 역사


기술과 소비가 이끄는 미래

흔히 기술 결정론적 입장에서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방송 미디어 환경의 급속한 변화를 가져온다고 한다. 그러나 대중의 사회문화적 욕구의 영향, 자본과 미디어 주도층이 새 수요창출을 위해 기술개발을 촉진시킨 측면도 같이 다뤄야 한다.

미래 TV의 특성과 변화할 방향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TV 수상기의 음성, 화질과 편의성이 극대화되는 고도화이고, 나머지는 1인 1TV, 나아가 한 명이 TV 수상기 여러 대를 소유하는 고도화다.

이 변화를 직접적으로는 이끄는 것은 전자·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다. 그러나 그 배경에는 소비자들이 더 좋은 TV에 더 많은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것으로 확신하는 정책결정권자들과 개발 업체가 있다.

앞으로 TV 수상기 품질에서 가장 달라질 것은 디지털 압축 기술에 의한 고품질의 영상과 입체음향이다. 현재까지 나온 고품질 TV 수준은 SD(Standard Definition)TV와 HD(High Definition)TV가 있다.

HDTV는 35mm 영화 수준으로 영상이 선명해지고 음악 CD보다 좋은 음질을 제공할 수 있다. 기술의 발달이 계속되면 2010년경 더 높은 해상도의 UD(Ultra Definition)TV와 3차원 입체영상 TV, 향기 나는 TV 등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

TV의 개발은 현장감, 자연스러움 등이 최고 수준으로 실현될 때까지 계속될 전망이다. 그리고 PDP, LCD 등 기존 브라운관 기능을 대체하는 첨단기술은 TV의 디자인 혁신까지 이끌며 소비자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도록 유혹한다.

흔히 ‘대역 압축 기술’로 알려진 디지털 송출기술이 발달하며 지상파와 케이블 TV는 더 많은 채널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케이블 TV만도 디지털화를 통해 200개 가까운 채널을 방송할 수 있고, 최근 월드컵 기간 중 시험 방송한 지상파의 ‘MMS’(Multi-Mode Service)는 기존 채널 하나로 최대 3채널까지 방송이 가능한 서비스다.

다채널 방송은 기본적으로 시청자의 선택권 확대를 위한 것이지만, 시청 유형의 변화가 새로운 시청자를 창출하기도 한다. 즉 가족 전체가 TV 수상기 1대로 몇 안 되는 채널 중 하나를 선택하다가 여러 수상기를 소유하면서 개인 단위로 채널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다기능에 맞춘 뉴미디어 TV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 가운데 가장 먼저 서비스되고 있는 것이 DMB(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다. 그러나 지상파 DMB와 위성 DMB는 이동하며 수신 가능한 복수채널 서비스라는 점에서만 같다.

지상파 DMB는 유럽의 DAB(디지털오디오방송)기술에 비디오 서비스를 결합시킨 것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실용화한 기술로 현재 2개의 VHF 대역(CH8, CH12)에서 TV 채널 7개, 라디오 13개, 데이터 채널 8개를 지난해 말부터 방송하고 있다. DMB 휴대전화를 쓰거나 차량에 수상기만 부착하면 되고 무료이므로 이미 100만대가 넘는 수신기가 보급된 상태다.

위성 DMB는 SK텔레콤에서 세계 최초로 DMB 위성 ‘한별’을 3만5000km 상공에 쏴 올려 지난해 5월부터 비디오 12개, 오디오 26개 채널을 내보내고 있다. 전문 편성의 유료 서비스로 아직 콘텐츠가 빈약해 가입자가 60만명 정도에 머물고 있다.

둘 다 터널이나 지하처럼 전파가 닿지 않는 음영지역에서 수신할 수 있도록 갭 필터(Gap Filter)라는 중계기를 설치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 수백억 원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등 수익성 면에서 갈 길이 멀다.

DMB와 함께 차세대 매체로 꼽히는 IPTV(인터넷 프로토콜 TV)는 초고속 인터넷망(IP)을 이용해 최대 999개까지 채널을 시청하며 다양한 정보 서비스와 동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다.
 

이제 집안에서 보는 TV채널을 밖에서도 원격조종해 볼 수 있다. 도우미들이 집안 TV에 셋탑박스를 연결해 외부 노트북 등으로 TV를 보는 서비스를 홍보하고 있다.


미래 TV는 양방향 매체

기존 인터넷TV와 다른 점은 PC 모니터 대신 TV 수상기를, 마우스 대신 리모컨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양방향성이다. IPTV는 TV를 보면서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거나 출연진이 입고 나온 의상을 홈쇼핑으로 즉시 구매할 수 있도록 시청자와 방송사의 양방향 소통을 대폭 강화했다.

IPTV는 이미 기술개발이 완료됐지만 방송과 통신 중 어느 규정을 받느냐는 문제가 정책적으로 결정되지 않아 현재 서비스가 지연되고 있다.

IPTV에 디지털 정보를 전송하는 전용 모뎀과 셋탑 박스(set-top box)를 연결하면 초고속 인터넷, 전화, 방송 3가지 서비스를 한꺼번에 이용하는 TPS(Triple Play Service)를 실현할 수 있다.
 

'아빠, TV끄세요' TV안보기시민모임에서 주최한 'TV안보기 가족잔치' 캠페인에 어린이들이 참가했다.


TV의 미래, 明과 暗

미래의 TV상(像)은 ‘시청자 선택의 확대를 위한 서비스 고도화’란 측면과 ‘TV와 IT기술의 결합을 통한 신규수요의 창출’이란 산업적 측면에서 봐야 한다. 소비자 선택의 폭이 늘어나면서 정보·문화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기술 발전 가능성이 확대되는 것은 긍정적인 면이다.

그러나 그 뒤엔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우수한 콘텐츠의 공급 역량은 제한적이고, 장기적으로도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데 그친다. 하지만 방송 채널은 디지털화에 따라 급증하므로 문제가 된다. 지금도 콘텐츠의 수요와 공급은 지나치게 불균형 상태에 있고, 앞으로 점점 심화될 것이 확실하다. 따라서 프로그램의 중복편성도 심화되고, 결국은 저질 콘텐츠가 판을 친다. 이 현상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산업·기술 중심주의적 사고에서 문화 중심적 사고로 빨리 전환하지 않는다면 가까운 미래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보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역설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이다. 방송·통신 하드웨어의 지나친 공급이 사회적 파탄을 불러올 것이란 예상은 필자만의 비관적 전망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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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영신 대전방송총국장
  • 진행

    이상엽 기자
  • 만화

    김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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