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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일란성 쌍둥이와 복제인간 같은가 다른가

유전자 99%만 일치, 큰 차이 낳는 1%

자신의 생일날, 식구들의 깜짝 파티를 기대하며 집으로 돌아왔을 때, 자기랑 똑같이 생긴 어떤 사람이 부인과 자식들에 둘러싸여 이미 파티를 즐기고 있다면?

문을 박차고 들어가 그 사람의 멱살을 잡으며, 부인에게 진짜 ‘나’는 자신이라고 항변할 것인가. 아니면 신라시대 향가인 ‘처용가’의 처용처럼 춤과 노래로 마음을 달래며 쓸쓸히 발길을 옮길 것인가.

할리우드 SF영화 ‘6번째 날’의 주인공인 아담 깁슨은 똑같은 상황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정체 불명의 암살자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자신을 닮은 ‘또다른 나’에게 이제까지 이뤄온 모든 것을 빼앗기고 또다른 삶으로 내쫓기고 마는 것이다.

사실 영화 6번째 날은 ‘과연 인간복제가 가능한 미래에는 어떤 상황이 일어날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영화다. 하지만 인간복제는 더 이상 영화 속의 상상이 아니다. 과학자들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실현할 수 있는 현실의 기술이다.

그렇다면 현실의 복제인간도 영화 속 아담의 경우처럼 외모로는 구별할 수 없는 것일까. 복제된 인간은 ‘원본’의 또다른 분신일까 아니면 단지 시간차를 두고 탄생한 일란성 쌍둥이에 불과할까. 체세포 제공자와 동일한 DNA를 갖고 태어나는 복제인간은 어떤 특징을 갖는지 과학자의 얘기를 들어보자.

지난 2002년 크리스마스를 하루 넘겨 발표된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이브’의 탄생은 전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왔다. 현재 이브에 대해서는 그 진위가 논란중이다. 복제기술로 태어난 이브가 정말 ‘복제된’ 인간인지 아니면 종교단체의 커다란 사기극에 불과한지는 아직까지 확인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조만간 누군가가 ‘만든’ 복제인간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지난 연말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이 탄생했음을 발표하고 있는 클로네이드사의 브아셀리에 박사. 하지만 이들의 발 표는 아직 검증되지 않고 있다.


일란성 쌍둥이는 복제인간의 미래 잣대

그렇다면 복제인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지금까지 제시된 전문가들의 의견 중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은 ‘출산시기가 벌어진 일란성 쌍둥이’라는 말이다. 복제인간은 체세포 제공자와 똑같은 DNA를 갖는다. 따라서 동일한 DNA를 갖고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와 출산시기가 조금 많이 벌어졌을 뿐, 똑같은 경우라는 것이다.

인류는 그 기원 이래로 수많은 복제인간들, 즉 일란성 쌍둥이와 더불어 살아왔다. 과학자들은 두 개체가 동일한 유전자를 가졌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일란성 쌍둥이를 연구해 왔다. 서울대 수의학과의 강성근 교수는 “복제인간은 DNA제공자와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만큼, 체세포 제공자와 비슷한 유전적 특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물론 환경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일란성 쌍둥이 연구 결과가 말하듯 복제인간은 다른 사람에 비해 체세포 제공자와 비슷한 생물학적 특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한다.

인간의 특성은 유전자와 환경, 두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유전’과 ‘환경’ 가운데 어느 쪽의 영향을 많이 받느냐는 생물학계의 오랜 논쟁거리지만 복제인간과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는 유전쪽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환경의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콩 심은데 팥이 날리 없기 때문이다. 비록 주름수와 찌그러진 정도까지는 똑같이 않을 지라도 콩이 나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따로 길러져도 비슷한 식습관 가져

그렇다면 어느 정도 닮는지가 문제일 것이다. 일란성 쌍둥이 연구는 복제인간이 체세포 제공자를 생물학적으로 어느 정도 닮을지 알아보는 좋은 잣대다.

일란성 쌍둥이 연구 결과, 유전자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요소는 겉으로 드러나는 생물학적 특징이다. 우선 키는 일란성 쌍둥이 사이에 어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거의 동일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의 일란성 쌍둥이 연구팀의 조사 결과, 이란성 쌍둥이에 비해 일란성 쌍둥이는 거의 비슷한 키를 갖고 있다고 지난 2001년 BBC 방송이 보도했다. 따라서 일부 과학자는 복제인간도 원본과 거의 비슷한 키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결과에 대해 키라는 것은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영양분을 섭취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아니냐고 반박할 수 있다. 하지만 식습관도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연구 결과를 보면 이 의문도 사라질 것이다.

지난 2001년 9월, 미 조지아주립대의 존 카스트로 박사는 일란성 쌍둥이 1백10쌍과 이란성 쌍둥이 1백55쌍을 조사한 결과,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에 비해 2배 정도 비슷한 식습관을 갖고 있다고 미 영양학회지 ‘뉴트리션’에 밝혔다. 카스트로 박사의 연구 결과는 태어난 직후 따로 길러진, 즉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를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는데 더욱 신빙성을 얻고 있다.

조사 대상이 된 1백10쌍의 일란성 쌍둥이는 서로 다른 양육조건에서 길러졌음에도 불구하고 어른이 된 지금 비슷한 식습관을 갖고 있음이 드러났다. 그들은 하루 중 비슷한 시간에 저녁 먹기를 좋아했으며 포만감을 느끼는 음식의 양과 식사 후 배고픔을 느끼는 시간도 비슷했다. 또한 저녁식탁에서 같이 식사하기를 원하는 사람의 숫자까지 동일했다.

영국 연구팀의 또다른 쌍둥이 연구 결과는 환경에 대한 유전자의 힘을 새삼 느끼게 한다. 영국 서섹스대의 로렌 카프카 박사팀은 일란성 쌍둥이 중 중년 여성이 된 쌍둥이 자매를 조사한 결과, 일부 비만 쌍둥이 자매 중에는 이들의 몸에 지방이 쌓이는 장소가 윗배로 동일하며, 운동과 다이어트는 그다지 큰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난 2001년 BBC 방송에 밝혔다.

물론 체중이란 것은 여러 유전자와 환경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된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아무리 먹어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운동과 다이어트로 하루의 대부분을 소비해도 여전히 풍만한 사람이 있다. 유전자는 왜 어떤 사람은 다이어트가 별 효과가 없는지를 설명해준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쌍둥이 연구로 밝혀진 더욱 놀라운 사실은 키와 식습관, 몸무게 외에 IQ도 유전된다는 주장이다. 보통 후천적 요소가 더 중요하다고 알려진 IQ도 사실은 유전자에 의해 지배된다는 의미다.

한명이 이혼하면 나머지도 이혼


쌍둥이들은 생물학적 특성뿐 아니라 비생물학적 행동도 유전된다.


지난 2001년 11월, 미 로스엔젤레스 소재 캘리포니아대의 폴 톰슨 박사는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를 이용해 일란성 쌍둥이 10쌍의 뇌 사진을 비교한 뒤 이같은 결과를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지에 발표했다. 동일한 환경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를 조사 대상으로 택한 톰슨 박사의 연구는 IQ에 대한 유전자의 효과를 알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일란성 쌍둥이들은 뇌 중에서 특히 언어 능력을 결정하는 부분과 대뇌의 전두엽 부분이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었다. 전두엽은 인간의 인지 능력, 흔히 IQ라 부르는 요소를 결정하는 부분으로 알려져 있다.

또다른 쌍둥이 연구는 생물학적 특성뿐 아니라 비생물학적 행동도 유전된다고 주장한다. 미 메사추세츠 소재 보스턴대의 마이클 라이온 교수는 지난 2001년 7월, 영국에서 열린 제10회 쌍둥이 연구 국제 연합회에서 사회적 현상인 이혼도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라이온 교수는 1987년부터 8천쌍의 쌍둥이와 정신 상담을 진행한 결과, 일란성 쌍둥이가 이란성 쌍둥이보다 이혼 패턴이 훨씬 비슷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이들의 결혼시기는 비록 비슷하지 않지만 쌍둥이 중 한명이 이혼하면 다른 쪽도 이혼한 경우가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월등히 많다는 것이다.

라이온 교수는 쌍둥이들의 이혼에 미치는 요소를 약물 남용이나 우울증, 알코올 중독 등의 유전적 영향으로 봤지만,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는 이란성 쌍둥이에 비해 훨씬 높은 확률로 함께 이혼한다고 말했다.

복제 박찬호는 메이저리거 꿈도 못꿔

그렇다면 이혼남 또는 이혼녀를 복제하면 그 복제인간은 미래에 똑같이 이혼하게 될까. 과학자들은 이같은 질문에 대부분 ‘아니다’라고 말한다. 물론 아인슈타인을 복제한다고 해서 복제인간이 아인슈타인과 똑같은 천재가 될리도 없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이 이같이 주장하는 이유는 복제인간의 경우 환경 영향이 일란성 쌍둥이에 비해 훨씬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복제인간은 다른 어떤 사람보다 DNA를 제공한 원본을 많이 닮을 것이다. 그러나 원본과 ‘똑같은’ 개체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복제인간은 어느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만들어진다. 몇초의 시간차를 두고 태어나는 일란성 쌍둥이와는 다른 경우라는 것이다.

만약 박찬호 선수를 복제했다고 생각해보자. 그가 박찬호 선수와 똑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미 텍사스대의 심리학 박사과정 전중환 박사는 “복제된 박찬호는 박찬호 선수와는 다른 시기와 다른 장소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유전자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양상도 많이 달라진다. 따라서 복제 박찬호가 메이저리거로 성장할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고 말한다.

박찬호 선수에게 일란성 쌍둥이가 있었다면, 수십년 전 충남 공주에서 함께 딱지치기하고 자랐을 일란성 쌍둥이와 21세기 서울에서 인터넷과 PC게임을 하고 자랄 복제 박찬호 가운데 누가 더 오늘날의 박찬호를 닮을지는 쉽게 짐작이 간다.

물론 복제 박찬호는 박찬호 선수의 DNA를 가진 만큼 키와 몸무게 등의 체격에서 박찬호 선수와 비슷하겠지만, 결코 박찬호 선수와는 똑같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최근에는 복제인간이 일란성 쌍둥이에 비해 외모나 성격면에서 덜 닮은 꼴이라는 전문가의 지적도 나왔다. 미 캔자스주 허친슨에 살고 있는 열살짜리 일란성 쌍둥이 자매 홀리와 노엘을 보자. 두 쌍둥이는 얼굴만 보면 찍어낸 듯 똑같아 학교 교사들조차 헷갈리기 일쑤라고 한다. 그러나 체중은 홀리가 노엘보다 2.2kg이 더 나간다. 또한 노엘은 귀를 뚫고 귀고리를 달았는데 홀리는 그런데 전혀 관심이 없다. 이밖에 노엘은 성격이 적극적이지만 홀리는 소극적이다.

이처럼 일란성 쌍둥이는 사귀는 친구와 살면서 부여되는 기회, 경험 등 비유전적 후천적 요인에 영향을 받아 서로 달라질 수 있다. 미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낸시 시걸 박사는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도 서로 다른 성격과 개성을 갖는데, 서로 다른 시기 다른 가정에서 태어나는 복제인간의 경우는 비유전적 요소가 훨씬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복제인간은 성(性)적 태도와 종교적 성향, 정치적 태도에서 원본과는 크게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리만 흰색으로 변한 복제돼지

그렇다면 복제인간은 원본의 외모만 본딴 또다른 사람일까. 어쩌면 복제인간은 외모마저 원본과 다를지 모르겠다. 최근의 동물복제 연구는 복제동물이 외모마저 원본과 다를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과학자들은 일반의 예상과 달리 복제고양이는 원형과 모습이 다를 수 있으며, 반드시 똑같은 행동을 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 1월 21일, 미 인도주의사회 소속 과학자인 웨인 파셀은 2001년 12월 텍사스주 A&M대에서 탄생시킨 복제고양이 ‘시시’(cc)가 원형인 ‘레인보’(rainbow)와 겉모양뿐 아니라 성격면에서 판이하게 다르다고 말했다.

레인보의 경우 흰색 바탕에 갈색과 금색 얼룩을 갖고 있는 반면, 시시는 흰색 바탕에 회색줄무늬가 나있는 상태며, 특히 성격면에서도 레인보는 내성적인 반면 시시는 호기심이 많고 장난기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시시를 탄생시킨 A&M대의 두에인 크래머 박사는 “고양이의 성격을 결정하는데 유전자만큼 환경도 중요하다”며 “똑같은 DNA를 가졌다고 해서 반드시 똑같은 외형을 가진 고양이를 낳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또한 경상대 축산학부의 김진회 교수팀은 복제돼지의 경우 성체가 되면서 원본과는 다른 외모를 보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2002년 8월, 체세포 복제방식으로 복제돼지 ‘나돌이’5마리를 출산시킨 김 교수팀은 최근 이들 복제돼지에서 이상한 징후를 발견했다. 흑갈색으로 태어난 5마리의 복제돼지 중 한마리가 흰색으로 변한 것이다. 체세포 핵을 제공한 돼지가 흑갈색임을 생각하면 이들 복제돼지는 모두 흑갈색의 외모를 띠어야 한다. 하지만 한마리만 유독 흰색으로 변한 것이다.

김 교수는 흰색 복제돼지의 멜라노사이트가 변형됐음을 알게 됐다. 멜라노사이트는 피부색과 털을 흑갈색으로 만드는 멜라닌 색소를 분비하는 세포다. 멜라노사이트는 크게 3가지 유전자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다. 김 교수는 흰색 복제돼지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3가지 유전자 중 ‘c-키트’(c-kit) 유전자에 염기 하나가 바뀌는 점 돌연변이가 일어났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제 왜 흰색 복제돼지가 생겼는지는 밝혀진 셈이다. 하지만 어떻게 한마리에만 점 돌연변이가 일어났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김 교수는 “이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중이다. 하지만 가장 의심이 가는 것은 세포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다”라고 말한다. 유전자에는 핵 속의 DNA뿐 아니라 핵 바깥, 즉 세포질의 미토콘드리아DNA도 포함된다. 핵DNA가 30억개의 염기쌍을 갖고 있다면 미토콘드리아DNA는 1만6천개의 염기쌍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체 유전자 중 약 1%를 차지한다.

김 교수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핵DNA에 영향을 미쳐 원본에는 없던 점 돌연변이를 일으켰고, 그 결과 복제돼지가 흰색으로 변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생산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특히 세포 분열이나 성장 등 세포에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때는 자체적으로 복제를 해 그 수를 늘린다. 따라서 미토콘드리아는 자신만의 DNA와 RNA, 리보솜 등을 독자적으로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미토콘드리아가 아주 먼 옛날 동물세포를 침투한 박테리아의 흔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먹이와 안정된 공간을 찾던 박테리아가 동물세포로 침입해 에너지를 만들어주는 대신 먹이감을 제공받는 공생관계로 진화됐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김 교수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점 돌연변이 원인으로 지목하는 이유는 이 유전자가 세포질 속에 존재하기 때문에 수정 과정에서 어머니의 난자를 통해 모계로만 유전되기 때문이다. 5마리의 복제돼지는 각각 다른 난자를 통해 복제됐고, 따라서 다른 미토콘드리아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즉 한마리에서만 점 돌연변이가 일어난 이유는 다른 세포질의 영향이라는 추측이다.

체세포 제공자와 유전자 100% 같지 않다


전체 유전자 중 1%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미토콘드리아.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질 속에 있기 때문에 복제인간은 원 본과 똑같은 미토콘드리아DNA를 가질 수 없다.


미토콘드리아의 유전자는 핵유전자에 비해 아직까지 그 기능이 크게 밝혀져 있지 않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는 몇몇 중요한 기능에 대해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핵심적 역할을 맡고 있음을 보여 준다.

국내 최초로 동물복제에 성공한 서울대 황우석 교수는 “한우의 체세포 핵과 젖소의 난자로 복제된 소는 한우로 태어나지만 나중에 새끼를 갖게 되면 젖의 양이 한우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한다. 황 교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복제된 동물의 키와 피부색 등의 표현 형질에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0.1% 정도다.

또한 질병이나 수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과 함께 복제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기능을 가진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복제 과정에서 핵이 제거된 난자에 포함된 미토콘드리아는 평소와는 다른 중요한 역할을 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일반적인 수정 과정에서는 수정란의 분화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복제에서는 성체에서 추출한 체세포 핵을 정자와 같이 분화초기 상태로 돌려놓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주로 만든다. 난자의 핵을 제거할 때는 핵과 함께 세포질에 포함된 일부 미토콘드리아도 함께 빠져나간다. 따라서 복제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빠져나가는 미토콘드리아의 양을 최소화해야 한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복제동물의 외모는 원본과 차이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황 교수는 “시시와 복제돼지 나돌이의 경우처럼 대부분의 복제동물은 흔히 예상하는 바와는 달리 외모에서 원본과 큰 차이를 보인다”며 “복제동물이 복제대상과 다른 난자, 즉 다른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에 영향을 받아 태어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흔히 복제인간이 DNA제공자와 100% 같은 유전정보를 갖는다는 말을 하는데, 이는 엄밀히 말하면 잘못된 표현”이라며 “복제인간도 복제동물처럼 체세포 제공자와는 다른 난자, 즉 다른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를 물려받기 때문에 유전정보가 100% 같지는 않다. 외모도 원본과는 차이가 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복제인간을 ‘시간차가 벌어진 일란성 쌍둥이’가 아니라 ‘시간차가 벌어지고, 서로 다른 세포질을 가진 일란성 쌍둥이’라고 불러야 정확할 듯하다.


전체 유전자 중 1%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 미토콘드리아. 미토콘드리아는 세포질 속에 있기 때문에 복제인간은 원 본과 똑같은 미토콘드리아DNA를 가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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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일란성 쌍둥이와 복제인간 같은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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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대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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