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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1. 당은 비만의 주범이 아니다

설탕보다 과식이 살찌는 원인

사람들이 식품을 섭취하는 패턴이 달라지면서 만성질환의 발병 양상이 함께 변하고 있다. 따라서 식품의 생산과 마케팅 방법도 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당(糖)이다. 많은 사람들이 단맛을 내는 성분인 당류가 비만을 일으키는 주범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비만이 급증하면서 당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당이 비만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포도당이나 과당처럼 분자 하나로 이뤄진 당을 단당류라고 한다. 단당류 두 분자로 이뤄진 맥아당(말토오스)과 유당(락토오스)은 이당류다. 설탕도 이당류에 속한다. 단당류와 이당류가 비만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단당류가 세 분자 이상 연결되면 다당류라고 부른다. 녹말(전분), 글리코겐, 식이섬유가 대표적인 다당류다. 지방, 단백질과 함께 몸에 흡수돼 에너지를 내는 열량영양소인 탄수화물은 단당류, 이당류, 다당류 모두로 이뤄져 있다.
 

당은 비만의 주범으로 몰려왔다. 그러나 살찌는데 당만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단당류 + 이당류 = 총당류

단당류와 이당류를 단순당, 다당류는 복합당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당’이라고 하면 단순당을 말한다. 1998년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가단순당을통틀어‘ 당’ 또는 ‘총당류’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에선 총당류를 식품 포장에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밖에도 당은 식품에 원래 들어있는 천연당과 설탕, 시럽, 꿀 같이 식품을 가공하거나 조리하는 과정에서 넣는 첨가당으로도 구분할 수 있다.

당 섭취량과 몸무게의 관계에 대해 그동안 많은연구가 진행됐다. 사람에게 지방이나 단백질을 섭취해서 내는 에너지만큼을 설탕으로 대체해서 내게한 결과 몸무게가 변하지 않았다는 보고가 있다. 반면 설탕 섭취량을 줄였더니 몸무게가 감소하기도 했다. 이렇듯 상반된 결과가 여럿 나왔기 때문에 당과 비만의 관계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이에 필자는 성인의 약 1/3이 비만인 미국의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에서 당 섭취량 변화를 파악해 한국 국민건강영양조사와 비교해봤다.
 

단 걸 먹고 싶다. 그런데 살찌는 건 싫다. 외면하다 다시 돌아선다. 결국 달콤함에 녹아내리고 만다. 단맛을 뿌리치지 못하는 건 조상 탓이다. 몸에서 에너지를 내는 당을 먹어야 살아남을 수 있었던 그들이 물려준 본능이다.


총당류 섭취량 꾸준히 증가

우리나라는 매년 실시하던 영양조사와 건강조사를 1998년부터 보건복지부 주관으로 3년 단위로 동시에 실시해 국민의 영양실태 파악, 건강증진, 식생활 패턴의 변화, 영양교육의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200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탄수화물 섭취량은 315g이다. 탄수화물과 같은 과일류, 라면, 설탕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에너지 구성비는 탄수화물65.6%, 지방19.5%, 단백질 14.9%로 나타났다. 하루에 식품 섭취로 얻은 에너지 가운데 어떤 영양소에서 얼마나 에너지를 얻었는지 나타내는 항목이 에너지 구성비다. 현재 적정 에너지 구성비는 탄수화물 55~70%, 지방 15~25%, 단백질 7~20% 정도다.

미국의 국민건강영양조사는 미국 전역에 걸쳐 전국민을 대상으로 영양 섭취와 건강 상태 등을 조사한 매우 방대한 프로젝트다. 1971년 시작된 1차 조사 이후 1999~2004년 4차 조사가 이뤄졌다.

미국의 4차조사에 따르면 성인한사람의 하루평균 탄수화물 섭취량은 273g으로 우리나라보다 낮다. 미국인은 주로 음료, 사탕, 케이크, 과자에서 당을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료로 섭취하는 양은 1970년에 비해 2배나 증가했다. 특히 탄산음료를 많이 마셨다. 탄산음료는 과일, 곡류 같은 고체 형태의 당 함유 식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량이 높다.

미국인의 에너지 구성비는 탄수화물 50.4%, 지방33.1%, 단백질 15.2%로 나타났다. 즉 에너지 구성비로 비교해볼 때 한국인과 미국인은 단백질 섭취량은 비슷하나 한국인이 미국인에 비해 지방 섭취량이 낮고 탄수화물 섭취량은 높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건강영양조사가 처음 시작된 1969년에는 탄수화물 80.3%, 지방 7.2%였다. 탄수화물 비율은 1970년대 중반까지 80% 정도로 유지됐으나 계속 감소하면서 1998년 66%까지 내려갔다. 과거에 비해 지방 비율이 증가하면서 탄수화물 비율이 감소한 것이다. 즉 미국인의 식이에 가까워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1년 조사 결과 총당류 섭취량이 하루 평균 52.5g으로 1998년의 48.4g에 비해 증가했다. 미국 역시 1차 조사 때는 110g이었는데 4차조사 결과 134g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런데 한국인의 탄수화물 섭취량(315g)이 미국(273g)보다 많으니 상대적으로 총당류 섭취량은 미국(134g)이 한국(52.5g)보다 많은 셈이다.

그러나 이는 떡과 같이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소비가 많이 되나 미국인들이 잘 먹지 않는 식품에 대해서는 근거자료가 없어 첨가당이나 총당류 섭취량이 다소 과소평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 각국의 연간 설탕 소비량^비만, 충치, 당뇨의 원인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설탕은 아직까지 세계인의 애호 식품이다. 지난 2003년 한국인의 1인당 설탕 소비량은 23.7kg으로 일본보다는 많고 미국보다는 적다.


비만과 당섭취량은 무관

필자는 탄수화물 섭취량, 총당류 섭취량, 총열량 섭취량 항목과 비만도의 관계식을 산출했다. 비만도는 체질량지수(BMI)를 이용했다. 체질량지수는 체중(kg)을 신장(c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25가 넘으면 과체중, 30이 넘으면 비만으로 본다.

그 결과 미국인이나 한국인, 어린이나 성인 모두 비만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총열량 섭취량으로 나타났다. 총열량 섭취량이 많은 사람일수록 비만인 경우가 많았단 얘기다. 탄수화물 섭취량은 오히려 비만과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총당류 섭취량은 비만과 상관관계가 아예 없었다.

따라서 식이요인 중 비만의 원인은 단순당보다는 총열량 섭취량이 더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최근 저탄수화물 식이가 비만 예방에 좋다는 주장이 많이 있는데, 이 결과를 보면 다시 검토해봐야 할 문제다.

비만이면 관상동맥질환, 고혈압, 당뇨병 등 성인병의 위험이 증가한다. 그러므로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비만에 영양을 미치는 요인을 찾아내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하다.

결국 비만은 총열량이 과다하기 때문에 생긴다고 할 수 있다. 이 결과는 최근 미국영양사협회가 발표한 당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과 일치된다. 비만의 원인은 당 때문이 아니고, 음식을 과잉 섭취해 체지방이 축적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당 함유 식품과 같은 한 종류의 식이요인만으로 비만의 원인을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면서 열량 섭취량과 소비량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아무리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도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모든 영양소를 균형 있게 먹는 것이 건강의 지름길이다.
 

미국인에게 탄수화물을 공급하는 주요 식품이 바로 탄산음료다.


당 데이터베이스 구축필요

지난 198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설탕이 당뇨병이나 심장병의 독립적인 위험요인이 아니라고 발표했다. 단순당이 당뇨병, 심장병, 과잉행동, 소년비행, 비만을 일으킨다는 학설은 있으나 이에 대한 과학적인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보통 당뇨에 걸린 사람들은 혈당을 조절하기 위해 무조건 설탕을 먹어서는 안된다고 알고 있다. 심지어는 당을 많이 섭취해 당뇨가 생긴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미국당뇨병협회는 혈당 조절이가능한 범위에서 당뇨병 환자들이 설탕을 섭취해도 좋다는 새로운 식이요법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당뇨병 환자가 스파게티, 감자, 케이크, 과자등 모든 탄수화물 식품을 동일한 열량 기준에 따라 섭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당이 들어 있는 음식도 정해진 열량 기준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섭취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당을 많이 먹는 사람들이 신체적으로 더 활동적이어서 오히려 비만이 되지 않는다는 보고도 있다. 한국에서도 당 섭취가 유해하다는 의견은 많지만 우리나라 사람이 섭취하는 각종 당의 섭취량을 아직 정확히 규명하지 못해 연구결과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한국인의 정확한 당 섭취량을 조사하기 위해 우리나라 식품의 당 함량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시급하다. 또한 최근 우리나라도 젊은 세대에서 청량음료나 주스 섭취량이 증가하고 있어 당 섭취와 충치, 비만, 당뇨, 심혈관 질환 위험의 관계에 대해 좀더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보기만 해도 군침이 흐른다. 먹고 싶은가. 그럼 먹어라. 단, 많이는 말고. 살이 찌는 건 단 것을 먹기 때문만이 아니라 너무 많이 먹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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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정진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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