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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계 타임캡슐 토성에서 무엇을 발견했나

원시 지구가 얼어있는 최대 위성 타이탄

 

카시니호는 궤도에 진입하면서 속도를 줄이기 위해 역추진 엔진을 점화시켰다. 궤도 진입 과정에서 F와 G고리 사이를 통과했다.


지난 7월 1일, 우리나라 시각으로 오전 미항공우주국(NASA)과 유럽우주기구(ESA)의 과학자들은 잔뜩 긴장을 하고 있었다. 17개국 2백60여명의 과학자들이 30억달러(약 3조원)와 30년 가까운 세월을 투자해 개발한 카시니호가 토성의 궤도에 진입하려는 순간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1997년 10월 15일에 지구를 떠났던 카시니호는 무서운 속도로 토성에 접근하고 있었다. 토성 궤도에 머물기 위해서는 카시니호가 이제 96분간 마지막 연료를 태우면서 속도를 줄여야 했다. 다행히 엔진은 오전 11시 36분에 성공적으로 작동했다.

카시니호는 궤도진입과정에서 얼음과 작은 돌덩어리로 이뤄진 토성의 고리 면을 2차례 통과했다. 이때 카시니호는 1초에 7백여개꼴로 작은 먼지입자 비를 맞았다. 카시니호에는 전파와 플라스마 관측 장치가 장착돼 있는데, 이것으로 당시의 상황을 녹음한 소리는 마치 양철 지붕에 우박이 떨어지는 것처럼 요란했다고 한다.

오후 1시 12분 엔진점화를 마치고 카시니호는 토성의 궤도를 도는 최초의 우주탐사선이 됐다. 이제 앞으로 4년 간 토성에서 활동을 할 예정이다. 카시니호는 왜 토성을 찾은 것일까? 궤도 진입에 성공하고 난지 3주가 흐른 지금 카시니호가 전해주는 얘기를 들어보자.

토성은 태양계에서 목성 다음 큰 행성으로, 고대부터 사람들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던 행성 가운데 하나다. 로마인들은 토성을 시간의 상징으로 여겼다. 또한 농업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계절에 영향을 받기에 토성을 농업의 신으로 숭배했다.
 

토성 궤도에 진입하는 카시니


시간의 상징 토성

오늘날 과학자들에게도 토성은 시간에 대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토성이 태양계의 먼 과거 모습을 보여준다고 여기기 때문에, 카시니호가 토성을 찾은 것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먼 과거의 태양계로 시간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고 보는 것이다.

토성의 고리와 위성은 초기 태양계의 형성단계와 흡사한 모습이다. 원시 태양계에서는 가스와 먼지들이 서로 뭉치면서 태양이 탄생하고 그 과정에서 남은 가스와 먼지가 행성을 형성했다. 토성을 만들고 남은 입자들이 지금 고리와 위성들로 남은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토성은 초기 태양계의 축소판으로 여겨지고 있다. NASA의 에드 와일러 박사는 “행성의 진화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토성만이 고리와 위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구를 비롯한 여러 행성이 위성을 갖고 있지만, 그 수에 있어서 토성은 31개로 다른 행성을 압도한다. 또한 목성, 천왕성, 해왕성도 고리를 갖고 있지만, 지구와 달 사이를 거의 채울 정도로 큰 고리는 토성에만 있다. 그래서 간단한 망원경으로도 밤하늘에서 토성의 고리는 확인이 가능하다.

카시니호는 앞으로 토성과 고리, 그리고 여러 위성에 대한 자료를 지구로 전송해줄 것이다. 이 자료들은 태양계에서 행성이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토성 궤도에 진입한지 약 3주가 지난 현재, 과학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카시니호가 토성의 궤도에 진입해 고리를 통과하면서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세세한 고리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지구로 보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진을 본 NASA의 과학자 린다 스필커 박사는 “고리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크게 확장시켜준다”고 말했다.

토성의 고리는 A부터 F까지 분류돼 있다. 이것은 발견 순서에 따라 붙여진 것으로, 알파벳 순서와는 관련이 없다. 안쪽부터 나열하면 D, C, B, A, F, G, E 순이다. 그리고 고리는 얼음과 돌멩이 같은 작은 입자로 이뤄져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리는 지름이 약 30만km에 달하는데, 이는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의 3/4 정도에 해당한다.

고리의 기원은 미스터리다. 이에 대해 과학자들은 몇가지 가설을 내놓고 있다. 먼저 초기 태양을 이룬 가스와 먼지가 토성 주변에 남아 형성됐다는 가설이 있다. 또 토성의 중력으로 인해 위성이 분열해서 형성됐다는 주장도 있다. 이외에도 수많은 혜성이 토성의 중력에 붙잡히면서 파괴돼 형성된 것으로 보기도 한다. 카시니호는 현재 고리의 기원 문제를 푸는데 여러 자료를 전송해주고 있다.

카시니호가 궤도진입 후 처음으로 보낸 영상에는 물결과 같은 고리의 움직임이 드러났다. 이는 고리 주변을 지나는 위성이 입자들을 끌어당겨 생기는 것으로 설명됐다. 이 점은 과학자들이 이미 짐작한 바였는데, 카시니호가 이를 눈으로 직접 확인시켜준 것이다.

이와 함께 이 영상은 토성의 고리를 이루고 있는 입자들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줬다. 토성의 고리를 이루는 얼음과 알갱이의 크기에 대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구성 입자의 크기는 가루처럼 작은 것부터 낟알만하게 큰 것까지 다양했다. 또한 입자의 크기가 토성에서 멀어질수록 점점 커지는 경향이 있었다. 카시니호의 고리 영상은 토성 고리를 이루는 입자가 대부분 얼음이라는 사실도 밝혀냈다.

한편 토성의 고리 사이의 빈 공간, 즉 A와 B고리 사이의 수천km의 틈인 카시니간극을 비롯해 A고리에 있는 엔케간극, 그리고 F고리에서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먼지 입자들이 발견됐다. 이 먼지 입자는 얼음보다 훨씬 작고 어둡다. 그래서 이 공간이 마치 빈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먼지 입자들이 태양계 밖에서 온 물질로부터 형성됐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카시니호의 이미지그룹을 이끄는 카롤린 포코 박사는 “14년 간 이 임무를 수행해 왔지만 처음으로 이 사진들을 봤을 때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카시니호에 장착된 영상 장비의 해상도는 인간의 눈 정도라고 한다. 우리가 보는 카시니호의 영상은 우리가 카시니호를 직접 타고 가서 본 것과 비슷하다는 말이다. 이번 고리 영상은 1981년 보이저2호가 토성을 스쳐지나가면서 찍은 것보다 해상도가 1백배나 높다. 카시니호에는 가시광선, 자외선, 그리고 적외선 촬영 장비가 장착돼 있다.

지구와 닮은꼴 타이탄

카시니호는 토성의 위성들에 대해서도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위성이 ‘타이탄’ 이다.

타이탄은 토성의 가장 큰 위성으로, 수성과 명왕성보다 크다. 하지만 타이탄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크기 때문이 아니다. 타이탄이 지구와 닮았기 때문이다. 타이탄은 태양계에서 두꺼운 대기를 갖고 있는 단 하나의 위성이다. 게다가 지구처럼 대기의 주요 성분이 질소다. 태양계에서 지구와 타이탄에만 질소가 풍부한 대기가 존재한다. 지구의 형제자매라고 할 수 있는 금성이나 화성은 이산화탄소 대기다. 타이탄의 대기압은 지구보다 1.6배나 높다.

질소 대기의 존재를 통해 과학자들은 타이탄에 유기물이 풍부할 것으로 생각한다. 유기물은 지구에서 생명체가 출현하는데 필요한 물질이다. 그런데 타이탄에는 메탄이나 에탄과 같은 탄화수소 유기물이 대기뿐 아니라 호수나 바다를 이룰 정도로 많다고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환경은 지구에서 생명체가 출현하기 전 원시적 상태와 비슷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보이저호가 관측한 바에 따르면 표면온도가 영하 1백79℃ 정도로 매우 낮아서 액체상태의 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런 까닭에 타이탄에는 생명체가 출현하진 못했다. 타이탄은 냉동 상태의 원시 지구인 셈이다.

현재 지구에서의 생명체 출현에 대한 연구는 원시 지구에 대한 정보의 부족으로 가로막혀 있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데니스 맷슨 박사는 “짙은 대기의 타이탄이 원시 지구에서 어떻게 생명체가 탄생하게 됐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타이탄은 오렌지색의 두텁고 뿌연 스모그 같은 대기에 의해 표면이 가려져 있었다. 태양과의 먼 거리와 뿌연 대기 때문에 낮에도 무척 어두운데, 밝기가 지구의 1/1000 정도다. 대부분의 빛이 거의 통과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카시니호는 토성 궤도를 돌던 7월 2일, 지금까지 중 가장 가까운 접근 거리인 33만9천km에서 타이탄을 목격했다. 이때 타이탄의 대기를 뚫고 들어가는 빛을 이용해 타이탄의 속내를 희미하게나마 드러내줬다.

내년 1월 호이겐스 타이탄 착륙

카시니호가 공개한 타이탄 영상에서는 큰 크레이터를 비롯해 지질활동을 암시하는 지형들이 존재한다. 크레이터의 수가 적은데, 이는 타이탄의 표면이 역동적이라는 의미다.

이번 영상으로 드러난 가장 놀라운 점은 타이탄의 모습이 과학자들의 예상과 달랐다는 것이다. 타이탄은 어두운 지역과 밝은 지역이 있다. 카시니호의 관측에 따르면 어두운 지역에는 얼음이 있고, 밝은 지역에는 탄화수소와 같은 얼음이 아닌 물질이 고농도로 분포해 있다. 이는 과학자들의 예측과는 정반대다. 그들은 어두운 지역에 메탄 호수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타이탄에서는 메탄 호수가 지구의 바다처럼 반짝거리는 것이다.

카시니호는 4년의 탐사 기간 동안 토성 궤도를 총 76회 선회할 예정이다. 이 사이 45차례 타이탄과 만나며 그 가운데에는 이번보다 30배 정도 가까운 거리에서 관측될 때도 있다.

그러나 이번 탐사에서는 이보다 훨씬 직접적인 타이탄 관측이 준비돼 있다. 카시니호에 실려간 ‘호이겐스’라는 타이탄 착륙선이 바로 그것.

호이겐스는 다가오는 크리스마스에 카시니호로부터 떨어져나가 1월 14일경에 타이탄의 대기권에 진입할 예정이다. 호이겐스는 대기권에 진입한 후 낙하산을 펼치고 2시간 반 동안 타이탄의 대기에 머물면서 다양한 관측을 수행한다. 내년에 호이겐스가 벗겨낼 타이탄의 모습은 기대해볼 만할 것이다.

한편 카시니호는 토성의 다른 위성들에도 관심이 있다. 특히 지난 6월 토성에 막바지로 다가가면서 2천km 거리에서 소형 위성인 ‘피비’ 를 담은 모습은 무척이나 선명했다. 피비는 다른 위성과 달리 매우 어둡다. 또한 공전궤도가 반대방향이다. 이런 점 때문에 그 기원이 태양계 밖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번 사진에서는 운석의 표면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과학자들은 이를 보고 태양계 초기에 태양계 밖에 있던 피비가 토성 궤도에 빨려 들어간 것으로 본다.

이외에도 카시니호는 중소형급인 ‘아이아페투스’ 라는 두얼굴을 가진 위성 사진도 포착했다. 아이아페투스는 한쪽은 어둡고 다른 한쪽은 밝은 2개의 반구로 이뤄져 있는 기이한 위성이다. 과학자들은 그동안 아이아페투스의 한쪽이 어두운 까닭에 대해 2가지 가설을 내놓았다. 하나는 토성의 어두운 달인 피비로부터 물질이 방출돼 표류하다 아이아페투스에 가서 달라붙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아이아페투스의 내부에서 탄소와 비슷한 검은 용암이 흘러나왔다는 것이다. 이번에 아이아페투스의 어두운 면의 기원에 대한 미스터리도 풀릴지 모른다.

왜 카시니와 호이겐스일까?

토성의 우주탐사선과 타이탄의 착륙선을 각각 카시니와 호이겐스라고 이름 붙인 까닭은 무엇일까? 답은 토성관측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아름다운 고리는 망원경이 발명된 1609년경에야 최초로 관측됐다. 갈릴레오가 자신이 만든 조잡한 망원경으로 토성을 본 것이다. 그렇지만 갈릴레오는 토성에서 고리를 구분해내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고리가 토성에 거의 붙어있는 또다른 위성쯤으로 보인 것이다. 그는 “놀랍게도 토성은 하나의 별이 아니라 2개의 위성이 거의 닿아있는 별로 보인다”고 기록했다. 고리의 비밀은 1659년 네덜란드인 호이겐스가 밝혀냈다. 훨씬 성능이 좋아진 망원경으로 관측한 호이겐스는 갈릴레오가 본 것이 위성이 아니라 얇고 평평한 고리라고 발표했다. 물론 그의 발표도 당시에는 상당한 반발에 부딪혔다고 한다.

이후 호이겐스는 타이탄을 비롯해 아이아페투스, 레아, 테티스, 그리고 디오니 위성을 발견했다. 고리에 대한 증명은 프랑스인 카시니(그림)의 관측으로 확정됐다. 1675년 카시니는 고리가 크게 그부분으로 나눠져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카시니간극이 그것.

따라서 이번 토성탐사선은 토성에 얽힌 과학자들의 부활인 셈이다. 그런데 왜 갈릴레오가 빠졌을까? 갈릴레오는 목성의 주요 위성을 발견했던 공로도 있어 1995년에 목성에 도착한 궤도탐사선으로 먼저 부활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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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궤도에 진입하는 카시니

2004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박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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