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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황우석, 세상을 감동시키다

개 복제 세계 최초 성공

8월 3일 오전 서울대 수의대 대형강의실은 국내외 기자들로 발붙일 틈이 없었다. 정면에는 한 과학자가 대형 스크린을 보며 자신의 연구를 설명하고 있었다. 스크린에는 작은 개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세계 최초로 개 복제에 성공한 황우석 교수였다. 복제개 탄생이 얼마나 중요하고 어려웠는지 주요 궁금증을 살펴본다.

왜 개를 복제했나

개는 동물 중에서 가장 먼저 가축이 됐다. 야생 개가 인간과 함께 살게 된 것은 약 1만년 전으로 알려져 있다. 개가 인간과 가장 친한 동물이라는 사실 때문에라도 개 복제는 과학자에게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연구였다.

지금까지 복제양 돌리를 시작으로 12종의 동물이 복제됐으며 이제 주요 포유 동물 중 남은 것은 개와 원숭이를 비롯한 영장류 정도였다. 지금까지 여러 곳에서 개 복제에 도전했다. 그러나 복제의 어려움 때문에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94쪽 ‘왜 개 복제가 어려웠나’ 참조).

황 교수가 개 복제에 도전한 가장 큰 이유는 질병 치료 목적이었다. 개는 영장류를 제외하면 사람과 공유하는 질병이 가장 많은 동물이다. 사람과 소가 함께 걸리는 질병은 50가지, 면양이 45가지, 돼지가 42가지다. 개는 65가지의 질병을 사람과 공유한다. 같은 질병에 걸리는 동물에게서 치료법을 개발하면 사람에게 적용하기가 쉬워 개는 그동안 중요한 질병 모델 동물로 쓰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1888년 루이 파스퇴르가 개발한 광견병 백신이다. 개를 통해 백신이 개발되면서 인류는 광견병의 사슬에서 풀려났다. 인슐린, 비타민K, 신경세포, 인공심폐기 등이 모두 개에서 처음 발견되거나 개발됐다. 이번 복제 성공은 개를 이용한 질병 연구에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어떻게 복제했나

영국의 이언 윌머트 박사가 1996년 복제양 돌리를 만들었을 때, 황 교수가 1999년 복제소 영롱이를 만들었을 때 사용된 기술이 ‘체세포 핵이식’ 기술이다. 이번에도 이 기술이 사용됐다. 연구팀은 먼저 개의 난자를 추출했다(자세한 과정은 94쪽 ‘왜 개 복제가 어려웠나’ 참조).

이어 난자에서 세포핵을 제거했다. 일반적으로 세포핵을 빼낼 때는 가는 바늘을 찔러넣어 세포핵을 빼내거나 난자에 작은 구멍을 낸 뒤 세포핵을 짜내는 방법을 사용한다. 다음으로 복제할 아프간하운드 종 수컷 개의 귀에서 체세포를 얻어 실험실에서 배양한다. 세포 배양액 성분을 조절해 세포 분열의 전 단계인 ‘G0’시기로 세포의 생체시기를 맞춘다.

황 교수는 기자간담회에서 “‘아직까지 체세포 핵만 뽑아내 난자에 삽입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요즘에는 핵을 포함한 체세포 전체를 난자에 넣어 융합한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의 설명대로 핵이 제거된 난자에 체세포를 집어넣고 전기 충격을 주면 난자와 체세포가 융합돼 마치 하나의 세포처럼 변한다. 이 세포는 일반 세포가 아니라 정자와 난자가 만난 수정란처럼 행동하기 때문에 ‘복제수정란’이라고 부른다.

복제수정란을 대리모 개에 착상시키면 수정란이 자궁에서 자란다. 대리모로 사용된 개는 4년생 리트리버였다. 황 교수는 이번에 태어난 복제 강아지의 이름을 서울대(SNU)와 강아지(puppy)의 이름을 따서 ‘스너피’(Snuppy)라고 지었다. 스너피는 4월 24일 서울대 동물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태어났으며 태어났을 때 몸무게는 530g이었다.
 

내년 10월에 서울대 안에 완공될 첨단 의생명공학연구동 조감도. 황우석 교수팀이 연구할 이곳에는 영장류 연구실험시설, 줄기세포 연구시설, 동물복제와 세포이식 실험실 등이 들어선다.


왜 개 복제가 어려웠나

세계 최초로 생쥐 복제에 성공했던 일본 리켄 발생·재생과학종합연구센터 와카야마 박사는 황 교수의 연구를 듣고 “개는 복제하기가 가장 어려운 동물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면양, 고양이, 생쥐 등 이미 복제된 다른 동물보다 개는 사람의 손을 빌어 번식시키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도대체 개 복제가 왜 그토록 어려웠을까.

개 복제 연구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 서울대 이병천 교수는 “복제를 하려면 난자가 많이 필요한데 개는 성숙한 난자를 얻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는 개 복제의 어려움을 “시험관 호랑이는 있어도 시험관 강아지는 없다”는 말로 표현했다. 일반적으로 다른 동물은 난소에서 성숙한 난자가 만들어진다. 이 난자를 추출해 복제 연구에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개는 난소에 들어 있는 난자가 미성숙 난자다. 이 난자를 몸 밖에서 성숙시키는 방법도 아직 없다. 호르몬을 투여해 난자를 마음대로 과배란시키는 것도 아직 불가능하다.

연구팀은 개의 난자가 난소에서 길이 12cm의 난관을 통해 자궁까지 이동하면서 성숙해진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배란 2∼3일 후 난관 어딘가에서 성숙을 마친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미세한 바늘이 달린 주사기를 난관에 찔러 넣어 직접 난자를 채취했다(보통은 난소에 바늘을 찔러넣어 난자를 얻는다). 하지만 개의 난소와 난관 주변이 보자기 형태의 질긴 조직으로 싸여 있어 이 조직을 손상하지 않고 난관을 찾기가 어려웠다. 난자가 난관 어디쯤에서 성숙을 마치는지 파악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 교수는 “난관을 집중 공략한 것이 우리 연구팀의 독특한 아이디어였다”며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현재는 난관에서 성숙한 난자를 찾는 확률을 10%에서 90%로 높였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 이르기까지 하늘을 감동시킬 정도로 노력한다는 황 교수와 제자들의 땀과 눈물이 필요했다.

몇번의 시도만에 성공했나

황 교수팀이 개 복제 연구를 시작한 것은 2002년 8월이었다. 2005년 4월 첫 복제 개가 태어났으니 2년 8개월 만의 성공이었다. 이병천 교수는 “황 교수가 어미 배 속에서 까만 털에 뒤덮인 수컷 강아지(스너피)를 치켜들 때 연구원들은 박수를 치면서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며 “남자도 운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연구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스너피 탄생은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이었다. 누구도 개를 복제하지 못한 상황에서 연구팀은 빛줄기 하나 비추지 않는 동굴을 통과해야만 했다.

2002년 8월 황 교수, 이 교수, 강성근 교수를 중심으로 10명의 ‘개 복제팀’이 처음으로 구성됐다. 인도네시아와 방글라데시에서 유학을 와 박사과정에 다니던 외국인 2명도 연구팀에 포함됐다. 1년 후인 2003년 8월 초음파검사를 통해 처음 임신에 성공한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개 복제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식 48일만에 유산이 됐다. 개의 임신기간이 63일이니까 출산을 15일 남겨뒀을 때였다. 오전 6시부터 밤 12시까지 일에 매달렸던 연구원들은 안타까워 눈물을 흘렸다. 올해 5월에는 ‘스너피’에 이어 2번째로 복제개가 태어났으나 22일 만에 폐렴으로 사망했다.

지난해 여름엔 이 교수가 개의 배란 시기를 알려고 호르몬 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혈액을 뽑다가 개한테 사정없이 손을 물리고 말았다. 이 교수는 6바늘을 꿰매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연구팀의 김민규 박사는 “연구원 가운데 개에 안 물린 사람이 없다”며 “연구팀에는 상처가 큰 사람이 대장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소개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개의 복제 배아를 모두 1095개나 만들었다. 대리모는 123마리나 사용됐다. 실험에 사용되지 않은 대리모와 실제로 추출한 난자의 수는 훨씬 더 많다. 논문에서는 대리모 기준으로 성공률을 1.6%라고 밝혔다. 그러나 황 교수는 “대리모를 포함해 난자와 체세포를 제공한 개 가운데 실험에서 희생된 것은 한 마리도 없었다”고 밝혔다.
 

갓 태어난 스너피가 어미 개의 젖을 빨고 있다.


복제개 어디에 쓸까

연구팀은 앞으로 복제개를 질병 모델 동물로 활용할 계획이다. 유전자가 똑같은 실험 동물이 다수 있으면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매우 유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신약을 개발해 실험 동물에게 테스트를 한다고 하자. 실험 동물 A와 B 두 마리가 있다고 할 때 A와 B는 유전자의 미세한 차이에 따라 신약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복제동물은 유전자가 똑같기 때문에 유전적 차이에 따른 변수를 없앨 수 있다.

특히 개는 동물 중에서 인간과 생리적 특성이 비슷한 점이 장점이다. 인간과 공유하는 질병유전자만 200가지가 넘는다. 최근 개는 노화, 심장질환, 당뇨 등 내분비 질환, 정신병 연구 등에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복제개도 관련 연구에 쓰일 것이다. 황 교수는 “복제개 10마리가 일반 개 100마리 몫을 해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이런 가정은 복제개를 다수 만들어야 의미가 있다. 현재와 같은 복제 성공률로는 복제개를 만드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더욱 기대되는 분야는 개의 줄기세포 연구다. 황 교수는 “복제개를 이용해 세포치료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포치료는 줄기세포 치료, 특히 황 교수가 연구하는 복제배아줄기세포 치료를 뜻한다. 현재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주로 사용되는 동물은 주로 쥐다. 황 교수는 “쥐는 사람과 관계가 너무 멀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쥐에서 개발된 복제배아줄기세포 치료법을 유전자와 생리적 특성이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실험동물로는 영장류가 가장 좋지만 현재까지 영장류 복제는 성공한 적이 없다. 황 교수도 “영장류 복제는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해 보인다”고 답했다. 그 대안이 사람과 유전자도 비슷하고 생리 현상도 닮은 개였다.

앞으로 개의 복제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얻은 뒤 질병에 걸린 개에게 이식하면 줄기세포의 치료효과와 부작용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개는 ‘앉아’ ‘일어나’ 등 사람의 명령을 잘 알아듣고 두뇌 활동을 측정하기 쉬워 사람의 뇌질환 치료에 적용할 수 있다. 인간 환자에게서 얻은 줄기세포를 동일한 질병에 걸린 개에게 이식해 치료 효과를 볼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멸종위기에 몰린 한국산 늑대나 여우를 비롯해 마약탐지, 맹인 안내, 산악구조 등 특수한 임무를 맡은 뛰어난 능력의 개를 복제하는 길도 제시했다.
 

복제개는 사람의 질병을 연구하는데 이용할 수 있다. 또 멸종위기 동물이나 마약탐지견 등 특수능력을 갖춘 개를 복제하는데 쓸 수도 있다.


윤리적인 문제는 없는가

동물 복제는 인간 복제나 인간배아 복제에 비하면 윤리적인 논쟁이 덜한 편이다. 직접 인간의 난자나 수정란을 실험하는 연구가 아니어서 세계적으로 동물 복제에 대해 까다로운 윤리 규제를 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개 복제도 마냥 윤리 논쟁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 복제가 발표된 이후 동물학대방지연합 등 6개 동물애호단체는 서울대 수의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열며 동물 복제 연구를 중단하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험 과정에서 동물들이 받는 고통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같은 이유로 동물 실험에 상당한 규제를 하고 있다. 동물 실험을 많이 하는 회사나 연구소에 대해 ‘제품불매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특히 개는 사람과 가장 친한 애완동물이라는 점에서 다른 동물보다 앞으로 연구에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녹색연합, 시민과학센터 등 6개 시민단체는 복제 발표 다음날인 8월 4일 공동 논평을 내고 “개 복제를 과대 포장하지 말아야 하며 개 복제와 줄기세포 연구를 통한 난치병 치료는 구분해서 논의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인간배아 연구에 대한 과장된 분위기를 확대 재생산하려는 목적으로 개 복제 연구 성과를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개 복제 성공은 당장 인간 난치병 치료에 기여하기 보다는 인간 복제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증폭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험동물의 넋을 달래는 위령제 모습.


왜 아프간하운드 종을 복제했나

왜 황우석 교수팀은 진돗개가 아닌 아프간하운드 종을 복제했을까. 아프간하운드는 비단결처럼 긴 머리와 출렁대는 걸음걸이 등이 특징인 개다. 기원전 5000년부터 아프가니스탄 북부지역에서 사냥개로 사육됐다. 머리부위가 길고 주둥이 쪽이 길쭉하며 눈은 검은 편이다. 현재는 사냥개가 아닌 애완견으로 사랑받고 있다. 키 65∼75cm, 체중은 23∼27kg인 대형 애완견으로 가격은 30만∼300만원이다.

황 교수는 아프간하운드 종을 복제한 이유에 대해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개가 워낙 독특하게 생겨 복제 여부를 쉽게 알 수 있다. 연구팀은 제왕절개 수술로 개가 태어날 때 검은 털을 보고 당장 복제 성공을 알 수 있었다(대리모 개는 갈색이다).

두번째 이유는 체세포를 제공한 원래 개 ‘타이’가 태어난 뒤로 성장 기록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타이의 체세포를 미국에 있는 한 연구원이 기증했다고 밝혔다. 태어난 직후부터 성장하면서 찍은 각종 사진이 있어 스너피와 비교할 수 있다. 실제로 100일이 지난 스너피의 성장 사진은 타이와 거의 똑같다.

복제 성공 이후 아프간하운드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포털 사이트마다 아프간하운드 카페가 속속 생겨나고 있으며, 기존에 있던 관련 카페에도 가입 회원이 크게 늘고 있다. 인터넷 카페 ‘아프간하운드 쎄이’(cafe.daum.net/sky663)는 개 복제가 알려진 이후 회원이 1000명을 훌쩍 넘어섰다고 한다.


스너피(왼쪽)와 스너피의 대리모 개.


개를 이용한 생명과학 발전사

1888 : 광견병 백신 개발
광견병은 광견병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병이다. 루이 파스퇴르(위 사진)는 이 질병이 전염성이라는 것을 밝히고 개와 토끼를 이용해 백신을 만들었다.

1923* : 인슐린 발견
캐나다의 프레더릭 밴팅과 찰스 베스트 박사는 혈당이 상승한 개에 췌장 추출액을 주사해 혈당을 떨어뜨렸고, 추출액에서 인슐린을 분리했다.

1932* : 신경세포기능 발견
영국의 셰링턴 박사는 개의 대뇌를 제거한 실험에서 신경 반사가 생물체 전체의 통합활동이라는 것을 밝혔으며 신경 연결 부위인 시냅스를 찾아냈다.

1943* : 비타민K 발견
덴마크의 헨릭 담과 미국의 에드워드 도이지 박사는 개 등 실험 동물을 이용해 비타민K를 발견했다. 비타민K는 혈액 응고를 돕는다.

1956 : 인공심폐기 개발
미국의 존 기번 박사는 개 등을 이용해 인공심폐기를 개발했으며 심장수술 기술을 한 단계 도약시켰다.

1989* : 장기이식기술의 진보
미국의 조지프 머리와 도널 토머스 박사는 개 등 실험동물을 이용하여 장기이식 수술의 성공률을 높이는 기술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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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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