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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노트] 십 년이 지나도

 

블랙홀은 맞았다. 과학자들은 사실상 지구 크기의 전파망원경을 만들어 지구에서 5500만 광년(빛의 속도로 5500만 년 이동해야 닿을 수 있는 거리)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태양보다 65억 배 무거운 블랙홀을 마침내 관측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지난해 예상이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중력파 예상도 적중했다. 2016년 첫 중력파 검출에 성공하며 노벨물리학상을 거머쥔 레이저간섭계중력파관측소(LIGO·라이고)는 장비를 대거 업그레이드하더니 약 5개월 만에 중력파 11회 관측, 중력파 후보 33회 관측이라는 엄청난 기록을 세웠다. 특히 그간 한 번도 관측하지 못했던, 블랙홀과 중성자별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중력파도 관측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우주 탐사에서 선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맞아떨어졌다. 1월 3일 ‘창어 4호’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했다. 여기에 더해 중국 정부는 이르면 연말에 ‘창어 5호’를 달에 보내 월석 등 달 샘플을 가지고 지구로 귀환시키겠다는 계획도 밝힌 상태다. 


연말까지 한 달쯤 남았으니, 올해 우주의 시작과 끝을 모두 중국이 열고 닫는 대기록을 세울 수도 있다. 얼마 전 중국국가항천국(CNSA)이 외신을 초청해 처음으로 중국의 화성 착륙선 시험을 공개하며 ‘우주굴기’를 과시했다. 대기록 가능성이 높다.


올해는 2010년대의 마지막 해다. 2010년대 물리학계는 터닝 포인트라 불릴 만한 성과가 유독 많았다. 이론으로만 존재하던 ‘신의 입자’ 힉스가 48년 만에 처음으로 발견됐고(2012년), 100년 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중력파의 존재도 이를 찾아내려는 25년간의 노력 끝에 확인됐다(2016년).  


생명공학 분야에서는 원하는 부위의 DNA를 정교하게 잘라내는 유전자 가위인 크리스퍼(CRISPR)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가 2015년 ‘올해의 혁신적인 기술(Breakthrough of the Year)’ 10개 중 최고 성과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꼽았다. 지난해에는 급기야 중국에서 원하는 대로 유전자를 수정한 맞춤형 아기인 ‘디자이너 베이비’가 태어나 생명윤리 논란을 야기했다.


많은 성과를 낳은 또 한 번의 10년이 마무리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과 성과는 시계 태엽처럼 딱딱 맞춰서 움직이지 않는다. 연구개발(R&D)의 성공 뒤에는 쉽게 세기 힘들 정도로 거듭된 도전과 실패가 쌓여있다. 그래서 이듬해 성공할 것이라는 예상이 적중하면 더 큰 박수를 보낸다. 물론 단지 늦는다는 이유로 무조건 비난하는 일도 없다. 내년, 아니 앞으로의 10년 동안 한국 과학계도 이런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다. 

 

2019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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