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 사람들은 눈이 작습니다.
눈이 작은 한국 사람들은 매우 섬세하고 정확합니다.
그래서 반도체 부분에서 최강국입니다.
2. 한국 사람들은 불평이 많습니다.
불평 많은 한국 사람들은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습니다.
그래서 휴대전화 신제품이 매달 나옵니다.
3. 한국 사람들은 밥을 빨리 먹습니다.
자동차 산업에서 일본이 100년 걸렸던 일,
한국에서는 30년 걸렸습니다.
최근 TV의 한 광고는 한국인을 이렇게 묘사한다. 한국인의 나쁜(?) 습성으로 여겨지던 특징을 도리어 한국인의 ‘힘’으로 바꿨다.
2002년 월드컵을 치르면서 ‘붉은 악마’는 세계인의 뇌리에 한국식 공동체 의식의 진수를 보여줬고, 밥에 각종 야채를 올려 고추장에 쓱쓱 비벼먹는 비빔밥 문화는 카메라폰, MP3폰, DMB폰을 앞세운 한국형 디지털 컨버전스로 재탄생했다.
‘태산(泰山)이 높다하되 하늘 아래 뫼’라며 악바리 같은 승부근성을 보이는 민족도, 고추장에 고추를 찍어 먹을 만큼 겁 없이 대담한 민족도 한국인 밖에 없다.
지성은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은 켈트인이나 게르만인보다 못하며, 기술력은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은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진다는 로마인이 수백 년간 대제국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던 비결은 뭘까. 일본 작가 시오노 나나미는 이런 문제의식에서 ‘로마인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국은 지금 한류(韓流)를 타고 역사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번영의 시기를 누리고 있다. 세계는 한국을 주목하고,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명제가 실현되고 있다. 그 중심에 한국인이 있다.
1.2% 작다고 무시마라
그렇다면 한국인이 최근 한류의 영광을 누리고 있는 비결은 뭘까. 경제력에서는 일본보다 못하며, 체력에서는 중국인보다 뒤떨어진다고 하는 한국인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하는 이유가 있을까.
2002년 유명한 동물생태학자인 제인 구달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그녀는 한 강연회에서 “오우, 오우”라며 청중에게 침팬지의 인사말을 건넸다. 그러자 사람들은 멋쩍어 하면서도 그 소리를 흉내내 화답했다.
뉴질랜드에서는 침팬지가 인간에 준하는 대접을 받는다고 한다. 인간과 유사한 유인원이 기본적인 인권을 누려야 한다는 ‘유인원 프로젝트’(GAP)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법적으로 유인원의 ‘기본권’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인간과 침팬지의 염기 수는 대략 30억개로 비슷하다. 인간과 침팬지의 염기를 하나씩 모두 비교하면 1.2%만 다르다. 고릴라는 2.3%, 오랑우탄은 3.6%, 원숭이는 5%로 인간과 멀어진다. 물론 침팬지가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DNA가 삽입되거나 결실된 부분까지 고려하면 염기배열은 3.9%가 차이난다는 설명도 있다. 하지만 침팬지는 여전히 지구에 사는 150만종의 생물 가운데 유전적으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다.
그런데 이 작은 1.2%가 인간은 인간답게, 침팬지는 침팬지답게 만든다. 예를 들어 인간과 침팬지에서 언어기능과 관련된 유전자 FOXP2를 비교해보면 단 하나의 염기서열만 다를 뿐이다.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의 염기가 수만 개 모여 이뤄진 FOXP2에서 염기 하나 차이로 사람은 ‘안녕’ 침팬지는 ‘오우’라고 인사하는 것이다.
생쥐 역시 인간과 게놈 차이가 수백 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인간은 인간이 되고, 쥐는 쥐가 되는 것은 유전자의 발현 방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한 개의 유전자는 한 개의 단백질 뿐 아니라 수십 개의 단백질을 만들기도 하고, 때로는 여러 개의 유전자가 하나의 단백질을 만들기도 한다. 같은 유전자를 갖고 있더라도 발현되는 정도, 즉 단백질을 만드는 정도나 작용하는 정도가 다르면 눈에 보이는 차이가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끼리는 어떨까.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홍석 박사는 “동양인과 서양인의 염기서열은 불과 0.1%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아무리 인종이 달라도 인간은 DNA가 99.9% 같다는 뜻이다. 30억 개의 염기 가운데 300만개만이 다르다. 그런데 이렇게 작은 차이 때문에 사람마다 눈 색깔과 피부색이 가지가지다. 예를 들어 한국인과 미국인의 모습이 다른 것은 전체 염기서열 중에서 극히 일부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들 간의 이런 차이를 단일염기다형성(SNP,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이라고 부른다.
만약 유전자의 특정 위치에 대부분의 사람에게 나타나는 아데닌(A)이라는 염기 대신 일부 사람들은 구아닌(G)이 나타난다고 가정하면 그 위치에 SNP가 존재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들도 염기 1000개에 1개꼴로 차이가 있다. DNA 한두 개가 바뀐 셈이다.
DNA는 3개의 염기가 아미노산 1개를 만들고 수십~수백 개의 아미노산이 긴 띠 모양으로 결합해 단백질을 만든다. 염기가 달라지면 만들어지는 단백질도 달라진다. 이 때문에 SNP는 백인, 흑인, 황인 등 피부색부터 키가 큰지 작은지, 콧대가 높은지 낮은지 등을 결정한다.
일본은 가깝고도 먼 민족
동양인 사이에서는 유전적인 차이가 얼마나 될까.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사이에 염기서열은 얼마나 다를까. 분명 0.1%보다 적어질 것이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 조인호 박사(생명과학부 부장)와 이종은 박사(DNA 링크 대표이사)팀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8333개의 SNP를 조사했다. 그리고 이를 콜드스프링하버연구소 등 미국 SNP협의체인 ‘SNP 컨소시엄’(TSC)이 백인(유럽계 미국인), 아시아인(일본, 중국인), 흑인(아프리카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5만5018개 SNP를 측정한 자료와 비교했다.
그 결과 유전적으로 매우 유사한 민족으로 추정됐던 한국인, 일본인, 중국인 간에도 미세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특히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일본인과 더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과 일본인의 차이는 5.86%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0.1%의 염기 중에서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제일 가깝다는 일본인과 5.86% 차이가 나니 수치로만 따지자면 한국인은 유전적으로 0.00586% 만큼의 ‘한국인 유전자’를 갖고 있는 셈이 된다. 혹시 이것이 ‘한류 DNA’가 아닐까?
‘조선인은 일본인과 몽고인 중간 유형의 인종적 특징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들을 일본인이나 중국인 어느 쪽과 동일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1894년 경 영국의 저명한 정치가 조지 커즌은 조선과 중국, 일본을 방문한 뒤 이렇게 기록했다고 한다.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하나의 종 밖에 없고, ‘인종’이라는 개념은 다분히 사회학적인 구분이다. 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0.00586%라는 극히 작은 유전적인 차이가 외형의 차이를 낳고, 이런 유전적인 형질을 지닌 집단이 환경에 적응하며 수천 년을 지내는 동안 한국인의 얼굴이, 한국인의 습성이, 한국인의 문화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빨리빨리 유전자’는 없을까?
고향에 대한 향수가 강하고, 흰 옷을 즐겨 입고, 풍류를 즐기는 것이 우리 민족에게 내재된 유전자에서 온 것은 아닐는지. 그리고 이렇게 한국인으로 ‘다듬어진’ 극소수의 유전자가 한국을 벗어나면 ‘다듬어지지 않은’ 이질적이고 색다른 유전자가 돼 한류라는 거대한 흐름을 이끌어낸 것은 아닐는지.
물론 유전자와 환경, 즉 네이처(nature)와 너처(nurture)를 떼어 놓고 민족을 정의하기는 불가능하다. 한류 역시 ‘한류 DNA’와 다양한 사회문화적 요인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인이 전통적으로 보드카를 많이 즐기는 이유가 칭기즈칸에 의해 형성된 몽골인의 유전자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거나, 세계 최고의 장수 민족인 일본의 오키나와인이 체외에서 침투하는 병원체를 막아주는 면역기능과 관련된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사실은 유전학적으로 매우 구미가 당기는 얘기다.
한국인에게도 ‘냄비근성 유전자’나 ‘빨리빨리 유전자’가 있는 것은 아닐까?
▼관련기사를 계속 보시려면?
한류는 유전자 0.00586%의 힘
2. 한류 DNA를 찾아서
3. 아시아로 세계로 아웃 오브 코리아
4. 디지털 한류 이끄는 '별의 전사들'
5. 나랏말씀이 두뇌에 좋아
6. 아름다운 조선무 다리 예찬
김희선이 중국에서 인기 있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