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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모든 TV는 디지털로 통한다

미래 디스플레이의 화려한 변신

지난세기 일상생활에서 우리에게 영상정보를 전달하는 디스플레이의 중심에는 브라운관, 즉 CRT(Cathode Ray Tube)가 있었다. 당시엔 세상의 모든 TV가 CRT일 정도로 CRT는 TV시대를 지배했고, 언제까지라도 영상시대를 이끌 것만 같았다.

그러나 21세기로 넘어가며 그 지위는 흔들리기 시작했다. 100년이 넘는 역사의 CRT가 등장한지 반세기도 안 되는 LCD와 PDP에 TV 시장의 주도권을 위협받고 있다. 디스플레이 전문 조사기관 ‘디스플레이 서치’는 2010년 전 세계 TV의 절반 이상이 LCD TV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LCD와 PDP는 볼록하고 두꺼운 CRT와 달리 얇고, 가볍고, 큰 평면 디스플레이다. 크고 선명한 화면을 즐길 수 있고, 아날로그 기기인 CRT와는 달리 디지털 방송과 콘텐츠도 볼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CRT 진영은 최근 두께 30cm 이하의 얇은 브라운관을 개발하는 등 옛 명성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CRT는 기술적으로 40인치 이상 크게 만들기 어렵고, 이제는 가격 경쟁력에서도 LCD나 PDP보다 앞서지 못하고 있다.

꿈의 디스플레이가 현실로

평판 디스플레이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LCD(Liquid Crystal Display, 액정표시장치)다. 전압을 걸어 액정을 투과하는 빛의 양을 조절해 전기적 정보를 시각 정보로 변화시켜 전달한다. 흔히 말하는 대부분의 LCD는 TFT(Thin Film Transistor)-LCD로, 트랜지스터가 액정화면의 화소 하나하나의 색을 제어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 제작엔 초미세 반도체 공정이 필요하다.

PDP(Plasma Display Panel, 플라스마표시장치)는 혼합가스를 넣은 얇은 유리 기판 두 장 사이에 작은 공간(셀)을 만들고, 그 아래위로 전극을 붙인 다음 플라스마(plasma)를 방전시켜 색을 입힌 형광체를 자극해 화면을 구현한다. 즉 수백만 개의 아주 작은 형광등을 화소마다 집어넣은 구조다.

차세대 평면 브라운관으로는 CRT의 아들 격인 FED(Field Emission Display)가 꼽힌다. CRT를 얇게 눌러 만든 디스플레이로 볼 수 있다. CRT는 전자총에서 발사된 전자들이 유리 안쪽에 발린 형광체를 때려 화면을 구현한다. 하지만 FED는 화소마다 전자총이 하나씩 있어 각각의 전자들을 제어할 수 있고, CRT에 쓰는 긴 튜브 모양 유리관이 필요 없어 TV를 얇게 만들 수 있다.

최근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도 있다. 형광 유기화합물에 전류가 흐르면 빛을 내는 현상을 이용한다. OLED는 낮은 전압에서도 작동하고 패널 두께가 2~3mm에 지나지 않으며, 시야각이 넓고 화면 응답속도가 빨라 잔상이 남지 않는다. 제조공정이 단순해 가격 경쟁력에서도 유리하다. 하지만 5~10년 이상 쓰는 대형 TV에 적용하기엔 아직 휘도, 수명 등 기술적 문제가 남아있어 짧은 시간 안에 상용화하기는 어렵다.

작은 화면은 LCD, 큰 화면은 PDP

“LCD가 좋아요, PDP가 좋아요?”

요즘 TV 매장에서 판매직원들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라고 한다. 최근 TV 시장의 흐름을 보면 2000년대 들어 잠시 프로젝션 TV가 CRT 시장을 대체하는 듯 했지만 최근엔 LCD와 PDP가 TV 디스플레이의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선명한 화면에 강한 쪽은 LCD다. 특히 일반 HD 해상도의 2배인 풀(full) HD에 적합한 디스플레이로는 LCD를 첫 손에 꼽는다. PDP의 경우 60인치 이상에서는 풀 HD급 해상도를 구현하지만 더 작아지면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LCD는 10인치급 모니터도 풀 HD급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다.

화면의 대형화에서는 PDP가 앞선다. LCD의 경우 100인치까지 개발돼 현재 60인치급이 시판 중인 반면, PDP는 103인치까지 개발이 끝났고 80인치 제품도 이미 출시돼 있다.

작은 화면에서는 LCD가 유리하다. LCD는 위아래 유리에 전극을 만들고 그 사이에 액정만 주입하면 되기 때문에 1인치 모바일 TV부터 대형 TV까지 모두 구현할 수 있다. 영상의 빠르기와 생동감에서는 PDP가 우수하지만, 소비전력에서는 LCD가 앞선다.

이런 장단점 때문에 전문가들은 LCD의 손을 더 높이 들어주고 있다. PDP 진영은 소비전력을 낮추고 LCD TV와 경쟁할 준비를 갖추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LCD는 잔상효과 등의 단점을 보완하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20~30년 전 SF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던 장면들이 어느새 자연스런 일상이 됐다. 휴대전화로 TV를 보고, 100인치가 넘는 대형 TV가 등장했다. 그럼 미래의 TV 디스플레이는 어떤 모습으로 탈바꿈할까.

정보기술(IT) 산업은 이제 ‘디지털 컨버전스’(Digital Convergence) 시대를 맞고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서는 디지털 기반의 여러 제품이나 서비스가 융합돼 새로운 형태로 탄생한다. 음성, 데이터, 영상정보가 융합하고 방송, 통신, 인터넷의 융합, 컴퓨터와 정보가전기기의 융합 등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다.
 

PDP와 LCD 비교


TV가 주머니 속에 들어온다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의 TV는 기존 기능을 뛰어넘는 ‘디스플레이 센터’가 될 것이다. 즉 방송시청뿐 아니라 컴퓨터와 결합해 인터넷, 쇼핑, 보안, 홈 오토메이션 등을 통합 제어한다. 이런 차세대 TV 기술로 가장 주목받는 것 중 하나가 ‘플렉서블’(flexible)이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말 그대로 구부릴 수 있는 디스플레이다. TV를 둘둘 말아서 갖고 다니거나 가방 속에 접어 넣을 수 있다. 다만 아직은 구부려도 손상이 없는 유연한 재료를 확보하는 등 여러 문제가 남아있다.

미래의 TV는 벽에 쉽게 걸 수 있는 초대형, 초박형 무선 TV로 진화할 것이다. 나아가 종이 위에 고해상도 컬러 인쇄를 하듯 디스플레이 전자재료를 인쇄법으로 찍어서 만드는 날도 올 것이다. 대형 TV를 찍어서 만들게 되면 크기와 형태의 제약이 없는 TV를 즐길 수 있다. 벽면 전체를 덮는 초대형 플렉서블 벽걸이 TV를 상상해 보라.

분명한 사실은 과거에 상상했던 기술이 생각보다 빠르게 우리 곁에 다가왔듯, 오늘날 꿈꾸는 기술이 미래엔 자연스런 일상이 될 수 있다. 인간의 시각(視覺)이 존재하는 한 TV의 변신은 현재 진행형으로, 그 진화의 핵심은 인간과의 교감이 될 것이다.

플라스마 : 기체가 초고온에서 음전하를 가진 전자와 양전하를 띤 이온으로 분리된 상태를 말한다. 북극의 오로라 현상이나 형광등, 네온사인도 플라스마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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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석준형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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