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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여름,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에서 학사과정을 마칠 무렵 필자는 대학원 진학을 고민하고 있었다. 학부 전공은 기계항공공학이었지만, 당시 IT 기술과 소프트웨어 분야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빠른데다가 사회적 영향력도 매우 크다고 느꼈다. 때문에 컴퓨터공학 분야로 전공을 바꿔 대학원 과정 진학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 무렵 전산과학과(현 컴퓨터공학과)에서 의료 영상 처리 분야 연구실을 지도했던 신영길 교수님께 대학원 진학 상담을 받고 교수님의 확고한 비전에 매료돼 의료 영상 처리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의료 영상 처리 분야는 대표적인 융합 연구 분야로 컴퓨터와 관련된 공학 기술과 의학 지식이 모두 필요하다. 대학원 입학과 동시에 앞에 펼쳐진 환경은 학부에서 경험했던 환경과 매우 달랐다. 심혈을 기울인 완성도 높은 공학적 연구 결과가 의사들의 임상 적용에 적합하지 않아 전면 수정되기도 했고, 공학적으로는 의미가 부족하지만 의사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주로 병원에서 의사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것들에 필요한 기술을 연구하고 논문을 발표했다. 또 의료용 소프트웨어도 개발했다.

의사들과 협력 연구하면서 의사소통에서 오는 어려움, 공학에서 원하는 연구가 아닌 의학에서 원하는 연구를 해야 한다는 어려움 등 여러 애로점 때문에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협력해 공학과 의학을 융합해 연구한 경험은 여러 측면에서 큰 도움을 줬다. “컴퓨터를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나, 증권 업무가 나보다 탁월한 증권 중개인들은 많았다. 하지만 그 둘 모두를 나만큼 아는 사람은 없었다”는 블룸버그 통신 창업자이자 현재 미국 뉴욕 시장인 마이클 블룸버그의 말처럼 영상 처리 공학 분야에 아주 뛰어난 공학자들이나 의료 영상 분야에 뛰어난 의학자는 많겠지만, 두 분야를 융합해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연구 결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은 국내에 많지 않다. 연구자로서 경쟁력의 바탕인 것이다. 또한 전혀 다른 배경을 갖고 있는 의사들과의 협력 연구와 의사소통 경험은 문과와 이과의 융합이 필요한 현대에 매우 중요하다. 필자가 조교수로 재직 중인 가톨릭대 디지털미디어학부에서는 물론이고, 사회에서 만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다.

작은 성공을 꿈꾼다면,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면서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투입해 경쟁자들보다 조금 앞서가면 된다. 하지만 큰 성공을 꿈꾼다면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창조하며 자신만의 블루오션을 만들어야 한다. 예전에 없던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 내는 것은 천재적인 재능이나 엄청난 운과 기회가 따라줘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기존에 존재하던 두 분야를 융합한 새로운 분야에서 일인자가 되는 일은 노력과 인내로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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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이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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