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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복제는 불임의 유일한 대안인가

줄기세포 활용에서 인공난자 제조까지

결혼한 부부가 자식을 갖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10쌍 중 1쌍의 부부는 아무리 노력해도 아기를 가질 수 없다. 바로 불임 때문이다. 흔히 사랑의 결실이라 표현되는 아이를 갖지 못하는 불임부부의 고통은 이만저만 큰 게 아니다.

최근 인간복제를 추진하는 이탈리아의 인공수정전문의 세베리노 안티노리 박사 등은 자신의 연구가 불임부부를 위한 것이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있다. 인간복제가 불임부부에게 아이를 선사하는 하나의 방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복제만이 해결책이 될 수 있는 것일까. 불임을 정복하기 위해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생식의학기술들을 만나보자.

의학적으로 불임이란 피임을 하지 않는 부부가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해도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여성에게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책임은 남녀가 거의 비슷한 비율이다. 아기로 자라는 수정란은 생식세포인 남성의 정자와 여성의 난자가 만나서 만들어진다. 그런데 정자나 난자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거나, 이들의 만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의 일이 벌어지면 불임이 된다.

시험관 아기 성공률 높인다


여성으로부터 추출한 난자를 시험관에 담고 있다. 난자에 문제가 있어 불임인 여성 을 위해 난자를 체외에서 성숙시키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오랜 역사 동안 불임은 인류가 해결할 수 없는 숙제가 됐다. 그런데 1978년 불임부부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혁명적인 일이 벌어졌다. 영국 번홀 병원의 패트릭 스텝토와 로버트 에드워스 박사가 정자와 난자를 시험관 안에서 만나게 해 만든 수정란을 여성의 자궁에 넣어 임신시키는데 성공했던 것이다. 흔히 시험관 아기로 불리는 체외수정법(IVF)의 등장이다.

시험관 아기는 난자가 정자를 만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통로인 난관이 막힌 경우에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다. 초기에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지는 생명이라는 등 논란이 있었지만, 현재에는 가장 중요한 불임치료방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방법에 의해 태어난 아기가 수십만명에 이를 정도다.

최근 진행되는 연구는 시험관 아기의 임신성공률을 현재의 30%보다 높게 끌어올리는데 초점이 맞춰있다. 시술을 받는 일이 까다로운데다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소장은 “시험관 아기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배지가 중요하다”며, “전문화된 배지를 개발해 현재 중국에 수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지란 배양액이라고도 부르는데, 세포가 자라는데 사용되는 용액이다. 몸밖으로 꺼내진 정자와 난자가 수정란이 돼서 다시 자궁으로 갈 때까지 여러 종류의 배지가 필요하다. 정자와 난자에 사용되는 배지가 각각 있고, 이들을 수정시킬 때 사용되는 배지가 있다. 수정란이 된 후에도 단계에 따라 다른 배지를 사용해야 한다. 이처럼 다양한 배지가 사용되는 것은 임신이 될 때 변하는 생체 내의 조건과 똑같도록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박 소장은 “적절한 배지를 사용하면 장차 아기로 자랄 부분인 수정란의 내부세포덩어리 부피가 커진다”면서 “이는 수정란이 훨씬 건강하다는 신호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배지 기술의 발전 덕분에 예전에는 수정란을 2-3일 키워 자궁에 넣었는데, 요즘에는 4-5일까지 늘어났다. 시기가 길어진 만큼 수정란을 더 건강하게 키워 집어넣기 때문에 당연히 성공률이 높아진다.

한편 수정란을 체외에서 더 오래 키우면서 불임부부가 원하는 수의 자녀를 갖는 일이 가능해지고 있다.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받은 후 여러명의 쌍둥이가 태어나는 경우가 많았다.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여러개의 수정란을 집어넣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정란을 건강하게 오래 키울 경우에는 하나를 원하면 하나를, 쌍둥이를 원하면 둘을 넣으면 된다.

체외에서 키워지는 정자와 난자


불임부부의 경우에는 다른 남성의 정자나 다른여성의 난자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시험관 아기로 모든 불임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정자나 난자에 문제가 있는 불임부부의 경우에는 다른 남성의 정자나 다른 여성의 난자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태어난 아기와 유전적으로 관련이 없는 부모는 자신의 아이라 생각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때문에 반쪽짜리 불임 극복 방법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좀더 전문화된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정자의 수가 아주 적거나 운동성이 떨어져 불임일 경우에는 정자를 직접 난자 안에 넣어주는 세포질내 정자주입술(ICSI)을 사용한다. 효소를 이용해 난자를 둘러싸고 있는 물질을 제거하고 미세 유리관을 통해 정자를 난자의 세포질 안으로 직접 주입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사용할 정자마저 없을 수도 있다. 이런 난감한 상황에 대해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이동률 불임연구실장은 “감수분열을 거쳐 정자가 되는 정원세포나 정모세포를 성숙시켜 정자를 만드는 방법이 개발되고 있다”고 말한다.

1999년 이탈리아의 안티노리 박사는 무정자증 남성의 정원세포를 추출해 쥐의 정소세포조직에서 키운 뒤 체외수정으로 여성에게 임신시켜 출산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이 연구는 쥐의 정소를 이용했다는 문제점 때문에 ‘쥐 인간’이라 불리며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이런 논란 없이 정자를 분화시키는 일이 중요한 관건이다.

또 이 실장은 “줄기세포가 정자가 없어 불임인 남성에게 유력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줄기세포는 인체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만능세포다. 수정 후 14일이 지나지 않은 배아에서 추출하는 배아줄기세포와 골수에서 추출하는 성체줄기세포가 있다. 아직 연구를 진행중이만 만능세포인 배아줄기세포로 정자로 분화시키는 방법도 결국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난자를 만드는 과정에 문제가 있는 여성을 위해서는 미성숙난자의 체외수정법(IVM-IVF)이 현재 사용되고 있다. 여성은 태어날 때부터 난소에 미성숙난자를 보관하고 있다가 생리가 시작되면 이에 맞춰 한달에 하나씩 내보낸다. 미성숙난자의 체외수정법은 난소의 미성숙난자를 채취해 체외에서 성숙시켜 시험관 아기에 이용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이론적으로는 폐경기 여성이라도 난소에 미성숙난자가 남아있기 때문에 임신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미성숙난자를 보관하는 방법도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사춘기 여성이 암치료를 받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암세포를 죽이는데 사용되는 항암제 때문에 난소 내 미성숙난자는 모두 죽게 된다. 미리 미성숙난자를 채취해 보관하고 있다가 결혼 후 이를 성숙시켜 사용한다는 복안이다.

2001년 7월 2일 미국 코넬대 잔피에로 팔레르모 교수는 유럽 인간생식태생학회에서 인간의 난자를 체세포로 만드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보다 한달 늦은 8월 7일에는 우리나라 박세필 소장이 소를 대상으로 새로운 난자 제조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인공 난자로 불리는 이 기술은 현재 인간의 불임부부 치료에 사용되고 있지 않지만, 미성숙난자조차 없는 여성이 임신할 수 있는 획기적인 가능성으로 여겨지고 있다. 난자를 만들 때 가장 큰 문제는 체세포의 염색체가 부모로부터 하나씩 받아 2세트(2n)인데, 생식세포인 난자의 염색체는 1세트(1n)라는 점이다. 난자가 1n이어야, 1n인 정자와 만나 아이는 2n이 된다.

인공 난자는 불임여성의 체세포를 핵을 제거한 다른 여성의 난자에 집어넣는데서 시작된다. 그리고 전기충격을 가해 1세트의 염색체를 방출시킨다. 다음은 난자가 되도록 활성을 유도하는 단계를 거친다. 팔레르모 교수가 만든 인공 난자는 정자와 만나 수정란이 된 후 한차례 분열하는데 그쳤다. 그러나 박 소장은 실험결과 난자가 수정란이 된 후 체외수정이 가능한 배반포기 단계까지 분화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한편 난자를 만드는 것처럼 미래에는 정자도 인공적으로 체세포를 분할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이 가능하다. 만약 정자와 난자를 인공적으로 만드는 방법이 등장하면, 불임부부를 위한다는 복제는 완전히 존재 이유를 상실하게 된다.

질병 걱정 없는 맞춤아기의 등장

불임치료에서 최근 주목받는 또다른 기술은 착상전 유전자 진단법(PGD)이다. 흔히 맞춤아기라 부르는데, 이 이름 때문에 유전자에 손을 대 아기의 능력을 조절하는 시도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생식의학자들이 사용하는 맞춤아기 개념은 검사를 통해 질병이 없는 건강한 수정란일 경우에만 시험관 아기 시술에 사용한다는 의미다.

이 방법이 나오기 전까지 유전적 질환을 앓고 있는 부부는 임신 중 양수 검사를 통해서만 질병의 유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만약 질환을 물려받았다고 판명되면 생명을 앗는 임신중절수술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착상전 유전자 진단법은 정자와 난자를 채취해 체외수정으로 일단 수정란을 만든다. 그리고 이 수정란이 4세포 내지 8세포로 분화했을 때 세포 하나를 미세조작기로 떼어내 미리 유전자검사를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등 여러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착상전 유전자 진단법을 사용하더라도 질환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의 난자에 들어있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의 이상 때문에 발생하는 선천적 시신경 안구질환(LHON)이란 질병이 있다. 태어나는 아기는 성인이 되면 앞을 보지 못하게 된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난자의 세포질을 다른 여성의 세포질로 바꿔주는 것이다.

비슷하게 고령 여성의 경우는 세포질의 질이 떨어져 임신이 잘 되지 않는다. 이 경우 젊은 여성의 세포질을 불임여성 난자의 세포질에 넣어주면 임신이 된다. 이처럼 세포질을 넣는 방법을 세포질 주입술이라 부르는데, 이 방법은 2001년 5월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불임부부와 세포질을 제공한 여성 등 3명의 유전자가 섞인다는 것이다. 아직 결론을 내릴 수 없지만 불임치료가 인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만큼 신중하게 사용돼야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불임부부의 수는 앞으로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결혼하는 남성과 여성의 나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고, 결혼 후에도 이런저런 이유로 출산을 미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불임은 평균 10쌍 중 1쌍이라고는 하지만, 30대는 6쌍 중 1쌍, 40대는 4쌍 중 1쌍의 부부가 불임이다.

불임부부의 고통을 해결하려는 생식의학 연구는 현재에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박 소장은 “불임을 치료하는 기술의 발전 상황을 고려하면 인간복제가 아니더라도 미래에는 불임문제를 정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난자만으로 수정란 만드는 처녀생식

2001년 11월 미국의 생명공학회사 어드밴스드 셀 테크놀로지(ACT)사는 인간의 난자를 수정란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한편 마리아생명공학연구소 박세필 소장은 2002년 7월 정상적인 생쥐의 난자에 자극을 가해 수정란을 인공적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 방법은 암컷의 생식세포인 난자만으로 수정란을 만들기 때문에 처녀생식 또는 단성생식이라 불린다. 개미와 같은 하등 동물의 경우, 처녀생식을 통해 난자가 저절로 수정란이 돼 일개미가 태어난다. 그러나 고등동물의 처녀생식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처녀생식 방법의 핵심은 난자에 정자가 들어간 것처럼 속임수를 써 배아를 만드는 것이다. 난자(n)는 난모세포(2n)가 염색체 수를 절반으로 줄이는 감수분열을 통해 극체(n)와 함께 만들어진다. 감수분열 중 세포가 난자와 극체로 나눠지고 극체가 방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화학적 처리를 통해 극체가 방출되지 못하도록 만든 후, 그 안에서 융합되도록 자극을 가하면 2n인 수정란을 만들 수 있다.

그렇다면 처녀생식으로 만들어진 수정란으로 아이를 만드는 일이 가능할까. 박 소장은“처녀생식으로 만들어지는 수정란은 절대 임신이 되지 않는다”면서“난치병을 치료하는데 사용될 배아줄기세포를 얻기 위한것”이라고 밝혔다. 아무래도 정상적인 수정란과는 다를 것이라고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있다. 다만 수정란이 개체로 발생하기 위해서는 여러 유전자들이 순서대로 발현되는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처녀생식으로 만든 수정란은 이런 프로그램이 없어 개체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되고 있다. 박 소장은 불임에는 적용할 수 없지만, 난치병에 유용한 줄기세포를 얻는 방법이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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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일란성 쌍둥이와 복제인간 같은가 다른가
② 복제는 불임의 유일한 대안인가
③ 배아복제 금지법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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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홍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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