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북한 핵실험 어떻게 이뤄질까

미리 보는 지하 핵실험 시나리오

지난 5월 11일 북한은 영변의 5메가와트(MW)급 원자로에서 나온 8000개의 사용후 핵연료봉을 모두 꺼냈다고 발표했다. 이를 물에 넣어 냉각한 다음 우라늄을 질산에 녹여 화학처리하면 핵폭탄의 원료인 농축 플루토늄(Pu-239)을 얻을 수 있다. 여기서 5개 정도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 이로써 과연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일부 미국 언론은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한다고 볼 수 있는 근거로 1990년대 말부터 길주 에서 용도가 불분명한 터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위성사진을 판독한 결과 터널 근처에 들어선 많은 건물들은 핵실험을 위한 관측소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영구 국가정보원장은 “갱도를 파들어가는 징후는 있으나 핵실험용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다”고 밝혔다. 북한이 핵실험을 준비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길주 터널은 수직·수평으로 뚫린 지하갱도인데다 일대가 암반 지역으로 지하 핵실험에 좋은 환경이어서 핵실험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지난 1973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에서의 핵폭발 실험 장면.


핵실험 탐지에 쓰이는 첨단과학

핵실험의 종류에는 지상·지하·공중 핵실험, 컴퓨터를 이용한 모의실험 등이 있다. 그러나 지상·공중 핵실험은 방사능 낙진의 피해를 감수해야 하므로 사막처럼 사람이 살지 않는 장소가 필요하다. 컴퓨터를 이용한 실험은 예전의 핵실험 데이터가 필요하다. 따라서 넓은 사막이 없고 국토가 좁은 북한이 핵실험을 할 수 있는 곳은 땅속뿐이다.

지하 핵실험에는 우선 핵폭발에 의한 충격을 피하기 위한 수직갱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수직갱도는 깊이가 일반적으로 300m에서 1km 정도며 핵폭발의 충격을 막을 수 있는 암반 속에 만든다. 폭탄이 설치된 장소는 사방을 콘크리트 격벽으로 둘러싸 충격과 방사능 유출을 막는다. 갱도 입구도 콘크리트와 흙으로 막아 충격이나 방사능 낙진에 의한 피해를 차단한다. 안보 전문가들은 길주 터널의 경우 수직갱도 위에 다시 터널 모양의 수평갱도가 결합된 구조일 것으로 추측했다.

폭발 순간을 촬영하기 위해 100만분의 1초까지 찍을 수 있는 X선 고속촬영기도 설치된다. 고속촬영기는 방호유리 뒤에 45。 각도로 설치한 반사경을 통해 핵폭발 직후의 아주 짧은 순간을 찍고 바로 파괴된다. 폭발 영상은 수백~수천m 떨어진 무인관측소를 거쳐 지진계, 방사선 측정기 등 다른 계측 장비가 보내온 정보와 함께 연구소로 전해진다.

지하에서 핵폭탄이 폭발하면 그 충격으로 갱도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 구조물이 무너져 지름 수백m, 깊이 수십m의 분화구가 생긴다. 미국의 첩보위성 KH-12는 위성사진을 촬영해 폭발 여부를 탐지한다. 하지만 갱도를 구조물로 가려놓으면 관찰할 수 없다. 그리고 RC-135 정찰기가 각종 탐지 장비를 장착하고 핵실험에서 생기는 방사성 가스를 검출한다. 지상으로 유출된 방사능은 전국 30여 곳에 설치된 무인 방사능 측정기로 감지할 수 있다.

지진파를 탐지해 핵실험 여부를 가릴 수도 있다. 핵실험에 의한 지진파는 폭발 순간에만 큰 진폭을 기록하며 여진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연 지진파와 큰 차이를 보인다. 국내 30곳에 있는 지진관측소에서 핵실험 지진파를 감지할 수 있다. 폭발할 때 발생하는 저주파를 잡아내는 공중음파 감지장치도 핵실험 탐지에 쓰인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지하수를 통한 방사능의 유출이다. 수맥이 복잡한 한반도에서 핵실험으로 허물어진 암반 사이로 방사능이 유출되면 지하수를 타고 퍼져 바다까지 흘러들 수 있다. 한국국방연구원 김태우 박사는 “지하 수맥은 빠르게 흐르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광범위한 지역이 오염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핵실험의 규모가 오염 정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다만 “피해가 남쪽까지 미칠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북한 핵실험 가상도
 

01 첩보위성 KH-12는 위성 영상을 촬영해 핵실험 여부를 가리는데 쓰인다.
02 미군 RC-135 정찰기는 방사성 가스를 탐지하기 위한 각종 장비를 싣고 핵실험 여부를 탐지한다.
03 무인관측소에서는 폭발 순간의 영상을 찍는 한편 지진계, 방사능 측정기, 음파 감지 장치 등 각종 관측 장비로 핵폭발 데이터를 수집한다.
04 지상에 설치된 관측 장비들. 지진파와 유출 방사능 등을 측정한다.
05 X선 고속촬영기는 핵폭발 직후의 극히 짧은 순간을 찍어 관측소로 보내고 곧 파괴된다.
06 지하에서 핵폭발이 일어나면 허물어진 암반 사이로 지하수를 타고 방사능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
07 우라늄 연료봉이 원자로에서 연소된다.
08 사용후 핵연료봉을 제거해 냉각수조에 보관한다.
09 질산을 이용한 용매추출법으로 플루토늄을 분리·정제한다.
10 추출된 농축 플루토늄(Pu-239)은 핵무기에 사용할 수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05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상엽 기자

🎓️ 진로 추천

  • 화학·화학공학
  • 군사·국방·안보학
  • 환경학·환경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