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어떤 것을 배우나요?
원자핵공학과는 ‘BMW’입니다. 유명 외제차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용기 있고(brave), 미친(mad), 감동이 있는(wow) 학문입니다. 그만큼 폭발적으로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구에서 가장 흔한 수소를 이용해 핵융합 에너지를 만들고, 우라늄 1g으로 석탄 3t이 만들 수 있는 핵분열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플라스마와 방사선의학이 새로운 연구 분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고체, 액체, 기체 외의 제4의 상태인 플라스마는 핵융합에 필수적입니다. 방사선의학은 방사선을 이용해 신약을 만들거나 종양 세포를 제거하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Q 원자핵공학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때 과학 선생님이 원자력이 우주여행의 미래라는 말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인류가 언젠가는 우주에 나가야 하는데, 당시에는 원자력이 산소 없이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동력이었습니다. 그래서 원자력핵공학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아쉽게도 지금은 원자력 에너지를 우주선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전 때문인데요. 원자력을 사용하는 우주선이 컬럼비아 왕복선처럼 지구 상공에서 폭발이라도 한다면, 엄청난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희 실험실은 ‘원자로설계공학실’입니다. 전통적인 원자로 설계는 2차원 도면으로 시작해, 작은 크기의 3차원 모형을 만드는 것으로 진행됐습니다. 사실 2차원 도면과 작은 모형만으로는 발전소를 만들기 힘듭니다. 원자력 발전은 부품 수가 500만 개가 넘는 아주 복잡한 구조물이기 때문이죠. 컴퓨터를 이용한 가상현실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원자로 설계가 한결 편해집니다. 이것을 ‘거대설계공학’이라고 부릅니다.
Q 원전 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다시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하기 위해 원전을 설계하는 사람들은 이중 삼중으로 사고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그 중 지진 피해를 막는 면진장치는 필수입니다. 또 해일이나 홍수에 대비하기 위해서 이중 삼중으로 방수시설을 만듭니다. 전선과 케이블도 방수용을 사용합니다. 전기가 끊길 경우를 대비해 휴대용 발전소나 자가발전 시설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이 정도면 굉장히 안전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죠. 원전을 운영하는 사람이 방심하지만 않는다면 원전은 안전합니다.
Q 핵융합 언제쯤 사용 가능할까.
과학자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핵융합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토카막 장치 기술’입니다. 핵융합을 하려면 현재 원자로에서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가벼운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충돌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어마어마하게 큰 중력을 사용하거나 1억°C 이상의 높은 온도가 필요한데, 이런 극한 환경을 견디는 소재가 아직까지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토카막은 아예 공중에 원료를 띄워 핵융합을 진행합니다. 현재 핵융합 지속시간은 10~20초 정도입니다. 완전한 성공까지 절반은 온 셈입니다. 핵융합 에너지는 더 이상 꿈이 아닙니다. 우리가 획기적인 신재생 에너지를 개발하지 않는 이상 핵융합 에너지는 인류의 마지막 미래가 될 것입니다.
Q 졸업한 선배들의 진로는.
여태까지는 굉장히 한정적이었습니다. 대학원, 연구소, 산업체, 원자력발전소에서 원자력 기술 개발을 했습니다. 요즘 떠오르고 있는 것은 ‘원자력 안보’입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정원이나 유엔에서 원자력공학과 학생들을 찾고 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담당관도 비슷한 일을 합니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도 원자핵공학과 출신이 많이 있습니다.
Q 정수연(효원고) 여학생이 많나요?
혹시 우리학과 상징인 ‘누리’를 보셨나요? 누리는 분홍색 치마를 입은 소녀입니다. 원자핵공학과는 여성의 섬세함과 정확함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옛날에는 5~10년에 한 번씩 여학생이 들어올까 말까였습니다. 지금은 정원 30명 중 5명 정도가 여학생입니다. 특히 방사선 생명공학 분야에 관심이 큰 것 같습니다.
Q 고동근(현대청운고) 원자로를 식히는 냉각재로 물 대신 나트륨과 같은 액체금속을 사용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원자로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성자입니다. 중성자는 핵분열 후 초속 10만km가 넘는 속도로 튀어나오는데, 이 속도를 유지하면서 연쇄적으로 다음 반응을 일으키는 게 중요합니다. 만약 물을 냉각제로 사용하면 물속 수소와 중성자가 부딪히게 되는데요. 운동량 보존법칙에 의해 수소 같은 가벼운 원소와 중성자가 부딪히면 중성자의 속도가 확 떨어지게 됩니다. 이를 중성자 감속이라고 부릅니다. 반면 수소보다 무거운 납이나 나트륨 같은 금속을 사용하면 충돌이 일어나고도 속도가 적게 떨어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