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지않아 남극의 빙하 밑바닥에 있는 보스토크 호수에서 생명체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2월 15일 영국의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가 보도했다.
보스토크 호수는 남극점에서 동남쪽으로 1250km 떨어진 빙하 밑에 있는 지하 호수로 최대수심이 1200m에 이른다. 빙하의 하부가 지열에 의해 녹으며 만들어졌다고 추정되며 현재 두께 4km의 얼음으로 덮여 있다.
과학자들은 수십만 년 동안 고립된 채 호수에서 살아온 생명체를 찾기 위해 호수 근처까지 빙하를 시추했지만 적당한 샘플을 찾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생명체가 있을 만한 위치를 알고 빙하를 시추하면 성공 확률은 더 높아진다.
캐나다 토론토대 매슈 웰스 교수팀은 보스토크 호수를 가로세로 30cm, 높이 1m로 축소한 모형을 제작한 뒤 물의 순환을 관찰했다. 호수 속 생명체의 먹이가 되는 영양성분이 물의 흐름을 따라 이동하는 모습을 분석하기 위해서였다. 보통의 호수라면 호수와 이어진 강줄기나 바람의 영향을 받아 순환하지만 보스토크 호수의 경우 물을 순환시키는 요인은 지구 중심의 열과 자전 두 가지뿐이다.
연구팀은 호수 모형의 윗부분을 절연체로 덮고 바닥에 열 패드를 깐 뒤 회전시키면서 물의 흐름을 컴퓨터로 모델링했다. 그러자 빽빽하게 소용돌이가 일며 물이 위, 아래로 천천히 움직였다. 소용돌이의 크기를 실제 보스토크 호수의 비율로 환산하자 지름이 10~30m에 이르렀다. 또 박테리아가 호수 바닥에서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데는 20~30일이 걸린다는 계산이 나왔다. 웰스 교수는 “보스토크 호수 속에 미생물이 살고 있다면 먹이를 구하기 쉬운 부분에 분포할 것”이라며 “빙하 위쪽에서 녹아내린 침전물과 호수 바닥에 쌓인 퇴적물이 호수의 물에 섞여 이동하는 패턴을 분석해 생물이 존재할 만한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